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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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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늘이 두렵소.

넓고 공활한 하늘이 두렵소.

흐려 구름낀 하늘이 두렵소.

낙뢰치는 하늘이 두렵소.

때로는 눈물을 흘려 쓸어버리는 하늘이 두렵소.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이길 수 없는 하늘이 두렵소.

어디를 둘러봐도 존재하는 하늘이 두렵소.

쳐다보지 않으려 밑을 쳐다보면

바다에 비치는 하늘이 두렵소.

내가 하늘에 가도 미동조차 안하는 하늘이 두렵소.

죽일 수도 죽을 수도 없는 하늘이 두렵소.

무너져 내리거나 구멍나거나 두쪽나는 일 없는 하늘이 두렵고

설령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피할 길 없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고

마찬가지로 하늘이 두렵소.

이젠 오히려 하늘이 없으면 죽을 것 같소.

하늘이 없으면 꺼질 것 같고

날아갈 것 같소.

때론 존재만으로 나의 숨통을 죽일 만큼 세게 조이는 이들이 있소.

내가 이길 수 없는 존재이지만 과묵하오.

하늘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나를 이겼소.

존재만으로.











2014. 11. 24.

여전히 진정이 되지 않는다.

분명 내 눈앞에서 두 명이 죽었는데

다음날 멀쩡히 살아 내 눈앞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혹시 나도 죽은게 아닐까?

우리 팀 모두가 죽었던 것이 아닐까?

세상이 이미 시성산에 먹혀 보관된건 아닐까?

이 세상은 가짜가 아닐까?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내 정신만 나빠진다.

그냥 잊고 살자.




2014. 11. 25.

할머니와 손녀가 나란히 자살한 채로 발견되었다.

마을에 어찌나 사람이 없었던지 자살한지 10일 후에 발견되었다.

발견 이유도 신고가 아닌 민원 결과를 알려주려고 방문하여 시체가 발견되었다.

자살 사유로는 그 좆같은 산과 관련된 것 같다.

알고보니 할머니가 88년도때 정부에 시위해서 시성산을 출입금지로 만들어 놓은 점쟁이였더라.




2014. 11. 25.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안 가도 될 줄 알았는데.

점쟁이였던 할머니 방의 잡동사니들을 조사하다가

1800년대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문헌 하나를 발견했다.




<示聖山 天書堂 上疏文>




시성산 천서당 상x문까진 알겠다.

남은 한 글자는 정황상 상소문의 '소' 인 것 같고.

그럼 이 문헌은 왕에게 보내는 문헌인 듯 하다.

정황상 천서당=하늘 유치원인 것 같다.

안쪽 내용은 죄다 모르는 한자라 해독을 맡겼다.

왜 계속 저 좆같은 산이랑 연결고리가 생기는진 모르겠지만

월급 받아 살려면 조사하란다.

무서워 뒤지겠는데 돈은 받고 싶고.




2014. 12. 03.

참 해독 결과가 빠르게도 나왔다.

근데 해독의 질이 꽤 좋아서 이 정도의 시간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차피 나라에서 역사적 가치 운운하며 가져가긴 했지만.

원문만 가지고 가지 해독은 가지고 갈 필요가 없지 않나...

슬쩍 사진을 찍어 놓긴 했다.

나도 일은 해야 할 것이니.

사진을 노트에 붙여놓겠다.

◼◼◼◼ 같은 문자는 존재하지 않는 한자라고 한다.

그럼 걍 막쓴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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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헌은 주군께 보내는 상소문이니 주군 외엔 읽지 말 것을 권하는 바이다.




소신은 양반 천곡 이석택이라고 하옵니다.

저희 마을의 뒷산인 시성산엔 오래 전 부터 존재해 오던 이름 없는 가옥이 있습니다.

그 가옥에선 거세게 비가 내리는 날엔

비명소리가 나 마을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미천한 제가 그들을 위하여 그 곳에 갔다가

충격적인 광경을 목도하고야 말았사옵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 누군가가 있었던 것은 물론

그 자리엔 40년 전 소신과 의형제를 맺었다가 실종되었던 산용이가 서있었습니다.

더 놀랄 만한 일은 그 곳엔 아이 여러명이 있었는데,

아이들의 용모가 죄다 세상사람이 아닌 듯한 신묘한 용모였습니다.

한 아이는 입이 비정상적으로 커져있었고,

한 아이는 눈이 하나밖에 없는 반면에 등에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가장 신묘했던 아이는 등에 날개가 달려있었고 온 몸에 울긋불긋한 멍울과 고름이 나있는 듯 했습니다.

소신은 너무 놀라 아무 것도 하지 못하였고 결국 그들에게 들켜버렸습니다.

신묘한 용모의 아이들관 달리 산용이는 일반적인 양반의 용모였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소신을 향해 손짓하였습니다.

소신의 발이 혼자 움직였습니다.

산용이가 이 곳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산용이는 이 곳의 이름을 천서당으로 소개하였습니다.

우리 조선의 미래인 아이들을 하늘님을 섬기는 독실한 신자로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것 처럼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뉘고

지금 제가 본 신묘한 아이들은 중급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소신은 이 곳이 서당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서당이라면 반드시 교육 체계가 있을 터.

소신은 이곳의 교육 체계가 어떻게 되는지 묻자 산용이는 친절히 답하여 주었습니다.

이 곳의 날은 4가지로 나뉜다고 하였습니다.

일. 구름이 있는 날

이. 흐린 날

삼. 비가 쏟아지는 날

사.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

구름이 있는 날은 평소와 같은 날로, 제가 방문한 날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날은 하늘님을 가리는 구름들이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있는 날, 평범한 날이라

주로 초급반 중급반은 의술과 요술을 연마하는 날이라고 하였습니다.

요술은 그렇다 치고, 고급반은 무얼하는지 소신은 궁금해 졌습니다.

고급반은 지하에 있는 수련장에서 진정한 ◼◼◼◼가 되도록 수련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는 하늘님을 섬기며 공활하고 넓은 하늘을 ◼◼는 자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소신은 그 말에 감명을 받아 이 일을 온 천하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다시 돌아와, 흐린날은 하늘님의 심기가 불편한 날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쓸모없는 저항으로 죽어버린 미물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 악마의 소행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이 날은 하늘님의 심기를 풀어드릴 제사를 지냅니다.

선택받은 아이에게 노오란 가시관을 씌워 피를 낸 뒤

흐린 날씨가 풀릴 때까지 그 아이 앞에서 얼굴을 내민 채로 절을 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얼굴은 반드시 방긋방긋웃고있어야한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을 해괴제라고 칭하였습니다.



가장 끔찍한, 악마의 반군의 진격이 시작되는 비가 오는 날엔

어두운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는 정결 의식을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아이 한명을 거대한 팔로 집어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한 다음 ◼◼초를 먹이고

몸 속에서 작용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좌심실과 우심방 쪽에 반응이 온다면

변이가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늘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으로

변이가 될 때까지

요슬산연

근골불리

두훈목현

흉협동통 등의 가벼움은 기본이요

정신착란으로 인한 주마등 파괴로 자아를 없앤 뒤

오로지 하늘님을 위한 제물만을 집어넣어야 합니다.

변이가 완료되면

이제 완전한 하늘님의 제물이 되는 것입니다.

완벽함을 위해 마지막 인간의 상징이었던 머리를 친 후

그 머리를 제삿상에 올려놔 웃으며 그 머리를 쳐다봅니다.

제물이 날아가 번개를 맞을 때 까지.

이 과정을 하늘님의 눈물이 멈출 때 까지 지속합니다.

날이 개었다는 것은 하늘님이 만족했다는 것이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악마따윈 진격을 하지 못할 정도로 하늘님의 힘을 의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은 하늘님이 가장 힘이 강하신 날입니다.

그 권능을 조금이라도 맛 볼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은 고급 학생만이 가능하답니다.

그 학생들은 저 공활한 하늘을 훨훨 날아

하늘님께 흠집을 내는 연습을 합니다.

시공간이 갈라지고 조선이 아니게 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운이 좋다면 마침내 ◼◼로 거듭난 믿음의 선배들도 만날 수 있을 것 입니다.

하늘님은 언제나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이 맑은 날엔 더더욱이오

그 분의 포옹이 내려올 땐 너무 즐거워 둥그렇게 누워

다같이 웃어야 합니다.

광적으로 웃어야 합니다.

하늘님만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게 당연합니다.

하늘을 쳐다보며 서로의 변이를 즐겁게 느끼며

내려오는 불안감을 멈추고

조용히.




소신은 교육 체계를 듣고는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고

머지 않아 이것이 온 조선에 퍼지게 되겠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것이 진리이고

이것이 변하지 않겠구나

조선은 멸망해도 하늘은 무너지지 않겠구나

하늘은 넓기만 해보여도

세상 그 무엇보다도 단단합니다.

썩어빠진 대들보를 들어내고 하늘 대들보를 끼워야 합니다.

소신은 실종되었던 벗이 왜 그곳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늘님이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소신은 본능으로 깨달았습니다.

소신의 사명은, 아니 이 나라의 사명은

하늘님을 섬기는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하여 무례를 무릅쓰고 조선의 국교를 하늘님을 섬기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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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07

집에 가서 이걸 몇번이나 읽어 봤다.

비상식적인 내용이 가득 적혀있었지만 흥미로웠다.

그것과는 별개로 이 내용이 조금 위험한게

한 4번째 읽으면서

'맞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조금 들어서 바로 정신을 차렸다.

천곡 이석택... 천곡 이석택...

이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정보가 나왔다.

생년은 1830년이고 몰년은 미상.

조선시대 역사상 가장 잔인한 공개처형 대상자...




2014. 12. 13.

책을 몇번 더 읽어봤다.

가려진 내용이 궁금해 미치겠다.

고급 아이들은 무엇이 되었으며

제물은 무엇을 먹었길래 진정한 제물이 되었던 것인가?

더 알아봐야 겠다.




2014. 12. 17.

이 책을 달달 외울 정도로 봤다.

솔직히 조사라는 핑계로 이 책을 계속 읽고 있다.

이 책은 마법과도 같다.

계속 읽고싶다.

이 책을 더 알고싶다.

가려져있는 저 한자를 미치도록 알고 싶어

한자 공부를 시작했다.




2014. 12. 22.

시성산은 대체 어떤 곳일까

어떠한 일에도

물질에도

무서운 것에도

가족에도

사랑에도

뛰지 않던 내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책을 100번 넘게 읽은 것 같다.




2014. 13. 02.

시간을 초월한 하늘님을 숭배하려고

한의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의학과 한자를 모두 알게된다면

산으로 떠날 것이다.

정말로 거듭나고 싶다.

제물로 바쳐지고 싶다.

목이 끊어졌을 때 잠깐 숨이 붙어있는 그때

모든 이들이 웃는 얼굴로 피눈물을 흘리며 날 지켜보는 것을 보고 싶다.

미천한 뇌로는 상상할 수 없다.

그 광경을

상상하지 마라.

상상하지 마라.

상상하지 마라.

날고 싶다.







23804712.917325742.98350861297932.

시성산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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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에서 계속.

Inspired by 자라자라쟌쟌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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