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집행이 아직 금지되지 않았던 시기


어느 교도소에선 항시 여러 명의 교도관을 통해 사형이 집행되는 일이 있었다.




보통의 경우 교도관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누가 집행을 했는지 알 수 없도록


다수의 교도관이 동시에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사형이 집행되지만,


이 교도소에서는 당일 최소 인원을 남긴 가용한 모든 교도관이 사형집행에 투입된다.




처음엔 이 교도소 역시 다른 교도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모종의 이유로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 바뀐 것이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무수히 많은 접촉을 시도해 보았지만 모두 허사였다.




그렇다고 전혀 실마리를 찾지 못한 것은 아니다.


사형집행에 투입되었던 한 전직 교도관의 인터뷰를 결국 따내게 되었다.


그는 도저히 괴로워 참을 수 없게 되었기에 나에게 이것을 털어놓고 조금이나마 편해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는 그토록 괴로워하는 것일까




드디어 그와의 인터뷰 당일이 되었다.


서둘러 그를 찾아갔지만, 이상하게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의 집 문은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으나, 별생각 없이 손잡이를 돌려보니


문은 허무하게도 열리고 말았다.




그의 집에 발을 들인 순간 내 눈에 담긴 것은


천장에서 내려오는 한 가닥 줄에 매달린 채로 나를 반기는 그의 모습이었다.


터져 나오는 비명을 간신히 입을 틀어쥐며 막아내고 가쁜 숨을 헐떡였다.


잠시 공포에 떨며 굳었던 몸을 다시 추스르고 집을 빠져나와 서둘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도착한 후 그의 시신은 수습되었다.


다만, 하나 이상한 것은 그의 표정이 너무나도 평온해 보였다는 것이다.


섣불리 추측할 수는 없지만, 정황상 자살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에 목격자 진술까지 모두 마친 뒤, 집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교도소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한 것은 상당히 아쉬웠으나,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게 되었다.


경황이 없어 하지 못했던 그에 대한 애도를 잠시나마 표했다.







시간이 꽤 지난 어느 날


경찰로부터 어떤 소식을 듣게 되었다.


심한 악취로 인한 민원신고를 통해 다시 찾은 그의 집에선...


그의 가족이 벽 속에서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발견되었고,


그 역시 부검 결과 자살에서 타살로 사인이 변경되었다.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이 머리를 때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는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소름에 몸을 살며시 떨었다.







어느 교도소


여러 교도관이 투입되는 사형집행


그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