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미디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거나 삭제된 비디오, 영화, 이미지 등의 미디어



과거에 방영되었거나 공개됐었던 영상물 또는 게임 등의 미디어 중

현재 시점에서 접근할 수 없거나, 유실되어 그 존재가 기록 또는 소수의 사람들의 기억에 의해서 알려진 것을 가리킨다.



이 로스트미디어가 가지는 매력이라고 한다면, 단연코 희귀함일 것이다.

아무나 발견할 수 없는, 실존의 여부 자체가 모호한 것

아마도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포함하여 로스트미디어는 그 자체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겐 모험이리라.



많은 사람들은 이 다수의 로스트미디어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포함하여 많은 곳에서 고군분투하였으나, 쉬이 해결되지 않았다.

애초에 쉽게 해결될 수 있다면, 그 또한 로스트미디어로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다.



어느 날 나에게도 이런 로스트미디어를 찾는 의뢰가 들어오게 되었다.

한 영화에 관련된 것이었다.

어느 영화제에서 상영 당시 극장 내에서 영화를 관람하던 이들 사이에서 참극이 일어나 관객 대부분이 목숨을 잃고, 영화의 필름마저 세상에서 그 자취를 감추어버렸다고 한다.

왠지 모르게 이 영화는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목숨을 걸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도 구분할 줄 아는 것 또한 중요한 법이다.

끝내 의뢰를 거절하려 하였지만, 거절하지 못할 만큼 큰 금액을 들이미는 의뢰인 때문에 거절할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필름을 찾지 못하더라도 절반을 준다고 하지 않는가.

거절의 명분은 이제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의뢰는 수락되었고 의뢰인은 한 가지 정보를 내게 전해주었다.

바로 영화감독의 거처였다.



전해 받은 감독의 거처에 도착하니, 상당히 을씨년스러운 저택이 눈앞에 나타났다.

커다란 문에 달린 문고리를 몇 번 두드리니 안에서 시종이 한 명 나왔다.

주인은 현재 장기간 집을 비워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역시 쉬운 일이 아닐 거로 생각했지만, 시작부터 이렇게 쉽지 않을 줄은 몰랐다.

마치 큰 벽에 막힌 듯 큰 절망감에 빠졌다.



그 때, 이 저택에 어떤 한 사람이 도착하였다.

그 역시 감독을 만나기 위해 온 사람 중 하나였다.

상당히 격양된 것처럼 보이는 그에게 말을 걸기란 쉽지 않았지만, 나를 보더니 이내 가라앉히며 잠깐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대화를 통해 그가 영화제의 생존자임을 알게 되었다.

그는 영화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늘어놓았고, 감독 또한 인간이 아닌 악마라고 표현하였다.

보통의 영화에는 표현의 선이 존재하지만, 이 감독은 그 선을 없애버려 보는 이로 하여금 감당하지 못할 것들을 마주하게 한다고 했다.



대화의 끝에 그의 목적 또한 알게 되었으니, 이 세상에서 그를 지워버리기 위함이었다.

감독은 이 남자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것인가

그렇다면 아마도 그를 찾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대신 그의 가족이라도 찾아보기로 하였다.



그의 가족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아니, 오히려 찾기를 바란 듯이 나타난 가족에 대해 나는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의 아내를 통해 감독의 최후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영화제의 참극이 벌어진 이후 그를 죽이려는 자들을 피해 다니다가 어느 날 문득 집에 돌아왔고, 지하실에 틀어박혀 영화를 끝없이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리곤 갑자기 필름을 온몸에 감은 채로 불을 붙여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숨겨두었던 영화의 원본 필름이라며 나에게 한 상자를 건넸다.

마침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로스트미디어를 발견하게 되었다.

잠깐의 기쁨도 잠시

마치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다는 듯 불 꺼진 방 안

그리고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춘 감독의 가족들

나는 두려움을 느끼며 그곳을 서둘러 빠져나왔다.



의뢰인을 기다리며 나는 지난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한 영화제에서 벌어진 참극

그리고 사라진 필름....

결국 원본 필름을 찾을 수는 있었으나, 그 과정에서 벌어진 믿지 못할 일들

비현실적인 일들을 겪고 나니 두려움은 갈수록 더해져만 갔다.



그러다 바라본 시계는 이미 의뢰인이 도착하기로 했던 시각보다 지나있었다.

문득 인기척을 느끼며, 나는 조심스레 커튼 뒤로 몸을 숨겼다.

이내 방 안으로 누군가 들어왔고 그가 든 총을 통해 무언가 벌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대로 죽음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기에 그의 뒤를 덮쳤다.

그리고 방 안에 울려 퍼지는 총성음

옆구리에 화끈함을 느꼈으며, 펜을 든 손에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목을 관통당해 죽은 침입자를 뒤로 필름이 든 상자를 가지고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아마도 급소를 맞은 듯했고, 나는 곧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문득 어떤 생각이 머릿속에 차올랐다.

이윽고 나는 필름이 든 상자를 들고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