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알람소리에 억지로 감기는 눈을 뜨며 휴대폰을 찾았다.


"아.. 벌써 아침이야?"


직장 동료들과 승진을 축하하며 새벽까지 마셔서 그런지, 일어나야 한다고 아우성 치는 머릿속 외침을 뒤로 한 채 다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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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침대와 이불이 몸과 하나가 된 느낌을 탐닉하던 그때 방문이 열리며 아내가 들어왔다.


"여보!! 벌써 8시야 출근해야지!!"


그제서야 부스스한 머리를 털며 일어나 늦게 들어온 죗값인지 숙취를 느끼며 거실로 나왔다.


결혼생활 3년차 딱히 싸운 일도 없었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그저 이러한 나날이 계속 이어지기만을 바랬다.


단지 그뿐이었는데.


"회사 지각인거 같은데 괜찮아? 팀장님한테 연락 해야하지 않나?"


"아냐 어제 늦게 들어왔잖아, 오늘 쉬기로 했어"


그제서야 안심된 표정으로 아침을 권하는 아내, 어제 늦게 들어온 나를 기다리느라 잠도 부족할 것인데, 그럼에도 콩나물국을 끓여줬다.


아내가 차려준 밥상을 다 먹고, 밥그릇을 싱크대에 담가둔 뒤에 소파로 가 TV를 켰다.


"이제 슬슬 일 텐데"


TV에선 대규모 폭동 시위가 일어났다고 집에서 나오지 말라는 속보가 어느 채널을 돌려도 계속해서 나왔다. 휴대폰에선 긴급 안내 문자가 계속해서 울렸음에도, 그럼에도 설거지를 하던 아내는 현실성을 느끼지 못했는지 태연하게 말했다.


"무슨 일인지 시끄럽네~"


그 순간 울리는 노크 소리.


나는 다급하게 아내에게 다가가 조용히 문을 열지 말라고 말하려 했지만, 아마 닿지 않았던 거 같다.


"누구세요~"


잠깐의 정적


그리고 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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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먼지와 피가 섞여 엉망진창이었다.


난 희미하게 떨리는 눈꺼풀을 들었다.


"으으..... 으우..."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옆구리가 욱신거린다.


옆구리가 뜨겁다.


피가 멎지 않는다.


눈동자를 굴려 주위를 확인한다.


조금 위를 보니, 이미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정도로 너덜너덜해진 현관문과 내부에서 폭발한듯한 살점, 피 그리고 내 옆에는 반지가 아니었다면 누구인 것인지도 몰랐을, 아내였던 것의 손이 있었다.


오늘로 몇 번일까, 세는 것 따위는 진작 의미가 없어졌다. 익숙해져야 하는데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머리는 갈수록 차가워지지만 가슴은 갈수록 아파온다.


'그것'은 내 눈앞에서 이미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아내였던 것의 살점을 소중한 듯이 모아 입안으로 털어 넣는다.


소리를 질러보지만 공기 빠진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마 폐를 다친 것 같다.


'그것'은 이제 볼일은 끝났다는 듯이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입이 찢어지는 웃음을 지으며 옆집으로 향한다.


"으으 히이발.."


허탈하다. 죽음조차 내겐 허용되지 않는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나로썬 모른다. 차가워지는 몸을 뒤로 하고 밖을 쳐다본다.


전봇대엔 입가엔 피로 가득한 까마귀들이 가득하다. 찢어지는 비명이 계속해서 귀를 맴돈다. 어느 날 갑자기 '그것'들은 나타났다. 애초에 '그것'들은 과연 생명체라 할 수 있을까.


사지가 잘린 채 눈웃음을 지으며 몸통으로 걸어 다니고,

인간들의 신체를 기괴하게 이어 붙인 것들을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고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얼굴의 형체가 찌그러 질 때까지 벽에 머리를 박는다.


나는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이어가야 할까


이미 의미없다. 부질없다. 어떤 짓을 해봐도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경찰을 부르기도 해봤고, 아내와 도망치기도, 아니면 끝까지 집에 숨어있기도 해봤다.


그러나 그것은 실수였다. 그럴 때마다 공포에 질린 아내를 봐야 했고, 식량이 떨어져 말라버린 아내를 위해 내 팔을 먹일 때도 있었고, 산 채로 '그것'에게 뜯어 먹히는 장면을 보기도 했다.


지쳤다.


너무 힘들다.


이미 내 정신은 마모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하루는 반복된다.


아내가 늦잠 자는 나를 깨워준다.


그 목소리가


매일 먹는 그 콩나물국의 맛이 마모된 내 정신을 다시 모아서 붙여준다.


온몸에 한기가 든다. 이미 하반신에는 감각을 잃은지 오래다. 그래도 괜찮다. 다시 한번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나는 몇 번이고 다시 이 생활을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하며 눈을 감는다.


그러나 이상함을 느낀다. 본래라면 이맘때쯤 시끄러운 알람소리가 들려야 할 터인데 들리지 않는다. 애꿎은 상처를 쑤셔본다. 빨리 죽으라고, 빨리 이 악몽에서 깨어나라는 듯이.


그럼에도 이 악몽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모순적이다. 반복되는 하루에 지쳤었다. 어딘가에서 듣고 있을 신에게 소리쳤었다. 원망했었다. 어째서 내게 이런 능력을 준 것인거냐고,


의문이었다. 분명 이것을 원했을 터인데 분명 원했을 터인데,


어째서인지 눈시울이 붉어진다.


무언가 뺨을 타고 내린다.


이미 식어버린 아내의 손을 붙잡아본다.


눈이 감겨온다.


마지막으로 아내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입안에 콩나물국 향기가 아직도 나는 거 같다.


어딘가에서 듣고 있을지 모를 신에게 바라본다.










오늘이 또다시 찾아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