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떨리시죠, 다들 그러시더라고요..아이구, 전 추우신 줄 알았어요."


너스레를 떨며 이번 결혼식의 주인공에게로 다가갔다. 나는 이곳, 만월 웨딩홀의 상담사이다.

유독 작고 귀여운 이번 신부는 자신의 몸보다 더 큰 메리지 블루를 겪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다시 웃음짓는다. 웃음을 보고 신부의 불안이 달아나 버리도록.


"그래도 이번이 불안한 마음의 마지막 단계이실 거예요.

어떤 분은, 심지어 식장 들어가기 전에 이게 정말 옳은 건지 물어보기까지 한다니까?"


신부는 아직 말이 없었다. 딱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이 결혼식을 망치게 둘 순 없지 않은가.

나는 다시금 입을 놀린다.


"그런데 또, 막상 들어가시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는 표정도 짓고 말이죠. 그러니까 원래 그래요! 너무 울면 화장 망가져요."


"....."


신부가 완전히 얼어붙은 것 같았다. 입술을 깨물기까지 하며 떨고 있지 않은가!

아무래도 무작정 기분을 북돋우는 방법은 그만두어야겠다. 신부의 입에 피를 낼 수는 없다.


" 으응, 신부님께서 많이 긴장하셨구나. 좀 앉아 있어요, 우리.

괜찮아요, 드레스 주름은 순식간에 펼 수 있으니까요. 저희 예식장 직원분들은 모두 이러한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잘하셨어요, 네. 구두도 잠시 벗고 계세요. 괜찮아요."


내가 제안하고 나니, 신부는 나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 구두를 벗어도 된다고 안심시키자 자그마한 발이 붉게 변한 것을 보았다. 에구구, 계속 서 있었구나.


"...."


신부는 아직 말이 없었다. 이제는 신랑과 신부 둘만의 추억을 조금 일깨워볼까 싶다.

신부가 너무 숨막혀하지 않도록 나는 따로 의자를 가져와, 신부의 옆에 앉았다.


"저랑 상담할 때..기억나세요? 두분 가족분들께서 반대가 심하셨다면서요. 많이 속상하셨고..."


"......."


" '당신을 만들어주신 가족들의 축복을 받아야, 우리가 맺어지는 것이 의미가 있다'..크으. 남편 되실 분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셨다면서요. 얼마나 멋져요? 부럽다. 저도 그런 말 들어보고 싶어."


"....."


"또.....잠시 사귀었을 때, 신부님께서 웃는 모습에, 그분께서 잠깐씩 멈춰서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면서요. 뭔 일인가 했더니, 웃을 때마다 눈이 부셔서 멈칫거렸다고. 어후, 뭐야. 달달하게.."


"....."


신부의 손이 꼼지락거린다. 분명 기억하고 있을 거야. 신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기를 간절히 빌었지만,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신부는 자신의                                                           



이건 좋지 않다. 황급히 신부를 치료해주며 나도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해야 신부의 기분을 풀어줄 수 있을까.


멀쩡해진 신부의 몸을 얌전히 내려놓고 나는 고민에 빠진다. 격려도 통하지 않았고, 추억도 통하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쯤이면 신부가 직접 이야기를 들려줄 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너무 저만 말했나..?

알았어요, 그럼... 여기에서만 있는 비밀로, 신부님께서 하고 싶은 말, 제게 말해주시겠어요? 절대로 어디가서 안 말할게요. 속 편하게."



"..정말로, 약속하실 건가요..?"


신부가 고개를 들었다. 앗, 이건가. 이제 말해주시려나보다.

만월 상담사로서, 최고의 결혼식을 위하여, 신부가 하는 말을 열심히 경청해야지, 그리고 먼저 약속한 것처럼 비밀을 지켜야지.

"그럼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 결혼식의 주인공을 맡아주세요."





오늘은 기쁜 결혼식이다.


많은 노력 끝에 드디어 나도, 축복해주는 입장이 아닌 축복받는 입장이 되었다.


집안이 반대했지만 나와 내 가족 모두를 포기하지 않았던 남편에게 늘 감사하다. 


그리고 당신.


'청첩장'을 들고 내게 인사하는 당신. 고마워.

드디어 나도 여기서 벗어나는구나. 내 후임에게 당신과 같은 행운이 찾아오길 빌어 줘.





"하객 분들은 파란 문을 통해 안전히 귀가해 주세요."

"신혼여행은 정문으로 잘 다녀오십시오."


우리는 돌아섰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석:만월 웨딩홀 이용 안내서를 든 인간은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파란 문을 향해 몸을 던졌습니다.

이 세계에 '갇힌' 존재는 인간만이 아닐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