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새로 이사 온 도시를 둘러보기 위해서 옷차림을 정돈하는 소녀.

그동안 작은 마을에서만 살았던 소녀는 기대에 부푼 채로 새 옷을 꺼내 입어본다.


기대감에 부풀어 밖으로 나오자, 본 적 없는 높은 건물들이 소녀를 맞이한다.

이른 아침이지만 도시는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소리로 가득하다.



히늘하늘한 짧은 스커트가 소녀에게 무척 어울리고, 긴 소매는 소녀의 노출된 잘록한 허리를 강조해 준다.

원래 다리를 길어보이게 하기 위하여 치마를 위로 올려입는 패션이지만, 그동안 시골에서만 살아 패션에 대해서는 겉핥기로만 알고 있는 소녀는 치마가 내려가 배꼽이 보이는 것도 자각하지 못한 채 도시를 거닌다.



수많은 사람들, 도로를 바쁘게 달리는 자동차들, 높은 빌딩들까지. 소녀는 온통 낮설기만 한 도시를 이리저리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다.

몇몇 사람들 역시 소녀를 보게 된다. 사람들은 소녀의 호기심에 찬 눈동자와 귀여운 얼굴, 그와 대비되게 과감하게 노출된 허리와 배꼽을 보게 된다.



바람에 옷이 무방비하게 들려 명치 부근까지 드러났을 때는 쳐다보지 않던 사람들마저 무심코 고개를 돌려 소녀를 바라보게 된다.

배가 차가워 보인다, 가느다린 허리를 끌어안아 보고 싶다, 활발해 보이는 모습이 귀엽다...... 그러한 사람들의 생각을 소녀는 전혀 알지 못한다. 단지 이 도시의 광경을 눈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잠시 쇼핑몰에 들리기로 한 소녀. 그러나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소녀에게는 영 낮설게 느껴진다.

여름에 입을 옷을 구매하고 난 뒤 재빨리 빠져나가는 소녀의 모습을 보며, 점원은 소녀의 몸매에 어울릴 옷들을 생각하며 아쉬워한다.


소녀는 서점에도 들러서 책들을 둘러본다. 고향 마을의 작은 서점과 대조되게 사방이 책으로 빽빽하게 들이찬 공간에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킨다.

그런 소녀의 귀여운 얼굴과 새하얀 허리에 다른 손님들은 무심코 시선을 던지고 만다. 


카페에 들렀지만, 너무 많고 생소한 메뉴에 곤혹을 치른 후 익숙한 아이스티를 즐기게 되었다.

나중에는 평범한 일상이 되겠지만 지금 소녀에게는 이런 작은 경험까지도 너무나도 즐거운 일이다.


어느새 시간이 지나 어두워진 하늘. 도시의 별은 하늘에 뜨는 것이 아니라 땅에 내려앉는다.

여전히 분주한 도시의 불빛들이 수놓아진 모습을 비라보며 소녀는 미소짓는다.

초여름이지만 밤은 서늘하고, 도시의 불빛에는 온기가 없다. 차가운 공기가 배를 훝고 지나가자 소녀는 무심코 몸을 살짝 떤다.


피로가 몰려오자 소녀는 기지개를 쭉 핀다. 앙증맞은 배꼽이 세로로 길게 늘어나고, 적나라하게 드러난 새하얀 복부가 도시의 불빛을 받아 반짝인다.

도시에서의 생활은 이제 시작이다. 기대감과 걱정을 함께 가진 채 소녀는 집으로 향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