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의 연인이 자주 입에 담는 말이 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그녀의 얼굴과 몸매는, 아무리 내가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 해도 세련된 귀여움을 가지고 있다. 날 때부터 연한 갈색인,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끼는 자태는, 정말로 샴푸 광고의 한 장면이다. 성격은 질투심이 좀 많기는 하지만, 그것 말고는 비슷한 나이의 여자들과 비교해서 유치하거나 하지도 않다.

분명 그녀가 향상심이 강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나는 그녀의 그런 점을 존경한다. 그래서 그녀에게 고백을 받았을 때, 앞뒤를 따져 보지도 않고 받아들였다.

즉, 사귀기 시작했을 때에 내가 그녀에게 품고 있던 마음은 연애감정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존경은 경애로. 그리고 경애는 곧 애정으로 변했다. 요즘 들어서는 그녀의 옆모습을 무심코 쫓는 일도 많다. 

키리노 카린(桐乃夏凛)

그것이 나의 연인의 이름이다.

이름과 실상은 꼭 맞는 데가 있다(名實相符)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녀에게 어울리는 계절은 여름이 아니라 겨울이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 눈이 내리며 계속 쌓이는 와중에도 굳세게 피어나는 꽃.

“그냥 쌀쌀맞고 무뚝뚝하니까, 그렇게 보이는 거 아냐?”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나카가키 칸지(中垣寛治)는 그렇게 지적한다.

“카린은 소꿉친구인 칸지 너한테만 그런 태도를 보인다고.”

나는 그렇게 반론한다.

확실히 카린은 남들과 교제하는 데 좀 드라이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건 잘 모르는 사이일 때의 이야기이고,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그녀가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의 손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어째서 나를 좋아하는지는, 사실 지금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칸지는 평균적인 키인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운동도 잘하며, 성격도 쾌활한 남자다. 당연히 남녀 가리지 않고 인기가 있다. 그런 사람이 인기가 많은 거야 이해가 된다. 그래서 나는 카린에게 한 번 물어본 적이 있다.

 

“칸지하고는 유치원 때부터 같이 다녔다며?”

“그러네.”

“그렇게 오랫동안 같이 있으면서, 칸지한테 남자로서의 매력을 느낀 적이 없어?”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배려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질문이었기에, 나도 반성하고 있다.

아무튼 카린은 단정한 이목구비를 벌레라도 씹은 듯 구기며 혀를 내밀었다.

“으악.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마. 토할 것 같아.”

카린은 이어서 말한다.

“그 자식, 유치원 모래밭에서 놀고 있던 내 등에 애벌레를 넣었다니까. 그 뒤로 그 자식 얼굴을 보면 짜증만 난다니까.”

“카린에게 듣는 칸지는 다 비슷한 얘기만 있네요.”

“후후. 그 두 사람답잖아.”

정숙하게 웃는 사람은 니시하라 료코(西原涼子) 선배.

칸지와 연인 관계인, 우리보다 한 학년 위인 선배다.

어른‘스럽다’ 거나 어른‘답다’ 는 말이 진부하게 여겨질 정도로 성숙한 외모에 도량이 넓은 성격이어서, 한 학년 이상의 차이를 느끼게 되는 진짜 ‘어른’ 이다.

보브컷를 한 검은 머리에, 포용력이 엿보이는, 눈꼬리가 살짝 처진 커다란 눈. 아무리 봐도 고집이 세 보이는 카린과는 뭔가 다른 박력을 가진 눈이다.

그냥 추측일 뿐이지만, 카린의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라는 입버릇은, 그녀가 료코 선배를 동경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짐작하고 있다.

“왜 저런 멋진 사람이 어째서 칸지 같은 거랑…….”

카린이 자주 신기하다는 듯 그리 말했기 때문이다.

“저래 보여도 귀여운 면이 있어. 안 그래? 토모(トモ) 군.”

카린이 의아하게 여길 때마다, 료코 선배는 이런 식으로 나에게 이해를 구한다.

그녀가 눈을 살짝 치뜨고 올려다보면 어딘가 요염해서, 꼭 마녀처럼 신비롭게 보인다. 그런 분위기에 압도되어 나는 무난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뭐, 카린 쨩은 토모 군을 제외한 남자애들은 안중에도 없겠지만.”

“그…… 그야…… 당연하죠…….”

카린을 고개를 숙이고 뺨을 붉히며 우물우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칸지가 배를 잡으며 웃는다.

“우~하하하. 그 카린이 쑥스러워하네! 너도 소녀였던 거냐! 응? 그랬던 거야?”

카린은 아무런 대꾸 없이 칸지의 허벅지 뒤쪽에 무릎차기를 먹인다.

“왜 차는데, 이 기지배야! 이번에는 등에다 지네를 넣어 줄까?”

카린은 그 말을 무시하고, 쌀쌀맞게 고개를 딴 데로 돌린다.

“그만 그만.”

“자. 거기까지, 거기까지.”

나와 료코 선배는 이제는 딱 맞는 호흡으로 견원지간인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다.

이 두 사람은 평소에도 이런 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진짜로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다. 오누이처럼 자란 두 사람이라 서로를 허물없이 대하는 것뿐이다.

우리의 하굣길은 대개 언제나 이런 느낌이다.

어쩌다 보니 그룹 교제 같은 모양새가 됐는데, 나와 카린이 사귀는 것을 칸지와 료코 선배가 뒤에서 살그머니 응원해 주었던 영향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는 이렇게 4인조로 있는 것을 무척 편하게 느끼고 있었다.

넷이서 왁자지껄 오렌지색이 비추는 길을 걸어간다.

나는 이대로 잠시만 더 아이인 채로 있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과 몸은 멋대로 성장해서, 새로운 일에 흥미를 품게 되고 도전하고 싶어 한다.

그 결과로 커다란 상처를 입더라도, 우리는 몇 번이든 다시 일어설 수 있으리라.

“야. 토모는 장래에 뭐가 되고 싶냐?”

칸지가 뜬금없이 묻는다.

“토모는 말이지, 식물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어.”

내가 대답하기 전에 카린이 자기 일처럼 가슴을 펴고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너한테 안 물어봤거든.”

“너처럼 머릿속까지 근육인 남자랑은 달라.”

“상관있냐. 그 부분은 료코가 균형을 맞춰 준다고.”

칸지는 체육교사의 길을 목표로 하고 있고, 료코 선배는 의학부에 진학하는 것이 결정되어 있다.

“너 말이야, 똑바로 료코 선배라고 부르라고! 듣는 내가 다 화가 난다!”

“벌써 3년이나 사귀고 있는데 반말도 못 쓰냐!”

두 사람이 그렇게 한바탕 말싸움을 한 후, 칸지가 카린에게 물었다.

“그래서 너는 어쩔 건데? 우리 중에서 진로가 결정되지 않은 건 너밖에 없잖아.”

“나는…….”

그렇게 말꼬리를 흐리고 만다.

어른이 되고 싶다.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자신의 미래에 어떤 소망을 가지고는 있지만,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나도 느끼고 있었다. 그런 카린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은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연인으로서 안타깝다.

“토모. 너도 뭐라고 말 좀 해 줘라.”

“아직 서두르지 않아도 되잖아. 천천히 생각해 보면 되겠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카린은 안심했다는 듯 내 교복 소매를 붙잡았다.

 

그 후, 우리는 커플끼리 각각 갈라져서 귀로에 올랐다.

짧은 계단으로 언덕을 오르면 나오는 작은 공원. 거기가 나와 카린의 휴식처다. 칸지와 료코 선배에게도 비밀인 장소로, 단둘이 있고 싶을 때는 여기에 온다. 멀리 보이는 해안선에서 석양이 지는 모습은 마치 녹아내리는 알사탕 같았다.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관은 무척 시원스러웠지만, 동시에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깨닫게 만든다.

너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다.

마을에게 그런 말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발밑에서 불어오는 따스한 초여름의 바람이 카린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다. 그녀는 날리는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누르며, 어딘지 모를 먼 장소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나는, 토모랑 여기에 오면 안심이 돼.”

“어째서?”

“혼자만 오면 좀 무섭거든. ‘너는 누구냐?’ 하고 마을이 나에게 묻는 것 같아서.”

“……그렇구나.”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어, 따위의 진부한 말은 꺼내지 않았다. 그저 쑥스러웠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 대신에 손을 잡는다.

그러자 카린이 안심했다는 듯 말한다.

“이렇게 있으면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어. 이 사람의 연인이다, 하고.”

내가 묵묵히 듣고 있자, 카린은 쑥스러움이 배어나오는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몸을 돌린다.

“하지만 그래서는 토모한테 의존하기만 하는 것 같아지겠네. 자기 자신에 대해서 똑바로 말할 수 있어야 되겠지.”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거야?”

“…………그럴지도. 어른이 되면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 것 같거든.”

그렇게 말하는 카린의 손은 따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안에 켜져 있는 등불을 지키는 것뿐이다.

나는 마녀처럼 카린에게 호박 마차와 유리 구두를 마련해 줄 수 없다.

분명 우리가 어른이 되려면, 넘어져 상처 입기도 하고, 절벽을 뛰어넘으려다 떨어지기도 하는, 그런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그때, 나는 그녀의 손을 이렇게 꽉 붙잡아 줘야 할까.

아니면 그녀가 일어나려 할 때만 손을 내밀어 줘야 할까.

그런 것도 깨닫지 못했는데, 해는 저물어 간다.

빈약한 가로등이 비추는, 둘만의 공원에서, 우리는 몇 번인가 키스를 했다.

입술을 겹칠 때마다 간지럽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 카린은 무척 사랑스러워서, 이 자리에서 끌어안고 싶어진다. 그런 정념(情念)을 참으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주변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카린은 공원을 뒤로 할 때, 미련이 남은 것 같은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마을을 내려다봤다.
 



1화

 

 

“모델 같은 거 하면 좋을 텐데.”

료코 선배가 갑자기 그렇게 말한다.

“누구요?”

“카린 쨩.”

“확실히 함께 거리를 걷다 보면 자주 스카우트 제의를 받긴해요.”

“그렇지? 아주 잘 어울릴 거 같아.”

“본인은 그런 권유를 받을 때마다 질색 하지만요. 할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에이, 아깝네. 그렇게 날씬한데. 엄청 부러워.”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는 방으로 돌아간다.

내 손에는 료코 선배가 끓여 준 커피를 올린 쟁반. 료코 선배는 간식거리를 들고 있었다.

주말 오후. 우리는 료코 선배 집에 모여 시험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료코 선배의 부모님은 직업 때문에 거의 해외에 나가 있어서, 료코 선배는 실질 자취중이다. 그녀의 야무진 일면은 그런 일상생활에서 길러진 것이리라.

아무튼 이 근사한 집은, 우리의 아지트로 자주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료코 선배가 앞장서서 계단을 올라간다.

“미안해, 도와달라고 해서.”

“아니요. 자리도 내주셨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슬며시 시선을 옆으로 조금 돌리면서 그녀의 뒤를 따른다.

눈앞에는 모양 좋은, 그러면서도 육감이 풍만한 엉덩이가 살짝살짝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타이트한 스커트를 입고 있어서, 그 둥그런 모양이 몹시 선정적이다.

나는 무심코 그 엉덩이에 홀려버릴 것 같았지만. 연인이 있다는 긍지로 자제심을 유지해 가능한 시야에 들어오지 않게끔 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모여 공부를 하면, 여유가 생기는 사람은 대체로 나와 료코 선배가 된다. 뭐, 료코 선배는 한 살 연상이고, 의학부를 지망할 정도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나도 공부는 잘하는 편이어서, 나와 료코 선배가 카린과 칸지를 가르치는 것이 언제나의 흐름이다.

카린과 칸지가 교과서를 한 손에 들고 끙끙거리며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이에, 나와 료코 선배가 차를 준비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었다.

그때마다 계단에서 료코 선배의 고혹적인 뒷모습을 보게 되는데, 나에게는 일종의 정신수행 같은 것이다.

봐서는 안 된다. 봐도 욕정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나는 카린의 남자친구다.

“잘되어 가?”

실내의 두 사람에게 물으면서 료코 선배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나는 그 뒤를 따랐다.

안에서는 변함없이 화목하다고는 할 수 없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이 단어 뜻, 뭐였더라…… 아, 모르겠네.”

칸지가 머리를 긁적이며 투덜투덜 혼잣말을 한다.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해.”

카린은 칸지 쪽은 보지도 않고 냉담하게 내뱉었다.

“싫으면 나가.”

“네 방도 아니잖아.”

칸지가 입을 삐죽거리며 놀리는 투로 시비를 건다.

“제 여자친구 방입니다~. 너한테는 뭐라고 해도 되는 입장입니다~.”

“그 억지는 뭐야. 말이 되는 소릴 해라.”

료코 선배와 나는 항상 있는 일이라, 굳이 중재도 하지 않고 테이블 위에 커피와 과자를 놓았다.

“잠깐 쉴까.”

료코 선배가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 앉는다.

우리는 테이블을 중심으로 빙 둘러앉았다.

료코 선배의 방은 그야말로 그녀의 내면을 나타내고 있었다. 쓸데없는 것은 일절 놓아두지 않았지만, 결코 살풍경하지는 않게, 세련된 인테리어와 작은 관엽 식물이 장식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냄새가 났다.

카린도 한때 이 방을 본떠서 자기 방을 꾸미려 했지만, 도저히 조화가 맞지 않아서 포기했다고 한다. 자신에게는 아직 빠르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움츠리던 그녀의 웃는 얼굴에서는 신기하게도 어떤 후련함이 느껴졌다.

“하아…….”

그 카린이 한숨을 쉬면서 초콜릿의 포장지를 벗긴다.

“그렇게 지쳤어?”

내가 묻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만 모두와 달리 진로를 제대로 정하지 못했으니까, 무얼 위해 공부하나 그런 생각까지 들어서 더 피곤해져.”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하지만 되고자 하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흔해 빠진 사춘기의 고민.

칸지가 끼어든다.

“모델이나 해라. 아저씨랑 아주머니께 감사하라고. 겉모습은 그럭저럭 괜찮게 낳아 주셨으니까.”

“자기 일 아니라고 쉽게도 말하네. 모델 세계가 그렇게 만만하겠냐. 나 같은 애한테…….”

카린은 굳이 따지자면 기가 센 여성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신에 대해 낮은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불균형이 나의 보호욕구를 자극한다.

“카린이라면 분명 어느 분야든 잘할 수 있을 거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카린이 나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나는 그 보석 같은 눈동자를 정면에서 똑바로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좋겠지만.”

카린은 살짝 뺨을 붉히더니, 테이블 아래에서 내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살포시 올렸다.

그 행위는 테이블에 가려져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칸지는 이럴 때만 눈치가 좋다.

“남의 여자친구 집에서 애정 행각 벌이지 말라고.”

히죽거리며 그렇게 말한다.

카린은 오히려 반항하듯 내 손을 더 세게 쥔다.

료코 선배는 온화하게 미소 지으면서 커피잔에 입을 댄다.

“이런, 칸지 군. 두 사람을 놀리지 마.”

“네, 네.”

“이따가 내가 손잡아 줄 테니까. 응?”

“그건 감사.”

가벼운 말투로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칸지는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을 놓칠 소꿉친구, 카린이 아니다.

“왜 부끄러워하는데? 기분 더럽게.”

“뭐어? 누가 부끄러워했다고?”

칸지는 료코 선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겨 몸을 밀착시켰다. 그것은 카린의 도발에 대해 명백하게 보란 듯이 구는 행위였다.

칸지의 뺨은 미미하기는 하지만 확실하게 홍조되어 있다. 그에 반해 료코 선배는 딱히 동요하는 모습도 없이 우습다는 듯이 미소 짓고 있을 뿐이다.

“흥이다!”

갑작스러운 칸지의 만행에 카린은 혀를 내두른다.

그리고 곁눈질로 나를 흘끔 올려다보고, 자연스럽게 어깨를 기대어 왔다. 칸지에게 대항하려는 마음으로 한 행위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나는 칸지에게 감사한다.

카린은 귀까지 새빨갰다.

평소라면 남들 앞에서 스킨십을 하려 드는 타입도 아니고, 사귄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는 둘 다 남녀교제가 처음이었던 것이다.

이 자리의 분위기에 휩쓸린 것이긴 해도, 카린치고는 상당히 대담한,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내 팔꿈치에 닿은, 카린의 날씬한 몸을 봐서는 상상도 가지 않는 풍만한 유방에서, 긴장한 고동소리가 두근두근 전해져 들려온다.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아무튼 우세를 점한 칸지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말한다.

“무리하는 거 아니거든. 평소에도 이렇거든.”

두 사람 다(특히 카린이) 고집쟁이라서 서로 양보하지 않는다.

“그쪽은 우리랑 다르게 사귄 지도 얼마 안 됐잖아.”

“뭐? 여, 연애에 시간이 길든 짧든 상관없거든!”

이런 식으로 두 사람이 사이좋게 말싸움을 하는 것을, 나와 료코 선배가 따뜻한 눈길로 지켜본다. 그것이 일상이었다.

“너희는 아직 꼬맹이야.”

“뭐…….”

카린이 뭐라고 반론하려 하자, 칸지가 료코 선배의 이마에 경쾌하게 키스를 했다.

카린도 지지 않겠다는 듯 눈을 감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온몸은 부들부들 떨고 있다. 얼굴이 새빨개진 것이 무리를 하고 있음이 일목요연했다.

“아니, 애써 맞서려 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 그녀의 이마를 살짝 밀어내며, 뒷머리를 살며시 쓰다듬는다.

카린은 그래도 역시 좀 분한 것 같았다. 얇고 혈색 좋은 입술을 한일자로 다물고, 나를 째려보고 있다.

그런 우리를 보고, 료코 선배가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것처럼 킥킥 웃고 있었다.

“토모 군과 카린 쨩은 정말로 귀엽네.”

“료코가 더 귀여워.”

칸지가 이번에는 료코 선배의 뺨에 키스를 하려 한다.

“알았어, 알았어.”

료코 선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칸지의 어깨를 밀어낸다.

칸지는 어딘가 라틴계 같은 부분이 있어서, 정열적인 애정표현을 창피해하지도 않고 당당히 한다. 료코 선배가 그런 애정표현을 요조숙녀답게 상냥하게 꾸짖는 것이, 언제나 보는 두 사람의 행동 패턴이다.

나와 카린은 그런 두 사람에게 적지 않게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는 연애경험이 적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친숙한 본보기를 참고하게 된다.

료코 선배가 싱긋싱긋하며 입을 열었다.

“시험 끝나면 넷이서 놀러가자.”

우리는 빈번하게 더블데이트를 한다. 어쩌면 더블데이트를 한 횟수가 각각의 커플 단독으로 한 데이트 횟수보다 많을 가능성도 있다.

처음에야 데이트에 익숙하지 않은 나와 카린에게 칸지와 료코 선배가 시범을 보여 주려 협력한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저 함께 있으면 즐겁다는 이유로 같이 논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빠지면 조각이 채워지지 않는다. 그런 4인조가 되어 있었다.

물론 연인 사이이니, 단둘이만 있고 싶은 때도 있다. 그래서 보통의 데이트도 제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역시 나와 카린 두 사람만 있으면, 아직도 조금 어색한 면이 있다. 대화가 끊어져서 갑자기 껄끄러워지기도 한다. 그런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칸지에게 물었더니, 그런 침묵조차 즐기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나와 카린은 여전히 그 영역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런 우리여도, 약 1년 가까이 함께였기에 해야 할 것은 하고 있다.

첫 키스.

그리고 그 뒤도…….

어느 쪽도 충격적이라, 기억이 선명하다.

카린은 내 가치관을 크게 바꾸어 주었다.

나는 그런 카린에게 강하게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있고, 이때까지 연애와는 거리가 멀었던 나는 한때 성적이 크게 떨어질 정도로 그녀에게 푹 빠져 있었다.

다행히 카린도 나를 좋아해 주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해 준다.

고작 그뿐인데도 기적 같이 느껴지는 매일이었다.

칸지가 자신의 일을 자랑스럽게 말한다.

“지금은 남의 여자친구 집에서 애정 행각을 벌일 정도로 성장했지만, 카린이 정말로 숙맥이라서 큰일이었지. 아무리 등을 떠밀어도 토모한테 고백을 안 했거든.”

그런 칸지에게 카린은 혀를 내민다.

“시끄러워! 딱히 네 손을 빌린 적 없으니까! 내가 상담했던 사람은 료코 선배거든!”

두 사람이 언쟁을 벌이는 평화로운 한 장면을 간식 삼아 커피를 홀짝거린다. 행복하다.

그러다 무심코 료코 선배에게 시선을 돌린다. 나는 어떤 부자연스러움을 느꼈다.

왜인지 묘하게 얼굴이 빨갛다.

아까 칸지가 어깨를 끌어안아서?

아니, 그 정도로 얼굴이 빨개질 사람이 아니다. 여유라는 개념이 옷을 입고 걸어 다니는 것 같은 사람이다.

“료코 선배. 열이라도 있어요?”

“응? 아니, 그런 거 없어.”

료코 선배는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되물었다.

“토모 군이야말로 얼굴이 좀 빨간데?”

엥? 나도?

그러고 보니 심박수가 조금 빠른 것 같다. 손에도 땀이 배어 있다. 머리도 멍하다. 감기일까.

정신을 차려보니 칸지와 카린의 말싸움도 격렬해져 있었다. 그것도 평상시와는 다른 열기를 띠고서.

“너랑 토모가 사귀게 된 건 내 덕이지!”

“아니야! 너의 의견 같은 건 참고하지 않았거든!”

칸지는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였고, 카린은 이상하게도 히스테릭해져서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다.

뭔가 모두의 상태가 각각 조금씩 이상하다.

나도 사고회로가 잘 안 돌아간다.

그러다가, 무심코 손에 들고 있던 초콜릿 과자의 포장지에 눈길을 주게 되었다.

『※알코올 함유』

뭐?

나는 초콜릿이 들어 있던 상자를 꼼꼼히 살펴봤다. 그러다가 한 가지 사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선배. 이거 위스키 봉봉이에요. 그것도 도수도 높아요.”

“……뭐? 정말이야?”

나와 선배는 옆을 본다.

“그런데 이 초콜릿 되게 맛있다.”

칸지가 그렇게 말하며 초콜릿을 휙휙 입 안에 던져 넣는다.

“나도~, 진짜 열심이라고~.”

카린에 이르러서는 울상을 지으면서 덥석덥석 입에 넣고 있다.

“아차차.”

료코 선배는, 나에게 고개를 돌리고 윙크를 하면서 혀를 빼꼼 내밀었다.

“미안. 부모님한테 받은 거야, 해외의 특산물이래서, 제대로 보질 않았어.”

료코 선배에게서 그런 장난기 가득한 사과를 받으면, 화를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다. 무척 매력적이니까.

시선을 칸지와 카린에게 돌리자, 두 사람은 완전히 열이 올라 있었다.

“그러니까 너희 둘은 안 된다고.”

“뭐어!? 너한테 설교를 들을 이유가 없는데요!”

그 난폭한 말투는, 그야말로 변두리 술집에서 말싸움을 하는 사회인의 모습이다.  

뭐, 평소에도 이런 느낌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술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두 사람 다 너무 술이 약하잖아……. 확실히 위스키 봉봉 치고는 센 부류의 알코올 도수이긴 하지만.

칸지가 주먹을 휘두르며 열변을 토한다.

“연인이라는 건 말이야, 언제 어느 때든 적극적으로 서로 열기가 식지 않도록 도전 정신을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법이야.”

“그런 거 없어도 나와 토모는 러브러브라고!”

두 사람은 우적우적 초콜릿을 먹으면서 싸움이나 다름없는 의논을 계속한다.

“아니. 너희들은 아직도 꼬맹이라니까. 어린애들끼리 사귀는 수준이야.”

“아니거든! 어른의 남녀교제 하고 있거든!”

“어차피 섹스도 소꿉놀이처럼 얌전하게 끌어안고 있다가 끝나지?”

뚝, 하고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카린의 관자놀이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초콜릿 몇 개를 호쾌하게 입에 던져 넣더니, 취기에 맡겨 소리를 지른다.

“토모의 섹스는 그렇게 약해빠진 거 아니라고!”

주말 낮무렵. 햇빛은 화창했다.

완전히 고주망태가 된 카린은 항의의 의미를 담아서 테이블을 탕탕 때리며, 테이블 아래에서 발을 뻗어 칸지를 연달아 걷어차고 있었다.

“나한테는 뭐라 하든 상관없지만, 토모를 바보 취급하면 용서 안 할 테니까!”

“나는 말이지, 토모가 아니라 너를 걱정하는 거야.”

칸지는 말투가 이상하게 변했다.

“나, 나의 뭐가 걱정이냐고…….”

칸지는 카린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척 가리켰다.

“그러니까, 너는 정신연령이 낮다고!”

“윽.”

콤플렉스를 찔리자 카린은 가슴을 부여잡았다.

“토모한테 고백할 때까지…… 아니, 고백한 뒤에도 우리가 업어 주고 안아 주고.”

“으으으.”

“료코를 동경하는 것도 자신이 어리다는 것을 깨달아서 나오는 반발심이고.”

“으으으으.”

잘 모르겠지만 카린이 열세인 듯하다.

그런 카린이 떼를 쓰듯 소리를 내지른다. 

“그럼, 그럼 너는 어떤 어른의 연애를 하고 있는데!”

칸지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야 물론 여러모로 생각하고 있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데!”

카린은 말은 시비조였지만, 흥미가 동하는 듯했다.

“알겠냐? 우리는 이미 3년도 넘게 사귀고 있다고. 그 안에는 권태기라고 부를 만한 시기도 있었지. 그때 나한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결국 실행하지는 못했지만.”

“그게 뭔데…….”

칸지는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대답한다.

“바로 스와핑이다!”

옆에서 료코 선배가 그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네~.”

카린은 나의 팔꿈치를 찌르며 작은 소리로 묻는다.

“……있잖아. 스와핑이 뭐야?”

“어…… 그러니까…….”

내가 대답을 못하고 있자, 칸지가 대신 대답했다.

“스왑은 교환이지? 그러니까 두 쌍의 커플이 파트너를 각자 교환해서 섹스를 한다는 거야.”

카린이 취기에 더해서 얼굴이 더 빨개진다.

“그, 그런 불건전한 짓을! 불건전한! 대체 무슨 소리인지를 모르겠거든!”

칸지를 변호해 주려고 료코 선배가 끼어든다.

“권태기 때 둘이서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을 뿐이지, 결국 하지는 않았어.”

취했다고는 해도 카린에게는 자극이 너무 강한 이야기였는지, 머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를 방치해 두고 칸지가 벌떡 일어나 주먹을 쥔다.

“그때는 상대가 없었어. 하지만 지금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진 상대가 있지. 함께 있으면 즐겁고, 신뢰할 수 있고,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

나는 나도 모르게 묻고 만다.

“혹시 우리를 말하는 거야?”

“너 말고 누가 있겠냐? 토모여! 아니 절친이여!”

“어어어어어어어! 잠깐 기다려!”

갑자기 카린도 몸을 쑥 내민다.

“그 말은 즉…… 보자, 그…… 토모랑 료코 선배가 하고…… 나랑 네가 한다는 소리?”

“그렇지!”

칸지는 팔짱을 끼며 거만하게 몸을 뒤로 젖혔다.

“절대로 싫어!”

“나도 싫다고! 아무리 친한 친구가 상대라도 료코와 섹스를 한다니.”

“뭐? 무슨 소리야. 모순이잖아.”

“하지만 어른이 되려면, 때때로 가시밭길로 나아가는 도전이 필요하다고.”

그 말을 듣고 카린은 숨을 삼킨다. 평소에도 ‘어른’ 이란 말에 집착하던 카린은 뭔가 생각하는 점이 있는 것 같았다.

칸지는 거기에 쐐기를 박는다.

“까놓고 말해서 나는 너를 보고 안 서!”

“……나를 보고 흥분해도 기분만 더럽거든. 진짜 짜증나네.”

“하지만! 아픔도 없이 성장한 남자가 있었던가? 아니 없어!”

“흐응. 나하고 하는 섹스는 너에게는 ‘아픔’ 이란 소리네…….”

카린은 정말로 화가 났는지 입꼬리를 실룩거리고 있다.

칸지는 이미 주정뱅이처럼 휘청거리고 있다.

“따라서! 나는 여기서 너희들에게 스와핑을 제안한다!”

“와~아. 짝짝짝짝.”

꽤나 얌전히 지켜보고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료코 선배도 상당히 취한 것 같다. 웅변을 토하는 칸지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 흥을 돋우고 있었다. 선배…… 취하면 못된 장난을 치시는군요.

“저기요, 저기요. 선배 좀 말려 주세요. 저 혼자서는 수습 못한다고요.”

“으~응?”

당황한 내가 제지를 하는데도, 뭐가 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안 되겠다. 이 방에서 이성을 잃지 않은 사람은 나뿐이다.

칸지의 폭주는 멈추지 않는다.

“뭐냐, 뭐냐. 설마 쫄았냐? 그 카린 씨가 말야.”

카린을 계속 도발한다.

“쫄고 자시고,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카린도 그에 넘어가고 있다.

칸지와 카린은 꼭 서로 노려보는 불량배들처럼 대치하며 붙어 있다. 칸지도 카린도 주먹질을 할 사람은 아니라 그것만은 안심하고 보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버려 둘 수는 없었기에, 나는 카린을 뒤에서 살며시 끌어 안 듯 붙잡는다.

“넌 항상 곤란해지면 그렇게 토모한테 도움을 받더라.”

“아니야! 나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인간이……!”

그때, 내 뇌리에 그 공원에서 들었던 카린의 말이 되살아난다. 분명 카린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녀는 도중에 말을 삼킨다.

‘이렇게 있으면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어. 이 사람의 연인이다, 하고.’

‘하지만 그래서는 토모한테 의존하기만 하는 것 같아지겠네. 자기 자신에 대해서 똑바로 말할 수 있어야 되겠지.’

카린이 머릿속에서 떠올리고 있는 것은 나의 연인이라는 아이덴티티와 확실한 장래성이 없는 자신.

그것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였다.

그 틈에 칸지가 말을 계속 잇는다.

“나는 네가 모르는 어른의 섹스를 알고 있어. 너를 어른으로 만들어 줄 수 있지.”

그 말은 내 머리에 총탄을 박아 넣었다.

어른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나는 카린에게 당당하게 그렇게 말해 줄 수 없다.

분명 카린도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두 주먹을 쥐고 있다.

“……너, 너한테 걱정을 받을 일 없어!”

“그 정도의 자극이 없으면, 너도 성장을 못 한다니까!”

“그게 쓸데없는 간섭이라고! 그럴싸한 억지를 늘어놓고,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것뿐이잖아! 우리를 끌어들이지 마!”

“있잖아, 너도 알잖아? 이대로 멍하니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아니지? 어떤 벽을 무너뜨리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고.”

“그 벽이 어째서 연인 교환인데! 멍청아! 바보야! 병신아!”

“이건 나만의 의견이 아니야. 료코도 같은 의견이라고.”

“어…… 료코 선배가?”

그 이름이 나오자 갑자기 카린의 목소리 톤이 낮아진다.

카린과 함께 시선을 료코 선배에게 돌리자, 명랑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나는 딱히 절대 그런 걸 하고 싶은 건 아닌데. 칸지 군이 하는 소리도 일리가 있다고 할까, 설득되어 버린 느낌일까.”

료코 선배는 카린에게 있어 어른의 상징이다.

그 상징이, 스와핑이 어른이 되는 계단을 오르는 방법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해 버렸다. 그 사실은 카린의 머릿속을 뒤흔들었을 것이다.

료코 선배는 말을 잇는다.

“그래도 뭐. 역시 상대가 문제다 싶어서, 그 이야기는 중단했어. 하지만 잘 생각해 보니까, 카린 쨩이랑 토모 군이 상대라면 이상적이지 않을까 하더라고. 등잔 밑이 어두웠던 거지.”

“……하, 하지만, 그렇다고…….”

카린은 그래도 저항을 계속한다.

“역시 소꿉친구라서 생각하는 법도 닮는 걸까. 칸지 군도 어른이라는 개념에 콤플렉스가 있나 봐. 연인인 내가 연상이라서 더 그런 걸까.”

“그래! 나는 꼬맹이야!”

말참견을 하는 칸지를 카린이 노려본다.

“알고 있으니까! 너는 닥치고 있어!”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료코 선배는 즐겁게 지켜본다.

“후후. 뭐 어쨌든, 칸지 군도 어른이 되고 싶다는데. 그 마음가짐 자체는 응원해 줘야지. 스와핑에 찬성하는지 어떤지는 제쳐 두고.”

그때 갑자기 료코 선배와 나의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토모 군이 상대라면 혐오감이 없을 것 같고.”

그런 말을 한다.

료코 선배의 말을 듣고 카린은 조용해졌다.

소꿉친구 칸지도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품고, 옳고 그름을 떠나, 적극적으로 성장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에 비해 자신은 막연하게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나의 연인의 옆모습에는, 그런 갈등이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의 자신인 채로, 그녀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연인의 자격이 있는 것일까. 

칸지가 타이르듯이 말한다.

“카린. 잘 생각해봐. 서로를 발판 삼아서 더 높이 뛰어오르는 거야.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야. 토모도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야.”

“……무슨 뜻이야?”

“네가 이상적으로 여기며 동경하는 여자가 누구지? 료코지? 그 료코와 일선을 넘는 것으로 토모 또한 크게 성장하겠지.”

무슨 소리야? 나도 드디어 본격적으로 알코올이 도는지, 머리가 빙글빙글 어지럽다.

“………….”

카린은 묵묵히 듣고 있었다.

“토모가 성장하면, 그건 너의 성장으로도 이어져. 서로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연인이 될 수 있어! 그렇겠지?”

“그럴까?”

카린이 고개를 뒤로 돌려서 나에게 묻는다.

“아니, 어떨까.”

“쳇,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거냐. 역시나, 토모.”

칸지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런 그의 정강이를 카린이 말 없이 가볍게 걷어찬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카린도 이해했다. 칸지는 꾸밈없고 충동적인 성격이지만, 적어도 친구에게 거짓말을 할 인간은 아니다.

나는 한 번을 숨을 크게 쉬고, 모두에게 묻는다.

“있잖아, 먼저 확인하고 싶은데, 모두 자신이 취했다는 것은 알고 있어? 아까 먹은 초콜릿, 상당히 센 술이 들어 있던데.”

칸지가 제일 먼저 대답한다.

“아, 역시 그랬구나. 어쩐지 몸이 뜨겁더라.”

그 다음으로 료코 선배가 힘차게 한 손을 든다.

“네~.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카린만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혼잣말을 한다.

“뭐, 정말이야? 그러고 보니 평소보다 더 열받는 것 같았는데.”

나는 그런 그들에게 충고를 하려고 입을 연다.

“이야기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런 상태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봐.”

칸지가 곧바로 대답을 했다.

“아니야, 이런 바보 같은 짓은 맨정신으론 못하지. 취했으니까 할 수 있는 소리야. 취기에 맡겨 팍팍 해버리자.”

“무슨 카드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료코 선배.”

“왜?”

“선배는 정말로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요? 칸지가 카린이랑 섹스를 하고, 선배는 나랑 섹스를 하는 건데요?”

“으응………….”

료코 선배는 턱에 검지를 대고 잠시 천장을 보다가, 시선을 내게로 돌렸다.

“나는 말이지, 칸지 군과는 다른 의미에서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중이야.”

“무슨 뜻이죠?”

“나는, 이 4인조가 너무 좋아. 그러니까 뒤죽박죽 섞이면, 더 사이좋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거야.”

“그걸 위해서라면 섹스 파트너를 교환해도 좋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몸을 섞는다는 게 그렇게까지 대단한 일이라고는 여기지 않으니까. 연애는 마음으로 하는 거 아니야?”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서로의 살을 맞대는 것 역시도 연애의 묘미라고는 생각하지만, 료코 선배에게 압도되어 나는 입을 다물었다.

“……연애는 마음…… 몸은 별개…….”

카린이 료코 선배의 말을 중얼거리듯 반추하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있던 카린이 나에게 몸을 돌리고, 입을 연다.

“저기, 토모. 나 이제 아무것도 모르겠어.”

망설일 필요는 없어.

내가 너를 꼭 어른으로 만들어 줄게.

그렇게 힘차게 선언할 수 있는 근거가 내 안에는 없었다.

카린은 곤혹스러워하며 기대하고 있다.

자신을 더 높은 곳으로 데려다 줄 무언가를.

그 언덕 위의 공원보다도, 더, 더 높은 곳으로.

그 뒤에 어떤 대화들을 나누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도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그래도 어쩌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서 우리는 비일상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었다.

아무튼 술 탓이다.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나도 걸음을 내딛는다. 목적지도 알지 못한 채.

“자, 토모 군. 이리 와.”

료코 선배가 내 팔을 잡아당기며 방을 나간다.

아무래도 어느 틈엔가, 카린과 칸지가 료코 선배 방에서 하고, 나와 료코 선배가 거실에서 한다는 흐름이 되어 있었다.

복도로 나와 문을 닫기 전에, 카린의 뒷모습을 봤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뒤돌아보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나하고 잠깐이라도 눈이 마주치면, 각오가 흔들리고 만다. 그녀의 등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는지, 그녀는 나에게 말을 건다.  

“토모…… 나, 꼭 어른이 될 테니까. 료코 선배 같은 어른이 돼서, 토모의 옆에서 걸을 수 있는 훌륭한 여성이 될 테니까.”

그 어조는 역시 좀 정상적인 말투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온 말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 말을 듣고, 료코 선배가 나에게 귓속말을 한다.

“그럼 나는, 저런 카린 쨩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토모 군을 어른으로 만들어 줘야겠네.”

그리고 방문을 반쯤 열어 놓고 복도를 걸어간다. 료코 선배의 발걸음은 나와는 대조적으로 가벼웠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거기가 거실이다. 다다미 스무 장 정도의 넓이는 되는, 널찍한 공간에, 침대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폭 넓은 소파가 ㄱ자 모양으로 놓여 있다.

나는 신기하게도 긴장하지 않았다. 원래 감정이 얼굴로 잘 드러나지 않는 성격이라서, 커튼을 치는 료코 선배의 뒷모습을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아까도 말했지만.”

“네.”

“저 둘은 닮았어. 꼭 남매 같아. 어떤 의례를 통과하면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어.“

“아닌가요?”

“토모 군은 알고 있지?”

료코 선배는 커튼을 다 치고 나에게로 몸을 돌린다. 두 손을 뒤로 돌려서 커튼을 쥐고 있었기에, 몸의 전면이 무척 개방적이다. 타이트한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그녀의 몸매를 잘 나타내 주고 있었다. 차광되어 약간 어두워진 정도로는, 그 풍만한 가슴의 굴곡과 잘록한 허리와 둥그스름한 엉덩이의 곡선이 보이게 않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훨씬 더 요염하게 보였다.

나는 료코 선배의 그런 일면을 평소에는 가급적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다.

“……모르겠네요.”

그래서 휩쓸려버렸다.

“토모 군은 머리가 좋으니까 알고 있을 거야.”

료코 선배는 커튼에서 손을 떼고, 치마 후크를 풀었다. 거짓말처럼 스르륵 치마가 바닥으로 미끄러져 떨어진다.

타이츠를 신은 예쁜 다리가 무척 에로틱하게 보였다. 가족을 제외하면,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여체는 카린이다. 그녀의 다리는 아주 가늘고 길다. 다리를 딱 붙여도 사타구니 아래에 틈이 생길 정도다. 하지만 료코 선배의 허벅지는 포동포동한 육감을 지니고 있었기에, 나의 목구멍은 갑자기 갈증을 느끼며 침을 삼켰다.

“왠지 부끄럽네. 토모 군한테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될 줄이야.”

평소와 다름없는, 시원스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그런 말을 한다.

“정말로 부끄럽기는 한 건가요?”

타이츠 안쪽에서 어른스러운 자수가 들어간 하얀 팬티가 보일락 말락 한다. 나는 되도록 그쪽이 아니라 료코 선배의 얼굴을 보려고 애썼다.

“부끄럽지. 토모 군이 흘끔흘끔 보고 있는데.”

나를 놀리는 듯한 미소를 보인다.

“죄, 죄송합니다…….”

나는 새빨개진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그래도 다행이네. 관심은 있는 것 같아서. 무뚝뚝한 얼굴에 아무런 시선도 느껴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어. 후후.”

“……건강한 남자니까요.”

“그래도 카린 쨩 말고는 관심이 없지?”

“그건 선배도 마찬가지잖아요. 칸지 아닌 남자에게 아양을 떠나요?”

“아하하. 안 하지.”

“……그런 우리가 섹스해도 될지, 아직도 판단이 안 서요.”

“역시 우리 사천왕 중 최강의 상식인이야.”

“놀리지 마세요.”

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료코 선배가 너무나도 평소처럼 자연스러웠기에.

“아까도 말했지만, 그 부분은 내 가치관이 좀 일반적이지 않다고 할까. 섹스라는 게 그렇게까지 대단한 일일까 하고 생각하거든.”

“대단한 일이에요.”

“뭐어, 그렇다고 해 두자. 자. 이리 와.”

언제까지나 반라의 선배를 내버려 두고 우두커니 서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선배의 말을 따라 그녀 앞에 선다. 그 한 걸음, 한 걸음의 진동으로 심장이 떨렸다.

키는 카린과 비슷한가. 평균보다 조금 더 큰 정도. 단, 코를 간지럽히는 방향(芳香)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똑같이 달콤한데도 카린이 흰 복숭아라고 한다면, 료코 선배는 유제품 같은 냄새가 난다.

지금까지 냄새의 차이 같은 건 신경 써 본 적도 없었지만, 선배의 밀크티를 연상시키는 냄새에 머리가 멍해지려 한다.

선배는 두 손으로 내 손을 붙잡고 지그시 바라봤다.

“칸지 군보다 부드러운 손이네.”

“그 녀석은 손이 크죠. 농구나 축구를 할 때는 골키퍼도 잘하고.”

“응. 그리고 칸지 쪽이 더 거칠어.”

즉, 칸지의 손 쪽이 더 남자답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 손이 지금 카린의 몸을 더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자, 내 발바닥에서 바닥을 딛고 서 있는 감각이 사라지며, 무엇 하나 기댈 곳이 없다는 감정에 사로잡혀버린다. 

“칸지 군이랑 카린 쨩이 신경 쓰여?”

그런 내 마음속을 꿰뚫어 본 것처럼 상냥한 미소를 짓는다.

“료코 선배는 신경 쓰이지 않아요?”

“엄청 신경 쓰이지.”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요?”

“정말이야. 그야 나는, 칸지 군이랑 카린 쨩이 더 사이좋게 되기를 바라니까. 그래도 역시 아까 한 말은 철회해야겠어.”

“무슨 말이요?”

“섹스는 대단한 거였네. 좀…… 아니, 상당히 마음이 복잡해.”

“선배도 상식인이라 다행이네요.”

“뭐, 그래도…… 시작해버렸으니 어쩔 수 없잖아, 이쪽은 이쪽대로 열심히 해 볼까.”

열심히 한다.

그 표현이 딱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나는 웃고 만다.

현실감이 전혀 없지만, 이대로 나는 료코 선배와, 친구의 연인과 섹스를 하게 될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연인이 친구랑 섹스를 하고 있는 한 지붕 아래에서.

그런 현실을 자연스럽게 즐길 도량 따위는 내게 없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나 내가 적극적으로 페이스를 끌고 나갈 마음은 들지 않았다. 죄악감 때문이기도 했고, 그저 연상의 여성을 상대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료코 선배 쪽에서 움직인다.

“자, 모처럼이니까, 만져 봐.”

료코 선배가 쥐고 있던 내 손을 자신의 사타구니로 이끌었다.

모처럼, 이라는 말이 역시 료코 선배 답다.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나는 서두르지 않고 그녀의 음부를 만졌다.

“어때? 카린 쨩이랑 달라?”

“……그러네요. 애초에 카린은 타이츠를 안 신으니까요.”

처음으로 만지는 타이츠의 감촉은 약간 까끌까끌했다. 나는 이것이 어른의 감촉인가, 하고 은근히 감동하고 있었다.

“다른 건?”

료코 선배가 웬일로 부끄럽다는 투로 묻는다. 거기에는 희미한 불안마저 섞여 있었다.

“그것 말고는…… 똑같아요. 따뜻하고, 부드러워요.”

사실은 또 하나 카린과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 점이 있었지만, 잠자코 있었다.

그것은 허리춤이다. 

료코 선배도 카린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날씬한 편이지만, 골반이 튼실하다. 건강한 아기를 많이 낳을 수 있을 것 같은 허리춤의 둘레가, 왜인지 나의 욕정을 일으켰다.

칸지는 이런 허리춤과 살을 맞대고 있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독점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 건가? 같은 생각도 하게 된다.

“무슨 생각해?”

료코 선배가 나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그러고 보니 칸지는 예전부터 독점욕이 별로 없는 남자였구나, 하고.”

음식점에 가도 뭐든 공유하려 한다.

‘내 거 맛있어, 먹어 봐.’

‘네 거 한 입만 줘.’

료코 선배도 사무칠 정도로 잘 알기에, 킥킥 웃는다.

“그래서 연인까지 공유하자는 이야기가 되었구나.”

“그러게 말이에요.”

그런 말을 하면서 선배의 사타구니를 꼼지락꼼지락 계속 만지고 있다.

“……거기만 너무 만지니까 부끄러운걸.”

료코 선배가 뺨을 붉히며 간지럽다는듯이 웃는다.

“죄송합니다.”

나는 급히 손을 뺀다.

그러자 료코 선배는 블라우스 단추를 위에서부터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담담하게.

“토모 군은 언제나처럼 아주 냉정하네.”

“그럴 리 없죠. 심장이 벌떡벌떡 뛰는 걸요.”

단추를 다 푼 료코 선배가 내 가슴에 손바닥을 댄다.

“아, 정말이네. 두근두근 거려. 그래도 내 더 두근두근할 거야.”

“정말요?”

료코 선배는 나를 놀리듯 빙긋 웃는다.

“만져서 확인해 봐.”

단추는 전부 풀려 있다.

팬티와 한 세트인 어른스러운 하얀 브래지어가 꽉 누르고 있는 유방은, 터질 것 같은 풍만함으로 나를 압도한다.

카린은 카린대로 날씬한 몸에 어울리지 않는 모양 좋은 거유이지만, 료코 선배의 그것은 정말로 압도될 정도로 크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어머, 혹시 애태우는 거야?”

“그런 고등 테크닉은 쓸 줄 몰라요.”

“그럼, 자, 사양하지 마시고.”

“친한 사이에도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선배는 웃는 얼굴로 다시 내 손을 붙잡아, 그것을 자신의 가슴에 갖다대 한다.

나는 인형처럼 저항하지 않고 따랐다.

손끝이 점점 매혹의 골짜기에 다가간다.

물컹.

손가락이 마침내 가슴살에 도달했다. 그때의 감촉은 술보다도 더 내 머리를 빙글빙글 취하게 만든다.

그 부드러움은, 내가 얼마나 미숙하고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인지를 통감하게 하는 것이었다.

나는 가슴의 촉감 따위, 어느 것이든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단순한 지방 덩어리라고 우습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카린과 료코 선배의 가슴은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카린의 그것을 푸딩 같은 탄력의 덩어리라고 한다면, 선배의 것은 슬라임 같은 부드러움이다.

피부의 감촉도 다르다. 카린은 매끈매끈했지만, 선배는 촉촉하면서도 탱탱하다. 만지면 손가락이 달라붙을 것 같은 하얀 살결이다.

“어때? 어때?”

료코 선배가 정말로 천진하게 내게 묻는다. 민감하고 미묘한 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분위기가 옅어지자, 나도 모르게 대답이 튀어나온다.

“아주…… 멋져요.”

“그게 뭐야?”

료코 선배가 이상하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정말로 나는 감동마저 느끼고 있었다. 젖가슴 하나도 각각의 사람에게서 이런 개체차가 나오는구나. 그리고 선배의 그것은 일단 틀림없이 극상에 랭크될 만한 것이었다.

“카린 쨩이랑 비교해 보니 어때?”

“……그건 좀 봐 주세요.”

“토모 군은 큰 쪽이 좋아?”

“그러고 보니 칸지는 거유파였죠.”

“아, 얼버무린다.”

료코 선배가 킥킥 웃으면서, 아무 일도 아니란 것처럼 브래지어 후크를 푼다. 하도 자연스럽게 벗어서, 나는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블라우스를 입은 채로 벗었기에 전체적인 모양은 보이지 않았지만, 카린의 밥그릇 모양과는 또 다른 종 모양의 유방은 아무튼 압권이었다.

게다가 내 눈을 잡아끄는 것은 그 엄청난 박력의 볼륨만이 아니다.

아주 예쁜 유륜. 카린의 그것은 또렷한 분홍색이지만, 료코 선배는 색소가 옅다. 유륜과 피부의 경계선이 애매하다.

“안 이상해?”

나는 허둥대며 고개를 저었다.

료코 선배가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신기하네. 토모 군의 초조한 모습.”

“그야, 평상심으로 있을 수 없으니까요.”

“나중에 칸지 군에게 자랑해야지. 그 토모 군을 놀래켰다고.”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다시 내 가슴에 손바닥을 댔다.

“아까보다 더 두근거려.”

나는 어느새 목이 바짝 말라서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나도 아까보다 더 두근거리는데.”

그리고 료코 선배는 나를 놀리듯 말한다.

“확인해 볼래?”

“하지만 그건…… 맨가슴을 만진다는 소리가 되는데요?”

“맨가슴을 만져 보지 않겠냐고 물은 건데?”

나는 무릎이 덜덜 떨리는 것을 감추는 것이 고작이었다. 료코 선배의 몸이 하나하나 다 야해서 매혹되고 있음은 확실했지만, 그 무엇보다도 나를 곤혹스럽게 한 것은 친구의 연인의 몸을 만진다는 금단의 행위가 주는 배덕감이었다.

“……정말로 만질 거예요.”

“부디?”

료코 선배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가슴을 폈다.

“……저도 건강한 남자니까요.”

“좋아, 좋아.”

각오를 해야만 한다. 눈앞에 잘 차려진 밥상이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는 죄의식을 느낀다.

누구에게?

물론 카린이다.

하지만 그런 고뇌를 날려버릴 만한 한마디가 료코 선배의 입에서 나온다.

“지금쯤이면 칸지 군도, 카린 쨩의 젖을 만지고 있겠지?”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뚝 끊어진 것 같았다.

칸지의, 나보다도 크고 거친 손이, 카린의 예쁜 거유를 움켜쥐고 있다. 그런 상상을 하자, 등골이 오싹해서 견딜 수 없었다.

나의 심박수는 마침내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마치 첫 전투에서 혼쭐이 난 미숙한 병사 같다.

이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나는 선배의 가슴에 손을 뻗는다.

“야앙.”

나는 오른손으로 선배의 왼쪽 가슴을 정면에서 움켜쥐듯, 그 커다란 유방을 만졌다.

카린의 가슴은 아슬아슬하게 손바닥에 다 담기지 않았는데, 료코 선배의 가슴은 굳이 승부를 가릴 필요도 없다. 압도적인 질량이었다.

그리고 손바닥 전체에 전해지는 부드러움은 그야말로 모성의 포용력.

말캉거리며 손가락이 잠겨 든다. 

어디까지나. 한없이.

바닥이 보이지 않은 가슴살의 바다.

아무리 거칠게 주물러 대도 다 받아들여 줄 것 같은 자애의 덩어리.

“어때? 두근두근하고 있지?”

“모, 모르겠어요…….”

몰캉몰캉한 부드러운 살이 하도 두터워서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토모 군은, 그런 식으로 만지는구나.”

“이, 이상한가요?”

“아니. 그래도 좀 놀랐어. 뭐라고 할까, 야성적?”

“죄송합니다, 아팠나요?”

내가 급히 손을 떼려 하자, 료코 선배가 두 손으로 다정하게 감싸듯 잡아당겨서 막는다.

“아니. 안 아파.”

그리고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도, 평소와 다름없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토모 군 마음대로 만져도 돼.”

내 오른손은 완전히 선배의 말캉거리는 피부를 지닌 폭유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이성으로는 카린에게 미안하니까 빨리 손을 떼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의식과 분리되어 계속 가슴에 손가락을 밀어넣고 있다.

“자, 아직 한 쪽이 비어 있잖니?”

그렇게 말하고 선배는 블라우스 옷깃을 살짝 띄워서, 오른쪽 가슴을 내게 보여 준다.

나는 꽃에 이끌려 가는 나비처럼 떨리는 왼손도 오른쪽 가슴으로 뻗었다.

이쪽은 정면에서 움켜쥐지 않고, 아래에서 들어 올리듯 하며 주무른다.

묵직하다. 아주 묵직하다. 커다란 멜론 정도는 가뿐히 넘을 무게.

살짝 흔들어 보자, 손 안에서 출렁출렁 화려하게 흔들렸다.

시각으로도 촉각으로도 나를 매료시킨다.

나를 흥분시키는 것은 가슴만이 아니다.

“으응…….”

아까까지는 여유가 넘쳤던 선배가, 눈을 감고 관능적인 탄식을 내뱉는 것이다.

두 손에는 행복의 감촉.

귀에 닿는 것은, 평소의 의지가 되는 허스키 보이스와는 동떨어진, 가녀린 소녀의 속삭임.

나는 점점 본격적으로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상대는 칸지의 연인이다.

하지만 나의 연인도 칸지와 지금쯤 이런 짓을 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자, 료코 선배의 폭신하고 부드러운 가슴을 주물러 대는 손놀림에 힘이 실린다.

말캉말캉, 떡을 반죽하듯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주무른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몰두하고 있었다.

료코 선배가 킥킥 웃는다.

“토모 군도 어엿한 남자였네. 안심했어.”

“왜 선배가 안심하는데요?”

“이런 식으로 카린 쨩 앞에서도 늑대가 되겠구나 해서. 왜, 카린 쨩은 그렇게 보여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소극적이잖아? 토모 군 쪽에서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야 해.”

그 말은 정말 자연스럽게 내 몸으로 스며들어 와서,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료코 선배는 이 스와핑에 대해 두 가지 동기를 표명하고 있었다.

『칸지에게 설득됐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

『모두가 더 사이좋게 될 테니까』

처음에는 황당무계한 이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료코 선배가 나를 좀 더 가까이에서 관찰하게 되면, 카린과의 관계에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료코 선배에게는 어떤 속셈이나 타의가 아닌, 스와핑을 통해 우리 네 명의 일체감이 깊어지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료코 선배는 정말로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손이 멈춰 있던 나에게, 선배가 부 활동의 코치처럼 말을 걸었다.

“자, 적극적으로. 적극적으로.”

내 의식이 조금 변화한다. 성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기보다는, 무슨 연습이나 상담을 받고 있는 것 같다는 감각이 싹텄다.

료코 선배에게 재촉 받아서, 나는 오른손으로 가슴을 마구 주물럭거리면서 왼손을 다시 사타구니로 뻗었다.

두 번째로 만진 선배의 음부는, 팬티와 타이츠 너머에서도 확연하게 알 수 있을 만큼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료코 선배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창피하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언제나 우리를 조용히 지켜봐 주던 어른스러운 료코 선배가, 내 전희로 젖어 있다. 그 사실은 내 심박수를 더욱 가속시켰다.

나는 가슴을 주무르는 오른손으로 젖꼭지를 집고, 옷 안쪽에 숨어 있는 음부의 모양을 그대로 덧그리듯 왼손 가운데손가락을 앞뒤로 움직였다.

찔꺽찔꺽, 찔꺽찔꺽 하고 작지만 끈기를 동반한 마찰음이 들려온다.

“응, 앗…… 아아…….”

료코 선배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황홀해하는 소리를 냈다.

흐리멍덩해진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아주 잘하네.”

“나는 잘 모르겠지만요…….”

“카린 쨩도 그랬어. 섹스할 때, 토모 군은 아주 다정하다고.”

“……그런 이야기까지 하나요?” 

“어머, 남자들은 그런 이야기 안 해?”

“의외로 안 해요. 처음 했을 때, 칸지가 콘돔을 나눠준 정도네요.”

“아하하. 칸지 군은 오지랖이 넓으니까.”

료코 선배는 기쁘게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대화가 일단락되자, 거실에는 다시 음란한 마찰음이 울려 퍼진다.

“찔꺽찔꺽.

“으응…… 후우…….”

타이츠에서 배어나오는 점액이 점점 많아져서, 손가락을 떼면 실이 뽑혀 나올 정도가 되었다.

“큰일, 났네…….”

료코 선배의 쑥스러운 웃음은 점점 약해지며, 그리고 가련해진다.

그녀는 내 어깨에 이마를 살짝 기대고, 자조하듯 말했다.

“아~아. 칸지 군도 아닌데 젖어버렸네. 바람기야. 헤프게 됐어.”

어딘가 농담조로 들렸지만, 감출 수 없는 죄의식이 느낄 수 있었다.

“그냥 생리현상이에요.”

“변호해 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선배는 오른손을 살며시 내 사타구니에 댄다.

말할 필요도 없이 나는 발기해 있었다. 옷에 눌려서 아플 정도였다.

“이것도 단순한 생리현상?” 

“물론이죠.”

우리는 동시에 피식거릴 수밖에 없었다.

뭔가 이상한 대화였다. 엄청 두근두근 거리고 있는데, 일상의 연장 같기만 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료코 선배가 그대로 옷 위에서 사타구니를 손바닥으로 문지른다.

“윽…….”

그 쾌감에 나도 모르게 허리를 뒤로 뺐다.

남이 만딜 때 생기는 이질적인 자극이 덮쳐온다. 그것이 남의 연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뭔가…….”

머리가 저릿저릿한 가운데, 나는 어떻게든 입을 열었다.

“응?”

료코 선배는 내 어깨에 이마를 기댄 채 되묻는다.

“누가 이렇게 옷 위로 만지는 것은 처음이라서, 아주 이상한 느낌이예요. 애가 탄다고 할까.”

“카린 쨩은 이런 식으로 안 만져?”

“우리는, 그…… 항상 둘 다 알몸이 된 뒤에 시작해서요.”

“왠지 두 사람답네. 성실하다고 해야 하나.”

“그냥 서투를 뿐이죠. 그것 말고는 방법을 모르기도 하고요.”

“카린 쨩이랑 처음으로 한 건 세 달 전이지?”

여자끼리의 정보망은 그런 데까지 펼쳐져 있는 것 같다.

“뭐, 그러네요.”

“그럼 경험 부족인 것도 당연하지.”

료코 선배는 시원시원한 말투로 말을 잇는다.

“우리들로 연습하면 돼. 자, 어서. 계속해, 계속해.”

내가 움직이기 전에 료코 선배가 선수를 친다.

지퍼를 내리고, 뱅어처럼 가늘고 하얀 손가락을 그곳으로 집어넣어 발기한 남성기를 끄집어낸 것이다. 하도 솜씨가 좋아서, 저항하는 말을 입에서 꺼낼 틈도 없었다. 분명 칸지와 할 때도 같은 행동을 자주 할 것이다.

나는 발기한 성기를 료코 선배에게 보인 탓에 귀까지 새빨개졌다. 아무튼 내 성기는 용맹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게다가 핏줄까지 불끈불끈 돋아 있었다. 상스럽기 그지없다.

“부끄러워?”

료코 선배가 묻는다.

“당연하죠. 카린한테 보이는 것도 아직 익숙해지지 못했는데.”

“후후. 그렇구나.”

나는 당장이라도 떨릴 것 같은 목소리로 료코 선배에게 묻는다.

“……언젠가는 카린한테 보여 주는 것에도 익숙해지겠죠?”

선배의 대답은 시원스러웠다.

“익숙해져, 익숙해져. 칸지 군도 처음에는 부끄러워했는데, 지금은 자기가 먼저 옷을 벗고 이거 어때 하고 보여 준다니까.”

“그렇게까지 가면 부끄러움이 너무 없는 거 아닌가요…….”

“그렇지? 그래서 ‘분위기 좀 신경 써.’ 하고 손가락으로 튕겨 줬지.”

그리고 또 한 가지. 나는 신경 쓰이던 것을 물었다.

“……저, 이젠 내친 김에 물어보는데요…….”

“뭔데, 뭔데?”

“제 것, 이상하지 않나요? 그, 모양이나 크기가. 카린도 내가 처음이라서, 서로의 성기가 보통인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어서.”

“나도 딱히 잘 아는 건 아니긴 한데……. 그래도 뭐 다 이렇지 않을까? 칸지 군하고 큰 차이도 없어 보이고.”

그렇게 말하고 료코 선배는 완전히 드러난 내 성기를 스마트하게 손으로 감쌌다.

등줄기를 타고 전기가 흐른다. 유방 표면만큼이나 촉촉한 감촉. 잘못하면 사정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마저 느낀다.

“포피도 벗겨져 있고, 청결한 느낌이고. 응. 괜찮지 않나? 굳이 따지자면, 칸지 군보다 더 뒤로 젖혀져 있나. 그리고 칸지 군 쪽이 좀 더 길고 굵을까?”

태연하게 그런 소리를 한다. 

“……감사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감사를 표하는 나.

“아하하. 뭐가 감사한데?”

당연한 딴죽을 건다.

“품평, 일까요.”

“그런데 정말로 부끄러운가 보구나. 움찔움찔 해.”

“뭐…… 그렇죠.”

“좋아. 귀여운 후배인데, 부끄럽게 해서는 안 되지. 내 것 봐도 좋아.”

하도 시원스럽게 말해서 나도 그 말에 이끌려 어이없는 대답을 하고 만다.

“하아. 그런 건가요?”

“벗는 장면 보고 싶어? 아니면 벗기고 싶어?”

“그, 그런 건 잘 몰라요.”

“섹스 중에 우유부단은 NG야. 그럼 벗기는 연습을 하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겨버렸다. 나는 이 흐름에 따라 연습생이 되었다.

“……그럼 벗기겠습니다.”

“음. 어디 마음대로 해 보거라.”

나는 팬티의 양단에 엄지손가락을 넣는다. 

“아, 타이츠랑 한 번에 벗기는 파야?”

“어, 이상한가요?”

“아니. 딱히. 그래도 의외로 대담한데.”

“한 번에 전부 벗기는 쪽이 합리적일 거라 생각했을 뿐이에요.”

“토모 군다운 이유네.”

그런 대화를 나누며, 나는 팬티를 타이츠와 함께 끌어내렸다. 가능한 한 료코 선배의 사타구니를 의식하지 않으며, 천천히, 그러면서도 단번에 무릎까지 내린다.

“……이런 식으로 어떨까요?”

“응. 좋지 않나? 아니, 뭐가 좋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하하.”

료코 선배는 그렇게 말하면서, 어중간하게 벗겨져 있던 팬티와 타이츠를 스스로 다 벗어던졌다. 내가 끝까지 벗길 작정이었기에, 료코 선배의 그 행동은 예상밖이었다. 그래서 허리를 숙이고 있던 나는 허를 찔리는 형태로 료코 선배의 사타구니를 눈앞에서 관찰하게 되었다.

그녀의 음부는 털이 전혀 없었다. 반들반들하고, 깔끔한 균열이 앞쪽에서도 또렷하게 보였다.

너무 큰 충격이어서 내가 멈춰 있자, 료코 선배가 웃으면서 사타구니를 두 손으로 가린다.

“그렇게 뚫어지게 보면 역시나 창피한데.”

“죄, 죄송합니다. 예상치 못한 사태라서.”

“무슨 소리야?”

“저, 그게…… 털이…….”

“아. 나 원래부터 음모가 거의 안 났어. 그래서 조금만 나 있는 것도 보기에 별로라서 깎아버렸지.”

“그, 그런 거였어요?”

“처음이었어? 민둥민둥한 알보지를 본 건.”

그 어른스러운 료코 선배 입에서, ‘민둥민둥’ 이니 ‘보지’ 니 하는 단어가 튀어나와, 내 머리를 뒤흔든다. 어퍼컷을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다. 

“……네.”

“그럼, 천천히 봐도 좋아.”

료코 선배는 마치 새로 한 네일을 보여주듯 두 손을 치우고, 털이 없는 치구(恥丘)를 나에게 개방해 주었다.

면도 흔적도 없는, 껍질을 깐 삶은 달걀 같은 피부. 그리고 한 줄기의 갈라진 틈.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연분홍색 클리토리스. 그 전부가 내 시선을 유혹한다.

음모가 하나도 나 있지 않은 성기는 무구(無垢)의 상징일 터인데, 선배의 그것은 성숙한 요염함을 내뿜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팥알 정도 되는 클리토리스. 물론 카린의 클리토리스를 본 적은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할 때는 반드시 불을 껐고, 무엇보다도 카린에게는 평균적으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음모가 자라나 있기에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클리토리스에 흥미가 많은가 보네.”

료코 선배가 히죽히죽 웃으며 말한다.

나는 소리도 못내고,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만져도 돼.”

익살스러운 말투로 선배가 말한다.

나는 열병에 걸린 것처럼 벌벌 떨며 그녀의 사타구니로 손가락을 뻗는다.

찌걱.

손가락이 닿은 순간에 물소리가 난다. 미끌미끌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따뜻하다.

“으응…….”

료코 선배가 눈과 입을 닫고, 어깨를 흠칫 떤다.

“……괜찮아. 그대로 마음껏 만져.”

나는 그 말에 따라, 료코 선배의 애액에 젖은 클리토리스를 손가락으로 문지른다.

“앗, 으응…… 응.”

료코 선배가 느끼고 있다. 그 표정은, 시원스러운 성격인 평소의 그녀에게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울먹이는 소녀의 그것이었다.

하지만 료코 선배는 곧바로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일어나라고 재촉한다.

“당하기만 해서는 성에 안 차거든.” 

그렇게 말하고 내 바지 벨트를 풀고, 바지와 사각팬티를 벗겼다.

나는 선배가 그러는 동안, 다음에 무엇을 할지 알고 있었다. 그 기대 때문에 남근이 아플 정도로 발기한다.

“벌떡벌떡 소리가 날 것 같아.”

료코 선배가 킥킥 웃는다.

“……죄송합니다.”

“사과할 것 없어. 남자애잖아 남자애.”

어르듯 말하며, 그녀는 고운 손으로 내 남성기를 살며시 붙잡듯 감싼다. 내 요도구에서는 이미 쿠퍼액이 분비되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료코 선배에게 보이는 게 너무 부끄러웠다.

“그럼, 서로 만져 볼까.”

료코 선배의 그 말을 신호로, 우리는 서로의 성기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나는 클리토리스를 손가락으로 어루만지고, 료코 선배는 남근을 슥슥 훑는다.

서로의 손이 찔꺽찔꺽 음탕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칸지 군하고 카린 쨩도 지금쯤, 이렇게 사이좋게 서로 만지고 있을까?”

“……상상하기도 힘드네요. 이렇게 온화한 분위기가 아니라, 서로에게 소리 지르면서 난폭하게 만지고 있을 것 같은데요.”

“후후. 동감.”

이상하게 질투는 나지 않았다. 내가 료코 선배와 이미 이렇게 하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칸지를 믿어서일까.

신가하게도, 우리 네 사람이 파트너를 교환해서 이렇게 피부와 성기를 만지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 듯 여겨지는 것이다.

그것이 죄악감 상쇄에서 오는 감정인지, 아니면 깊은 유대감 때문인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아무튼 나는 선배의 클리토리스를 상냥하게 이곳저곳 건드린다.

“아앙…… 하앗, 앗, 앗.”

숨결이 가빠지는 료코 선배를 보며, 나는 심상치 않은 흥분을 느꼈다.

“야앙, 굉장해…… 자지, 더 딱딱해졌잖아.”

“선배가 그런 소리를 낼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후후. 야했어?”

“네.”

료코 선배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남근을 훑는다. 촉촉한 손바닥과 손가락 안쪽이, 상냥하게 내 성기를 문질러 댔다. 거기에 쿠퍼액이 더해지자, 나는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전류 때문에 더 이상은 서 있는 것 만으로 한계일 정도였다.

쓱쓱.

찔꺽찔꺽.

우리는 각자의 손과 각자의 성기로 야릇한 음을 연주한다.

커튼을 전부 친 거실은, 대낮이라 그렇게까지 어둡지도 않다.

꼼꼼한 생활을 하고 있을 료코 선배의 포근한 냄새 속에서 나는 지복의 쾌락을 맛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료코 선배가 고개를 든다.

내 눈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눈초리가 살짝 치켜 올라간 카린과는 정반대로 눈꼬리가 처진 커다란 눈동자. 연하의 남자 정도는 손쉽게 매료시키는 보석.

“하는 김에 키스도 해버릴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나간 걸까.”

“규칙을 딱 정하지는 않았죠.”

“그치만…….”

말꼬리를 흐리는 료코 선배. 내가 말을 덧붙인다.

“역시 키스는 아니지 않나요?”

“그렇지?”

아무리 놀이의 연장 같은 성행위라 해도, 넘어서는 안 되는 일선이 있다.

“그럼 혀로만 해볼까?”

혀만 맞댄다. 나의 흐트러진 사고회로가 열심히 그건 키스가 아닌가 하고 논의를 거듭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입술은 맞대면 안 돼.”

그렇게 말하면서 료코 선배가 혀를 내밀어 준다. 핑크색 혀.

나는 료코 선배의 충고를 지키려고, 신중하게 혀끝만을 접촉시키듯 혀를 내밀었다.

톡, 하고 맞닿는다.

따뜻하다. 미끌미끌하다. 그리고 독특한 부드러움과 탄력.

굼실굼실 민달팽이의 교미처럼 혀끝만을 부딪치거나, 얽히게 한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서로의 성기를 만진다.

이 얼마나 음탕한가. 나의 얕은 이성경험이 태풍에 휩쓸린 것처럼 산산이 부서졌다.

“……이거, 진짜로 키스 아니죠?”

“내 관점에서는 아닌 것 같은데, 토모 군의 관점에서는 어때?”

“……판단을 내리기 어렵네요.”

“그래도 기분 좋지?”

“거기에 이론은 없어요.”

대화를 할 때, 나와 료코 선배의 혀끝 사이에 타액의 실이 다리처럼 걸려 있었다. 그게 한층 더 관능적으로 느껴졌다. 너무 관능적이기에 오히려, 확실하게 키스와는 다른 무언가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다시 혀만 서로 얽히게 한다.

입술만은 절대로, 절대로 맞닿지 않도록.

머릿속에서는 질투하며 이쪽을 째려볼 카린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료코 선배의 혀가 너무나도 기분 좋아서, 모든 것이 질척질척하게 녹아 간다.

당연히 그 흥분에 따라 쿠퍼액도 끊임없이 분비되어, 료코 선배의 가는 손가락을 점액 투성이으로 만든다.

료코 선배의 애액도 허벅지 안쪽을 따라 바닥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뚝, 뚝 하고 우리의 체액 방울이 나무로 된 바닥을 적셔 간다. 그 중에는 침도 섞여 있었다.

낼름낼름, 혀끝만의 교접을 이어간다.

나는 오른손으로 료코 선배의 클리토리스를 집으면서, 왼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서로의 숨결이 직접에 코에 닿을 거리에서 우리는 눈을 살짝 뜨고 마주본다.

거기에는 정념(情念)도 없고, 연모(戀慕)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우애가 확립되어 있었다.

혀를 통해 료코 선배의 타액이 내 입 안으로 들어온다. 마치 과당(果糖)처럼 달다. 그것을 마셔도 될지 고민하고 있는데, 먼저 료코 선배의 목이 무언가를 꿀꺽 삼켰다. 나는 그 뒤를 따르듯 그녀의 타액을 마신다.

 

 


 식도와 그 끝에 있는 위가 따뜻해진다.

카린과 이런 관능적인 타액 교환을 한 적이 있었던가.

우리가 아직 미성숙했음을 통감한다.

그렇다 해도, 이것은 정말로 키스가 아닐까. 끈질길 정도로 자문자답을 해 보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단지, 이대로 계속하면, 언젠가는 료코 선배의 입술을 원하게 될 거라는 사실은 자명한 이치였다.

료코 선배의 약간 도톰한 입술은 젤라틴 덩어리처럼, 딱 보기에도 탱글탱글 했다.

이대로 이 혀 키스를 계속하면 위험하다.

그렇게 느낀 나는 얼굴을 뗀다. 아까보다 더 진하게 타액의 실이 두 사람의 혀끝에서 뽑아져 나온다. 그 광경만을 봤는데도, 남근이 꺼떡거렸다.

료코 선배는 어째서 멈추었냐고 시선으로 호소해 온다.

나는 그 시선을 못 본 척하려고 몸을 살짝 앞으로 숙여, 그녀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곧바로 스륵 블라우스를 벗기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료코 선배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이 되었다.

카린 같은 모델 체형의 날씬한 몸은 아니지만, 마치 조각상처럼 균형 잡힌 팔다리.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온, 둥그스름함을 띤 암컷으로서 완성된 체형.

나는 다시 한 번 눈을 빼앗겼다. 물론 성적흥분도 느꼈지만, 그것을 넘어선 거룩한 아름다움 또한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몸을 앞으로 숙인 자세에서 료코 선배의 젖꼭지로 입을 갖다댄다. 마치 항성에 이끌리는 행성처럼.

덥석, 젖꼭지를 입에 문다.

“으읏.”

료코 선배의 귀여운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혀로 유두를 핥았다.

“야앙, 앗.”

이어서 원을 그리듯 짓누르며 돌린다.

“하아…… 아앙.”

그리고 쪽 하고 소리를 내며 빤다.

“아아, 안 돼…….”

내 혀의 움직임은 결코 기교가 뛰어난 것은 아니리라. 그래도 료코 선배는 내 혀가 유두에 닿을 때마다 어깨를 흠칫흠칫 떨고 있었다.

료코 선배의 유두는 아주 감미로워서, 이대로 계속 빨고 싶다는 갈망이 뇌리에 스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를 유혹하는 부위가 있었다.

그렇다, 균열이 또렷하게 보이는 음부다.

저항할 수 없는 자력에 이끌리듯, 나는 바닥에 무릎을 대고 머리 위치를 내린다. 그러면서 그녀의 가슴 골짜기나 배에 입맞춤을 하고 간다. 그 행위는 전희라기보다는 완벽한 아름다움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행위도 예쁘게 세로로 갈라진 배꼽까지. 거기서 내 입맞춤이 멈춘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아니, 갑자기 떠올렸다. 나는 쿤닐링구스를 해 본 적이 없다.

“……왜 그래?”

불안으로 움직임이 한순간 정지한 나에게, 료코 선배가 말을 건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이제 와서 거짓말을 해 봤자 소용없다.

“……저, 쿤니를 해 보지 않아서. 그것도 서 있는 여성에게.”

“어, 그래? 안 된다고. 카린 쨩을 구석구석 제대로 사랑해 줘야지.”

위에서 정수리에 장난스러운 꿀밤을 맞는다.

“……네. 지극히 당연한 말씀입니다. 항상 하는 게 좋을까 생각은 했는데, 막상 그럴 때가 되면 부끄러워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렇구나. 그럼 다음에는 토모 군 쪽에서 제대로 상냥하게 리드해 줘야 한다?”

“알겠습니다.”

“응. 좋아. 그럼 쿤니도 나로 연습하도록.”

“대체 어떻게 해야……?”

나는 료코 선배의 균열을 눈앞에 두고 묻는다. 그녀는 내가 말할 때마다 간지러운지 허리를 뒤로 빼곤 했다. 분명 내 숨결이 클리토리스에 닿고 있겠지. 팥알 정도의 클리토리스는 포피가 벗겨져 생생하게 발기해 있었다.

“음~, 그건 사람마다 기분 좋은 곳이 다르니까. 역시 정석은 클리토리스를 핥는 거겠네. 애정표현으로 대음순을 핥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그것도 다정하게.”

“알겠습니다.”

“아까, 젖꼭지 핥았잖아? 기본적으로는 그런 느낌이면 될 거야.”

료코 선배는 마치 보건 수업처럼 가르쳐 준다.

나는 선배가 말한 대로, 젖꼭지를 핥던 느낌으로 눈앞의 클리토리스를 핥는다. 일단은 아래에서 위로, 혓바닥 전체를 사용해서 핥아 올렸다.

“아앙.”

료코 선배가 허리를 빼며 새된 소리를 냈다.

멀어진 허리를 끌어당기려고, 두 손으로 료코 선배의 엉덩이를 살짝 잡는다. 나는 거기서도 카린과는 다른 감촉이라는 걸 깨닫고 깜짝 놀란다. 카린의 엉덩이는 새침하게 위로 향한 예쁘장하면서도 잘 조여진 느낌이지만, 료코 선배는 그야말로 복숭아 엉덩이라 불러야 하기에 충분하게 살집이 잘 붙어 있었다. 탄탄한 골반도 좋다, 이런 걸 순산형이라고 하는 거구나 하고 감탄한다.

아무튼 가슴살과는 또 다른 부드러움과 탄력을 자랑하는 엉덩이 살을 움켜쥐고 끌어당기며, 이번에는 혀끝으로 클리토리스를 쿡쿡 찌른다.

“앗, 아앗.”

내 머리를 붙든 료코 선배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가서, 내 머리카락을 헤집는다. 잘 느끼고 있는 것 같았기에 쿡쿡 찌르기를 계속한다.

“앗, 좋아…… 좋, 아…… 그거, 안 돼…….” 

료코 선배의 목소리가 더욱 사랑스럽게, 그리고 가늘어진다.

나는 여기서 변화구로 털이 없는 균열에 혀를 댄다.

정면에서 핥을 수 있는 범위를 마치고, 나는 선배에게 말을 건다.

“조금만 다리를 벌려 주실래요?”

“……응, 으응…….”

아까까지 담담하게 나에게 강의 하던 목소리는 어딘가 약하다.

다리를 벌리자, 나는 두 손의 엄지를 대음순 바깥쪽에 대고 균열을 벌렸다.

그러자 분홍색 꽃잎이 피어난다.

바로 눈과 코앞이라, 요도와 질구까지 전부 또렷하게 보인다. 전부 예쁜 분홍색이었다.

“그렇게 뚫어지게 보면…… 역시 부끄러운데.”

“죄송합니다. 카린은 이렇게까지 안 보여줘서. 얼떨결에…….”

“다음에는 고개를 숙이고 성심성의껏 부탁해 봐. 좋아하는 사람의 몸은 구석구석 다 보고 싶은거라고.”

“네.”

료코 선배의 아름다움에 눈길을 사로잡힌 채, 다음에는 꼭 카린에게, 내 자랑인 연인에게 성기를 보여 달라 하자고 마음속으로 맹세하며 쿤니로 돌아간다.

생생하게 발기해서 딱딱해진 클리토리스. 그것을 원을 그리듯 핥는다.

“야앙, 앗앗, 하아앙…….”

잠시 클리토리스를 방치한 것이 성공적이었는지, 감도가 올라가 있다.

“토모 군…… 잘하네.”

가쁘게 숨을 쉬면서 그렇게 말해 준다.

료코 선배의 말과 황홀하게 헐떡이는 숨소리가 나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여러 가지를 시험해 보자는 기개가 가득 찬다. 이번에는 클리토리스에 키스를 한다. 쪽, 쪽, 쪽.

“앗, 앗, 앗.”

그때마다 료코 선배는 움찔움찔 떨었다.

이번에는 클리토리스를 입에 머금고 빤다.

“응응응읏………… 으흑…….”

료코 선배의 목소리가 괴로운 것처럼 변하며, 내 머리를 붙잡은 손이 굳어진다.

그러자 료코 선배가 다급한 태도로 내 어깨를 탁탁 쳤다.

“공수교대! 공수교대!”

료코 선배는 내 손을 잡아당겨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나와 자리를 바꾸듯 허리를 내려 무릎을 꿇었다.

창 같은 모양의 내 남성기가 료코 선배의 눈앞에 있다.

“봐봐, 이렇게 눈앞에서 보니까 부끄럽지?”

료코 선배는 놀리는 웃음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본다. 그 뺨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야…… 뭐.”

나는 고개를 돌리며 얼버무렸지만, 사실은 두 손으로 사타구니를 감추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다. 그런 나의 속내를 간지럽히듯 료코 선배는 소리를 내며 내 성기를 빤히 쳐다본다.

“지이~~~.”

“좀 봐 주세요.”

“봐 주기 싫은데.”

그렇게 말하더니, 료코 선배는 기습적으로 내 귀두에 키스를 했다.

“와아…….”

나도 모르게 허리를 뒤로 빼려 했지만, 아까의 앙갚음이라는 것처럼 료코 선배의 두 손이 내 엉덩이를 붙잡아버린다.

그녀가 몸을 낮추었을 때 무슨 일을 당할지 예측했어야 했는데, 공교롭게도 내 머리는 계속 새하얘진 상태라 쫓아가기에도 바쁘다.

“이 녀석. 도망치면 안 되지.”

“죄죄죄, 죄송합니다…… 어쩌다 보니.”

료코 선배의 젤리같은 탱글탱글한 입술이 귀두에 닿았다. 그것만으로도 천국에 올랐다.

“이제부터 더 기분 좋은 걸 할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나를 계속 올려다보며 혀끝으로 요도구를 핥는다.

“큭, 으으윽, 윽.”

정수리에 벼락이 떨어진 것 같은 충격.

“아하하. 자지가 부러질 것 같아. 엄청 움찔움찔 흔들려. 토모 군, 혹시 펠라티오 엄청 좋아해?”

“…………어요.”

“응?”

“……받아본 적, 없어요.”

“……어머나~…… 진짜로?”

“카린하고는 그런 이야기를 안 해서요.”

“너무 노골적인 이야기이긴 하지.”

지금이라도 정액이 새어나올 것 같은 긴박한 사태였지만, 어쩐지 얼빠진듯한 분위기가 된다.

료코 선배가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 그러면, 그러면 말이야, 토모 군이 한 발 먼저 어른의 계단을 올라가 버리자. 체험 해 보면 카린 쨩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을 발견할지도 모르고.”

“그, 그러네요.”

정말로 그러면 되는 걸까 하고 자문자답한다.

하지만 나의 성기는 이미 료코 선배에게 펠라티오를 받을 기대에 차서 검푸른 핏줄까지 돋아 있다. 역시 괜찮습니다, 같은 말을 할 상태가 아니었다.

료코 선배는 귀에 걸린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면서,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말한다.

“여기는 싫다거나나 하는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줘.”

그리고 혀를 크게 내밀어서, 혓바닥으로 쿠퍼액을 핥아내듯 음경소대를 핥았다.

“윽.”

그것만으로도 움찔, 내 성기가 튀어 오른다.

“아하하. 개구쟁이네.”

료코 선배는 그대로 입술을 내밀어, 육봉의 뒷면에 키스를 해 간다.

쪽. 쪽. 쪽. 쪽.

그때마다 성기가 움찔움찔 꺼떡거렸고, 나는 사정욕구를 참기 위해서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입이 고환에까지 도착한다.

앞으로 무슨 일을 당할지 예측도 할 수 없었다.

그러고는 료코 선배는 혀를 내밀어서 고환을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미지의 쾌감에 내 어깨가 굳어진다. 그리고 아픔을 주지 않는 절묘한 힘 조절을 하며 혓바닥으로 고환을 들어 올리는 것이다.

고환이 여성의 혀 위에 얹혀 있다. 그것만으로도 부도덕한 꿀이 머릿속에서 녹는 것 같은데, 료코 선배는 그에 더해 고환을 입에 넣기까지 했다.

따뜻하고 축축한 감촉에 감싸인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반쯤 벌리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료코 선배는 입 안에서 고환을 굴린다. 그때마다 딱딱해진 성기가 꺼떡꺼떡 날뛰었다. 그 끝에서는 침을 흘리는 것처럼 쿠퍼액이 흘러나오고 있다.

칸지 녀석은 항상 이런 지복을 맛보고 있었구나 하고, 친구를 부러워한다.

응?

잠깐.

여기서 나는 한 가지 의심을 품게 된다.

칸지가 평소에 이런 행복한 기교를 맛보고 있었다면, 그것을 바로 지금 카린에게 가르치고 있다 해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카린은 특히 어른이 되겠다는 향상심과 호기심이 강하다.

나의 뇌리에, 칸지 앞에 무릎 꿇고 고환을 핥는 카린의 모습이 떠올랐다.

쿵, 하고 격렬한 고동이 가슴을 때린다.

말할 것도 없는, 격심한 질투.

하지만 이상하게도 혐오감은 없다.

우리 네 사람은 언제나 함께였다. 하굣길에도, 데이트 때도. 그에 더해 섹스도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연인이 친구의 고환을 핥는 것 정도는 허용 범위 이내라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료코 선배는 내 고환에서 입을 떼었다.

이히히, 하고 웃으면서 완전히 근육덩어리가 된, 고개를 뒤로 한껏 젖히고 있는 내 성기를 손가락으로 찌른다.

“부러질 것처럼 딱딱하네.”

“……너무 기분 좋아서요.”

“이제부터 더 기분 좋게 만들어 줄게.”

료코 선배는 평상시에 보이는 친근한 미소로 그렇게 말하더니, 곧바로 내 허벅지에 두 손을 댔다.

그녀가 입김이 귀두에 닿는다.

내 성기는 료코 선배에게 물리는 것을 기대하며 곧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 사실을 료코 선배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려고, 나는 이야기를 돌린다.

“……칸지한테도 항상 이렇게 하세요?”

“……응.”

약간 쑥스러워하는 료코 선배는 사춘기 소녀 같았다.

“그 녀석은 행복한 놈이네요.”

“분명 카린 쨩한테도 시키고 있을걸. 칸지 군은 불알 핥아 주는 걸 좋아하거든.”

방금 전 내가 했던 상상이 현실감을 더한다.

그런 나를 올려다보며 료코 선배가 웃었다.

“질투하니?”

“뭐, 그렇죠…….”

“괜찮아. 질투할 틈도 없을 정도로, 토모 군의 자지를 내 펠라티오로 기분 좋게 해 줄게.”

료코 선배의 입에서 펠라티오라는 단어가 나왔을 뿐인데, 벌써 나의 일상이 소리를 내며 무너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무너진 잔해 바깥에는 새로운 일상이 펼쳐져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살살 부탁드립니다.”

“오케이. 그럼, 잘 먹겠습니다.”

료코 선배는 단숨에 귀두를 입에 넣고, 그대로 안쪽까지 입술을 미끄러뜨렸다.

친구의 연인의 입 안은 따뜻했다.

“우와아…….”

나도 모르게 한심한 소리가 나온다.

살 막대기에 밀착하는 탱글탱글한 입술.

부드러운 혀도 휘감겨 온다.

다양한 쾌락 정보가 한 번에 몰려와서, 나는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만다. 블랙 커피가 아니라 설탕과 밀크를 잔뜩 넣은 달고 복잡하게 혀를 휘감는 것 같은 쾌감.

료코 선배는 뿌리 부근까지 입에 넣은 채, 나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기훈 호아?”

나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료코 선배는 그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목을 앞뒤로 움직인다.

쭈웁, 쭈웁, 쭈웁, 쭈웁.

손을 쓰지 않는 탓인지, 료코 선배의 열을 성기로만 느끼고 있다.

“너, 너무 좋아요…….”

나는 어느새 두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그 잠꼬대 같은 혼잣말을 듣고 료코 선배가 일단 입을 뗀다. 그리고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그 말투는 평상시의 의지가 되는 누나다운 청량감을 지니고 있었다.

“내 입으로 더 기분 좋아지자.”

그렇게 말하자마자, 입술을 삐죽 내밀어 귀두에 키스를 했다. 쪽, 쪽, 쪽. 요도구에 오므린 입을 대고, 쪼오옥, 하고 쿠퍼액을 빨아들인다. 내 온몸에 전류가 흐른다.

그리고 다시 물고, 내 두 허벅지에 손을 짚고 목을 앞뒤로 흔든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속도가 좀 더 올라가서, 그에 따라 물소리도 음란하게 변해 갔다.

쭙파, 쭙파, 쭙파, 쭙파.

“아아…… 좋아…….”

움켜쥔 주먹이 떨린다.

료코 선배는 두 손을 대고 있던 내 허벅지를 세게 붙잡고, 속도를 더더욱 올린다.

쮸븝, 쮸븝, 쮸븝, 쮸븝.

머리는 이미 끓기 직전.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료코 선배의 뺨이 움푹 패이고, 그 만큼 입술이 쭉 튀어나왔다.

성기가 녹는다…… 정말로 그런 걱정마저 떠오른다.

“선배…… 선배……!”

이미 내 성기는 사정욕구 때문에 파열할 것 같았다.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료코 선배는 입을 한 번 떼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한다. 평소의 상냥한 료코 선배였다.

“첫 펠라티오. 어디다 싸고 싶어?”

“어어…….”

그런 것을 생각할 여력이 있을 턱이 있나.

“그럼, 모처럼이니, 입에다 할까?”

“……네? 그래도 될까요?”

“싫어? 입에다 정자 싸는 거.”

나는 이미 숨이 한계까지 차올라 있었다.

“싫지는…… 않지만…….”

“그럼, 내 입을 보지라고 생각하고 가득, 퓻퓻 싸는 거야.”

료코 선배는 사랑스럽게 윙크를 보낸다. 이 음란한 공간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산뜻한 태도였다.

“네, 네에…….”

내가 생각해도 한심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언제나 대등한 사이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포식자와 먹이일 뿐이다.

“아~~~……음.”

료코 선배가 입을 크게 벌리고 내 성기를 삼킨다.

나를 다시 감싸는 다정한 온기. 의식이 계속 느슨해지고, 뇌리에서 불꽃이 터진다. 사정이 가깝다.

료코 선배의 펠라티오는 처음에는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속도가 높혀간다.

윤기가 흐르는 입술이 타액을 바르는 것처럼 음경을 훑다가, 가끔씩 귀두 갓에 걸려 젖혀진다.

“으으, 진짜 장난 아니야…….”

나를 신음하게 만드는 것은 입술의 마찰만이 아니다. 휘감기며 달라붙는 혀. 뺨이 홀쭉해질 정도의 흡입. 미약처럼 남근을 끓어오르게 하는 타액.

그 모든 것이 너무나도 기분 좋다.

과도하기까지 한 쾌락은 내 머릿속을 새하얗게 물들여 간다.

나는 나도 모르게 료코 선배의 손을 잡는다. 그녀도 내 손을 잡아 준다. 내 손보다 작을 터인 그 손은 무엇보다 의지할 가치가 있어, 나는 안심하게 된다.

“……선배…… 나와요…….”

“하도 홰.”

내 성기가 더 부풀어 오름과 동시에, 선배의 펠라티오의 기세도 최고조에 달한다.

쯔붑, 쯔붑, 쯔붑, 쯔붑.

료코 선배의 진심을 다한 펠라티오.

나는 이미 사정하는 것 말고는 생각을 할 수 없다. 머릿속까지 성기가 된 것 같다.

“아아, 간다!” 

한층 세게 료코 선배의 손을 쥔다. 그녀도 답하듯 내 손을 쥐어 주었다.

하복부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요도를 내달려 올라간다.

정말 이대로 사정해도 될까. 그런 의문이 머리에 잠깐 떠올랐지만, 탁류 같은 쾌락에 떠밀려 가버린다.

“아아앗!”

왈칵왈칵, 왈칵왈칵!

료코 선배에게 뿌리까지 먹힌 채, 그녀의 목구멍을 노리고 사정한다.

인생에서 최고라고 해도 좋을 기세와 양, 그리고 진한 정액이 방출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도 료코 선배는 아무렇지도 않게 전부 입으로 받아 준다.

사정이 한바탕 진정되자, 나는 카린을 생각했다.

죄의식 같은 감정이 아니라, 단순히, 연인과의 즐거운 추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나는 카린을 좋아한다.

료코 선배의 온기로 지복의 절정을 맛보면서도, 연인에 대한 애정은 다시금 선명해졌다. 아니, 료코 선배의 온기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 료코 선배가 나를 올려다보며 얼굴을 뗀다.

“아~앙.”

그리고 나에게 구경하라고 입을 벌렸다.

치열이 고른 하얀 치아. 분홍색 입 안의 혀. 그리고 거품이 일은 대량의 정액.

그리고 입을 다무는 다음 순간, 료코 선배의 목구멍이 꿀꺽 울린다.

놀랄 틈도 없었다.

료코 선배는 생긋생긋 웃으면서 나를 바라본다.

“아~앙.”

이번에는 혀를 빼꼼 내밀며 입을 벌린다.

그 안에는 이미 희뿌연 액체가 조금도 없었다.

“잘 먹었습니다.”

“벼, 변변치 못했습니다.”

뭐라 대답하면 좋을지 알 수 없어서 머뭇머뭇 말했다.

“아주 끈적거리고 썼어. 토모 군의 정자.”

여전히 싹싹한 태도로 그렇게 말 한다.

그리고는 반쯤 발기해 있는 음경을 다시 입에 넣고, 뺨을 홀쭉하게 오므린다.

쭈우우우우우우우웁.

“으윽.”

소리를 내며 요도에 남아 있던 정액을 빨아낸다. 그 쾌감은 사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료코 선배는 머금은 그대로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삼킨다. 그리고 잠깐만 얼굴을 떼더니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한 번 더, 자지가 발기하게 해 줄게.”

쪽, 쪽, 쪽 하고 꼼꼼하게 귀두에 키스를 하고, 천천히 입에 넣고서 펠라티오를 재개한다. 그것은 전희로서 쾌락을 준다기보다, 수고했다며 다정하게 빨아 주는 모양새였다.

끈적하면서, 느긋하게 입술을 미끄러뜨리고 혀를 댄다. 가끔 움직임을 멈추고, 쪽쪽 소리를 내며 빤다.

내 성기는 순식간에 다시 힘을 되찾는다.

“아하하. 칸지 군보다 빠를지도. 제법이잖아.”

그 말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지 알 수 없었기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있잖아. 나만 알몸인 거, 좀 부끄러운데?”

그렇게 말하는, 료코 선배는 조금도 부끄러운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했다.

“아, 죄송합니다.”

“벗겨 줄게. 자, 만세.”

나는 고분고분 양팔을 든다. 그 모습을 보고 선배는 킥킥 웃었다.

“토모 군은 말을 잘 들어서 귀여워.”

그런 말을 하면서 내 옷을 벗긴다. 료코 선배는 분명 연상이지만, 단순한 연공서열 때문이 아니라, 따르게 되고 마는 마력이 그녀의 목소리에 있었다. 아무튼 이로써 두 사람 다 알몸이다.

서로에게 애무도 한참동안 했고, 어느 쪽의 성기도 임전태세에 들어가 있다.

즉, 이 다음 단계는 섹스라는 것이 된다.

누구와 누구가?

나와 료코 선배.

현실감이 전혀 없다.

그런 내 심정을 헤아렸는지, 료코 선배는 놀라운 제안을 해 온다.

“잠깐 위쪽 상황 보고 올까? 칸지 군이랑 카린 쨩이 사이좋게 하고 있는지 어떤지.”

나도 위쪽 상황에 흥미가 없지는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질투를 품고 있는데, 그들의 행위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된다면, 멀쩡히 서 있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료코 선배가, 대답을 못하고 있는 내 손을 붙잡아 끌고 간다.

“응? 저쪽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몰래 보러 가자.”

결국 나는 떠밀리는 형태로 료코 선배의 뒤를 따라간다.

계단을 오르는 료코 선배의 뒷모습은 그야말로 봐서는 안 될 것이었다.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출렁출렁 흔들리는 복숭아 같은 엉덩이.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여성기는 털 없이 깔끔한 균열을 이루고 있다.

나는 시선이 끌려가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으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그녀 뒤를 따른다.

“저, 아까도 물어 본 건데, 선배는 싫지 않으세요?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랑, 그, 그런 걸 하는 게.”

“그야 당연히 싫지. 내가 다른 남자랑 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데 아까 말했잖아, 토모 군이랑 카린 쨩은 특별해. 나는 모두를 정말 좋아하거든. 물론 칸지 군을 좋아하는 것과 너희 둘을 좋아하는 건 완전히 달라. 그래도…… 음. 뭐라고 하면 좋을까. 너희 둘을 좋아하는 건 단순한 우정일지도 모르지만, 섹스를 할 만한 우정이란 거지.”

엉덩이를 흔들면서 료코 선배는 말을 잇는다.

“칸지 군도 같은 마음일 거야, 아마 토모 군과 카린 쨩도 마음속 어디에선가는 그런 생각이 있었으니까 공명이랄까 공감한 거 아니겠어? 그게 아니면, 술이 좀 들어갔다고 해서 이런 걸 할까? 아무리 토모 군이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운 성격이고, 카린 쨩이 어른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다 해도 말이야.”

료코 선배의 말은 양질의 물처럼 술술 목구멍을 넘어간다.

섹스를 할 만한 우정.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런 것이 있을까? 하지만 확실히 나는, 내가 료코 선배와 하는 것 그리고 카린이 칸지와 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까지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료코 선배는 이렇게도 말했다.

스와핑을 경험함으로써, 네 사람의 사이가 더 돈독해지면 좋겠다고.

나는 그 의견에 대해서도, 아주 황당한 소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새 계단도 끝이 보이려 한다. 여기를 올라가서 복도를 조금만 걸으면, 칸지와 카린이 단둘이 있는 료코 선배의 방이다.

계단 하나를 오를 때마다 심박수가 올라 간다.

정말로 칸지와 카린이 섹스를 즐기고 있을까?

계단을 다 올라가자, 한 발 앞에서 걷고 있던 료코 선배가 내 옆으로 온다.

“괜히 긴장되네.”

“……선배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칸지와 카린은 하고 있을까요?”

“글쎄. 아, 그런데 무슨 소리가 들리네.”

귀를 기울이자, 확실히 무언가 삐걱삐걱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꼭 침대 위에서 어떤 반복 운동을 하는 것 같은…….

나는 침을 삼키려 했지만, 목이 바짝 말라서 아무것도 삼킬 수 없었다.

그리고 조심조심 방으로 다가가자, 삐걱거리는 소리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것은 아무리 들어봐도 섹스 중에 하는 달짝지근한 속삭임이 아니라, 평소 두 사람의 험악한 말다툼이었다.

“그러니까 아프다고 했잖아!”

“좀 참아라!”

“뭐가 어른의 섹스야! 좆만 더럽게 큰 것뿐이네!”

“네가 불감증이라서 그렇잖아! 좀 더 귀여운 소리로 헐떡이지도 못하냐!”

“상대가 토모였다면 죽을 것처럼 헐떡였겠지! 이 허접아!”

“허, 허접!? 이 기지배가 내가 진심을 내게 하네!”

“빨리 그 진심을 내 보라고! 쓸데없이 좆만 큰 녀석아!”

“쓸데가 없다니! 아무튼 너도 젖었잖아!”

“방어 반응인 생리현상이잖아! 멍청아!”

“말은 그렇게 해도 내 자지에 맛 들였으면서.”

“우와, 진짜 말 재수 없게 하네! 변태 아저씨냐!”

나는 어깨가 축 처졌다. 안심한 것 같은, 아니면 낙담한 것 같은, 스스로도 잘 모르는 감정이었다.

굳이 낙담할 필요가 있을까. 나도 섹스를 통해 두 사람이 사이좋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걸까..

옆에서 료코 선배가 쓴웃음을 짓고 있다.

“뭐, 예상대로라고 해야 하나.”

다시 료코 선배가 내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나에게 “쉿.” 하고 조용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며 걸어가는 료코 선배를, 나도 따라하며 따라간다.

료코 선배의 방 앞에 도착한다.

문은 우리가 나왔을 때랑 똑같이 반쯤 열려 있었다. 우리는 숨을 죽인 채 안쪽 상황을 엿본다.

“이얏! 이얏! 암컷처럼 가버려라, 이 망할 소꿉친구!”

“갈 리가 있겠냐, 그렇게 무식하게 허리 흔드는데!”

두 사람은 말다툼 하면서, 침대 위에서 후배위로 하고 있었다.

알몸의 두 사람이 땀투성이가 되어, 칸지가 카린의 가는 허리를 붙잡고 하복부를 리드미컬하게 팡팡 때리고 있다. 그때마다 카린의 예쁜 거유는 출렁출렁 흔들렸다.

어째서일까. 질투나 초조함보다도 먼저 온몸에 탈력감이 엄습했다. 너희는 섹스를 할 때만큼은 사이좋게 못지내냐, 하고 핀잔을 주고 싶어진다.

“나도 같은 기분이야.”

옆에서 료코 선배가 한숨을 쉬며 힘없이 웃고 있었다.

“그래도 네 보지, 조금은 내 자지 굵기에 익숙해진거 아냐?”

“어쩔 수 없으니까 내가 맞춰 주고 있는 거라고!”

“애액이 질질 나와서 하얗게 거품까지 나는데! 솔직하게 씹물이 터질 정도로 느끼고 있다고 말해!”

“읏, 읏, 읏…… 따, 딱히, 더럽게 크기만 한 네 좆 따위에…… 큭…….”

“이것 봐, 이것 봐! 숨소리가 좀 이상해졌는데?”

“……개소리는 닥치고 허리나 흔들라고, 너는!”

하지만 역시라고 해야 할까, 서로를 향한 욕설의 이면에 형용하기 힘든 따뜻한 감정이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것이 그들이 오랫동안 쌓아 온 커뮤니케이션이리라.

“아까 한 말은 취소.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이는 좋네.”

료코 선배도 흥미롭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료코 선배가 내 어깨를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고 귓속말을 한다.

“몰래 보고 있는 것도 미안하고, 그만 내려가자.”

그녀의 의견에 이의가 없었기에 따르기로 한다. 하지만 그때 나는 약간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침대 위에서 설전을 계속 벌이던 두 사람의 말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동시에 방 안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내가 알고 있는 카린의 체취이기도 했지만, 그것과는 미묘하게 다른 페로몬이 이 방에 가득 차 있다.

“으응, 으응…….”

말수가 줄어든 가운데, 명백하게 카린의 숨소리가 변화한다. 어딘가 간절한 것 같기도하고, 애타는 것도 같은 숨소리.

두 사람의 말이 사라지자, 남녀가 교접하는 소리가 선명해졌다. 카린의 둔부와 칸지의 하복부가 맞부딪치는, 팡팡팡팡 하는 메마른 소리. 그리고 찔꺽찔꺽 끈기를 동반한 마찰음.

게다가 카린의 변화는 다른 곳에서도 나타났다.

꼭 쥔 두 손과, 꽉 닫힌 눈꺼풀과 입은 무언가을 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쩐지 야한 분위기가 됐네.”

료코 선배가 다시 내게 귓속말 한다.

갑자기 두근두근, 내 심박수가 빨라진다.

나는 홀린 것처럼 두 사람이 몸을 섞는 모습을 바라본다.

“야앙…… 아아…….”

카린이 흐트러진 소리를 낸다. 하지만 칸지는 그 것을 놀리거나 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치면 서로 시비를 거는 소꿉친구에서, 어느새 섹스에 열중하는 남녀로 변해 있었다.

나는 그저 묵묵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카린의 남자친구로서 훼방을 놓아야 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카린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에.

“앗, 응…….”

마침내 둑이 무너진 것처럼 카린의 입에서 새된 소리가 새어나온다. 그것은 칸지가 하복부로 찌르자, 밀려나온 것처럼 입에서 흘러넘친다.

“앗, 앗, 앗, 앗, 앗.”

동시에 카린의 눈썹이 여덟팔자로 축 처지며, 쾌감과 죄악감이 덧칠된 표정을 짓는다.

칸지도 이마에 땀이 맺힌 채, 눈을 가늘게 뜨고 필사적으로 허리를 흔들고 있다.

“야앙, 앗, 잠깐만…… 뭔가…… 이상한 게 올라와…….”

내가 질투 안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내 가슴에 와 닿은 것은 카린을 향한 도취였다.

“싫어, 싫어, 가버려…… 왠지, 보지, 찌릿찌릿해…….”

우화(羽化)하려고 한다.

“앗앗앗, 좋아, 좋아, 간다간다, 야앙, 커다래♡ 안 돼, 이런거, 아앗, 거기, 엄청나♡ 아잇, 좋아…….”

어른이 되려 하고 있다.

“……이런 건 처음이야…… 나, 몰라…….”

불안해하며 말한다. 나에 대한 양심의 가책도 느껴진다.

내가 모르는 목소리. 내가 모르는 얼굴. 내가 준 적 없는 쾌락.

“간다! 간다! 간다! 안 돼, 토모가 아닌데도…… 아앗, 간다!!!”

한층 더 큰 소리를 내며, 그녀는 등을 활처럼 휘며 크게 경련한다. 그 가녀린 등이 너무나도 예뻐서, 카린에게 아름다운 날개가 자란 환상을 봤다.

카린은 두 손을 더 세게 쥐고, 전력질주를 한 것처럼 헉헉 숨을 몰아쉬고 있다. 그 온몸은 멀리서 봐도 땀에 흠뻑 젖어 있다.

그녀가 내뿜은 절정에 오른 암컷의 향기가 복도까지 감돈다. 그것은 나의 몸서리치게 할 정도로 감미우면서도, 어딘가 씁쓸했다.

카린이 온몸을 움찔움찔 떨고 있는 동안, 칸지는 피스톤 운동을 중단하고 있었다.

“……너무 조인다고, 너.”

그렇게 힘없이 놀렸는데도, 카린은 대꾸 하지 않았다.

친구와 이어진 채 절정에 올라 있는 카린에게 홀려 있던 나를 현실로 데리고 온 사람은 료코 선배였다. 내 손을 잡아끌며 이 자리를 떠나려 한다.

“다음은 토모 군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줄 차례네.”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작은 소리로 말한다.

그리고 시선을 내 사타구니로 옮기고 킥 하고 웃었다.

“자지가 엄청나게 됐어. 코뿔소 뿔 같아.”

정신을 차려 보니 내 성기는 배꼽에 달라붙을 정도로 우뚝 서 있었다. 나는 어찌할 수 없을 만큼 흥분하고 있었다.

“카린 쨩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할 마음이 생겼어?”

나는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 얼버무리며 웃을 뿐이다.

거실로 돌아온 나와 료코 선배는 소파에 앉았다. 어깨가 닿을 정도도 아니고, 한 칸씩 차지하고 앉은 것도 아닌, 미묘한 거리.

나는 일본도처럼 외줄기로 발기해 있는 성기와는 반대로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있었다.

료코 선배는 내가 그런 기분을 토해내기를 기다려 주고 있다. 다정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다. 이 사람에게라면 뭐든지 속내를 다 털어 놓을 수 있을 것 같은 안심감이 있다.

“……선배.”

“왜~?”

“나는 카린을 그런 표정을 짓게 만들거나, 그런 소리를 내게 만든 적이 없어요.”

“응.”

“어쩌면 가게 한 적도 없겠죠.”

“응.”

“……어른이 된 카린은 아주 예뻤어요.”

“그렇게 간단하게 어른이 될 수 없어. 너희도. 나도.”

“하지만, 아주 멀리 가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게다가, 하늘에서 날개 짓을 해야 할 카린을 내가 속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해서, 자신의 부족함에 낙담해버렸어요.”

“성실하구나.”

료코 선배는 두 팔을 벌려 나에게 내밀었다.

“자. 이리 와. 말이 아니라, 토모 군의 체온으로 마음을 전해줘.”

나는 매달리듯 료코 선배에게 안겼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파에 쓰러졌다.

지금부터 나는 료코 선배와 섹스를 한다.

카린에게 앙갚음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그녀의 뒤를 쫓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어느새 내 눈에서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나 보다. 료코 선배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살며시 상냥하게 닦아주고, 역시 상냥하게 웃는 얼굴로 속삭인다.

“충격이었지?”

“……네. 그래도 괜찮아요. 선배가 한 말도 어떻게든 이해가 되었어요…… 아직 완전히 납득할 수는 없지만요.”

“응.”

“그리고…… 뭐라고 할까, 그냥 좀 의기소침해졌다고 할까요, 나 자신도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향상심 쪽이 더 강해요.”

“좋아, 좋아. 그래야 카린 쨩의 남자친구지.”

료코 선배는 달래듯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것이 묘하게 안심되게 한다.

“……저기, 콘돔은요?”

“지갑 속에 있기는 한데…… 없이 해버릴까?”

“네?”

“토모 군도 어른의 섹스 해버릴까?”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이면 좋을지 몰라서 굳어버렸다. 그런 나를 보고 료코 선배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농담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거실 테이블에 놓여 있던 지갑에 손을 뻗더니, 콘돔 하나를 꺼냈다.

“놀리지 마세요.”

“아하하. 방금 잠깐이지만 남자애의 얼굴이 됐어.”

그런 말을 하면, 반론할 수도 없다.

남자는 속물이라, 아무리 동요하고 있었다 해도 눈앞에 먹음직한 먹이가 매달려 있으면, 눈빛이 변하게 되는 법이다.

료코 선배는 위를 보고 누운 채 목만 살짝 들고, 콘돔을 내 음경에 대고 그대로 척척 씌워 간다.

카린과 할 때는 언제나 내 손으로 착용했는데, 타인의 손이 씌워 주자 왜인지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카린 쨩하고 할 때는 언제나 착용하고 해?”

“네.”

“콘돔 없이 한 적 없어?”

“한 번도 없죠.”

“착실하구나, 장하네.”

료코 선배는 그렇게 말하고 생긋생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다음번에, 누나랑 연습해 볼래?”

그리고는 들고 있던 머리를 내리고, 내 목에 두 팔을 감는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다. 뭐라고 할까, 연상의 여성은 능글맞다. 그렇게 생각했다.

“자, 와도 돼.”

모성마저 느껴지는 온화한 미소로 그렇게 말하면서, 귀두를 질구에 가져다 대 주었다. 남은 것은 내가 허리를 앞으로 내미는 것뿐이다.

스와핑의 혼란한 분위기에 시달렸던 내 정신이, 료코 선배의 미소와 작은 목소리로 안녕을 얻는다.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천천히 료코 선배와 하나가 되어 갔다.

매끄럽게 미끄러지듯 나의 흥분한 음경이 료코 선배 안에 잠겨들어 갔다.

카린 같은 타인을 거부하는 듯한 조임이 아니다. 카린의 그것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성기가 밀려나올 것처럼 빡빡하다.

하지만 료코 선배는 다정하게 포옹해 준다.

사방팔방에서 부드러운 살의 벽으로 남근을 껴안아 주고, 사랑해 준다.

따뜻하다.

음경을 뿌리까지 삽입하자, 너무 아늑해서 온몸에서 힘이 빠진다.

그 삽입감은 안심감이라는 이름의 유열로 나를 황홀하게 떨게 했다.

“……으응.”

료코 선배가 눈을 감고, 달콤한 탄식을 흘린다. 그 사실이 나를 더욱 고양시킨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뜨고, 쑥스럽다는 듯 웃는다.

“우리도 섹스, 해버렸네.”

“……네.”

나는 상반신을 쓰러뜨려 료코 선배를 누른다. 료코 선배의 샴푸 냄새가 달콤하다.  

료코 선배가 귓가에 속삭였다.

“안 움직여?”

“선배의 안, 엄청 기분 좋아요.”

“그래? 응. 나도 토모 군의 자지, 엄청 기분 좋아.”

“정말요?”

카린의 그런 모습을 보고, 아무래도 남자로서 칸지 쪽이 더 우수하지 않는가 해서 불안했다.

“정말이야. 칸지 군이랑 다르게 토모 군은 이렇게 뒤로 확 젖혀져 있어서, 좋은 데 닿는다는 느낌. 이게 움직이면 엄청 기분 좋을 것 같아.”

료코 선배는 숨김없이, 하지만 좀 수줍어하며 그렇게 말했다.

나도 완전히 차분해진 마음으로 대답한다.

“저야말로, 급하게 허리를 움직이면, 순식간에 싸버릴 것 같아요.”

료코 선배의 질 벽은 꿈틀꿈틀 휘감기며 달라붙어 왔고, 표면에 오톨도톨한 알갱이가 나 있었다. 삽입하고만 있어도 몸부림치고 싶어지는 쾌락을 가져다준다.

그렇다 해도 신기한 감각이다.

틀림없이 나와 료코 선배는 섹스를 하고 있다.

발기한 남성기를 여성기에 삽입하고 있다. 그런데도 성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감각이 이상하게 희박하다.

어느새 긴장도 사라졌다.

나는 나도 모르게 살짝 웃고 말았다.

“왜 그래?”

“왠지 신기해서요. 막상 살을 섞고 있는데, 섹스를 하고 있다는 실감이 나지 않아서요.”

“알 것 같아.”

언제나 모두가 함께 있을 때 느끼는 온기. 함께 등하교를 하고 공부를 하고 데이트를 한다. 그것의 연장선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일상감.

료코 선배가 기쁜 듯이 말한다.

“역시 예상한 대로야. 우리 우정에 걸리면, 섹스 따위는 놀이일 뿐이지.”

내가 그렇게까지 달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와 료코 선배가, 그리고 카린과 칸지가 각각 하나가 되어 있다는 사실에, 그렇게까지 위화감이 들지는 않는다. 나아가서는 네 사람이 하나가 되어 있는 것 같은 결속감 비슷한 감정도 느낀다.

나는 그 이상한 감정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료코 선배를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허리를 움직인다.

“앗…… 응.”

“어때요?”

“으응, 으응…… 기분 좋아…… 앗, 좋아.”

료코 선배의 팔이 내 목에 감긴다.

“야앙, 응…… 하아, 하읏…….”

그녀의 숨결이 내 귓불에 직접 닿는 것이 묘하게 관능적이라, 내 허리를 빨라지게 한다.

“앗, 좋아, 거기…… 아아, 하읏.”

료코 선배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간다.

그녀는 약간 수줍어하며 말한다.

“역시 기분 좋은 데에 닿아…… 토모 군의 발기 자지.”

나는 왠지 기뻐서 뺨이 풀어졌다.

“아, 쑥스럽나 보구나.”

료코 선배가 나를 놀린다.

“그런 말은 처음 들어서요.”

“카린 쨩은 말 안 해?”

“카린하고는 섹스 때 말을 안 해요. 둘 다 뻣뻣해요. 이렇게 편안한 정신 상태로는 못해요.”

“서로 사랑하니까 그래. 나도 칸지 군이랑 할 때 좀 더 분위기를 신경 써볼까나.”

둘이서 동시에 킥킥 웃는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혀만으로 키스를 했다. 혀끝만 쿡쿡 서로 찌른다.

병행해서 허리를 흔든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는, 긴 스트로크.

“으응, 앗…… 좋아.”

“이렇게요?”

“응, 거기…… 앗앗…… 자지가 문지르고 있어…… 아아, 좋아……하윽, 응…….”

피스톤 운동의 각도를 살짝 바꾸는 것만으로도, 료코 선배의 음색이 현저하게 달라진다.

료코 선배가 최고급 피아노라고 한다면 지금의 나는 연주자다.

칸지는 훌륭하게 카린의 매력을 최대한까지 끌어내어 연주했다.

그런 그들의 섹스를 조금이라도 따라잡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한다. 비록 세련되지는 못했다 해도, 나는 우직하게 노력하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선배가 기분 좋아지는 곳, 더 가르쳐 주세요.”

“의외로 뜨거운 남자였구나.”

“……나는 어떤 인상인데요?”

“항상 냉정침착. 과묵하고 지적인 남자애.”

“아무리 그래도 이런 때는 체면 안 차려요.”

료코 선배는 내 말을 듣고, 기쁘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섹스를 통해 네 사람의 사이가 더 돈독해지면 좋겠다는 그녀의 소원으로 보면, 나의 이런 말은 기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좀 더 얕은 곳을, 귀두 갓으로 긁는다고 의식해서 해 봐.”

“이렇게요?”

그녀가 말한 대로 허리를 움직인다.

“으읏, 으읏…… 조금만 더 얕은 곳.”

“여기?”

“아앙, 그래, 거기…… 거기, 반복해서 자지로 긁어줘.”

코치를 받으며, 나는 집중해서 료코 선배의 약점을 반복해서 문지른다.

“앗, 앗, 앗, 앗, 앗.”

그러자 그녀는 견딜 수 없다는 듯한 소리를 내며 턱을 당겼다.

“앗, 조, 좋아, 토모 군, 기분 좋아, 앗앗앗.”

나는 그 헐떡이는 소리를 더 듣고 싶어서, 허리를 흔드는 속도를 올린다.

“앗, 앗, 앗, 굉장해, 자지, 딱 맞게 닿았어…….”

물론 기분 좋은 것은 료코 선배만이 아니다. 그녀의 질 벽 천장에는 자잘한 알갱이들이 오톨도톨 박혀 있어서, 넣었다 뺐다 할 때마다 음경에 찌릿찌릿한 기분 좋은 자극을 준다. 마음을 놓으면 곧바로 사정까지 이끌려 갈 것 같다.

“있잖아, 토모 군…… 가끔은 끝까지 자지를 꾹 밀어 넣어 봐.”

“이렇게요?”

천천히, 남근을 뿌리까지 보이지 않도록 살 단지에 밀어 넣는다.

“으~~~읏♡”

료코 선배는 그렇지 않아도 가녀린 어깨를 꽉 움츠렸다.

그리고 살짝 뜬 눈으로 나를 보며, 요염한 목소리로 나무랐다.

“……토모 군의 자지…… 너무 야해.”

료코 선배 쪽이 훨씬 더 야하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말로 꺼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의 불만을 꿰뚫어본 건지, 료코 선배가 살며시 내 뺨을 꼬집는다.

“뭔가 말하고 싶은 표정인데?”

“……선배 쪽이 훨씬 더 야하다고 생각했어요.”

“농담이지? 내가 그런 표정 지었다고?”

“반칙이예요.”

무표정하고 담담하게 그렇게 말한다.

나는 피스톤 운동을 재개하면서 한마디를 더 붙였다.

“그래도 귀여움은 카린이 세상에서 제일이니까요.”

“나도 칸지 군의 듬직함을 제일 좋아해.”

소파가 삐꺽삐꺽 흔들린다. 그러자 료코 선배의 표정이 곧바로 황홀함에 녹아내리는 것으로 변한다.

“앗, 앗, 앗, 앗.”

나는 가르침 받은 대로, 일단은 얕은 곳을 공들여 문지른다.

“아윽, 좋아, 좋아, 그거, 아앗, 토모 군♡”

그리고 적당한 때를 봐서, 하복부를 꾹 밀어붙이듯 삽입한다.

“하아, 으윽!”

료코 선배의 등이 떠오른다. 출렁출렁 흔들리는 풍만한 유방. 희미하게 돋아 있는 갈비뼈. 예쁜 모양의 배꼽. 모든 것이 아름답다.

그녀의 알몸을 눈앞에 두면, 어떤 수컷이라도 짐승 같은 성욕에 휩싸여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사람의 모든 것을 갖고 싶은 욕구는 생겨나지 않는다.

카린과의 서투른 섹스에서도, 나는 매번 연인의 모든 것을 갖고 싶은데.

이런 자극적이고 쾌락에 절여진 섹스를 하고 있는데, 료코 선배에 대해 더 사이좋게 되고 싶다는, 성적인 것과는 관계없는 의욕이 솟아오른다.

그러면서도 나와 료코 선배는 숨결이 거칠어졌고, 온몸에서 땀을 흘리며 성기를 맞비비고 있다.

“선배, 항상 고마워요.”

“뭐야, 갑자기?”

“우리 네 사람이 즐겁게 지내는 건 선배의 덕이라고 항상 생각했어요.”

료코 선배는 나의 피스톤 운동으로 가슴이 출렁거리는 와중에도 킥킥 웃는다.

“왜 또 섹스 중에 그런 소리를 하는 건데?” 

“모르겠어요. 사정하고 싶어지니까, 선배한테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졌어요.”

섹스를 할 정도로 친한 사이에도 예의는 갖추어야 한다. 친한 사이에도 섹스는 해야 한다, 라고 해야 하나.

“정자, 퓻퓻 싸고 싶어졌어?”

“약간요.”

“그럼 토모 군이 하고 싶은 대로 허리 흔들어도 좋아.”

“하지만 선배가 아직 가지 않아서.”

“괜찮아. 이미 충분히 기분 좋으니까, 토모 군에게 마구 찔리면 분명 가버려.”

“……네. 그럼 사양 않고.”

“으음. 내 보지, 오나홀 대신이라 생각하고 자지 푹푹 박아도 돼.”

나는 료코 선배의 오금을 가볍게 끌어안는다.

“그럼, 나…… 열심히 할게요..”

“와줘.”

나는 그저 내가 기분 좋아지기 위해서만 허리를 흔들었다.

질 항아리가 찔꺽찔꺽 야릇한 소리를 낸다.

“아앙, 아앙, 아앙, 아앙.”

료코 선배는 눈을 감고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그 이상으로 쾌락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은 나였다.

그저 막연하게 허리를 흔들 뿐인데도, 료코 선배의 태내는 너무 기분 좋다.

딱 알맞은 조임. 따뜻한 질 벽. 꿈틀거리듯 감겨들어 오는 주름들.

“야앙, 앗, 토모 군, 너무 세…….”

큰일이다. 예상보다 빨리 사정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료코 선배의 절정은 아직 찾아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육지책으로 나는 허리를 흔들면서 다른 데 정신을 쏟기 위해 입을 열었다.

헉헉, 호흡을 거칠게 내쉬면서 말한다.

“……선배…… 새삼스럽지만, 카린이랑 저를 이어지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읏읏아앗…… 저, 정말 새삼스럽네…… 갑자기 왜그래?”

“아뇨, 그게, 왠지 모르게.”

료코 선배는 흐리멍덩한 얼굴로,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사정할 것 같은데, 대화로 주의를 돌리려는 속셈?”

전부 간파당했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히 인정한다.

“뭐, 그런 거죠.”

“신경 쓰지 말고 싸버리면 돼.”

“안 돼요.”

“어째서?”

“연공서열?”

“아하하. 우리 사이에 그런 게 있어?”

“그래도 진심으로, 선배를 가게 만들고 싶어요. 남자로서 성장하고 싶다고 할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카린을 볼 낯이 없어요.”

“음. 그 마음가짐 좋아. 그럼 나랑 함께 가자.”

“네.”

료코 선배에게 받은 사명감으로, 나의 발기는 사정욕과 향상심의 화신이 된다.

“앗, 앗, 아윽…… 으읏, 으읏, 아까보다, 자지, 더 딱딱해……♡”

“딱딱한 편이, 좋아요?”

“응, 나는, 좋아…… 딱딱한 자지, 좋아…… 분명 카린 쨩도 마찬가지일 거야.”

그 말에 안도를 느낀다.

“카린 쨩은 행복한 애네. 이렇게 딴딴한 자지가 사랑해 주고.”

“……카린이랑 할 때는 긴장해서, 이렇게 아플 정도로 발기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렇구나. 그래도 분명 토모 군의 마음은 닿을거야…… 아앙♡ 앗앗, 깊은 데, 닿았어♡ 굉장해, 아읏, 읏읏읏, 간다…… 토모 군…… 나…… 가버려…….”

“……저도 이미…… 한계예요.”

서로 긴장한 목소리로  보고한다.

“야앙, 앗앗, 정자 내보낼려고 하는 자지…… 정말로 야해…….”

“선배…… 선배…….”

머릿속은 이미 사정욕구로 꽉 채워진 것 같다. 하지만 그 중앙에는 확실하게 카린에 대한 사랑이 변함없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안심하게 했다.

“와줘…… 정액 가득 싸서…… 자지, 편하게 해줘…… 앗앗앗, 간다, 간다, 간다간다간다♡ 아아앗!”

어떻게 사정해야 할지 의논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무리 콘돔을 장착했더라도, 질 안에 싸는 것은 역시 꺼려졌다.

나는 허리를 뒤로 빼고 콘돔을 잡아당겨 벗긴다. 거의 동시에 정액이 요도를 달려 올라와서, 푸슛 소리를 내며 료코 선배의 몸에 흩뿌려졌다.

얼굴부터 유방, 배를 하얗게 물들여 간다.

“앗, 야앙…… 하아, 하아…… 잔뜩, 나왔네…….”

료코 선배는 자신에게 달라붙은 정액을 확인하자, 눈을 감고 몸에서 힘을 뺐다. 만족한 것을 편안한 모습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나도 그야말로 승천한 것 같은 절정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 분의 발소리가 계단으로 내려오는 것을 듣지 못할 정도로 집중해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는 전라의 카린과 칸지가 있었다.

“……토모…….”

충격을 받았는지, 불안한 목소리를 내는 카린.

“아니, 이건, 그.”

“토모는 바보야!”

카린은 발길을 되돌려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나는 아직 사정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는데 그 뒤를 쫓으려 했다.

하지만 너무 서두른 나머지 소파 등받이에 발이 걸려 얼굴부터 바닥으로 불시착해버린다.

그 소리를 듣고 카린이 다시 유턴해서 내 곁으로 달려와 앉았다.

“괜찮아?”

나는 볼썽사납게 코피를 흘리면서도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그것보다, 미안해…….”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모르겠다. 스와핑은 모두가 결정한 일이다. 그 결정 자체가 경솔했다는 것일까? 아니다.

“왜 사과하는데?”

카린이 눈물을 흘리면서 휴지를 뭉쳐 내 콧구멍에 쑤셔넣으며 묻는다.

“……제대로 어른이 되지 못했어.”

한심스럽게 고개를 떨군다.

료코 선배와의 섹스에 의한 정액은 아직 귀두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 이 녀석도 아직 꼬맹이니까.”

그렇게 웃는 칸지의 사타구니를 카린이 주먹을 뒤로 휘둘러 때렸고, 칸지는 그 자리에서 신음하며 쓰러졌다.

“정말 좋아하니까.”

카린은 맥락도 없이 그렇게 말하고 내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나도 정말 좋아해.”

그렇게 서로 안아주고, 서로 울었다. 옆에서는 사타구니를 감싸고 몸부림치는 칸지. 그런 우리를 료코 선배가 소파에서 얼굴만 내밀어 바라보며 생긋생긋 웃고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의 첫 스와핑이 막을 내릴…… 참이었다.





이전 것들과 마찬가지로 

기존 텍본에 일러스트 삽입 및

일부 거친 표현의 순화, 일부 문장 수정 및 의성어 의태어 같은 것들을 내 맘대로 편집한 것임


1화가 본편의 거의 절반쯤 차지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