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단편 1 바람피우기 흉내 놀이 ~토모&료코 편~

 

 

이 이야기는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넷이서 바다에 놀러 갔다가 러브호텔에서 자고 돌아온 지 일주일 정도 지난 뒤의 이야기.

 

“바람피우기 흉내 놀이를 하자.”

료코 선배의 방에서 공부를 하다가 휴식중의 일이었다.

엉뚱한 말을 꺼내는 것은 칸지의 특기이다.

카린은 이제 반응해 주는 것도 귀찮다는 표정이었기에, 나나 료코 선배가 대꾸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료코 선배는 아이스커피를 빨대로 마시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그 역할은 나에게 맡겨진다.

“무슨 소리야?”

“각각 파트너를 교환해서 데이트를 하고, 무엇을 했는지는 비밀로 하는 놀이지. 어때?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연인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지겠지?”

칸지는 우쭐대면서 그렇게 말했다.

“에너지 드링크를 배터지게 마시면 될 거 아냐.”

카린이 에어컨보다 차가운 말투로 말한다.

“물리적인 동요를 맛보고 싶다는 게 아니잖아. 나는 질투 하고 싶어. 빼앗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위기감을 맛보고 싶다고.”

“네 맘대로 질투하면 되잖아. 료코 선배 같은 사람은 인기가 많으니까 마음껏 질투할 수 있겠네.”

“하아. 모르는 소리. 이래 보여도 료코는 나한테 홀딱 반해 있어서 파고들 틈이 없다고.”

“그런가요?”

카린의 의심스러워하는 시선에 료코 선배는 멋쩍은 듯이 미소 짓는다.

“뭐, 홀딱 반했다는 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겠네.”

“……믿을 수 없어. 료코 선배가 이런 멍청이한테…….”

카린의 빈정거림에 동요하지도 않고, 칸지는 주먹을 치켜들고 연설을 이어간다.

“근데 실제로 연인이 바람을 피우면 엄청 싫잖아? 솔직히 두 번 다시 일어서지 못하겠지? 그래서 우리가 항상 하는 놀이가 도움이 된다는 거야. 안 그래? 토모.”

“어? 나?”

“너 말고는 적임이 없어.”

카린이 끼어든다.

“그보다도 그 성가신 성벽 좀 어떻게 하는 게 좋지 않겠어?”

“너도 조금은 이해가 될 거 아냐? 그만큼 스와핑을 했다면.”

“……으~음. 이해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고.”

칸지의 주장에 카린은 말끝을 흐린다. 확실히 카린이 칸지에게 안길 때의 배덕감은 나도 이해는 하고 있다.

그 뒤에도 칸지와 카린은 왁자지껄 말다툼을 했지만, 이래저래 밀어붙이는 데 강한 칸지의 제안이 통과하게 된다.

그리고 마음이 정리되기도 전에 나와 료코 선배가 오후에 쇼핑몰로 같이 외출하게 되었다.

“미안해. 항상 억지에 휘말리게 해서.”

아케이드 밑을 어슬렁어슬렁 거닐며 료코 선배가 나를 위로하듯이 미소짓는다.

“신경 쓰지 마세요. 칸지의 그런 면이 마음에 드니까요.”

“어머? 그렇구나.”

“그런 행동력은 나에게는 없으니까요. 조금 부럽기도 해요.”

“친구든 연인이든, 자신에게는 없는 것을 바라게 되는 걸지도.”

그때 문득 나는, 료코 선배가 칸지의 어떤 면을 좋아하는지 궁금했지만,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 대신 어떤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이거 귀엽다.”

잡화점 매대에 진열되어 있는 것은 마네키네코 모양의 아로마 용기. 고양이와 아로마를 좋아하는 카린이 마음에 들어 할만한 물건이다. 가격도 적당하다.

“죄송합니다. 이거 카린한테 사다 줘도 될까요?”

“흐응. 일단 나랑 바람피우는 중인데? 농담이야, 농담. 카린 쨩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선물해 줘.”

내가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오자, 료코 선배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혼잣말을 한다.

“음. 나도 칸지 군에게 줄 선물을 가지고 돌아갈까.”

“아아, 그게 좋겠네요.”

“그렇지?”

생긋 웃음을 지은 료코 선배는, 갑자기 내 손을 잡고 앞으로 척척 걸어갔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고, 가타부타 따지기 힘든 분위기가 료코 선배의 등에 드리워져 있었다.

그때부터 십여 분을 걸었다.

“저, 저기…… 료코 선배. 여기에서는 선물 안 팔 텐데요…….”

“어머. 선물이 꼭 물건만 있는 건 아니야. 추억 이야기 같은 것도 있잖아?”

눈앞에는 러브호텔의 입구.

“칸지 군에게 충분히 자세하게 보고해 주고 싶으니까. 토모 군과의 섹스를. 그게 기쁘겠지? 그의 성벽을 봐서는.”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

“그렇게 정해졌으니, 렛츠 고.”

밀어붙이는 면은, 둘 다 비슷했다.

순식간에 방까지 들어가자, 서로 옷을 벗고 함께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료코 선배, 혹시 화났어요?”

나는 료코 선배의 왼쪽 가슴을 주무르면서, 오른쪽 젖꼭지를 입에 머금은 채 물었다.

“별로.”

그렇게 짧게 대답한 후, 내 애무에 몸을 비튼다.

“으응, 흐으…….”

그리고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칸지 군이 이런 플레이를 하고 싶어 해서, 둘이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어. 이제 와서 화가 날 것도 없어. 그래도…… 이왕 하는 거, 마음껏 질투 하도록 해주고 싶을 뿐.”

“그렇군요.”

“하아~, 아무튼 정말 토모 군이랑 카린 쨩이라는 괜찮은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었어. 더할 나위 없는 파트너니까.”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할게요.”

그렇게 말하고 나는 얼굴 위치를 내려서, 료코 선배의 털이 없는 사타구니에 얼굴을 파묻었다. 클리토리스를 핥는다.

“앗, 응…… 토모 군도 처음에 비하면 상당히 능숙해졌어.”

“그런가요?”

“응. 어른스러워졌지.”

나는 아까 구입했던 카린에게 줄 선물을 마음에 들어 할지 고민하면서, 료코 선배에게 커닐링구스를 계속한다.

“하윽, 앗…… 하아, 하아…… 으응, 아앙…….”

음순이 활짝 벌어지면서, 분홍색 질구가 질척하게 젖기 시작했다. 선배가 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공수교대 할까?”

내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자, 료코 선배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었다.

타액을 꼼꼼하게 바르듯이 발기한 음경을 핥으면서, 나를 올려다보고 스스럼 없는 말투로 묻는다.

“카린 쨩도 펠라치오를 해 주게 되었어?”

“덕분예요.”

과장할 이유도 없고, 나와 카린의 섹스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이 놀이 덕분이다.

“근데 아직도 부끄러운지, 아니면 자신이 없어서인지 아주 소극적이에요.”

료코 선배는 혀를 내 성기에 휘감으면서 명랑하게 웃는다.

“아하하. 풋풋해서 좋잖아.”

그리고 그녀는 내 육봉을 입에 넣었다.

입 안의 온기에 감싸이는 이 순간의 쾌락만은 아직도 낯설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뻣뻣해진다.

“윽…….”

료코 선배는 두 손을 내 무릎에 놓고, 입만 써서 음경을 훑는다.

찔꺽찔꺽, 찔꺽찔꺽.

이런 것을 비교해서는 안 되겠지만, 역시 카린의 펠라치오와는 숙련도가 다르다. 숙련된 기술이다. 휘감겨드는 혀. 닿지 않는 치아. 부드러운 목의 피스톤. 하복부를 중심으로 내가 녹아 간다.

나는 무심코 료코 선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 자신도 믿기지 않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

“……선배…… 하고 싶어요.”

료코 선배는 입을 떼고, 후후 하고 연상의 누나다운 웃음을 짓는다.

“좋아. 섹스하자.”

그렇게 말하고 선배는 일어나더니, 침대 옆에 준비되어 있던 콘돔으로 손을 뻗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손을 멈추고, 몇 초 동안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나에게 장난스러운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바람피우기 놀이니까 말이야, 둘만의 비밀을 만들어 볼까?”

그 말의 의미가, 나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침대에 앉은 내가 료코 선배의 의향을 짐작하고 있자, 어째선지 그녀는 일단 손에 들었던 콘돔을 내려놨다. 그리고 음경 뿌리를 잡고 직립시키더니, 귀두를 음순에 조준하고 그대로 허리를 내리려 한다. 즉, 배면좌위로 콘돔 없이 삽입하려 한 것이다.

“저, 저기, 선배…… 콘돔은?”

“노콘으로 해 본 적 있어?”

“없어, 요.”

“그럼 나로 연습해볼까?”

그렇게 말하고 료코 선배는 조금씩 허리를 내린다.

아무것도 장착하지 않은 내 남성기가, 서서히 음순을 헤치고 가르고 삼켜져 간다. 나는 침을 삼키며 그 광경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날것의 성기끼리 이어져 간다.

그 음탕하고도 문란한 광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본능에 직접 호소해 오는 신비적이라고까지 할 정도의 성적 흥분을 가져다주었다.

침과 애액으로 충분히 젖은 서로의 성기가, 미끈미끈 미끄러지며 결합해 간다. 나의 등이 오싹오싹 떨리는 것은, 미지의 행위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 때문일 것이다. 

이윽고, 료코 선배의 엉덩이가 완전히 내 하복부에 착지한다. 내 발기한 성기가 그녀의 살 단지에 완전히 담긴 순간이다.

“어때?”

료코 선배가 고개만 돌려서 나에게 묻는다.

“뜨, 뜨거워요…… 선배의 안이, 엄청 뜨거워요.”

직접 맞닿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체온은, 콘돔이 가로막고 있던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내 성기만 뜨거운 물에 잠겨 있는 것 같은 쾌감에, 온몸에서 서서히 땀이 나기 시작한다.

“토모 군도 엄청 뜨거워. 화상 입을 것 같아.”

더욱이 특필할 만한 것은 그 감촉이다. 콘돔 너머에서도 분명하게 느껴지던 료코 선배의 살 단지가 가진 미세한 융기와 꿈틀거림이 직접 음경에 휘감겨 오자, 마찰 할 필요도 없이 내 머릿속은 벌써 새하얘진다.

오톨도톨한 질벽. 그것들이 꿈틀꿈틀 휘감겨 온다. 아직 피스톤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나는 심호흡을 하며 진정하는데 필사적이었다.

그런 나에게 료코 선배는 평온하게 말을 건다.

“자지 모양, 또렷하게 알 수 있어. 귀두가 빵빵하게 부풀어서, 엄청 딱딱해.”

그 꾸밈없는, 다정한 말투가 오히려 관능적이어서, 내 음경은 더더욱 딱딱해진다. 남자의 성기가 근육의 덩어리라는 것을 연상시키려는 듯, 뚝뚝 소리를 내며 딱딱함을 더해간다.

“으응…… 또 커지고, 딱딱해졌어…….”

료코 선배가 탄식을 섞어서 말한다. 분명 지금 내 음경은 혈관이 검푸른 핏대를 세우고 부풀어 오르고 있을 것이다.

“움직여도 괜찮을 것 같아?”

어디까지나 다정하게 나에게 묻는다.

“저, 저의 페이스로 움직여도 될까요?”

“응. 좋아.”

그리고 료코 선배는 덧붙인다.

“내 생보지로, 자지를 잔뜩 기분 좋게 해줘.”

이 사람은 자연스럽게 남자를 어디까지 욕정하게 만드는 걸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허리를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다. 약간만 마찰해도 사정 욕구가 치솟을 것임은 불을 보는 것보다 명확했다.

“자, 손이 놀고 있네. 가슴 안 만져도 되겠어?”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두 손으로 그녀의 풍만한 유방을 뒤에서 움켜쥐었다. 콘돔 없는 삽입으로 인해 콧김이 거칠어져 있던 나는, 가슴살을 주무르는 손가락에도 힘이 더 들어간다.

물컹, 손가락을 가슴살에 박는다. 탄력이 풍부한 풍유가 탱글탱글 모양을 바꾼다.

“으읏…….”

“죄송해요. 아팠나요?”

“아니. 전혀. 단지, 토모 군도 콘돔 없이 자지 넣고 흥분하니까, 남자애구나 싶어서.”

아무래도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기분이 든다.

아무튼 온몸으로 료코 선배와 직접 맞닿고 있자 땀이 엄청나다. 날것의 가슴을 만지고, 날것의 성기라는 점막을 맞대고 있다. 그때 깨달았지만, 땀에 젖은 있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밀착해 있는 그녀의 등과 엉덩이가 촉촉하게 습기를 띠고 있었다.

“왜 그래? 안 움직이면 연습이 안 되는데?”

그런 재촉을 받고, 나는 조심조심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으응, 으응…… 아앙♡ 역시 콘돔 없이 하니까 완전히 달라…… 자지가 정말 야해…….”

야한 것은 그녀의 모든 부분이라고 반론하고 싶었다. 역시나 약간의 마찰로도 음경이 몸부림친다.

살의 밀도가 높은, 오톨도톨한 알갱이가 잔뜩 박혀 있는 질 벽이, 바로 휘감겨 온다. 내 성기가 비상사태를 뇌에 알려왔다.

 

 


 조루, 세 번 반 움직이고 찍.

그런 말이 머릿속을 스친다.

하지만 이 명기를 상대로 콘돔도 없이 삽입한 결과로 일어나는 폭발은, 그 누구도 나를 비웃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친구의 연인에게 질내사정을 할 수 있을리 없다.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흉내도 뭣도 아니게 된다.

그런 내 염려를 꿰뚫어본 것처럼 료코 선배가 말한다.

“아기가 생길까 봐 걱정이야?”

“……당연하잖아요.”

“그런 토모 군에게 기쁜 소식. 나 약 먹고 있으니까 괜찮아.”

단번에 어깨의 짐을 덜게 된다. 아니, 임신 가능성이 한없이 0에 가깝더라도, 질 안에 사정해도 되는 걸까? 그런 의문이 떠오른다.

고민만 하고 있는 나.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섣부르게 움직이면 눈 깜짝할 새에 사정으로 이끌릴 것이다. 하지만 료코 선배는 기다리다 지친 듯했다.

“토모 군이 안 움직이면 내가 움직여야지.”

그렇게 말하고 허리를 느긋하게나마 앞뒤로 흔든다.

“윽!”

갑자기 사방팔방에서 뭉클뭉클, 음경을 찌부러뜨리려는 날것의 벽에 덮친다.

“으응, 으응♡ 어때? 기분 좋아?” 

“네, 네에…….”

안 되겠다. 상상 이상으로 기분 좋다. 몸 전체의 세포가 사정하고 싶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그 소리를 어떻게든 억누른다.

뭔가…… 뭔가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으면…….

몽롱해지는 의식 속에서 나는 대화라는 수단을 선택했다.

“카, 칸지랑 선배는…… 어떤 경위로 사귀게 된 거죠?”

고육지책에도 정도가 있다. 하지만 효과는 나름대로 있었다. 료코 선배는 온화한 요분질을 유지하면서도, 내 문답에 어울려 주었다.

“어~, 뭐였더라~.”

료코 선배는 수줍어하며 칸지와의 사귀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며 허리를 앞뒤로 움직인다. 나는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휘감겨 오는 살들이 가져다주는 행복감과 필사적으로 싸웠다.

“예전부터 칸지 군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어. 왜, 걔는 학교에서 유명한 운동부원이잖아? 표창 같은 것도 자주 받았고.”

“그, 그랬죠.”

“처음 대화를 나누었던 게 봄쯤이었나. 휴일에 날씨가 좋아서, 근처 공원으로 책을 읽으러 갔어. 그랬다가 칸지 군이 러닝을 하고 있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됐어. 그렇게 얼굴을 트고 …….”

꾸욱, 꾸욱. 료코 선배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날것의 질은 가차 없이 내 음경을 극상의 감촉으로 감싼다.

“카, 칸지 쪽에서 고백했다고 했나요?”

“뭐, 결과적으로는 그렇겠네.”

료코 선배는 수줍어하며 그렇게 말했다.

“결과적이라는 뜻은?”

내가 묻자 그녀는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대답한다.

“……좋아하게 된 건 아마 내가 먼저였을 테니까.”

연애 이야기를 할 때의 료코 선배는 태내까지 소녀였다. 기쁘다는 듯이 꾸욱꾸욱하며 남성을 포옹해 준다. 그 쾌락 때문에 내 요도는 이미 정액으로 빵빵하다.

화제를 잘못 골랐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갑자기 좋아하는 초밥 재료 이야기 같은 걸로 핸들을 돌릴 수는 없었다. 이제 갈 데까지 갈 수 밖에 없다.

내가 날것의 보지를 상대로 압도적인 열세에 몰려 어금니를 악물고 있는 동안에도, 료코 선배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척하면서, 계속 칸지 군의 옆모습을 보고 있었어. 그 시절에는 나도 참 풋풋했네. 몇 번이나 편지를 건네려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지.”

차근차근 그렇게 말한다. 료코 선배도 조금 숨이 차는 듯했다. 우리의 콘돔 없는 섹스는 어느 때보다, 잡담도 곁들인 스포츠 비슷한 분위기를 띠기 시작한다. 마치 나란히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해도 솔직히 그 이야기는 뜻밖이었다. 그녀의 인상과는 거리가 먼, 연약함이다.

“선배라면 좀 더 시원스럽게 고백했을 것 같은데요?”

“평소라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칸지 군을 상대하면, 자꾸 주눅들게 되더라. 왜 그랬을까.”

“그러다 보니 칸지 쪽에서 했다는.”

“맞아. 내 눈을 똑바로 보며 ‘사귀어 줘.’ 하고……. 내 심장을 쿵하고 꿰뚫어버린 거야. 사실 엄청 기뻤는데, 솔직해질 수가 없어서 ‘……뭐 괜찮지만.’ 라고 대답해버렸어. 아, 정말로 꼴불견이었네, 과거의 나는.”

“그 이야기, 칸지한테 해도 될까요?”

“아하하. 절대로 안 돼.”

꾸욱, 한층 더 세게 살 단지가 나를 조인다. 너무나도 큰 지복에 나는 무의식중에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 나를 내버려두고 료코 선배는 조금 서운한 듯이 중얼거린다.

“그때부터 3년이 지났지만, 나는 조금도 그 마음이 퇴색되지 않았어. 그랬는데…….”

그 말의 이면을 읽어냈다.

아무 변함없이 칸지를 사랑하는 료코 선배. 하지만 칸지는 신선한 자극을 바라며 스와핑을 시작했다.

“……역시 선배는 스와핑에 반대였던 것이었군요?”

료코 선배의 대답은 조금 늦게 나왔다.

“글쎄. 전에도 말했던 것 처럼, 상대가 카린 쨩이나 토모 군이라면 딱히 상관없나 하고 생각했어. 섹스를 통해서 사이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 같았고. 하지만……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다. 혹시 칸지 군이 나한테 질렸을까 하는 불안은 있었어. 이야기를 제대로 나누고, 그런 이유가 아니라고 오해는 풀었지만.”

그렇게 말을 끊었다가, 잠시 후 말을 덧붙인다.

“그래도 말이야, 놀이라지만 바람피우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 좀 심술을 부리고 싶어진 거야.”

“……그래서 콘돔 없이 해버리자고.”

“그리고 말이야…….”

료코 선배는 잠시 틈을 두었다가 말을 잇는다.

“칸지 군은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이 좋아.’ 라잖아? 네토라레라고 했던가? 성가신 성벽인 것 같긴 해도, 여자친구로서 협력해 줘야지.”

나는 쾌감으로 머릿속에서 불꽃이 터지는 가운데, 어떻게든 농담을 한다.

“뭐에요. 저를 특별하게 보는 건 아니었네요?”

“특별하긴 특별하지. 토모 군도 카린 쨩도 유일무이한 친구. 섹스도 할 정도의 친구.”

료코 선배는 나에게 등을 기대며 계속 말했다.

“그럼, 그럼.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아무리 그 둘이라 해도 걱정하겠다.”

나는 벽시계를 본다.

“그러네요.”

“응. 그럼 딱딱하고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자지, 슬슬 편하게 해줄까?”

“그러, 네요.”

“어라? 뭔가 좀 안 내키나 보네?”

“아니요, 그게…… 말하기 좀 힘든 건데…….”

“귀여운 후배이고, 흉내이긴 하지만 바람피우는 상대니까, 뭐든 상담을 해 줄게.”

“콘돔 없이 하니까 너무 기분 좋아서, 사정해버리는 게 아깝다고 할까.”

“그렇군, 그렇군. 그러고 보니, 카린 쨩하고는?”

“결혼할 때까지 콘돔 없이는 안 하기로 했어요. 그게 카린의 연인으로서 당연한 책임이지 않을까 해서.”

“참사랑이네. 그럼 이제부터는 기회가 되면 내가 또 콘돔 없이 하게 해 줄 테니까, 아까워하지 말고 생보지에 확확 사정해버려도 돼.”

“그건 물론 친구로서지요?”

“물론이지. 아니면 바람피우기 놀이 상대로서.”

“알겠어요…… 그럼 이제 더는 못 참겠으니까…….”

“응. 와줘.”

꽉 쥐고 있던 유방을 더 세게 주무른다.

나의 이성이라는 우리 속에 갇혀 있던 야성이 포효한다.

이 사람을 범하고 싶다.

이 법열의 극치를 주는 날것의 성기를, 폭발 직전의 육창으로 마구 찔러 대고 싶다.

나는 그를 우리에서 풀어 줬다.

 

“앗, 앗, 앗, 앗, 앗♡ 토모 군, 갑자기 거칠어졌어♡”

푹푹푹 하고 격렬하게 료코 선배를 위아래로 흔든다.

“아윽♡ 좋아, 좋아♡ 생자지, 너무 기분 좋아♡”

나는 풍유에 손가락이 파묻으며 빠른 말로 묻는다.

“여자도, 콘돔 없이 하면 기분 좋나요?”

“엄청, 좋아♡ 생교미, 엄청 야해♡ 아앗♡ 좋아, 좋아♡”

“……선배, 저 이제.”

앞뒤 생각 앉고 피스톤을 했기 때문에, 사정 욕구는 순식간에 비등점까지 올랐다.

“좋아♡ 언제든 와♡ 콘돔 안 한 자지로, 보지에 왈칵왈칵 사정해줘♡”

“선배!”

나는 온몸으로 료코 선배를 부둥켜안고, 사정직전까지 팽창한 음경으로 생질을 찌른다.

“아앗, 자지, 빵빵해♡ 좋아♡ 나도 가, 가♡ 아아앗♡”

귀두와 자궁이 딥 키스를 한다. 육창의 창끝이 자궁 입구를 밀어젖혔다.

이 공간에 사정하고 싶다. 씨를 뿌리고 싶다.

수컷의 본능이 짖어 댄다.

“으윽, 나온다……윽!”

그런 와중에도 머릿속에 카린의 얼굴을 떠올렸다.

왈칵왈칵, 주루루루루루루룩!

인생 통틀어서 가장 농후한 정액을, 힘차게 잔뜩 방출했다.

“앗, 왔어♡ 토모 군의 정액, 엄청 뜨거워……♡”

뿌리까지 꽂아 넣은 음경이 깊은 곳에다 씨를 뿌리자, 료코 선배는 어깨와 등을 떨었다.

“……크읏♡♡♡”

그녀는 나의 정액으로 절정에 다다랐다.

우리는 둘 다 거칠게 숨을 쉬면서, 날것으로 이어져 서로의 절정을 공유한다.

남성기는 움찔움찔 정액을 계속 토해내고, 여성기는 조르듯이 휘감으며 짜낸다.

눈앞에는 료코 선배의 뒷머리. 샴푸의 향긋한 냄새, 그리고 땀과 함께 강렬한 페로몬이 내 콧구멍을 찔렀다. 그런 료코 선배가 호흡을 고르면서 부드럽게 말한다.

“만족할 때까지 아기 만들기 섹스 연습 해도 되니까.”

그 말을 듣고, 나의 음경은 퓻퓻, 하고 자궁을 가득 채울 정도로 사정을 계속한다.

“……지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뒤로 몇 분 동안, 우리는 계속 피부를 맞대고 있었다.

그리하여 나와 료코 선배의 첫 바람피우기 놀이는 막을 내린 것이다.

 

 

추가 단편 2 바람피우기 흉내 놀이 ~카린&칸지 편~

 

 

할 일도 없어서 외운 영단어 복습을 하고 있다. 네 사람 중에서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사람은 나뿐이라, 지금부터라도 폭넓게 공부해 두는 게 좋을 것이다. 최악에 아무것도 정하지 못하면 연인인 토모와 같은 대학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상하네…… 돌아오는 게 늦어.”

사람이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데,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고릴라처럼 방 안을 우왕좌왕 걸어 다니는 남자가 한 명.

“칸지. 짜증날려고 하는데.”

“이게 진정이 되겠냐? 지금쯤 료코가 바람피우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네가 제안한 거잖아! 나의 토모까지 끌어들여서!”

나도 모르게 테이블을 손으로 탕탕 친다.

칸지는 침대에 걸터앉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엄청 답답하네.”

“바람피우기 놀이니 뭐니 바보 같은 소리를 안 했으면 됐잖아.”

“……그런데 엄청 흥분된다.”

“돌아버린거야?”

이 녀석과는 부모끼리 사이가 좋은 탓에, 아기 때부터 거의 같이 자라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기행을 수도 없이 벌인다.

최근에 시작한 스와핑은 그 중에서도 으뜸이다. 결과적으로는 나와 토모의 사이가 더 깊어진것 같고, 개인적인 성장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역시 평범한 발상은 아니다. 바보와 천재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지만, 칸지는 틀림없이 바보 쪽일 것이다.

그런데도 어쩐지 늘 이 녀석의 제안에 모두가 끌려다니며 휩쓸리는 것은, 일종의 리더십이랄까 카리스마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옛날부터 이 녀석 주위에는 사람들이 항상 모여 있었다. 칸지를 중심으로 친구들이 우왕좌왕한다. 어릴 적에는 그 안에 나도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 했지만, 칸지의 연인이 내가 동경하는 선배였다는 것을 계기로 다시 말을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토모와의 만남이다. 하필이면 저 칸지의 친구를 좋아하게 되어 마음은 복잡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료코 선배와 칸지의 조언이 없었으면, 이 사랑은 분명 결실을 맺지 못했으리라.

“의외로 침착하게 버티고 있네.”

“나는 토모를 믿거든.”

내가 들어도 날카로운 말투로 즉시 대꾸한다.

물론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 매력적인 료코 선배와, 흉내라고는 해도 바람피워도 좋다는 말을 듣고 아무것도 안 할 남자가 과연 있을까.

“나도 료코를 믿어. 믿고 있지만…….”

칸지는 눈을 감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오는 두 사람. 하지만 바닥에 앉은 료코의 속옷에는 새어 나온 정액으로 얼룩이 생겨 있고…… 그런 장면이 떠올라서 미치겠다.”

“이상한 만화랑 소설 좀 작작 봐라.”

칸지는 다시 한숨을 쉰다.

“후우…… 나는 바보인가.”

“틀림없이 바보니까 자신감을 가져도 돼.”

“항상 앞뒤 생각 없이 행동해버리지.”

“옛날이랑 변한 게 없어.”

칸지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너도 안 변했잖아.”

“……나는 변했지. 여러 가지로.”

그래. 여러 가지로 성장한 것이다. 특히 남자를 보는 눈이.

첫사랑 상대는 정말로 못된 남자애였다. 그 후 토모와 만날 때까지 한동안 연애에서 멀어질 정도로 내 소녀의 마음은 상처받았다. 그에 비해 토모는 얼마나 훌륭한 남자친구인지. 상냥한 옆모습. 깊은 포용력. 그 모든 것이 좋아서 견딜 수 없다.

료코 선배와 살을 섞으면서, 토모의 어른스러운 면은 더욱 두드러진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도 칸지와 놀이라고는 하지만 성교를 통해 망설임이 사라진 면도 있었다.

인정하기에는 분하지만, 스와핑은 확실히 학교라는 좁은 사회 속에서 사는 나의 등을 떠밀어 올려 주었다. 그런 기분이다. 아마도.

“아~ 가슴속이 벌렁거려. 침착할 수 있는 요령을 가르쳐다오.”

“……정말로 침착하게 있을 리가 없잖아.”

속으로는 물론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할 일이 없어 공부를 하고 있지만, 전혀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료코 선배와 둘이서 이야기했을 때 들었던 그녀의 말이 내 가슴속에 살아 있기 때문이다.

“료코 선배가 그랬어. ‘마음이 없는 섹스는 그저 여흥이야.’ 라고.”

“우와. 너는 그걸로 납득한거냐.”

“납득이랄까, 몸으로 이해했다고 할까. 그런 느낌.”

좋아하는 사람 아닌 사람에게 얻을 수 있는 성적 쾌감이란 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 그것은 일시적인 흥분이고, 토모와 하나가 되었던 때와 같은 영속적인 행복감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흠.”

칸지는 내 말에는 흥미가 없다는 듯, 또 방안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짜증이 치밀었지만, 이젠 무시하기로 한다.

“아아아! 망할! 진정이 안 돼!”

칸지는 료코 선배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두 손으로 머리를 벅벅 긁어 헤집었다.

“자업자득.”

내가 단적으로 딱 잘라 말하자, 칸지는 부스스해진 머리로 나를 내려다본다.

“좋아! 우리도 섹스할까?”

“하? 안 해. 아니 그리고 ‘도’는 뭐야. 저쪽이 했을지 안 했을지도 모르잖아.”

“아니. 하고 있어.”

“왜 그렇게 단언하는데?”

“료코는 서비스 정신이 왕성하니까. 내가 바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실행해 주는 최고의 여자니까.”

“뭔데, 그 이해 안 되는 신뢰감은.”

“그런 이유로 우리도 하자. 옷 벗어.”

“싫어. 혼자서 딸딸이라도 치던가? 못 본 척 해 줄게.”

“너 말이야, 어쨌든 여자니까 딸딸이 같은 말은 하지 마.”

“토모 앞에서는 안 한다고.”

“이 내숭쟁이 같은 계집애.”

“계집애는 뭔데 계집애는! 도대체 너 말이야, 남한테 이래라 저래라 뭐라도 되는줄 알아!?”

아아. 글렀다. 이런 식으로 말다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칸지의 페이스에 휘말리게 된다. 예전부터 그 버릇을 고치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는다.

그 뒤에도 말다툼을 하며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주고받다가, 어떻게 된 흐름인지 모르는 사이에 침대 위에서 둘 다 알몸이 되고 말았다.

“앗, 앗, 앗, 앗, 앗♡”

핥기도 하고 핥아지기도 한 후, 정상위로 삽입 당한다.

“앗, 좋아♡ 거기♡”

분하지만 이 녀석의 경험 풍부한 허리 놀림은 나를 눈 깜짝할 사이에 끈적끈적 하게 만들었다.

기분 좋은 곳을 적확하게 공격해 온다.

“좋아, 좋아, 간다간다♡”

그 거근은 위압적이라고까지 할 형태를 가지고 있는 주제에, 피스톤은 상당히 섬세했다.

“윽………… 으, 크으♡”

온몸이 흠칫흠칫 떨린다.

칸지가 아직 진심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표정에서 보였다.

불완전연소 상태에서 나의 경련이 잦아지기를 기다린다.

“조임만은 어른이라니까.”

“……시끄럽네.”

“그런 걸로 토모를 만족시킬 수 있겠냐?”

그것은 굳이 심술을 부리려고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순전히 친구로서 하는 소리일 것이다. 그래도 쓸데없는 참견임에는 틀림없다.

“무슨 상관인데. 토모와 너의 섹스는 완전히 다르니까.”

이 말은 지기 싫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토모 이외의 남자로 절정에 올라도, 마음은 사막처럼 바싹 말라 있다.

하지만 토모의 섹스에서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유영하고 있는 것 같은 만족감을 얻는다.

“자, 휴식 끝났으면 다음 가자.”

“……자기가 못 쌌다고 서두르는 남자는 최악이야.”

“윽.”

칸지는 아픈 곳을 찔렸는지, 내 호흡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덥다.

에어컨이 돌고 있을 텐데도 땀이 뿜어져 나온다.

나도 모르게 그 시절의 여름을 떠올리고 말았다.

밀짚모자를 쓰고, 보리차가 든 물병을 어깨에 메고, 아침 일찍부터 투구벌레를 찾아 다녔던 여름.

남자든 여자든, 동성이든 이성이든 전혀 의식하지 않았던, 기억조차 희미한 어린 시절의 여름.

당연히 연애 같은 것을 알지도 못했다.

그래도 나는 어렴풋하게 옅은 동경심을 그 당시의 칸지에게 품고 있었다.

언제나 모두의 중심에 있는, 활기차고 밝은 남자애.

그런 파스텔색 추억도 첫사랑이라고 인정하지 못할 것도 없다.

이른바 흑역사라는 것이다.

하필이면 그 첫사랑에는, 던진 애벌레에 맞아서 울었거나, 뱀을 잡고 휘두르면서 쫓아와 울거나 하는 안좋은 것만 있다.

덕택에 나는 연애 알러지가 되어 사춘기를 맞이했다.

그런 나를 구해 준 것이 토모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연애를 도와 준 것이 칸지라는 것도, 참으로 복잡한 기분이다.

내가 스와핑을 받아들였던 이유 중 하나는, 그런 흑역사와 확실하게 결별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칸지에게 안겼다고 해서 설레이는 마음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것을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은 무사히 실증되었다.

최악의 첫사랑 상대와의 섹스는, 그저 육체적 고양밖에 주어지지 않았고, 마음은 언제나 토모로부터 털끝만큼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조금이나마 어른이 된 것이다.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이 감추고 있던 기억.

이대로 무덤까지 혼자 끌어안고 가게 될 것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여름 햇살은 그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왜 웃고 있어?”

“그냥. 되지도 않는 생각을 떠올렸어.”

“슬슬 움직여도 괜찮아?”

“응. 좋아.”

칸지는 천천히 피스톤을 재개한다.

침대가 삐걱삐걱 흔들렸다.

“으응, 으응, 으응…… 야앙, 으응…….”

아아, 정말로 크다. 꼬챙이에 꽂혀 있다는 느낌.

처음 들어왔을 때는, 토모의 것으로 느끼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할거야 하고 화가 치밀었다. 기우였지만.

호흡은 가라앉았지만, 아직 땀은 가시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절정의 여운은 아직도 미약한 저릿함으로 남아 있었다. 칸지의 허리 놀림은 화가 치밀 정도로 부드럽고 솜씨 좋다.

“앗, 앗, 앗♡ 거기, 좋아♡”

뭐, 토모의 서툴지만 열심히 하는 느낌의 허리 놀림을 더 좋아하지만. 당연히.

순식간에 몸이 뜨거워진다. 그렇게 되자 머리도 멍해진다.

나는 무슨 변덕인지, 얼굴은 옆으로 돌리고 시선만을 칸지에게 돌려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고마워.”

“어? 무슨 소리야?”

“토모에게 고백할 때, 상담해 준 거.”

“이제 와서 뭘?”

“료코 선배한테는 항상 말했지만, 너한테는 말한 적 없는 것 같아서.”

“그 말을 듣고 보니 또 그러네.”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도, 체력 바보인 칸지는 허리를 계속 흔든다.

“아앙, 아앙, 아앙♡”

복근이라든가 노골적으로 갈라져 있어서, 같은 나이의 남자여도 토모와는 달리 온몸이 단단하다고, 언제나 생각하게 된다. 그런 모습이 딱히 멋지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렇게 정상위로 하고 있으면 땀에 젖은 근육에 조금 가슴이 두근거릴지도 모른다. 아마도 착각이겠지만.

“친할수록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하잖아. 그렇게 가끔은 솔직해지는 게 좋아.”

내가 험악한 분위기를 내는 것은 너뿐이고, 그 원인은 너한테 있다고 쏘아붙여 주고 싶었다.

“앗, 으응♡ 야앙, 커다래♡”

“큰 거 좋아하지?”

“……극혐이야.”

“아니, 진짜로 진짜로 말야.”

아, 정말. 이런 배려심 없는 성격은 죽을 때까지 가겠지. 하지만 그 밀어붙임에 그대로 말려들어 버린다.

“……싫지는 않지만.”

“솔직하게 말해.”

구김살 없는 무구한 미소를 짓는다. 나는 그 얼굴에 베개를 던져 주었다.

“시끄러, 멍청아.”

“아, 그런 소리를 하셨겠다?”

칸지는 기쁜 듯이 장난 섞인 웃음을 짓더니, 내 허리를 두 손으로 붙잡고 피스톤을 세차게 한다.

“앗♡ 앗♡ 앗♡ 엄청나♡ 깊은 데, 자지가, 찔러♡”

나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바보 같이 새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침대 위에서는 어떻게 해도 당해낼 수 없어서, 얌전히 있는 게 좋을 텐데 하고 스스로도 생각한다. 하지만 칸지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을 참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닌 것이다.

그러던 중이었다.

찌익, 하고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내 인내심이 끊어지는 소리인가 했지만, 아니었다.

“아, 큰일 났다…….”

칸지가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왜 그래?”

“콘돔 찢어졌어.”

그 말을 듣고 보니 삽입된 남성기에서 전해지는 감촉이 평소와는 다르다.

뜨겁다. 마치 달궈진 철봉 같았다.

“……뭐하자는 거야?”

내가 어이가 없어서 묻자, 칸지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어쩔 수 없잖아. 평소에는 이런 일 없었다고.”

“이러니까 쓸데없이 크기만 한 자지는 싫은 거야”

“네 질이 너무 조이는 것도 원인 중 하나잖아.”

토모는 결혼할 때까지는 콘돔을 잘 착용하겠다고 성의를 보여 줬는데. 하필이면 인생 첫 콘돔 없는 삽입이 이 녀석이라니 울고 싶어진다.

“빨리 빼.”

“밖에다 싸면 되잖아. 이대로 계속하자.”

“뭐어!?”

“바람피우기 놀이니까 비밀 하나 정도 만드는 것도 좋잖아.”

“잠깐…….”

내가 저항할 틈도 없이 칸지는 그대로 피스톤을 재개했다.

“앗앗♡ 이 녀석, 바보 칸지…… 거짓말, 기분 좋아♡”

아무것도 장착하지 않은 채로 하는 성기 마찰은 생각보다 뇌를 마비시켰다. 나도 모르게 등을 확 젖혀졌다.

그래도 이대로 계속 날것의 섹스를 허용할 수는 없었다.

확실하게 거부 의사를 보여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칸지의 얼굴을 쳐다봤다.

“……나도 네 생보지, 엄청나게 기분 좋아…….”

그런 말을 하는 칸지의 표정에는 어딘가 무구한 고뇌가 엿보였다.

그 얼굴 생김새와 찌는 듯한 더위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아나게 한다.

무언가가 가슴을 시큰거리게 해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고 있었다.

“……제대로 밖에다 싸.”

그게 아니다.

“알았다고.”

아아, 정말. 무슨 짓을 한 건지.

하지만 자문자답할 여유는 없다.

칸지는 이성이 날아가 버린 것처럼 짐승 같은 움직임으로 나를 범한다.

“앗, 앗, 앗, 앗, 앗♡ 야앙, 굉장해♡”

날것인 남자 성기로 질을 문질러 대자, 예상도 못한 열을 만들어냈다.

“녹아…… 보지 녹아……♡”

“내 자지도 녹을 것 같아…….”

콘돔이 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

서로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경계선마저 질척하게 녹은 것 같다.

“칸지…… 너무 세게 하면…… 아앙, 아앙♡ 힉, 좋아♡”

칸지도 숨을 헐떡이면서 대답하다.

“안 돼…… 너랑 콘돔 안 끼고 섹스를 하니까, 허리 못 멈추겠어…….”

엄청 열심인 표정이다. 나에게 몰두하고 있다. 약간이나마 속이 후련했다.

하지만 우월감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노콘 자지 딱딱해♡ 머리가 찌릿찌릿해♡”

고작 날것의 생식기를 서로 문지르는 정도로, 무슨 천박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일까.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토모. 정말 좋아해.

“야, 카린. 콘돔 한 거랑 안 한 거랑, 어느 쪽이 기분 좋아?”

분위기 파악 좀 해라. 당연한 것 좀 물어보지마.

“아, 아앙♡ 당연히 코, 콘돔 없는 쪽이 기분 좋잖아!”

“노콘 자지 기분 좋아~ 라고 해줘.”

“……절대로 말 안 해.”

“해 보라고. 자.”

피스톤이 더 거세진다.

“아힉, 히이이익♡ 좋아, 히잉♡”

머릿속에서 불꽃이 펑펑 터져서 의식을 잃을 것 같다. 나는 초조감에 쫓겨 입을 열었다.

“노, 노콘 자지 기분 좋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빨리 싸…… 머릿속이 이상해져……♡”

“정액 뿌려 달라고 해봐.”

“싫, 어…… 그런거…….”

“더 세게 해주지.”

이미 머리가 새하얘졌는데, 왜인지 그리운 기분이 샘솟는다. 골목대장 시절의 칸지에게 휘둘리던 자신이 얼굴을 내밀었다.

“저, 정액 뿌려 줘…….”

“더 큰 소리로.”

“……발기한 자지로 정액 퓻퓻 뿌려 줘!”

“더 야하게!”

적당히 좀 해, 이 자식아.

“……내 보지에 마구 문질러서 정액으로 빵빵해진 칸지의 기분 좋은 노콘 자지에서, 아기즙을 마음껏 내 몸에 마킹 해달라고 이젠♡♡♡”

칸지의 육창이 한층 더 팽창했다.

이 정도면 만족했냐고, 칸지를 노려본다.

“아앗, 나온다…….”

정작 칸지는 꼴사나운 얼굴과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겼다, 하고 생각한 직후.

“아앗, 간다♡ 간다♡ 커다랗고 딱딱한 자지로 가♡ 콘돔도 안 한 섹스로 가버려♡♡♡”

눈앞이 새하얘진다. 등이 튕겨 올라갈 듯이 젖혀진 것은 이해했다.

그리고 몇 초 늦게, 철벅철벅, 철벅철벅 하고 무언가가 내 얼굴부터 가슴, 배에 착탄한다.

그것은 끈적끈적했고, 특유의 냄새가 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뜨거웠다.

“칸지의 정액♡ 굉장해♡ 뜨거워♡ 앗, 하앗♡ 또 간다♡♡♡”

나는 그 점액의 감촉, 냄새, 열에 추가타를 맞은 것처럼 절정에 이르고 말았다.

정액에 새하얗게 물들어 가는 자신의 몸이 유난히 요염해 보여서, 나는 경련이 멈추지 않는다.

토모.

미안해.

미안해.

그렇게 되뇌면서, 나는 또 무언가 한 계단을 오른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끝>

 

 


 


전자판 추가 단편 사랑의 시작

 

 

나와 료코에게는 마음에 드는 휴식 장소가 있다. 돔 구장 정도의 부지는 될 것 같은 광대한 공원. 나무와 잔디로 둘러쌓인 그 한 켠에 있는 작은 카페.

내가 료코에게 고백을 한 장소이다.

지금도 왠지 갈 곳이 없을 때는 여기에 들른다.

그 밖에 누군가를 데려오는 일은 거의 없지만, 오늘은 드믈게 게스트가 한 명 데리고 왔다. 이녀석은 나랑 소꿉친구면서 나랑은 눈도 안마주치고 료코하고만 이야기 한다.

“그래서, 그 토모군이랑 사이좋게 안되는거야?”

료코가 묻자 맞은편에 앉은 카린이 고개를 끄덕인다.

“네…… 언제까지나 그냥 반친구 같은 느낌이라.”

저 기가 센 카린이 묘하게 연약하다. 아무래도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거 말야. 토모에 관한 거라면 나에게 상담해도 되잖아. 내 절친이라고. 취향인 애 같은 건 나한테 먼저 물어봐.”

나의 지적을 카린은 무시한다. 상당히 미움받고 있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유치원 때는 어쨌든 카린에게 집적거렸었다. 그럼 다른 여자에게도 똑같이 행동하는 골목대장이었냐고 물으면 그렇지도 않다.

내가 장난 친 것은 카린 뿐이었고, 오히려 카린이 괴롭힘 당하면 솔선해서 도와주었던 기억도 있다. 내가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는 행동을 했다.

아무튼 그런 카린이 나의 절친을 사랑하고 있다. 어쩐지 근질근질한 안건이다.

“칸지 군. 토모 군은 어떤 여자가 취향이야?”

이대로라면 결말이 나지 않아 료코가 기어들어 나에게 묻는다.

“음~. 그러고 보니 토모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네. 연애관이랄까 여자에 대해서는 좀 담백한 데가 있는 녀석이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냐. 그래서 나한테 자주 상담하라고 말했었지.”

카린이 나를 치켜뜬 눈으로 노려본다.

“도움이 못되서 미안.”

나는 그렇게 말하고 카페모카를 한 모금 마셨다. 평소보다 살짝 쓴 것 같다.

험악한 나와 카린의 사이를 중재하듯 료코가 끼어든다.

“그래 그래. 하지만 칸지 군의 손을 빌리지 않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아.”

“무슨 말씀이세요?”

“예를 들어, 칸지 군이 토모 군에게 놀러 가자고 하고 카린은 나의 후배로서 따라온다든가, 결과적으로 더블 데이트라는 형태로 해버려도 괜찮잖아.”

료코의 제안을 듣고 카린은 나의 상태를 묻듣이 쳐다본다.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눈동자. 이런이런, 저 카린이 이런 사랑하는 소녀 같은 얼굴을 하는 날이 오다니. 나로서도 카린의 등에 애벌레인지 지네인지 넣어서 울렸던 과거가 있다. 조금이라도 보상을 해주고 싶다.

“맡겨둬. 너의 토모에 대한 사랑. 나와 료코가 성취시켜 주지.”

그렇게 말하면서 가슴을 쳤다.

카린은 안심한 듯, 그러면서도 나에게 마지못해 감사를 말한다.

“……고마워.”

“그래서? 너는 토모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어?”

나의 물음에 카린은 시선을 테이블로 내리고, 희미하게 뺨을 붉히며 생각에 잠긴다.

“……조용하고, 지적이고, 그러면서도 의연한 점.”

나는 한숨을 쉬었다.

“요컨데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인가. 사랑하는 소녀여.”

“어, 어쩔 수 없잖아.”

“적어도 어디로 데이트 가자고 할 건지 계획은 짜둬라.”

“아, 그건 있어.”

카린이 생각이 있는 듯 야간 빠른 말로 쏘아붙인다.

“토모는, 가끔 식물 책을 읽더라. 꽃 같은 거 좋아하지 않을까? 그래서 식물원 같은 데 어때.”

료코가 나에게 대답을 재촉한다.

“어때?”

나는 과장되게 손가락을 튕기며 대답했다.

“빙고. 그 녀석의 꿈은 식물학자야. 제대로 보고 있잖아. 사랑하는 소녀.”

“장난 치지마.”

료코가 내 허벅지를 가볍게 때린다.

카린은 나의 가벼운 입에 신경쓸 겨를도 없다는 듯이 수첩을 열어 메모를 한다.

“그렇구나…… 장래의 꿈은 식물학자….. 라고…….”

그리고 수첩을 덮고 멍한 얼굴로 혼잣말 한다.

“……멋져.”

그 모습에 진심으로 토모에게 반했구나, 하고 나는 흐믓함과 동시에 등이 근질거린다.

“그래서, 어떻게 할거야? 너가 신청할거야? 아니면 내가 할까? 더블 데이트.”

카린은 다시 고개를 숙인다. 이번에는 귀까지 새빨갛다.

그리고 항상 거침없는 말괄량이가 투덜투덜 무언가 말하고 있다.

그런 카린에게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묻는다.

“벌써부터 그렇게 겁을 먹으면 어떡하냐.”

“……시, 시끄럽네.”

스스로 청하기에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에게 의지하는 것은 어딘가 캥긴다. 그런 것이겠지.

“야야. 이럴 때 사사로운 정을 들먹이지 마. 써먹을 수 있는 건 써먹으라고.”

“……그럼, 너한테 부탁할게.”

“좋아. 맡겨라. 내가 토모에게 얘길 해두지.”

카린은 안도의 감정을 알기 쉽게 드러낸다.

나도 료코 앞에서 의지가 되는 남자를 연출하고 싶다. 서로 이익이 있는 거래다.

카린은 다시 한번 나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떠났다.

이 카페가 나와 료코만의 시간과 장소로 돌아간다.

“그래서, 어때?”

“뭐가?”

“가망은?”

“있어, 살아있잖아.”

“칸지 군 얘기가 아니라. 카린 쨩의 연애 상황.”

“어떨까나. 토모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니까. 뭐 그래도 강압에 약하다고 할까, 휩쓸리기 쉬운 성격이니까 의외로 잘 되지 않을까?”

“흐~응.”

료코는 치즈케이크를 포크로 자르면서 어딘가 즐거워 보였다.

“어쨰 기분이 좋은 것 같은데.”

“난 카린 쨩이 맘에 들고, 토모 군은 칸지 군의 친구니까, 네 명이서 사이좋게 지내면 너무 좋을 것 같아.”

“그런 거야?”

“어머, 매정하네.”

“남의 연애 사정에 참견하는 것은 분수에 안맞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처럼 보이던데.”

“그야 뭐…… 토모와 관련된 일이니까.”

“카린 쨩의 응원도 했고.”

나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한숨을 쉬고 입을 연다.

“일단 소꿉친구고.”

그뿐만이 아니다.

나는 카린에게 빚이 있다.

뭔가 구체적인 사정이 있는 건 아니다.

막연하게 그렇게 느끼는 점이 있다.

게다가 토모와 카린이라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야, 이번 일요일, 옆 마을의 식물원에 안 갈래?”

그날 저녁, 바로 토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토모의 대답은 신속했다.

“갈게, 갈게!”

언제나 침착한 토모가 드믈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치 천진난만한 아이 같다.

“료코도 같이 가도 될까?”

“물론이지!”

이미 토모의 머릿속은 식물원 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누구와 함께하든 신경쓸 기색은 없다.

“그리고 토모와 같은 반에 키리노 카린이라고 있지? 그 녀석도 꼬실 생각인데.”

“그래, 그래.”

이젠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걸로 더블 데이트 무대는 만들어 졌다. 내가 할 일은 일단 완료되었다.

토모와의 전화를 끊고 카린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발신음이 한 번 울리기 전에 받았다. 분명 긴장하면서 계속 전화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목소리도 떨리고 있다.

“잘 됐어.”

나의 첫마디를 듣은 건지 휴대전화 너머로 작게 “앗” 다음에 먼 소리가 들려왔다.

“……싸!”

휴대전화를 움켜쥐고 주먹을 치켜들며 승리 포즈를 취하고 있는 카린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제대로 멋 부리고 와.

“어, 어떤 옷을 입으면 좋을까?”

“뭐어? 데이트용으로 한 벌쯤은 있을거 아냐.”

“모, 몰라 그런거.”

“너말야 남자친구 사귄 적 없었지.”

“……그, 그게 어때서!?”

정색하고 덤비는 것 같은 한마디.

뭐 어떤 옷을 입고 와도 토모는 별로 신경쓰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냥 두는 것도 좀 불쌍하다.

“더블 데이트 전에 코디 해줄까?”

“네 취향? 싫어, 그런거.”

“료코가 해줄게 뻔하잖아.”

나의 제안에 카린은 생각에 잠긴다.

“……좋은 제안이잖아.”

“그렇지. 내일 방과 후 비워놔.”

나는 카린과의 전화를 끊고 바로 료코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료코는 희희낙락하며 승낙했다.

일련의 대화를 마치고 나는 왠지 지쳐서 기지개를 켰다.

역시 남의 사랑에 관여하는 건 분수에 맞지 않는다.

 

“……이건 조금…… 가슴이 너무 드러난 건 아닐까요…….”

다음날 방과 후.

나와 료코는 카린을 데리고 료코가 자주 찾는 쇼핑몰로 발걸음을 옮겼다.

료코가 카린에게 대보고 있는 원피스는 확실히 조금 노출이 많다. 그렇다고나 할까 요코는 노출이 많거나 보디 라인이 잘 드러나는 옷을 자주 고른다. 자신의 매력을 이해하고 그것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그 결과, 꽃의 꿀에 이끌린 나비처럼 남자들이 자주 접근한다. 나는 그런 어중이떠중이들을 전부 쫓아내고, 료코의 연인이라는 귀중한 위치를 매일 굳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잘 어울려. 안그래?”

료코가 옷을 카린에게 대고 나에게 의견을 묻는다.

“빤히 보지 마.”

카린에게서 싸늘한 시선과 목소리. 어쩌란 거야.

“뭐 그래도 토모는 벽창호니까. 그정도는 어필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럴까?”

“가슴이나 엉덩이를 싫어하는 남자는 별로라고 생각해.”

나와 료코의 꼬드김이 효과가 있었는지, 카린은 추천받은 원피스를 크게 마음 먹고 구입했다. 벌써부터 흥이 올랐는지 집에 가는 길에 흥흥 하고 거칠게 콧김을 내쉬고 있다

“벌써부터 그렇게 힘 주지마. 어깨가 뻣뻣하잖아.”

“어, 어쩔 수 없잖아.”

나와 카린 사이에서 걷는 료코가 싱긋싱긋 웃고 있다.

“토모 군, 분명 귀엽다고 해줄거야.”

“그, 그럴까요?”

카린은 변함없이 사춘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소녀 같은 표정으로 쇼핑백을 끌어안았다.

셋이서 귀로에 오르면 먼저 료코의 집에 도착하다. 거기서 료코와 헤어지면 나와 카린 둘만 남는다. 방금 전까지 료코와 카린이 옷이나 화장품 같은 자못 여성스러운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침묵이 찾아온다. 조금 어색하다.

그러던 참에 카린이 중얼거린다.

“……오늘은 고마워, 그리고 더블 데이트 건이랑 이것저것.”

솔직하게 고맙다는 소릴 들으니 온몸이 간지럽다.

“료코가 너를 맘에 들어하니까.”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침묵이 찾아온다. 나는 그것을 어색하게 생각하는 섬세한 인간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왠지 나는 그 정적을 견디지 못하고 별 생각 없이 물었다.

“어쩌다 좋아하게 된거야?”

“그러니까 말했잖아.”

“좋아하는 부분은 들었지만. 좋아하게 된 건 못들었어.”

“……잘 모르겠어. 어느새 눈으로 쫓게 되버려서…… 사랑같은 건 전부 그렇지않아?”

내가 그 카린과 연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렸을 때의 나에게 알려주면 절대 안 믿겠지. 그보다 지금도 어린애 그대로인가.

“나는 료코한테 첫눈에 반했지.”

“헤에.”

“찌릿하고 전기가 통했어.”

“……조금 알 것 같아. 나도 찌릿했어.”

“그래. 그럼 잘 되면 좋겠다.”

“……응.”

내가 카린을 격려하고 있다.

애는 애지만, 주의를 끌려고 장난칠 정도로 어린 나는 더 이상 없다.

 

그리고 주말이 찾아왔다.

“우와. 이거 희귀하다.”

평소 침착한 토모가 천진난만한 소년처럼 식물원의 온실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다.

“이건 절굿대라고 하는데. 멸종 위기의 여러해살이풀이야. 아. 다년초라고 하는 것은…….”

그간 쌓은 지식을 나에게 빠른 말로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카린은 몇 걸음 떨어져 토모의 등을 수줍게 바라보고 있다.

나는 돌아서서 그런 카린에게 아이컨택을 보낸다.

‘바보. 뭐 하는 거야. 네가 토모의 옆을 차지하지 않으면 없잖아.’

하지만 카린은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젖는다.

‘못해. 더는 가까이 못가겠어.’

나는 크런 카린의 손을 잡아당겨 억지로 나와 토모의 사이에 오게 했다.

그리고 료코와 눈짓을 하고 우리는 조용히 몇 걸음 물러났다.

그런 위치교환이 이루어진 것도 모르고 토모는 나불나불 식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카린은 그저 귀까지 새빨개져서 토모 옆에 서있다.

“그래서 말이야……!”

토모는 옆이 나라고 생각하고 옆을 향한다. 그제야 비로소 카린의 존재를 깨달은 것 같다.”

“앗, 키리노 양.”

“아, 안녕.”

안녕, 이 아니잖아.

토모는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나 거기에 나와 료코의 모습은 없다. 우리는 그늘에 몸을 숨기고 둘을 관찰, 아니 응원하고 있었다.

토모는 동요하지 않는다. 차분한 목소리로 카린에게 말을 건다.

“키리노 양도 꽃이나 식물을 좋아해?”

설마 카린이 자신을 노리고 이 자리에 와있다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애초 더블 데이트라는 인식조차 없었을 것이다.

“어, 아, 으, 응.”

“키리노 양은 어떤 꽃을 좋아해?”

“그, 그게…….”

카린은 두리번거리며 황급히 주위를 둘러본다. 카린에 있어서 꽃보다 경단이 아닌 꽃보다 연모. 알록달록하게 우거져 있는 화초보다 토모의 옆모습에 더 끌렸을 것이다.

아무튼 카린은 눈에 띈 것 중에서 나름 예쁘다고 생각한 것을 가리킨 것 같다.

“이, 이거일까.”

그것은 새빨간 꽃이었다. 남국의 푸른 하늘 아래서 빛날 것 같은 정열적인 꽃. 카린의 연정과 호응한 것 같은 꽃이다.

“디플라데니아네. 응. 엄청 예쁘고 키리노 양 같아.”

“예, 예예예, 예뻐?”

신이 난 토모에게 있어서 그 말에 다른 의미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카린에게는 효과 발군이었다.

허리를 숙여 나에게 몸을 기대고 있는 료코가 즐겁게 중얼거린다.

“혹시 토모 군은 의외로 천연 플레이보이야? 제법이잖아.”

“저기 봐. 카린의 얼굴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올 것 같아.”

그리고 토모의 마무리 일격.

“예쁘다고 생각해. 그 원피스도 엄청 잘 어울려.”

카린의 정수리에서 푸쉭 하고 소리를 내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나와 료코는 그 대화를 보고 가볍게 주먹을 맞대고는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 단둘이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그 후에는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잘 모른다.

물론 그날 안에 사랑으로 발전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토모와 카린의 거리가 줄어든 계기가 된 것은 틀림없다.

 

그 후에도 우여곡절 끝에 토모와 카린의 사이는 천천히, 천~천히 친구에서 연인으로 변해갔다.

그것은 옆에서 보면 달팽이가 기어가는 것 만큼 느릿한 것이었지만, 분명 그것이 두 사람의 적절한 페이스였을 것이다.

이런저런 일을 거쳐서 카린은 멋지게 토모와 사귀게 된다.

카린이 고백을 했고 토모가 그것을 수락했을 때 나와 료코는 곁에 있었다. 카린은 정말 어린애처럼 울었다. 료코도 조금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나도 쑥스러워하는 토모의 어깨를 두드리며 마음속 깊이 친구와 소꿉친구를 축복했지만, 어쩐지 목에 걸린 잔뼈가 조금 아프다는 느낌도 들었다. 분명 기분 탓일 것이다.

설마 그 때는 카린과 내가 섹스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인생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안다.

나와 료코의 안식처

오늘도 공원 내 카페에서 둘이 조용한 시간을 보낸다.

“저기 말야. 이번엔 어디게 갈까?”

“료코가 묻는다.”

“둘이서? 아니면 넷이서?”

료코는 내가 사랑하는 어른스러운 미소로 대답한다.”

“둘 다.”

“생각해 볼게.”

그러면서 조금 씁쓸한 카페모카를 입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