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부작용

 

옆에서 자고 있었을 카호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없다.

그것만으로도 내 마음에는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은 상실감이 들었다.

뭔가 잊은 것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나는 준비를 마치고 역으로 향했다. 언제나처럼 전철 안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항상 카호가 타는 역에 도착해도 카호의 모습은 없었다.

컨디션이 나쁜 것일지도 모른다. 어젯밤에는 정신을 잃을 때까지 아토우 선배에게 격렬하게 안겼었으니까.

겨우 그 생각에 이르러서야 나는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답장이 전혀 오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전철은 대학 근처의 역에 도착한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혼자 대학으로 향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긴 비탈길을 혼자 올라간 것은 입학 후 처음일지도 모른다. 항상 옆에는 카호가 있어 주었다. 변함없는 미소와 따뜻한 태도로.

대학에 도착해서도 답장이 오지 않자, 나는 슬슬 진심으로 걱정되기 시작했다.

일단 돌아가서 카호의 자취방으로 가볼까.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였다.

캠퍼스에서 카호의 모습이 보였다. 친구와 함께 강의에 가는 것 같았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강의를 들으러 강의실로 향했다.

하지만 강의가 시작되자 교수님의 말은 제쳐놓고 내 머릿속은 어떤 의구심에 휩싸였다.

왜 혼자 등교했는지. 메시지에 대한 답장이 없었는지.

답은 쉽게 나왔다.

나에게 화가 난 것이다.

나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녀와 사귀기 시작한지 반올림하면 10년이나 되는 시간. 우리는 싸움이라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우리 사이에는 항상 평온한 일상이 흐르고 있고, 어떤 작은 불만을 품은 적도 없다.당연히 거기서 다툼이 발생하는 일은 없었다.

나는 확실히 지루한 일상을 몹시 싫어했지만, 이런 불상사는 사양이다.

그래서 ‘네토라세 플레이’에 대해서도 카호의 의사를 존중했다.

하지만 아무리 말로는 허락해 주었어도, 역시 싫은 건 싫었을지도 모른다.

카호는 자기주장이 약한 여자다.

나는 그녀에 대해서라면 뭐든지 이해하고 있다고, 나는 오만해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큰 불안과 후회가 나를 뒤덮는다.

아니 잠깐, 혼자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닐까.

우연히 카호가 나를 두고 혼자 등교하고, 메시지를 못 본 것뿐이 아닐까.

나는 안절부절못하고 강의 내내 무릎을 떨고 있었다.

강의가 끝나자 카호를 찾으러 간다.

서로의 강의 스케줄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행동 경로를 예측할 수 있다.

다행히 카호를 곧 찾을 수 있었다. 행운에 행운이 겹쳐 그녀는 혼자였다. 말도 건네기 편하다.

나는 카호의 옆으로 다가가 불안과 긴장을 억누르며 말을 건넸다.

“아, 안녕, 카호. 오늘 아침은 무슨 일 있었어? 갑자기 방을 떠나고. 메시지 답장도 없고.”

카호는 내가 말을 걸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슬그머니 고개를 숙이고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그대로 잰걸음으로 떠나버렸다. 나는 말없이 그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점심시간, UMA연구회 동아리실로 향한다.

나를 제외한 유일한 부원인 아토우 선배가 야키소바 빵을 먹으며 가십 잡지를 읽고 있었다.

“여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을 걸어온다.

“어제는 그 이후로 어땠어? 둘이서 분위기 좋았어?”

“……그럴 상황이 아니에요.”

나는 긴 책상 한 구석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그리고 아침부터 지금까지의 일의 전말을 그에게 이야기했다.

“……정말이야? 그럼 어제 일로 뭔가 있었던 거야?”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뭔가 저지른 건가. 확실히 정신을 잃을 때까지 허리를 흔들었지만. 그렇다면 분노의 화살은 내게 향했겠지.”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사실 계속 싫었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쌓인 불만이 폭발한 것일지도.”

“일단 전화해보는 건 어때?”

“……그렇네요.”

하지만 기대는 크게 안 된다. 직접 마주했을 때도 냉담한 태도였다. 전화를 받아줄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예상대로 카호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의 한숨과 동시에 동아리실에 정적이 감돈다.

평소에는 호방한 아토우 선배도 팔짱을 끼고 어딘지 모르게 진중한 표정이다.

“좋아, 알겠어. 내가 카호 쨩에게 이야기를 들어볼게.”

“어? 괜찮아요?”

“그야 뭐 나도 당사자고. 나 때문에 너희들이 사이가 나빠졌다면 뭔가 책임감이 들지 않겠어?”

“……죄송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귀여운 후배들을 위해서라면야. 맡겨두라고. 그래서, 카호 쨩의 연락처는?”

“…………어? 모르세요?”

“몰라.”

그도 그렇다. 원래 아토우 선배에게 카호는 서클 후배의 여자친구라는 가깝고도 먼 존재다. 최근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섹스를 하는 사이라서 나도 둘의 거리감을 착각하고 말았다.

내가 카호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자 그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몇 번 울리고 카호가 전화를 받는다.

“아, 여보세요? 나. 아토우인데.”

당연히 카호의 목소리는 내게는 들리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기도하면서 아토우 선배와의 통화를 듣고 있었다.

“치구사가 말이야, 왠지 카호가 피하는 것 같다고…… 그래 그래…… 응 응…… 봐봐, 나도 관계없는 건 아니니까. 뭔가 책임감이 들어서………… 응, 응…… 그래, 알았어. 그럼 오늘 강의 마치면 우리 집에 올래? 한 번 속 터놓고 이야기 해보자. 그러면 카호 쨩도 기분이 나아질지도 모르고. 주소는…….”

왠지 이야기는 손쉽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그럼 이따 보자.”

아토우 선배가 전화를 끊자, 나는 캐묻듯이 물었다.

“카, 카호가 뭐래요?”

아토우 선배는 고개를 젖히며 쓴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얼굴 들이대지 마. 카호 쨩도 딱히 화가 났다거나 그런 건 아니라고 했어. 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이야기하기 어렵대.”

“화가 난 건 아니래요?”

“그래, 플레이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승낙한 것이니까.”

“그럼 도대체 나를 왜 피하는 거죠…….”

“그러니까 그 부분은 한 마디로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있는거겠지. 뭐, 나한테 맡겨.”

지금은 아토우 선배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인맥이 풍부한 그라면 이런 인간관계의 문제도 많이 접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역시 내 문제다. 그에게만 맡기는 것은 마음이 탐탁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카호의 기분이 신경쓰여 견딜 수 없다.

“……저기, 아토우 선배.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요…….”

 

그날 강의가 끝나고 나와 아토우 선배는 한발 앞서 아토우 선배의 집으로 향했다. 나와 카호가 사는 곳과는 대학을 사이에 두고 정반대에 위치해 있었다. 대학에서는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였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집이다. 방구조 같은 것도 나나 카호가 사는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몇 번 놀러 온 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조금 어수선하다. 발 디딜 틈이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뭐, 평범한 남학생의 자취방 같은 모습이다. 나는 깔끔한 편을 좋아하기 때문에 평소 같으면 나서서 정리를 시작했겠지만, 오늘은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방이 이렇다 보니, 미닫이문 안쪽의 벽장에도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한 명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은 확보할 수 있었다.

“절대 소리 내지 마.”

“알아요.”

나는 벽장 안에 숨어 숨을 죽였다. 이것이 나의 부탁이었다.

엿듣는 건 최악의 행위라고 생각했지만, 어떻게서든 카호의 솔직한 감정을 바로 옆에서 듣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카호의 상냥함에 기대어 계속 응석을 부리고 있었다.

얼마나 그녀를 상처를 주고 있었을까.

그것을 이 귀로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폰이 울린다.

“……실례합니다.”

카호의 목소리다.

카호가 처음으로 아토우 선배의 방에 발을 들였다.

나는 벽장 안에서 온몸을 긴장시켰다. 손끝 하나도 움직이지 않도록 의식한다.

“갑자기 미안해.”

“……아니요.”

카호의 목소리는 가냘프다. 하지만 그것은 처음 방문한 곳에 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어디 보자. 카호 쨩도 적당한 데 앉아.”

아토우 선배에게 재촉받은 카호는 가까이에 있던 쿠션에 앉았다. 아토우 선배는 그 맞은편에 앉는다.

“그래서? 왜 치구사를 피한 거야? 역시 화 난 거 아니야?”

“………….”

카호는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방안에는 시계 바늘이 시간을 알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아토우 선배는 답답한지 일어나 냉장고에서 뭔가를 가져와 카호에게 건네는 것 같았다.

“뭐, 맨정신으로는 말하기 어려운 일도 있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캔을 먼저 기세 좋게 따며 시원스런 소리를 울렸다. 그리고 호쾌하게 단번에 마신다.

그 것에 걸려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호도 조금씩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 같았다.

무언의 술자리가 이어진다.

나만 메마른 목을 침으로 축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카호의 무거운 입이 가까스로 열린다.

“…………화가 났다고 할까, 슬픈 점이 있던 것도 사실입니다.”

“어떻게?”

“어젯밤, 저는 몇 번이고 치-군이 데리고 나가 주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마음은 전해지지 않았나 하고…….”

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걸 알고도 내 욕구을 우선시해 버린 것이다. 역시 카호가 납득할 때까지 계속 고개를 숙이자. 이마를 땅에 계속 문지르며 용서를 빌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카호는 의외의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게 오늘 치-군을 피한 이유는 아니에요.”

알코올의 힘도 한몫했는지 평소보다 말수가 많아진 것 같다.

나는 어떻게든 카호의 표정을 살피고 싶어서, 벽장의 미닫이문을 손가락 끝으로 살며시 열었다.

어깨를 늘어뜨리고 앉은 카호의 얼굴은 마치 죄인 같았다. 어깨가 축 처져 있다.

“그럼 왜?”

아토우 선배의 물음에 카호는 또다시 입을 다물고 만다.

째깍째깍, 째깍째깍 시계 소리가 오뉴월의 날파리처럼 시끄럽게 느껴진다

카호는 전부 털어놓겠다는 듯이 두 손으로 들고 있던 캔을 단숨에 마셨다.

그리고 죄를 고백하듯 말한다.

“……치-군에게 미안했어요.”

아토우 선배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투로 묻는다.

“뭐가? 카호 쨩은 억지로 하게 된 거니까, 아무것도 마음에 둘 일이 없잖아.”

내가 하고픈 말을 그대로 아토우 선배가 대변해주었다.

술로 뺨이 붉게 물든 카호는 고개를 숙이고 점점 더 초조한 듯이 중얼거렸다.

“……………………어요.”

“어?”

“…………기분이 좋았어요.”

“나와의 섹스가?”

카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아토우 선배가 순간 말문이 막힌다.

“……아니 뭐, 그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내가 그렇게 되도록 노력한 거니까. 오히려 전혀 기분 나쁘다고 하면…… 좀 그렇지?”

하하하, 하고 아토우 선배가 쓴웃음을 짓는다.

카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정말 기분 좋았다고 생각해 버렸어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그 때 저는…… 저는…….”

카호는 손에 든 캔을 꼭 쥐었다.

“…………또 선배에게 안길 것을 기대해 버렸어요. 앞으로도 이 플레이가 계속되면 좋겠다…… 그런 상스러운 생각을 해버렸어요.”

아토우 선배는 잠자코 이야기를 듣는다. 나도 아픈 가슴을 손으로 누르며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 제가 어떤 얼굴로 치-군을 만나야 할지 몰라서……그래서 도망친 거예요.”

카호의 고백은 물론 나에게도 충격적인 것이었다.

비록 플레이라지만, 카호가 다른 남자와의 섹스를 원하게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런 충격보다도 역시 나는 카호에게 그런 죄책감을 짊어지게 해 버린 것에 동요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구제할 수 없는 것은 그런 카호에 흥분해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토우 선배와의 섹스를 은근히 기대하는 카호를 생각하니 발기가 가라앉지 않게 되어 버렸다.

그런 정욕에 사로잡힌 나의 시선을 아토우 선배만이 눈치채고 있었다.

아토우 선배는 내 마음을 헤아린듯 정말이지 하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슬며시 자연스럽게 카호의 옆으로 자리를 바꾼다.

그리고 카호의 손을 잡고, 어떻게든 설득해보이겠다는 성색으로 말했다.

“알았어. 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이제 카호 쨩의 속에서 나에 대한 기억을 지워줄게.”

“……그게 무슨…….”

아토우 선배가 카호를 천천히 밀어 넘어뜨리며 말한다.

“나와의 섹스 같은 건 더는 진저리가 날 정도로 안아 주겠다고 한거야.”

카호는 저항하지 않는다. 명목 정도로 두 손으로 아토우 선배의 가슴팍을 밀고 있었지만, 그 팔에는 아무런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괜찮아. 치구사에게 절대 말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지금부터의 섹스로 이제 나에 대해선 잊어버려. 알았지?”

“……잊혀질까요?”

“잊게 해줄게. 최선을 다해.”

아토우 선배가 카호가 맘에 들어 하는 원피스를 벗겨낸다.

나는 그것을 벽장 안에서 잠자코 보고 있다.

본래라면 이 자리에서 뛰쳐나와 아토우 선배를 때려 눕히고 카호를 되찾아야 할 것 이다.

하지만 나는 뚫어지게 아토우 선배와 카호가 서로의 옷을 벗기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알몸이 된 두 사람이 침대로 자리를 옮긴다.

아토우 선배는 카호를 눕히고는 그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고 커닐링구스를 시작했다.

“야앗, 아아…….”

카호는 금세 황홀한 소리를 낸다.

내 심장은 이미 터져버릴 정도로 쿵쾅쿵쾅하고 시끄럽게 울리고 있다.

이것은 나와 아토우 선배에게 있어서는 플레이의 연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호에게는 그렇지 않다.

단순히 배신행위라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는 흥분만 불러일으킨다.

분노와 실망은 전혀 없었다.

배신감도 들지 않는다.

카호의 두 손이 살며시 아토우 선배의 뒷머리를 감싼다.

“하아, 하아…… 아아…… 선배…….”

무언가를 조르는 듯한 달콤한 목소리.

그 의도를 헤아린 아토우 선배는 고개를 들어 침대 옆으로 손을 뻗었다. 콘돔을 끼우고 정상위 자세에 들어간다.

카호의 두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로 허리를 내리자 발기한 음경이 카호의 국부에 닿는다.

그때 아토우 선배는 단 한 번 내 쪽을 돌아보았다.

‘정말 괜찮겠지?’

무언의 시선으로 그렇게 물었다.

나는 대답대신 그저 묵묵히 둘의 결합을 지켜본다.

벽장 안에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체를 노출하고, 한껏 솟아오른 음경을 움켜쥐었다.

아토우 선배가 허리를 밀어 넣으려 하자, 카호의 두 손이 망설이는 것처럼 그의 가슴을 밀어내려고 한다.

그 가냘픈 손에서 아직 되돌리려 하는 의지가 엿보였다.

죄책감으로 얼룩진 손.

조금만 더 기다리면 카호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역시 돌아갈께요.’

하지만 이를 제압하듯 아토우 선배는 억지로 허리를 밀어붙였다.

찌걱, 하고 삽입하는 소리가 조심스럽게 울린다.

“아앗……!”

카호의 허리가 살짝 젖혀지고, 그리고 요염한 신음을 흘렸다.

아토우 선배의 가슴팍에 대고 있던 두 손은 그의 어깨로 옮겨간다. 그 몸짓은 대담하고 강직한 것이 삽입되어 모든 저항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아토우 선배의 뒷모습이 커튼에서 새어나오는 해질녘의 주황색으로 물든다.

잠시 삽입의 여운에 잠긴 듯 두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카호에게 있어서 첫 바람.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소리를 죽이고 음경을 문질러댔다.

침대 위의 두 사람은 아직 움직이지 않는다.

“치구사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해?”

카호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까지는 볼 수 없다.

“처음부터 그 녀석이 잘못한 거니까 신경 쓸 것 없어. 카호 쨩을 팔아먹은거나 마찬가지니까.”

카호는 이번에는 나를 감싸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아토우 선배를 뿌리치는 일도 없었다.

어깨에 얹은 손은 손가락을 구부려 나와는 다른 굴강한 어깨를 움켜쥐었다.

“해줬으면 좋겠어?”

“…………모르겠어요.”

“카호 쨩이 말해. 아니면 움직이지 않을 거야.”

카호의 미간이 일그러지고 아랫입술을 꽉 깨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카호는 확인을 받는 것처럼 말한다.

“……저기………… 가장 좋아하는 건 치-군이니까…….”

“알고 있어.”

그리고 대화가 끊긴다.

째깍째깍, 째깍째깍.

어깨를 움켜쥔 손가락에 꾹하고 힘이 들어간다.

“……………………와, 주세요.”

카호가 발한 그 벌레의 날개 소리보다 더 가냘픈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폭발시켰다.

기다렸다는 듯이 아토우 선배가 허리를 흔든다.

“앗, 앗, 앗, 앗, 앗……♡”

손때를 탄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아앗, 이익, 앗앗잇♡”

카호가, 아토우 선배를 원한다.

“……선배…… 굵어……♡”

애틋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두 팔을 꾹 아토우 선배의 목에 감는다.

그리고 숨이 막힐듯이 말을 이어간다.

“선배 거…… 엄청 굵어요…….”

그 와중에도 끼익끼익하고 침대는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치-군 것보다…… 훨씬…….”

카호의 목소리는 울먹이는 것처럼 들렸다.

그럼에도 아토우 선배가 피스톤의 속도를 올리자 그녀는 높은 목소리로 헐떡였다.

“아앙, 아앙, 아앙, 아앙♡”

아토우 선배의 허리놀림에 맞춰 카호의 떠 있는 발끝이 살랑살랑 흔들린다.

“선배…… 선배……♡”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지 말해봐.”

“…………더…… 더 해주세요………… 선배의 크고 힘센 자지로, 더 찔러주세요…….”

어딘가 비통함을 담은 그 부탁에 아토우 선배가 화답한다.

“앗앗앗앗앗앗♡ 엄청, 격렬해♡”

아토우 선배는 숨을 헐떡이며 말한다.

“남자친구는 이런 섹스를 해주지 않아봐? 응?”

“싫어…… 말하지 마세요…… 지금은…….”

“말해! 남자친구와는 어떻게 다른지 말해!”

아토우 선배는 마치 신문(訊問)하는 듯한 위압적인 말투와 침대까지 흔들리는 것 같은 격렬한 피스톤을 보인다.

“앗, 앗, 아앙♡ 치군과, 전혀 달라, 요…… 치-군보다, 세요…… 아앗, 이앙, 잇, 잇, 이익♡”

“뭐가?”

“자, 자지…… 자지가, 세요…… 아앙아앙아앙♡ ……이, 이런 섹스…… 저는, 몰랐어요…… 치-군은, 이렇게…… 아앗, 앗앗앗♡ 엄청나, 자지 기분 좋아, 요…….”

카호는 봇물이 터진듯이 자신의 내면에 가라앉아 있던 있던 생각을 토해냈다

계속 혼자 끌어안고 있었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알려져서는 안 된다며 마음 속 깊은 곳에 단단히 뚜껑을 덮어두었을 것이다.

그것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두 손발을 써서 나보다 넓고 울퉁불퉁한 아토우 선배의 등에 매달리는 것 같은 포옹을 보인다.

“선배♡ 저, 저…… 미쳐버릴 것 같아요…… 선배님 커다란 자지,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계속 미쳐버릴 것 같았어요……♡”

카호는 고해를 거듭하는 동시에 두 손발에 힘이 점점 담기는 것 같았다. 그 작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아토 선배의 등을 긁으려는 것처럼 세워져 있다.

“선배의 자지로 보지를 찔릴 때마다…… 더는 알 수 없게 되버려서…… 치-군을 떠올려야 한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그치만…… 그치만…… 앗앗앗♡ 이 자지에, 언제나 녹아버리고 말아서♡”

“굵은 걸 좋아하잖아? 처음부터 꾸욱꾸욱하고 안달내며 보지가 엉켜 붙어왔잖아?”

카호는 아토우 선배에게 안기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좋아♡ 이 크고, 울퉁불퉁한 자지, 좋아♡ 이런 딱딱한 자지, 전, 몰았어요……………… 앗, 앗, 앗, 야앗, 정말, 기분 좋아♡”

벽장 속에서 홀로 자위을 계속하는 내 손 안에서 우뚝 솟은 남근은 분명 역대 최고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경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마치 뜨거운 쇠막대기처럼 되었다.

항상 이런 남성기로 카호를 사랑해줬다면 카호에게 이런 것을 말하게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허리를 흔들며 아토우 선배는 말한다.

“오늘은 밤새도록 안아줄게.”

그 한마디만으로 카호의 온몸이 움찔움찔하고 떨렸다.

그리고 더 깊은 결합과 밀착을 바라는 것처럼 그의 몸을 끌어안는다.

“……네…… 이걸로, 이제 선배를, 잊게 해주세요…… 더는 치-군 말고 다른 남자의 꿈을 꾸는 일은…… 없게 해주세요.”

“나한테 안기는 꿈을 꿨어?”

카호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런거야?”

하지만 아토우 선배가 조금 더 강한 말투로 캐묻자, 카호는 마음이 괴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부터 두 사람의 교접은 한결같이 가열찼다.

휴식도 없이, 수분보충도 하지 않고 서로의 몸을 탐하는 것처럼 피부를 맞부딪쳤다.

“앗, 앗, 앗, 앗, 앗♡ 선배♡ 선배♡”

“굉장해♡ 허리, 멈추지 않아♡”

“앗, 가요♡ 앗, 가요♡ 가요가요가요♡”

“선배도, 가줘요…… 아아, 자지가, 부풀어서…… 아아, 와줘…… 사정 자지, 빵빵하게 부풀어서 기분 좋아♡ 아아, 이잇♡ 이익♡ 앗, 가요♡”

아토우 선배가 절정에 이르자 카호는 스스로 콘돔을 교체했다. 그리고 그 때, 이전에는 꺼려했던 청소펠라를 해 보였다.

아토우 선배에게 재촉받은 것도 아닌 자발적으로 사정한 남근을 혀로 핥고, 그리고 입에 물고 쮸웁쮸웁 소리를 내며 다음 발기로 이끈다.

완전히 우뚝 솟은 음경은 카호의 침으로 듬뿍 젖어 있었다.

“잘하네.”

아토우 선배의 칭찬에 카호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다.

그런 그녀를 이번에는 후배위로 찌르려고 했지만, 카호는 이를 거절했다.

“…………몇 번이고, 할거죠?”

“그래. 카호 쨩이 나와의 섹스는 이제 충분하다고 말할 때까지.”

“……그럼, 이대로가 좋아요.”

“오늘은 정상위가 좋아?”

등을 대고 누워 살짝 고개를 들어 콘돔을 갈아 끼우는 카호에게 아토우 선배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카호는 농담이 섞인 불만을 담아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선배 거 너무 세서, 무릎이랑 허리가 덜덜 떨려요.”

그말을 듣고 아토우 선배는 유쾌한 듯이 다시 카호의 위로 덮어씌어 갔다.

“그럼 이번엔 부드럽게 녹아내리게 해줄게.”

완전히 아토우 선배의 음경 모양이 새겨진 카호의 질단지는 두 번째 삽입을 원활하게 받아들인다.

“앗, 응…….”

아토우 선배는 카호의 양 무릎을 잡고, 그리고 조금 전처럼 격렬하게 그녀를 흔들지 않고, 허리를 꾸욱 밀어 넣었다.

“으응, 아아, 하아, 아앙……♡”

“카호 쨩, 깊은 곳이 좋았지.”

“야앙, 아앗……♡”

“여기, 치구사 걸로 닿아?”

카호는 순간 주저하다가 슬픈 듯이 고개를 저었다.

“남자친구로는 만족할 수 없는 섹스를 내가 제대로 새겨줄 테니까.”

“……그건, 안 돼요…… 잊게 해주세요…….”

“맞다 그랬지.”

아토우 선배는 호쾌하게 웃으면서도, 꾸욱, 꾸욱, 완만한 페이스로, 그러나 확실하게 허리를 밀어 넣는다.

“앗♡ 앗♡”

카호도 아까같은 절박한 소리를 내지 않고, 그 움직임 하나하나를 받아내는 듯한 황홀한 소리를 냈다.

“치구사에게 내 자지가 붙어 있었으면 좋았겠지?”

그 말에 카호는 풍만한 가슴이 출렁출렁 흔들리면서 주눅 든 것처럼 말한다.

“……제가 꾼 꿈…… 그런 느낌이었어요…… 치-군에게, 선배의 페니스가 달려있어서…… 그래서, 굉장하다고 제가 칭찬하고…… 치-군에게 격렬하게 사랑받고…….”

아토우 선배는 그 말을 묵묵히 들으면서 천천히 피스톤을 반복한다.

“…………저, 최악이예요…….”

카호는 울음이 터뜨릴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아토우 선배는 그런 그녀의 눈가를 엄지로 닦아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애초에 계기를 만든 건 치구사였으니까 카호 쨩이 마음 아파할 필요 없어.”

“……그치만…….”

그럼에도 납득할 수 없다는 듯한 카호에 아토우 선배가 웃는다.

“그럼, 더는 뭐가 뭔지 모를 때까지 푹푹 찔러줄게.”

아토우 선배가 카호의 두 손을 잡는다.

카호 쪽에서도 손가락을 깍지 껴서 잡는다.

그리고 그 말대로 서서히 피스톤의 속도를 높여간다.

침대 다리가 내뱉는 비명소리가 서서히 절박함을 더해간다.

“앗, 앗, 앗, 앗, 앗♡”

기분 좋은 듯이 숨을 헐떡이는 카호에게 아토우 선배가 말을 건다.

“사실 나도 이렇게 카호 쨩이랑 둘만의 섹스를 해보고 싶었어.”

그렇게 말하고 아토우 선배는 이쪽을 힐끗 보았다.

그 시선은 마치 나에게 “이것도 작전이야.”라고 설명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토우 선배는 천천히 카호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다.

정열적인 피스톤. 연인처럼 깍지 낀 두 손. 황홀한 교성.

모든 것이 마치 연인 사이 같은 섹스 같았다.

이대로 입술까지 이어져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았다.

하지만 카호는 마지막 순간까지 망설이는 것 같았지만, 입술이 닿기 직전에 고개를 돌렸다.

아토우 선배가 묻는다.

“키스는 안 돼?”

“……죄송합니다.”

“사과할 것 없어. 치구사가 최우선이잖아.”

그렇게 웃으며 피스톤을 더욱 거세게 했다.

카호의 발목이 까딱까딱 흔들린다.

“아앙, 아앙, 아앙♡ 선배, 거기, 거기♡”

“카호 쨩, 한 번 더 갈게.”

“……네…… 언제든지 사정해 주세요…….”

두 사람은 당연한 것처럼 동시에 도달한다.

나도 그 타이밍에 맞추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어떻게든 참는다.

왜냐하면 두 사람의 섹스의 여열이 벽장에 닿을 정도로 뜨거웠고, 아직 두 사람의 교접이 계속될 것임을 예감케 했기 때문이다.

실제 카호와 아토우 선배는 잠시의 틈도 없이 다시 삽입을 마치고 있다.

아토우 선배는 사용한 콘돔을 카호의 사랑스러운 배 위에 올려놓고 마치 킬마크처럼 과시했다.

몇 번을 사정해도 쇠하지 않는 경도와 피스톤에 카호는 이미 질척하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앗, 앗, 앗, 앗, 앗♡ 선배♡ 굉장해♡ 아앗…… 자지…… 쭉 단단한 채야……♡”

“남자친구 같은 상냥하기만 한 섹스가 아니지?”

아토우 선배의 말대로, 짐승에게 범해지는 것 같은 카호는 어지러이 흐트러져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충족감을 얻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건, 처음이야…… 선배…… 더, 자지 더 주세요……♡”

그리고 몇 번이고 사정을 마치고, 아토우 선배가 다음 콘돔을 더듬어 찾는다.

“……이런, 콘돔 떨어졌네.”

그렇게 말하면서 땀범벅이 되어 하아하아 하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카호에게 덮어씌워 간다.

“……노콘이라도 괜찮지?”

“…………에…… 그치만, 그건…….”

“괜찮아. 밖에 쌀 테니까.”

아토우 선배는 반강제로 피임구를 착용하지 않은 남근을 카호의 안에 비집어넣으려 했다.

그러면서 딱 한 번 내 쪽을 힐끗 본다.

움직이지 않는 벽장 문을 확인한 그는 이마의 땀을 훔치고 생으로 삽입했다.

“아앗, 으응♡”

카호는 한층 더 큰 소리를 냈고, 아토우 선배도 쾌락으로 느슨해진 숨을 내쉬었다.

“아아…… 굉장해. 카호 쨩의 생질, 엄청 따뜻하고 끈적끈적해.”

“시러…… 아아……뜨거워…….”

“카호 쨩, 어때? 내 생자지.”

“……뜨거워요…… 그리고, 굉장히 울퉁불퉁해요…….”

“치구사와 해본 적 있어?”

카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그럼 노콘섹스 하는 건 내가 처음이네.”

아토우 선배의 입가에 희열의 일그러짐이 떠오른다.

그동안 선배로서, 플레이의 협력자로서 철저했던 그에게서 처음으로 사적인 감정이 새어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아토우 선배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허리를 흔든다.

“앗, 앗, 앗, ♡ 시러, 생자지…… 전혀 달라…….”

“어떻게 달라?”

“……자지의 모양이, 엄청 느껴져요…… 선배의 귀두관으로…… 보지를 쓱쓱 하는 것이 느껴져요…….”

“더 빨리 쓱쓱 해줄게.”

그 선언대로 피스톤을 빠르게 한다.

쯔붑, 쯔붑하고 날것의 성기끼리 마찰하는 독특한 외설적인 마찰음이 울린다.

“야앙, 앗앗♡ 이거, 엄청, 야한 기분이 들어요…….”

“더 야하게 만들어 줄게.”

아토우 선배의 허리놀림이 더욱 가속한다.

“앗앗앗앗앗♡”

팡팡하고 허리를 내려치자 카호의 얼굴이 황홀함에 녹나내린다.

고통스러운 것처럼 눈을 꼭 감고 입을 벌리고 혀를 내민다.

“생자지 교미 기분 좋다고 말해봐!”

고압적이고 가학적인 아토우 선배의 말에 질척하게 자아가 녹아버린 카호는 순순히 따른다.

“……이익♡ 이익♡ 생자지♡ 생자지 교미 기분 좋아요♡”

 

 

 

아아, 카호…… 이 얼마나 애처롭고 사랑스러운가. 나는 카호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게 된다.

다음 순간 내 온몸은 황홀경에 떨리고, 음경에 손 대지 않았는데도 사정했다.

쿵쾅, 쿵쾅, 쿵쾅하고 전신이 맥박 뛰는 것같은 절정.

풀 같이 끈적끈적한 정액이 미닫이문 안쪽에 뿌려진다.

거의 동시에 침대 위의 두 사람도 도달했다.

“아이 귀여워, 카호 쨩……간다?”

“앗, 앗♡ 밖, 밖에…… 정자는 밖에…….”

아토우 선배는 필사적으로 허리를 흔들며 평소의 여유는 없이 잰말로 묻는다.

“안에는 안 돼?”

“안, 안 돼…… 치-군의 아기 아니면, 안 낳아요…… 앗앗앗♡ 자지, 커다래♡ 앗, 가요♡ 가요가욧♡ 가요가요가요가욧♡♡♡”

카호는 갸륵하게도 나를 향한 마음을 말하면서, 등을 세차게 젖히며 절정에 이르렀다.

아토우 선배도 억지로 질내사정을 하지 않고 허리를 빼서 결합을 풀었다.

그러자 고구마 같은 육창이 벌떡벌떡 위아래로 흔들리면서 정액을 카호의 몸에 흩뿌려댄다.

날것의 질단지에 감싸여 있던 남근은 혈관이 튀어나올 정도로 거칠었다. 왈칵왈칵 소리를 내며 카호의 얼굴까지 정액을 보내고 있었다.

“아앗, 정자, 뜨거워……♡”

얼굴부터 가슴, 복부까지 하얗게 흠뻑 물든 카호는 황홀한 표정으로 절정의 여운에 젖어 있다.

사정이 일단락되자 아토우 선배는 크게 숨을 쉬었다.

“하아~…… 카호 쨩의 생보지, 최고였어.”

카호는 하아하아 숨을 헐떡이며, 그에 답할 여유는 없어 보였다.

“치구사도 모르는 노콘섹스, 나와 해봐서 좋았어?”

하지만 그 물음에 대해서만 그는 무겁게 대답한다.

“…………모르겠어요…….”

무기력한 카호와 달리, 노콘삽입부터 사정까지 마친 아토우 선배의 남근은 여전히 불끈불끈하고 거칠게 흥분해 있었다.

“한 번 더 해도 될까?”

카호는 고개를 저었다.

“……이 이상은, 걸어서 돌아갈 수 없게 되버려요.“

“자고 가면 되잖아?”

“……그건 안 돼요…… 그리고…….”

“그리고?”

카호는 한 호흡 망설임을 보이고 후회를 품은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더 이상 선배의 생자지와 섹스하면, 평생 잊을 수 없게 되버려요…… 제 안이, 선배의 모양을 기억해서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아토우 선배는 웃으며 묻는다.

“그렇게 되면 곤란해?”

카호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곤란해요………….”

“카호 쨩은 어디까지나 치구사의 것?”

“…………네.”

그리고 아토우 선배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려 했지만, 카호는 역시 키스만은 안된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랑 키스하는게 그렇게 싫어?”

씁쓸하게 웃는다.

카호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려는 듯이 말한다.

“키스는…… 안 된다는 기분이예요…… 치-군 몰래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치-군을 좋아해요.”

그녀의 그 말은 어딘가 고민끝에 결심한 것 같았다.

분위기를 풀려고 한 건지, 아토우 선배는 휴지로 카호의 온몸에 흩뿌려진 정액을 닦아내며 가벼운 어조로 말한다.

“치구사가 잘못한거야. 카호 쨩을 이런 플레이에 어울리게 했으니까. 조금 정도는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워도 인과응보야.”

“……그럴까요…… 뻔뻔해지고 싶지는 않아요.”

“술기운도 있었고.”

“……술 탓도 하고 싶지 않아요.”

카호는 나른한 듯이 상체를 일으켜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뒤에서 아토우 선배가 가볍게 집적거린다.

두 손으로 가슴을 주무르거나, 목덜미에 키스를 하거나, 허벅지를 손으로 쓰다듬거나.

카호는 그때마다 간지럼을 타며 즐거운 듯 하얀 치아를 드러냈다.

옷을 입은 카호가 조금 불안한 발걸음으로 일어선다. 그리고 알몸으로 침대에 걸터앉은 아토우 선배에게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

“폐를 끼쳤습니다.”

“별로 폐라니. 오히려 이쪽이 재미를 봤지.”

“……아니요, 폐를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 아토우 선배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무슨 의미야?”

“……오늘 이 일, 저는 치-군에게 말하려고 해요. 잠자코 비밀로 하다니…… 그런 비겁한 짓을 할 수 없어요.”

아토우 선배는 말없이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되도록 선배가 나쁜 인상을 받지 않게 말할 거예요. 제 의지가 약했던 거죠.”

아토우 선배는 코웃음을 쳤다.

“상관없어. 내가 꼬드겼다고 말해.”

“하지만…… 그럼 치-군과의 사이가…….”

“뭐, 그건 어떻게든 되겠지. 애초에 카호 쨩과 섹스를 하는 것 자체가 벌써 몇 번째냐고. 치구사도 그렇게 화내지 않을 거야.”

그렇지? 라고 말하는 것처럼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토우 선배는 카호의 등을 떠미는 것처럼 미소를 지었다.

“카호 쨩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카호는 미안함이 가득 찬 표정으로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간다.

어느새 밖은 어두워져 있었다.

카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나는 벽장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아토우 선배는 알몸으로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 목을 울리며 호쾌하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내 쪽으로 돌아선다.

“어땠어? 애드립으로 이런 전개가 됐는데, 만족했어? 아니면 화났어?”

“……화나지는 않았아요. 화가 났다면 저 자신에게, 일까요?”

“카호 쨩. 여러가지로 고민이었지.”

그렇게 말하며 캔맥주에 입을 댄다.

말없이 고개를 숙인 나에게 아토우 선배는 조용히 말한다.

“이제 슬슬 그만둘 때잖아.”

“……네. 이제부터는 제 욕구보다 카호의 마음을 최우선으로 할거예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아토우 선배의 집을 나섰다.

그러고 보니 벽장의 미닫이문을 더럽혔다는 말을 깜빡해버렸다. 뭐, 카호에게 노콘으로 삽입한 걸로 비긴 걸로 하자.

밖은 완전히 해가 지고 달이 떠 있었다.

찬 공기가 화끈거리는 몸에 기분 좋게 느껴진다.

카호의 고뇌를 떠올려본다.

몇 번이고 피부를 겹칠 때마다 몸의 궁합이 좋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진정한 섹스의 좋은 점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가 나에 대한 죄책감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모두 이기적인 나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 나름대로 그것을 털어버리고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나는 얼마만큼의 빚을 그녀에게 갚아야 하는 것일까?

항상 내 옆에서 미소를 지어주고 있었다.

나에게 한없는 사랑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내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자신의 지루한 일상만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독선적으로 굴었던 것이다.

항상 곁에 있어 준 카호의 사랑의 깊이도 깨닫지 못하고.

아무리 폭력적이라 할 정도의 쾌락에 농락당해도, 마지막에는 나에 대한 사랑을 말해주었다. 키스를 거부하고 내가 최우선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마음에 부응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플레이를 중단하는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