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무 그렇게 쫄지 말고 천천히 들어 봐. 이게 뭐 그렇게 쪽팔릴 일도 아니고...... 여태 우리가 절친이었던 이유가 뭐냐? 같은 처지를 경험해봐서 그런 거잖아. 이런 취향까지 공유하는 건 솔직히 좀 신기하긴 해도......" 이 때 나는 얼굴을 무릎에 묻은 채, 눈을 마주치는 걸 피하고 소리만 듣고 있었다.


"내가 그 오픈톡방에서 논지 이 년도 넘었는데, 다른 사람한테는 한 번도 이런 얘기 한 적 없었거든. 현실에서는 니가 처음이야." 유건은 말을 이어갔다. 나는 가만히 들으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임마, 그래도 이번엔 니가 너무 생각이 없었지. 나같으면, 내가 이거 시작할 땐 너처럼 원래 아이디 안 쓰고 카톡 아이디도 하나 새로 파서 했거든. 인터넷에서는 신상 정보를 숨기는 법인데, 웬 병신이 다짜고짜 자기 원래 아이디로 들어오길래 너는 처음부터 주의 대상이었어. 처음에는...... 솔직히 처음에는 안 받아줄라고 했는데, 근데...... 그게...... 그러는 것도 너한테 미안한 짓이 될 것 같아서......" 유건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어찌저찌 정신을 차렸다.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봤더니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뜨겁던 얼굴이 삽시간에 차가워졌다.


"왜 이렇게 다 말해주는 거야? 모른 척 할 수도 있었으면서." 내 귀에도 내 목소리가 바뀐게 들렸다. 잘 생각해보니, 정황 및 과정 등 내 모든 것을 담아서 쓴 소감문을 보내버린 이상, 유건이 나랑 친추가 되있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들키는 건 시간 문제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들키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다 털어놓는 게 차라리 낫지. 나중에 그랬다가는......" 유건이 고개를 젓고 말했다.


"사실 나도 요며칠동안 너한테 가르쳐줄까 말까 계속 고민하고 있었거든. 우리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하고 싶은 말 다 하면서 다 까놓고 지내는 게 맞나 싶어서. 그래서 존나게 대가리를 굴리다가 이러기로 했다는 거지......" 목소리를 잔뜩 깐 유건에게 장난기 따위는 없었다. 내가 침묵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곧 다시 조용해졌다.


"옛날 얘기 좀 해줄 게. 그냥 듣기만 해도 돼." 유건이 내 어깨를 두드리더니 땅에서 풀을 한 움큼 쥐어뜯었다.


"너나 나나 다 편모가정에서 크긴 했지만, 솔직히 우리 집은 너네 집보다 별로였어. 난 어렸을 때 가정폭력을 당하면서 컸어. 내가 기억하는 한, 엄마랑 아빠는 맨날 싸웠거든. 집안 꼬라지가 지랄날 때마다 난 맨날 울고 겁을 먹었고. 내 어린 시절이란 거의 악몽이었어."


"내 성격이 남들하고 좀 다른 게 그래서야. 엄마 아빠가 이혼하고 엄마를 따라가고나서야 악몽이 끝났거든. 근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 유건이 갖고 놀던 풀을 던져버리고 말했다. 그 다음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품이 마치 수치심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엄마랑 같이 살게 되면서, 아빠가 없어졌으니까 일상 자체는 일단 조용해졌어. 문제는 내카 크면서 귀찮은 일이 생겼다는 거야. 여기서 우리 엄마 얘긴데......" 말하다 말고 유건이 한숨을 쉬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난 엄마가 날 대하는 게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어. 우선 엄마가 날 보는 눈빛이 하루가 지날수록 달라지는 거야. 그 때는 이유를 몰랐었지. 근데 우리 엄마가 좀 개방적인 사람이잖아. 집에 있을 때면 좀 조심성이 없어지기도 하고, 가끔씩은 좀 시원하게 입는다 정도가 아니라 막 노출을 하고 다니거나 문을 열어놓고 다니는데, 내 앞에서 대놓고 옷을 갈아입은 적도 있었어. 내가 사춘기가 되고도 똑같이 그러더라고. 혹시 엄마가 날 꼬시는 건가 싶었던 적도 있었어......" 여기까지 듣다가 나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건가?


"너네 엄마는 그냥 널 애라고 생각해서 그런 건데 니 혼자 생각을 이상하게 하는 걸 수도 있지. 흔히 있는 일이잖아. 엄마 눈에 자식은 영원히 어리게만 보이는 거." 유건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다 공개해버린 탓인지,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져서 그렇게 말이 튀어나왔다.


"처음에는 나도 그런 줄 알았어. 나중에 일들을 더 겪기 전까지는." 유건도 여기서부터는 말하기 힘든 듯 잠깐 말을 끊었다.


"이 년 전에, 그러니까 내가 막 중학교에 올라갔을 때, 일이 터진 거야. 우리 엄마는 샤워할 때 항상 나보고 갈아입을 옷을 넣어달라고 하거든. 가끔 나보고 등 좀 밀라고 할 때도 있고. 존나 쪽팔렸는데도 그냥 하라는 대로 다 했어. 존나 참기 힘들었던 게 생리 현상 때문도 있었고, 엄마한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때문도 있었어. 근데 자기 엄마한테 그런 짓은 하면 안 되는 거잖아......"


"그 때 까지도 난 내가 말도 안 되는 망상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려고 했어. 근데 어느 날...... 밤에 자고 있는데 엄마가 내 방에 들어오는 거야. 내 침대 옆에서 한참을 보고 있더라고. 난 괜히 귀찮을 거 같아서 일부러 계속 자는 척 했어. 그랬더니 엄마가...... 손을 이불에 넣어서, 내 여기를 살짝 만지더라고......" 말하면서 유건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얼마나 고민이 깊었는지 알 만 했다.


"시간이 더 지나니까 엄마가 집에서 일부러 노출하고 다니게 됐어. 가끔은 좀 그런 곳 까지도...... 나는 꼴려서 미치겠는데도 억지로 계속 참았고. 나중에는 엄마도 뭘 알아차렸는지 좀 절제를 하긴 하더라. 그 때는 진짜 큰일이었어. 엄마가 나한테 왜 이러지?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고나서야 알았어. 엄마한테 그런 콤플렉스가 있었던 거야. 아들을 성적으로 보는 거. 엄마가 감정적으로 큰 일을 겪었던 그런 집안들에서는 생각보다 꽤 흔하게 있다더라. 다른 남자는 믿지 못 하고 아들한테만 비정상적인 애착을 갖게 되는 현상이래. 엄마도 이혼하면서 생긴 스트레스랑 압박감을 버티지 못했던 거지. 어쨌든, 원인을 알고나서 나도 엄마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됐고, 엄마도 정신을 차리면서 우리 관계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엄마랑 그런 사이로 지내다보니 내 멘탈에도 좀 이상이 생겼어. 내가 엄마를 대상으로 야한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인터넷에서 엄마 능욕물을 보고나서, 내 경험을 거기다 결합시키고나니까, 우리 엄마가 당하는 걸 보고싶어진 거야. 인터넷에서 그런 것만 계속 찾아보다보니까 중독된 건지도 모르겠다. 많이 찾아볼수록 더 깊게 들어가게 되서, 이 오픈톡방도 그렇게 하게 됐고......" 유건은 말하면서 나뭇가지를 집어 땅을 긁었다. 아직도 저항감이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 엄마가 날 사랑하고 진심으로 나한테 잘 해주는 건 맞아. 엄마는 날 다른 사람한테 뺏기고싶지 않아해. 아빠랑 이혼할 때도 엄마는 양육권 때문에 많은 걸 포기했어. 지금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엄마가 알라나 모르겠다. 난 엄마를 미워하지도 않고 딱히 엄마 탓을 하고 싶지도 않아. 엄마 때문에 꼴려서 힘들긴 해도 어쨌든 엄마랑 아들이니까 나는 어쩔 수 없고, 그 대신 엄마물을 보면서 망상을 했어. 다른 사람에 감정이입해서 엄마랑...... 대충 내 방식대로 욕구를 푼 거지......" 말끝을 흐리면서 유건은 나뭇가지를 던져버리고 날 똑바로 쳐다봤다.


"내가 지금까지 왜 이걸 다 얘기해줬는지 알아? 쓸데 없는 고민하지 말고 자기를 괴롭히지 말라고 해준 거야. 우리가 모를 뿐 세상에 우리 같은 사람 많다고. 어쨌든 난 다행히도 너라는 친구가 있어서 다 털어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니가 톡방에 들어온 지는 며칠 안 됐지만 난 니 소감문을 보고 니 비밀을 알아버렸으니까 너도 내 비밀을 알아야지. 아무튼 서로 비밀을 공개하니까 차라리 속이 후련하다......" 유건은 말을 마치고 일어나서 기지개를 켰다.


반대로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유건을 똑바로 쳐다보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슬슬 엉덩이가 저려오고 있었다.


유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충격에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 하고 있던 참이었다. 나도 모르게 안 선생님이 집과 학교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각각 떠올랐다. 그 선생님이 아들한테 그런 짓을 했다니 믿기 힘들었다. 평소에 선생님은 안경 쓰고 일하는 모습이 얼마나 점잖았던가. 그런 사람이 알고보니 그랬다고? 나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구나, 사람은 겉만 보고서는 알 수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유건이 해준 말을 굳이 의심할 이유는 없었다. 나도 그 집에서 선생님의 개방적인 옷차림을 한두 번 본 게 아니었으니까. 숨김 없이 오픈톡방 얘기를 해준 건 솔직히 좀 부담스러웠지만, 유건 말마따나 서로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정신을 수습하는데 적잖이 도움이 되었다.


주변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 어쨌든 내가 두려워하던 바가 실제로 일어난 것도 사실이었다. 방장이 하필이면 진짜로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니. 비밀이 절친한테 들켰다고 생각하니 난처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럴 생각만 있었다면 유건은 얼마든지 날 기만할 수 있었을텐데, 어쩌면 그게 나한테는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러나 어차피 여기까지 와버린 이상, 좋든 싫든 현실을 받아들여야했다. 갑자기 그 날 유건이 말했던, 서로 상대 엄마를 따먹도록 하자는 얘기가 떠올랐다. 그 때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냥 장난삼아서? 유건의 상황을 알게 되고 나니까, 어디서 타오르기 시작했는지 모를 불이 타올랐다. 안 선생님을 갖고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 학교 여선생들을 훔쳐본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솔직히 친구라서 참았을 뿐이지 그중에 가장 나은 건,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안 선생님이라고 스스로도 쭉 생각해오지 않았던가. 여기까지 생각했더니 가슴이 뜨거워서 참기가 힘들었다. 평온하던 호흡이 다시 거칠어지고 있었다.


"농구나 하러 가자. 점심은 내가 사과하는 셈 치고 맛있는 거 사줄 게......" 한참을 가만히 있던 유건이 너 어깨를 툭 치고 말했다.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유건을 따라 산을 내려갔다. 가는 길에 나는 입을 쭉 닫고 있었는데, 유건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코트에 도착하자 유건은 마음껏 땀을 흘리며 뛰어다니기 시작했고 나는 옆에 앉아서 구경했다. 나는 딱히 잘 하지 못 해서 보통은 구경하는 쪽이었다. 유건은 화풀이라도 하는 것처럼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새삼 유건이 겪었다던 일들이 믿기 힘들었다. 나는 어느새 우리 집 상황을 생각하고 있었다. 따지자면 아들한테 이상한 짓 한 적 없는 우리 엄마가 선생님보다 훨씬 엄마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도 항상 옷차림이 단정하기도 하고, 성인 용품에 대해서는 숨기기도 했고.


점심 시간이 되자 유건은 날 데리고 마라탕을 먹으러 갔다. 엄마는 보통 이런 싸구려 음식은 먹게 해주지 않았지만, 나는 솔직히 꽤 좋아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는 집에 가서 공부하기로 하고 유건하고 헤어졌다. 산에서 내려온 뒤로 유건은 엄마 능욕에 대해서 말을 꺼내지 않았다. 집에 오자 엄마가 보이지 않는 게 또 창고에서 바쁜 모양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방송 키고 상품 소개하면서 떠들고 있겠지 뭐. 정신이 산란한 채로 공부를 하려니 쉽지가 않았다. 유건이 낮에 했던 얘기가 머리를 계속 휘젓고 있었다. 이 때가 되도록 나는 유건이 겪은 일들이 사실이라고 도저히 믿고 싶지가 않았다. 유건이 오픈톡방 방장이고 내 비밀을 알고 있으며 내가 자기를 우리 엄마와 엮어서 망상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는 사실쯤되면 아예 머리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내가 그걸로 첫 자위를 했다는 기억과 묶어서 같이. 그러나 유건하고 했던 카톡 내용이 자꾸 생각나서 모른체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둘이 합작해서 님은 우리 엄마를, 저는 님 엄마를 따먹는 건 어때요...... 말도 안 되는 짓이라는 거 나도 분명 아는데, 왜 자꾸 미련을 놓을 수가 없지?


어차피 공부는 물건너갔다 싶어서 나는 폰을 꺼내 카톡을 확인했다. 원래는 마지막으로 오픈톡방이나 한번 보고 그길로 나가서 다 없었던 일로 돌릴 생각이었는데, 카톡을 열자마자 방장, 즉 유건의 다른 카톡 계정에게서 뭔가가 와있었다. 나도 모르게 대화방을 열자 유건이 또 사진 몇 장을 전송한 게 보였다. 사진을 눌러보고 나는 아연해지고 말았다. 어느 개인 방송 플랫폼의 홈페이지 스크린샷이었다. 유명한 그 플랫폼이었는데, 프로필 사진과 소개를 보니 채널 주인이 놀랍게도 우리 엄마였다.


"단비......" 채널 주인의 닉네임이었다. 엄마 이름이 은비니까, 비 자가 돌림자인 셈이었다. 프로필 사진에는 엄마 얼굴이 찍혀 있었고, 영상 썸네일들을 보고 나는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영상을 직접 볼 순 없었지만 썸네일만 봐도 엄마의 옷차림이 무척이나 노출이 심한 게 그냥 보였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입는 거랑은 딴판이었다.


"어떻게 찾았어?" 유건이 사진을 보낸 시간이 고작 십 몇 분 전인 걸 보고 내가 캐물었다.


"지금 너네 집으로 갈테니까 거기서 얘기하자." 한참이 지나서 온 유건의 답장을 보자 마음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오전에 한번 와놓고 지금 또 온다고? 시계를 보니 이제 오후 2시였다.


찰칵. 내가 폰을 들고 어쩔 줄 모르는 사이 밖에서는 벌써 문이 열리고 있었다. 누군지 확인할 필요도 없이 유건이었다. 헤어진지 한 시간 좀 더 되자마자 다시 만나는 셈이었다.


"어쩌다 또 왔어?" 나도 모르게 따지는 말투가 나왔다. 이제 좀 조용해졌나 싶었더니 그새 달려오다니, 혹시 진짜로 우리 엄마한테 눈독들인 건 아니겠지?


"뭐 좀 가르쳐줄라고 그런다......" 유건이 한 바퀴 돌아보고 우리 엄마가 없는 걸 확인한 다음 말했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나에게 건넸다.


얼떨결에 받아들은 폰에는 마침 그 방송 플랫폼이 떠있었고, 켜져있는 채널은 엄마 채널, 즉 단비 채널이었는데,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인스타도 적혀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페이지에 떠있는 클립 하나를 클릭했다. 플랫폼 자체는 멀쩡하게 합법적인 플랫폼이었고 게다가 최근에 가장 유행하는 채널인 듯했다. 그리고 천천히 확인해본 클립들은, 예외라고는 단 하나도 없이 다 엄마가 캠을 키고 했던 방송이었다. 엄마의 노출은 특별히 심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요염한 몸매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었는데, 특히 그 볼록한 가슴과 탱탱한 엉덩이를 굉장히 강조하고 있었다. 심지어 탱크탑을 입고 찍은 것들은 눈처럼 새하얀 어깨와 가슴골을 보여주고 있었을 뿐더러, 비니키를 입고 수영장에서 찍은 것들도 있었다. 노출도를 비교하자면 내가 엄마를 몰래 촬영했던 그 날 찍은 거랑 비교할 게 못 됐지만, 가릴 건 다 가리고 찍은 이 영상들이 어쩐지 오히려 더 야릇하게 느껴졌다. 엄마가 거느린 팬 수는 몇 십만, 결코 적지 않은 숫자였다. 하나같이 얼굴을 가리고 찍긴 했지만, 엄마도 집에서는 그렇게 보수적으로 싸매도 방송할 때는 이렇게 다 드러내는구나. 다시 생각해보니 이상할 게 없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 빡빡한 인터넷 방송 판에서 새로 주목받기 힘들 테니까. 일단 확실한 팬이 있어야 유입도 들어오는 법이고, 유입이 있어야 광고가 되고, 광고가 되야 돈이 되는 법이니까.


"이게 변명같이 들리는 건 나도 아는데...... 나도 그냥 요즘 잘 나가는 방송 찾다가보니까 하필 나온 게 아주머니 채널이었거든......" 내가 쳐다봤더니 유건이 자기도 민망했는지 얼른 덧붙였다.


"다른 계정으로 아주머니 인스타 친추도 해봤거든, 이거 봐봐......" 유건이 폰을 가져가더니 잠깐 만지다가 다시 건넸다.


엄마의 인스타 이름은 나비라고 적혀 있었고, 프로필 사진은 끈나시를 입고 풍만한 가슴을 마음껏 드러낸 채 찍은 셀카였다. 더 살펴봤더니 성인 용품 회사와의 연결고리와 엄마가 하는 용품 샵 광고, 섹시 컨셉을 잡고 찍은 사진들, 그리고 거래 성사 기록 등등이 있었다.


"이게 무슨......" 유건에게 폰을 돌려주고 나는 뭔가를 말하려다 말문이 막혔다.


"이런 사람 사실 꽤 있어......" 유건이 말했다. 또 뭔가를 망설이고 있었다.


"사실...... 있잖아......" 유건이 다시 말을 하려다가, 또 다시 끊어버리고, 곤란한 듯 고개를 저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일단 갈게......" 결국 유건은 끝까지 말하지 않고 폰을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은 다음,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훌쩍 우리 집에서 나갔다. 나는 붙잡지도 못 하고 가만히 앉아서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볼 따름이었다.


"후......" 방금 알아버린 것들 때문에 나는 내 인식을 다시 고쳐써야했다. 이제는 엄마에게 내가 모르는 면이 있다는 진실을 인정해야 했다. 내 마음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갑자기 어제 유건이 내게 보내준 영상이 생각나서 다시 틀어봤다. 여자의 음탕한 신음소리, 그리고 저 하얀 육체까지, 저게 다 안 선생님 거라고? 그리고 창틀과 커튼이 너무나도 익숙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다시 인식했다. 이게 유건네 집이 아니면 어디겠어? 게다가 신음소리도 확실히 선생님의 목소리와 비슷했다. 어젯밤과는 달리, 지금 다시 이 동영상을 보자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고 있었다. 이 자위녀의 신상 정보를 알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야, 그 날 내가 얘기했던 거...... 우리 한번 해보는 게 어떠냐? 니가 하기 싫으면 그만 두고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하자. 니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리 우정도 변하지 않는 걸로 하고." 내가 한창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는데 또 카톡이 울렸다. 바로 유건이 보낸 카톡이었다. 읽고나자 나는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유건이 하는 말이 뭔지는 명백했다. 안 그래도 나도 한창 하고 있었던 그 망상을 때마침 유건이 다시 끄집어낸 것이다. 방금 유건이 우리 집에 와서 나한테 보여줄 거 보여준 다음 망설이던 게 아마 이거였겠지. 다만 얼굴 맞대고 하기 민망해서 고민했거나, 아니면 내가 폭발할까봐서 참았을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혹시, 유건이 나한테 솔직하게 다 털어놨던 게 바로 이걸 노리고 한 짓은 아닐까? 어느 쪽이 정답인지는 몰라도, 일단 폰을 들고 있는 내 손이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다. 호흡은 무거웠고, 가슴 속에는 불이 타오르는 듯 뜨거웠다. 고추도 바지를 뚫고 나올 듯 벌떡벌떡 찌르며 아파하고 있었다.


"당장 대답하지 않아도 되니까 충분히 고민해보고 답장 줘. 아 맞다, 아주머니에 관한 건 다 비밀 지킬게. 니가 나한테 보낸 것들도 절대 유출 안 시킬 거고. 약속 안 지키면 그냥 엄마랑 같이 자살할게." 유건도 어지간히 달아오르고 있는지 곧 카톡을 추가로 보내왔다.


"후......" 나는 간신히 숨을 뱉어낸 다음 유건에게 보낼 답을 쓰기 시작했다.


"일단 시간을 줘 봐......" 한참을 생각해본 다음 나는 유건에게 그렇게 보냈다. 나도 어느 누구 못지 않게 잘 알고 있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자면 당장 거절해야 한다는 것을. 그런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내 망상이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온 몸의 피가 빨리 도는 느낌이었다. 엄마랑 유건의 섹스라니, 이걸 어떻게 참아. 나는 분명 엄마를 엄청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들인데, 왜 자꾸 이런 생각이 들지? 또한 내가 유건의 엄마...... 그러니까 안 선생님하고...... 할 수도 있다는 게 떠오르자 흥분이 가라앉질 않았다. 학교에서 항상 존경스러워하던 선생님을, 그 점잖고 우아한 선생님을, 유건이 하는 말이 진심이라면, 자기 집에서는 그 꼴을 하고 다니는 그 선생님을, 그 음탕한 소리를 내며 자위하는 선생님을, 그 몸을...... 순식간에 갈망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한창 성에 관심이 많은 사춘기 소년이 어떻게 이런 유혹을 참을 수 있을까? 게다가 선생님은 자기 아들한테도 성적인 욕구를 품는 여자였다. 꼴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 음란한 여자라면 성경험도 풍부하겠지.


지금 날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는 단 하나, 만약 실패한다면 나와 유건 사이는 돌이킬 수 없게 망가진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순수했던 우리 우정에 성이라는 덮개를 씌우면 그건 모독이 아닐까? 게다가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봤던 썰들은 결국 인증도 없는 인터넷 썰들에 불과했다. 만약 실현시키게 된다면, 소설처럼 다시 원만하게 봉합될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틀어진다면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텐데. 나는 본질적으로 조심스러운 사람이라서 다양한 각도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끔 충동의 대가는 우리가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다. 게다가 이제서야 확실하게 풀린 문제도 있었다. 유건이 우리 엄마를 노리고 있다는 내 의심은 역시 사실이었던 것이다. 아마 이전까지는 망상이었겠지만, 우리 엄마가 성인 용품 장사를 한다는 걸 알고 본격적이 되었겠지. 또 자기가 운영하는 오픈톡방에 내가 들어와서 내 비밀을 알아버리기까지 했으니, 쭉 품어왔던 환상을 실현시킬 생각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한 건 아마도 그 때 쯤이었을 것이다.


저녁이 되어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나는 책상 앞에 앉아서 두 시간을 넘게 계속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엄마는 내 방으로 와서 날 보고 간 다음 저녁을 차리러 갔다. 식탁 앞에 앉아서 엄마를 보며, 엄마를 소설에서 봤던 엄마들하고 동일시해보려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엄마하고 유건이 그런 관계가 된다면,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소린데, 그런데 이게 실현될지도 모른다고?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엄마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유건한테 성공할 기회는 없어보였다. 유건네 엄마에 대해서는, 유건이 했던 말이 다 사실이라면 내가 어떻게 해볼 가능성은 없어 보이진 않았다. 어쩄든 자기 아들을 유혹하고 그렇게 넋이 나가도록 자위하는 여자니까, 내가 어찌어찌 성공하는 그림이 아주 안 보이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그래봤자 환상은 환상일 뿐이고, 실전에서는 계획처럼 풀린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이렇게 낯을 가리는 내가, 선생님을 따먹는다고? 선생님이 반대로 날 자빠뜨리는 게 아니라?


그런데 어차피 세상일에 절대란 없는 게, 지금은 이렇게 정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엄마를 보면서 나도 저 사람이 그런 방송을 하던 여성하고 같은 사람이라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렇지만 방금 본 인스타는 그렇게 노골적일 줄 누가 알았겠어. 멀리 갈 것 없이 엄마에 대해서만 해도 나는 아직 모르는 게 많았다. 혹시 유건이 어떻게든 성공할지 누가 알아?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나는 밥이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대충 씹어삼켰다. 밤이 되고 나는 침대에 누워서 유건이 지금도 깨어있을까 생각했다. 뭐를 어떻게 전할지 말을 고르면서.


"지금 깨있어?"


"응."


놀랍게도 유건은 당장 읽고 답장했다. 설마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생각을 좀 해봤는데, 진짜 가능하다고 생각해?"


"니가 나한테 맞춰주고 내가 너한테 맞춰주면 성공 확률은 높지."


유건도 조금씩 여지를 남겨두고 있었다. 만약 백프로 가능하다, 무조건 된다 같은 소리나 했으면 나도 냉큼 거절하려고 했던 참이었다.


"오케이. 그럼 해보자. 근데 조건이 있어."


"말 해."


"뭔가 잘못 된다면 즉각 멈출 것. 일이 진짜 수습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면 우리는 뒷감당 못 해."


"당연하지. 그 정도는 니가 말할 필요도 없이 나부터도 다 생각했어. 당연히 그래야지. 솔직히 나도 무서워. 너도 알잖아. 내가 우리 엄마 무서워하는 거."


"다음. 다음부터 이 얘기는 온라인으로만 하자. 현실에서는 하지 말고."


"알았어. 현실에서 이런 얘기 하는 거 사실 나도 좀 민망해."


"또 있어. 니랑 우리 엄마 사이에 무슨 일 생기면 감추지 말고 나한테 다 알려줘. 내 등 뒤에서 무슨 짓 하지 말고."


"그 것도 당연하지.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우리 같은 사람이 가장 바라는 거잖아. 이렇게 하자. 나랑 아주머니 사이에 무슨 일 생기면 무조건 곧바로 너한테 가르쳐주고, 가능하다면 동영상도 찍어서 보내줄 게. 어때?"


그 말을 보자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고 피가 솟구쳐서 현기증이 났다. 나중에 유건이 진짜로 엄마하고 관계한다면, 그 증거 영상을 찍어서 보내준다면, 내 심장은 분명 견디지 못할 터였다. 내 사고와 행동은 이제 다 내 통제를 벗어나있었다. 처음에 느끼던 망설임은 이제 어디론가 사라졌고 성공에 대한 기대감만이 나를 채우고 있었다. 나랑 선생님이랑, 유건하고 엄마랑......


"서로 한 말은 꼭 지키는 걸로 하자. 근데...... 난 동영상 찍어서 보내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는데. 찍기로 한다면 아마 내가......"


"무슨 소린지 알겠어. 니 성격에 그런 게 좀 힘들 수도 있지. 이렇게 하자. 찍을 수 있으면 찍고, 아니다 싶으면 그냥 글로 써서 보내줘도 돼. 콜?"


말투에서 유건이 우리 엄마를 따먹기 위해서 나한테 다 맞춰주고 있는 게 느껴졌다.


"콜.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쩌게?"


"일단 며칠동안 내가 잘 생각해 볼게. 걱정하지 마 임마.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내가 전문가야. 내가 방장을 이 년 동안 괜히 한 게 아니라니까......"


이리하여, 두 절친은 서로 상대방의 엄마를 따먹게 도와준다는 조약을 맺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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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5화인데 주인공 엄마가 따먹히는건 25화쯤 가야 나옴 좆된것같다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