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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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3편

4편

5편

6편
7편

8편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솔직히 말해 원숭이 남자는 미남이 아니었다. 이명(異名)부터가 추남임을 암시하고 있다. 처음 그가 내가 있는 침실로 들어섰을 때 그 오종종한 체구를 보고, 나는 그가 노인인 줄 알았다. 주글주글한 얼굴에 낮은 코, 튀어나온 납작한 입술. 허리는 살짝 굽어 있으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다리를 굴리며 들어왔다. 쌍꺼풀이 짙고 유독 큰 눈은 호기심에 반짝거리며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정말 원숭이 같았다. 그는 남자치고 뼈대가 얇았는데, 전신에 털이 덥수룩하게 덮여있어 정말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라고 해도 믿을 지경이었다. 

 

내심 미남이 들어오기를 기대했지만 그런 호사를 누릴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걸 호사라고 생각할 정도로 여유로운 마음도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허튼 생각을 했던 거다. 아무튼 원숭이 남자는 내 기대를 정면으로 배반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평균보다 한참 못 미치는 남자였다. 그는 이따금 원숭이처럼 작지만 높은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는 것도 몹시 거슬렸다.

 

반면 그의 손과 발은 큰 편이었다. 유일하게 그 부분은 꽤 남성적이었다. 굳이 외적인 이상형으 따지면 나는 남자는 남자다울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당연히 원숭이 남자는 팔도 길어서 바닥에 끌릴 지경이었다. 키는 조금 과장해서 170cm가 조금 안 되는 나의 2/3 정도? 

 

이런 남자랑 하게 된다고? 미남은 아니어도, 추남이더라도, 적어도 인간이기는 해야 하잖아. 나는 생리적인 거부감을 느꼈다. 다른 아종(亞種)과 섹스하는 것, 즉, 수간(獸姦)은 남편의 변태적인 취향 이상의 변태 섹스였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원숭이 남자는 꼭 인간과 짐승의 혼종처럼 보였고. 인간은 확실히 아니지만 짐승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했다. 그의 눈빛에는 분명 최소한의 지성은 있었고, 또렷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끽끽거리는 소리도 일단은 말이다. 비록 내가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그와 함께 입장한 여자들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다.

 

“ШыфßĸĿ?”

“œĸĿIJððØøœ.”

 

원숭이 남자는 동행한 여자 둘에게 끽끽거렸다. 여자들은 나를 보더니 마치 도살 직전의 돼지를 보듯 생각에 잠겨 있다가 대답했다. 원숭이 남자가 다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럭저럭 말은 통하는 건가. 여자들은 서로를 보며 말을 주고받더니 원숭이 남자의 의견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여자 중 하나는 긴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내가 아는 백인의 모습이었다. 우리가 납치된 이곳은 남미인과 인디언이 교묘하게 뒤섞인 인종들만 사는 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확실히 영어와 무관했다. 다른 여자는 이곳까지 끌려오면서 봤던, 무뚝뚝하고 선이 굵은 원주민 그대로였다. 그녀는 최종적으로 ‘허가’를 내렸다.

 

“ыœĸ!”

 

원숭이 남자가 내 어깨를 밀치더니 침대 위로 올라왔다. 나는 쓰러지면서 중심을 잃었다. 옆으로 돌아누운 나의 다리는 한쪽으로 몰렸고. 원숭이 남자는 무릎을 세우도록 다리를 원위치 시킨 후, 그 큼직한 손으로 내 발목을 잡고 좌우로 쫘악 벌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무자비하게, 사타구니의 근육이 이완할 틈도 없이 180도 가깝게 벌어졌다. 다행히 이 자세는 익숙했다. 남편이 넣기 쉽도록 내 팔로 스스로의 오금을 단단히 고정하는 자세다. 이틀에서 사흘 간격으로 늘 남편의 것을 받아들였기에, 그것도 거의 일관된 자세로만 했기에 나름 단련이라면 단련이 된 것이다. 이게 저 남자의 즐거움을 위해 쓰이게 될 줄은 몰랐지마. 

 

원숭이 남자가 내 성기를 보더니 눈을 빛냈다. 짐승도, 인간도 아닌 것이 불과 몇십 센티미터 밖에서 히죽거리는 걸 보니 소름이 돋았다. 여기서 저항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원숭이 남자는 내 소음순 부근을 혀로 적셨다. 폭이 좁고 길었다. 정말 이 남자는 나와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종족의 징그럽고 낯선 감촉과 혀 놀림. 그 혓바닥이 쓸어가는 곳마다 내 몸에서는 오돌토돌 소름이 돋았다. 뱀이나 개에게 핥아지는 느낌이다. 남편이 이따금 내 기분을 좋게 해주겠답시고 하던 커닐링구스와는 달랐다. 인간의 혀가 아닌 느낌 때문일까, 그 힘이나 속도에서 내가 예측할 수 없는 범위로 자극이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렀다. 원숭이 남자는 핥기를 중단하고 고개를 들어 히죽 웃었다가 재개했다. 마치 자기 솜씨를 이제 알겠냐는 듯이. 자존심이 상했다. 이런 남자 따위는 내가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원숭이 남자가 열심히 내 성기 주위를 핥는 것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저쪽이 남자라고 해도 신장에서 내가 압도하니까. 아무리 성차가 있다고 해도 이 정도라면 발로 뻥 차버리고 달아날 수 있을지도…. 이래봬도 임신을 위해 꾸준히 운동해온 몸이다.

 

그러나 생각은 생각에 그쳤다. 막상 하려니 겁이 나기도 했고, 괜히 그랬다가 심기를 건드려서 더 많은 남자에게 떼로 강간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나마 그 정도면 다행이지. 김태근이나 반항했던 다른 남자들처럼 목이 꿰뚫리면 어쩌냐고. 오는 길에 봤던 나무에 내걸린 여자처럼 가슴이 도려내지고 거꾸로 묶인다면? 그녀의 잘못이 뭔지는 모른다. 모르지만 그녀가 지금의 나 같은 상황에서 반항하다가 그 꼴이 된 게 아니라고 할 순 없다. 이 자들은 원시적이고 야만적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쳐죽여도 이상하지 않다. 이곳에 경찰은 없고, 한국인이라는 신분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남편에게도 의지할 수 없으니.

 

지금 그는 어떻게 됐을까? 원망스럽긴 했지만 내 남편이다. 죽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여전히 그의 아이를 갖고 싶다. 말과 달리 자포자기하고 있지만. 남편은 믿지 않을 거다. 내가 실은 임신을 포기했다는 걸. 우리의 섹스는 이미 기계적인 단계를 넘어섰다. 나도, 그도, 이미 섹스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했다. 오직 임신을 위해서 정액을 주입하고 있었다. 그것을 요구하는 나도 희망은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 백일 기도라도 하듯이 남편의 정액을 받으면 임신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심은 있지만.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나도 해월신당을 마지막으로 포기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만큼 나는 아이를 원했고,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에 벌어진 기이한 일. 우리는 야만 부족의 소굴에 오게 됐다. 꿈이라면 진작 깼겠지? 인간 같지도 않은 남자의 오종종한 몸 앞에 다리를 벌리고 있는 나 자신부터가 이미 현실에서 한참 떨어진 장면이었지만. 어쩌면 이것도 신의 뜻이 아닐까? 만약 이곳에서 돌아간다면, 지구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욕심내지 않고 남편을 사랑하고 싶단 감상적인 생각도 들었다. 우리 사랑을 다시 생각해보라는 신의 뜻 말이다.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사랑하다가 언젠가는 아이를 낳을지도 모른다. 욕심이 아니라. 신녀님도 분명 그렇게 조언했다. 섹스를 즐겨야 아이가 생길 거라고. 

 

“… 미안해요, 여보.”

 

곧 벌어질 일을 예감했는지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열심히 클리토리스를 혀끝으로 돌돌 괴롭히던 원숭이 남자가 머리를 쳐들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게 나더러 무슨 소리를 했냐고 묻는 듯했다. 대답해줄 리가 없지만. 나는 입술을 깨물고 그를 외면했다.

 

“더러운 자식.”

 

원숭이 남자의 손이 내 골짜기 사이로 진입했다.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말했듯 그의 손은 작은 체구와 다르게 무척 컸다. 내 것은 물론이고 남편보다도 크다. 마디가 굵은 손가락 두 개가 단번에 내 구멍으로 진입해 꿈틀거렸다. 중지와 약지가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하고. 위아래로 휘젓는 동안, 원치 않는데도 구멍에서는 찔꺽거리는 소리가 났다. 두 명의 여자가 우리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각오는 했지만, 낯선 남자, 아니, 인간인지도 애매한 생명체에게 다리를 활짝 벌리고 손가락으로 애무 당하는 내 신세가 비참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게다가 저 두 명의 여자는 어찌나 진지한지 거의 표정도 없이 나와 원숭이 남자가 엉킨 모습을 지켜봤다.

 

한참 성기를 쑤셔대던 원숭이 남자가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 나는 그를 쳐다봤다. 나도 모르게, 그의 손짓이 사라지자 허전함을 느꼈다. 남편과 다르게 여자의 기분 좋은 부분을 정확히 알고 공략하는 손가락이었다. 물론 남편의 애무에도 거의 느껴본 적이 없는 나이기에, 미칠 정도로 좋다, 까지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야릇한 느낌이 왔다. 그 증거로 원숭이 남자의 마디 굵은 손가락이 빠져나가자마자 구멍이 움찔움찔거렸다. 방금까지 자신을 괴롭혀주던 손가락더러 다시 들어오라고 애원하는 것 같아서,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그만 움찔거려!

 

게다가 분명히 젖어있다. 손으로 만지지 않아도, 눈으로 보지 않아도, 원숭이 남자의 애무에 나의 여성기는 흥분했다. 비록 그게 내 ‘뇌’까지 흥분시키진 못했지만. 머리로는, 나도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공유하고 싶다는 남편의 취향만큼, 그 이상으로 나쁜 상황이다. 나 저런 남자의 손에 쑤셔져서 물 흘려도 되는 거야? 분명 난폭하게 박아대겠지? 짐승의 성기에 박히면 성병에 걸리지 않나? 

 

나는 원숭이 남자가 인간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의 몸에 털이 너무 많은 것도 거슬리고 얇은 뼈대에 비해 지나치게 큰 손과 발, 주름진 머리 등이, 생리적으로 혐오감을 조성했다. 최소한 중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아직 보진 않았지만 그의 불길한 성기가 들어온다는 건 상상하기도 싫었다. 내가 남편에게 말했듯이, 섹스로 흥분하는 건 어디까지나 ‘뇌’다. 때문에 지금 나는 내내 불편함을 느꼈다.

 

그때 원숭이 남자가 일어나더니 내 머리 위로 올라탔다. 그가 우물쭈물하는 것 같더니 기다란 막대가 내 입으로 파고들려다가 내 이에 부딪혔다. 그의 털복숭이 손가락이 앞니의 위아래를 강제로 벌렸다. 그 안으로 들어온 것은 그의 성기였다. 그는 성기에도 털이 나 있었다. 처음에 나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뱉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내 입을 손가락으로 막았다. 입안에 머리카락이 한 움큼 들어온 것처럼 불쾌한 감각이었다. 그것이 내 입안 점막을 유린했다.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사람의 입에는 쾌감을 느끼는 신경이 없으니까. 흥분한다면 역시 뇌로 흥분해야 하는데, 저런 불결한 동물의 것이 들어온다고 생각해도 반응이 있을 리 없었다. 오히려 그 까슬까슬한 감촉과 이따금 떨어지는 터럭 때문에 입안이 얼얼할 정도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원숭이 남자의 것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기껏해야 12cm 정도. 남편 정도다.

 

“ШфijØ!”

 

그때 그가 갑자기 성기를 내 입에서 빼더니 부산스럽게 내 다리 사이로 내려왔다. 그제야 나는 꿈을 꾸는 기분에서 깨어났다. 진짜 무서운 일은 지금부터 벌어지는구나. 빨기만 했는데 이렇게 입안이 얼얼한데, 저걸로 내 안쪽을 마구 휘젓는다면? 질벽이 상처투성이가 된다. 철 수세미로 문질러지는 느낌 아닐까? 망가진대도 이상하지 않다. 저런 걸로 유린당하면 더 이상 보통 남자 것으로는 못 느낄지도 모른다. 남편의 것이 딱 저 사이즈긴 하지만 굵은 편도 아니고, 저 수상쩍은 털 같은 특징도 없으니까. 저게 내 기분을 좋게 해준다는 생각은 일절하지 않았다. 

 

최악인 것은 그가, 원숭이 남자가 알 수 없는 말을 계속 내 귀에 지껄이면서, 옆에 선 여자들과 대화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 대체 뭐라는 거야, 짐승 놈이! 그것 때문에 안 그래도 정신없는 와중에 앞으로 저 남자의 성기가 내 안에 들어왔을 때의 고통을 상상해보려니 고단했다. 울고 싶다. 섹스, 아니, 강간이 끝났을 때, 저것의 흔적이 내 안에 잔존해 있으리라는 염려. 정액이 내 질벽에 말라붙어 있을 거고, 검붉은 터럭들 역시 빠져나오지 않고 남아 있을 것이다. 질 내부는 퉁퉁 부어 있겠지? 저런 까슬한 털로 마구 문대졌으니까. 내부는 세척하기도 쉽지 않으니까, 여기엔 샤워기도 없을 테고 청결 용품도 없을 텐데, 어쩌지? 나는 저 남자의 흔적을 성기 가득 담고 며칠이고 몇 주이고 참고 견뎌야 할지도 모른다.

 

“… 여보, 구해줘요. 제발.”

 

나는 기도를 참 좋아했다. 고아원에 있을 때 유일하게 마음 편했던 시간은 수녀님이 주재하던 기도 시간. 그때의 버릇은 내가 결혼하기 직전까지도, 아니, 이후에도 한동안 이어졌다. 그런 내가 언제부턴가 얼굴 모르는 신이 아니라 남편을 찾고 있다. 그만큼 내 남편, 박대엽은 내게 의지가 되어줬다. 유산 후유증으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공황을, 일상적인 불안과 두려움을 그는 안아주었다. 그는 겁은 많아도, 안정적인 사람이다. 그는 대단한 부자는 아니어도,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가게를 운영하면서 우리 부부는 물론 장차 태어날 두 명 정도의 아이는 부담 없이 기를 재력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나의 신이 되었다. 그는 나의 보호자가 되었다. 비록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게 된 최근 시점에서, 그를 향한 나의 기도는 멈추었지만. 그래도 위기의 순간이 되자 나는 다시 그 이름을 찾고 있었다. 

 

“도와줘요, 여보.”

 

남편에게 실망했다고 해도 그가 싫어진 것은 아니었구나. 그런 깨달음에 조금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히려 이걸 계기로 남편을 사랑하게 될 거야. 신녀님이 말했던 여러 명의 남편을 가지게 되더라도, 나는 돌아갈 거야. 남편에게. 새삼 생각하고 있을 때, 원숭이 남자의 털복숭이 털이 나의, 남편만이 들여다볼 수 있었고 느꼈던 성기 구멍 속으로 쭈욱 밀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