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상자

 

 처음 테스트를 마쳤을 땐 그토록 말다툼을 벌였는데, 두번째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

 나는 굳은 미소로 아키를 맞이하며 고생했다 했고, 아키는 안정되지 않은 눈빛인 채로 가라아게를 튀겼다. 이후에도 테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서로 피하며, 결혼반지는 어느 브랜드로 할 것인지, 피로연은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 날 아키의 귀가는 늦었다. 하지만 로보야마에게 묻자 이미 집으로 갔다고 했다. 로보야마가 거짓말 하는 일은 없으니, 아마 아키는 바로 돌아오지 않고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녔을 것이다. 마치 부모와 싸운 초등학생처럼. 나는 나대로 여러모로 절박했기 때문에 따져 묻고 싶어 어쩔 수 없었지만, 아키의 심정을 생각하면 그런 마음도 사라져 버렸다. 요즘은 자주 아키를 생각한다. 내 관점에서의 아키가 아니라 아키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같은 생각. 배려라는 것일까. 분명 지금까지는 아무리 다정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일방통행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아키도.

 

 

"같은 느낌으로 말이야. 요즘 나와 아키는 아주 좋은 상태라는 거지. 비가 오면 땅이 굳는다고 할까?"

"그거 다행이다"

 로보야마과 카페에서 만났다. 아키는 동석하지 않았다.

"둘만 있을 때면 엄청 끈적끈적해서. 지금까지는 이런 적 없었는데, 목욕도 같이 하고"

"그렇군"

"조금 귀찮을 정도야"

 물론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저 기쁘기만 하지만,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하게 된다.

 애초에 나는 왜 굳이 로보야마를 불러내서 아키에게도 비밀로 하고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걸까.

 분명 로보야마도 질투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패배감을 지우고 싶다. 아키는 내 여자라고 과시하고 싶다. 보잘것없는 위협 행위.

"그런데 다음 테스트는 이번 주말로 괜찮을까?"

 하지만 강철의 표정과 멘탈을 가진 로보야마에게는 효과가 없다. 완전 노대미지로 보인다.

"……마음대로 해"

 단숨에 형세 역전.

 테스트 얘기가 나오면 방관자에 불과한 나에게 승산은 없다. 얼른 물러난다.

 집에 돌아오니 아키가 주방에서 텐푸라를 튀기고 있었다.

"어서 와"

 뒤에서 살며시 껴안는다.

"잠깐. 위험하잖아"

 진심으로 혼내는 소리가 아니다. 간지럽다는 듯이 웃고 있다.

 로보야마와의 만남이 없었다면 아키가 이렇게 따뜻하고 부드럽고 가녀리고 좋은 냄새가 난다고 재인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보리멸에 닭가슴살. 내가 좋아하는 재료만. 평소에는 야채 먹으라고 잔소리 하면서"

"언제나 열심히 일하는 서방님을 위로해줘야지"

 프라이팬을 쥔 아키의 왼손 약지에는 결혼반지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일상의 행복을 씹듯, 그대로 말없이 껴안고 있는다.

"저기 말야……"

 갑자기 아키가 입을 열었다.

"이러고 있으니, 역시 나는 타케시를 가장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뭐야 갑자기"

"가끔은 좋잖아"

"좋지만"

"……사랑해. 타케시"

 나는 참지 못하고 가스불을 끄고 청바지와 속옷을 동시에 내리며 아키의 스커트를 걷어 올렸다.

"앗, 야…… 정말이지, 바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으면서도 아키는 허리를 살짝 내밀어 스스로 배면입위 자세를 취해준다.

 흥분에 휩쓸려, 하고 싶지 않았던 말을 전한다.

"로보야마가 이번 주말에 테스트 어떠냐는데?"

"……응. 알았어"

 아키의 속바지를 내린다.

 아키는 이미 젖어 있었다.

 분명 내 포옹에 반응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대로 우리는 주방에서 연결되었다.

 아키는 몇 번이고 "좋아하니까?" 라고 반복했다.

 

 

 주말.

 아키를 배웅하고 다시 모니터를 꺼낸다.

 기다리다 못하고 초조함에 사로잡힌 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화면에서 한 발 빼버렸다.

 그래도 급한 마음은 가라앉지 않아 찬물로 샤워를 했다.

 돌아와 보니 침대 위에 로보야마가 아키를 뒤에서 껴안고 앉아 있는 모습이 비치고 있어, 방금 사정한 남성기는 곧바로 임전태세를 되찾는다.

 앞으로 쭉 뻗은 아키의 두 다리는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다. 그 모습은 무료하다기보다 즐거워 보였다.

 두 사람은 별다른 말을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얼굴을 가까이 하고 소곤소곤 무언가를 속삭이며, 킥킥거리며 웃고, 그리고 이따금 생각난 듯 키스를 했다. 그런 와중에도 로보야마는 아키의 가슴과 허벅지에 손을 뻗었지만, 아키는 애타는듯이 꿈틀거릴 뿐 저항과는 관계 없는 행동을 보였다.

 담소를 나누면서 애무. 그리고 탈의의 흐름은 매우 자연스러워서 서로가 서로를 원하고 있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속옷 차림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담백한 밀당으로 보였던 분위기도, 서로가 알몸이 되자 확연히 달라진다. 반친구의 친밀함이 아닌 남녀의 갈망.

 아키의 손이 어루만지듯 로보야마의 가슴팍을 미끄러진다. 입술은 어깨와 목덜미를 기어 다니고 있었다. 스스로 풍만한 가슴을 누르자, 강인한 육체에 마시멜로처럼 부드러운 살이 찌부러진다. 아키의 손이 이미 터질 듯이 솟아오른 남성기에 뻗친다. 부드럽게 위로하는 듯한 손놀림으로 다루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고 혀를 얽기 시작했다. 지근거리에서도 눈을 감지 않고, 시선으로도 이어지려 한다.

 아키의 손가락에 인내즙이 흘러내리고 마찰할 때마다 끈적끈적한 소리가 들리자, "넣고싶어?" 라고 아키가 물었다.

"응" 하고 간결한 대답.

"잠깐. 입으로 먼저 해 줄게"

 그렇게 말하고 누워있는 로보야마의 사타구니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펠라치오를 시작했다. 말투를 보아 성교할 준비가 아닌 봉사의 마음이 앞서고 있음이 분명했다.

 쿠…… 츄…… 쿠…… 츄…… 쿠..... 츄…… 쿠…… 츄…….

 완만한 목의 피스톤.

 보다 더 육창을 응고시키기 위한 작업이 아닌, 단지 남자를 기쁘게 하기 위한 끈적한 움직임.

"입으로 하는 걸 좋아해?"

 그 물음에 아키는 "츄으…… 츄" 하고 끄트머리에 입맞춤을 하면서 강하게 빨고는 "그다지. 근데 네 자지는 항상 엄청 기분 좋았으니까, 보답이랄까?"  하며 사근사근한 미소를 지었고, 그리고 다시 머금었다.

 쿠츄…… 쿠츄…… 쿠츄.

 리듬이 조금 더 빨라진다.

"아…… 너무 기분 좋아"

 그 소리에 응해 더욱 박차를 가한다.

 쿠츗, 쿠츗, 쿠츗, 쿠츗.

 로보야마가 아키의 뒷머리에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아키 쨩, 좋아해"

 아키의 움직임이 멈춘다. 머금은 채로 눈을 올려 떠 로보야마를 본다. 그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며 "사랑해" 라고 강조하듯 반복한다. 여전히 담담한 억양이지만, 그 말을 들으면 아무도 그를 로봇으로 안 볼 것이다. 피와 뜨거움이 담긴 고백이었다.

 아키의 뺨이 희미하게 붉어진다.

 아키가 수줍은 듯이 시선을 돌리고, 펠라치오를 다시 시작했다.

 츄뽀, 츄뽀, 츄뽀, 츄뽀.

"나올거야"

 대답 대신 타액이 섞인 마찰음이 거세진다. 언제나 나와 즐겁게 떠들고, 나와 사랑을 이야기하던 아키의 입술은 로보야마를 사정으로 이끌기 위한 성기가 되었다.

 쥬뽀쥬뽀쥬뽀쥬뽀쥬뽀.

"으읏"

 로보야마의 온몸을 굳는다.

 아키는 고개의 움직임을 멈추고 잠시을 가만히 보다가 "츄웃" 하고 볼을 움푹해지도록 빨아들였다.

"아아, 그거"

 로보야마가 감탄사를 내뱉자, 다시 한 번 "츄우" 하고 빨아들인다.

 아키가 몸을 일으켜 로보야마와 마주보고 침대 위에 편하게 앉는다.

 입 안의 것을 흘리지 않도록 손가락을 대고 로보야마를 바라본다. 그리고 입꼬리를 올리며 목을 꿀꺽 울린다.

"윽, 맛없어"

 유쾌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린다.

"……고마워"

 로보야마는 감격에 겨운 모습으로 순간 말문이 막혔다가 아키를 세게 끌어안았다.

"어땠어 어땠어"

 그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는 아키는 웃고 있었다.

"엄청 기뻤어"

 꾸욱, 하고 더욱 힘을 줘서 포옹한다.

 아키의 표정이 미소였다가 질척하게 녹는다.

"……네 정액이라면 언제든지 마셔 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팔을 등에 둘렀다.

 참고로 내건 마셔 준 적 없다. 요구한 적도 없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 테스트는 이번으로 끝일 텐데 무슨 생각으로 '언제든지' 라고 말한 것일까. 그저 그 자리의 분위기에 휩쓸린 것일까.

 조용히 포옹하는 두 사람.

 갑자기 아키가 무언가를 깨달았다.

"아직 커진 채네"

"응"

"할까?"

"응"

 떨어진 로보야마 손이 협탁으로 뻗는다.

"이건 매너리즘 해소나 성인 비디오 촬영용 상품이고, 수분이나 마찰에 반응해 찢어지는 콘돔이야"

"흐~응"

"대략 삽입 후 몇 분 만에 찢어지도록 설계되어 있어. 그 시간도 측정해보고 싶어"

"찢어지기 전에 네가 먼저 가버린다던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봐주었으면 좋겠어"

"싫, 어"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서도 둘은 어디 사정할지 논하지 않는다. 일부러 무시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콘돔을 착용한 로보야마의 어깨를 아키가 손으로 누른다.

"오늘은 내가 위에서 할게"

 누워있는 로보야마에 올라탄다.

 놔두면 배꼽에 닿는 육봉을 아키의 손으로 고정한다.

 반투명한 검은 피막이 씌워진 끄트머리가 아키의 입술을 흐믈렁 밀어낸다.

 아키가 허리를 내리자 찔꺽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안으로 로보야마가 삼켜져 들어간다.

"으윽"

 언뜻 괴로운 듯 눈과 입을 다물고 턱을 당기는 아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각설탕처럼 달콤하다.

"아직 전부 안 들어갔어"

"천천히 하지 않으면, 못 버틴다고 "

 그 말대로 너무 진중할 정도의 속도로 아키가 허리를 내린다.

"하아…… 앗…… 하앙"

 드디어 아키의 엉덩이가 로보야마의 하복부에 찰싹 착지한다.

"역시 굉장하네, 네거…… 배가 불룩해지는 느낌이야"

 누가 먼저인지 어느새 두 손을 맞잡는다.

"아, 내가 움직일거니까. 넌 움직이면 안 된다고. 알았지?"

 단 한 번의 깊은 호흡.

"그럼, 할거니까"

 등을 꼿꼿이 세우고 허리를 앞뒤로 흔든다.

"응흣, 큿"

 두 사람의 음모가 스치는 소리가 울린다.

"우와, 잠깐, 좋을지도, 이거……"

 그라인드할 때마다 질척질척한 소리가 난다.

"응, 응, 응, 응, 응, 응 "

 아키의 손을 고쳐 잡는다. 떨어지지 않토록 보다 깊고 강한 연결을 구하는 움직임.

"이 콘돔, 별 차이점을 모르겠는데"

"곧 알게 될 거야"

"그런가…… 저기, 어떻게 움직여줬으면 좋겠다든가 있다면 말해줘"

"이거 너무 기분 좋아"

"정말? 나도, 엄청 기분 좋아…… 응응, 아응"

"기승위 좋아해?"

"것보다…… 네 자지가 좋아…… 근데 이거 까놓고 말해서…… 앗앗, 굉장해, 미안, 가볍게 갈 것 같은데"

"괜찮아"

 앞뒤로 움직이는 허리놀림이 거세진다.

"앗앗, 미안, 앗 간닷, 간다간닷, 아잇, 자지, 커다래, 아응♡"

 아키의 등이 활처럼 휜다.

"……녹을 것 같아"

 움찔움찔 조금씩 경련하며 투덜댄다.

"내가 움직일까?"

"……안 돼. 항상 마음대로 당하고 있으니까 오늘은 내 차례"

 피식 웃으며 다시 그라인드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 웃음도 금세 사라진다.

"앗, 앗, 앗, 앗, 앗, 앗"

 결합부는 이미 찌걱찌걱 음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키 쨩"

"왜?"

"좋아해"

"……응. 고마워…… 마음은 진짜, 기뻐…… 앗앗, 응앗, 얏앗♡"

"사귀어 주면 좋겠어"

"……얼마 전에 막 혼인 신고했는데"

"두 번째라도 좋으니까"

"정말 이상한 부분이 남자답다니까…… 그 대답, 나중에 라도 괜찮아?"

"그래"

"이렇게 굵은 자지를 넣으면 생각 같은 건 할 수 없다고…… 앗, 앗, 앗, 앗, 앗…… 응? 야아♡"

 갑자기 아키가 지금까지와 다른 새된 소리를 내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동시에 움직임을 멈췄다.

 로보야마가 "약 5분" 이라고 자신에게 타이르듯 말한다.

 아키는 입술을 삐죽이며 허리를 머뭇거렸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라인드를 재개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그 눈빛은 더욱 뜨겁게 로보야마를 바라본다.

"그게…… 찢어졌네"

"그렇네"

"그럼 테스트도…… 끝?"

"원래라면"

"그렇구나"

"……하지만, 이대로 계속하고 싶어. 너를 안고 싶어"

 아키는 가슴이 조이는 듯이 애틋한 표정을 지으며 상체를 숙여 로보야마에게 몸을 맡겼다. 그대로 입술을 포개고 서로의 혀를 빨아들인다.

"……움직여도 좋아. 섹스하자"

 로보야마의 두 손이 아키의 복숭아같은 엉덩이를 잡는 동시에 침대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엉덩이의 부드러운 살덩이가 출렁출렁 흔들린다.

"앗! 앗! 앗! 앗! 앗! 앗! 앗! 갑자기 너무 세, 앗앗, 히잇♡ 바보, 보지, 망가진다고, 아잇, 좋아, 힛♡ 잇, 잇, 잇♡"

"쭉 안달났었으니까"

 아키가 로보야마에 매달린다.

"정말이지, 마음대로 해도 좋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줘, 싸고 싶을 때 싸도 좋으니까♡"

"어디에?"

"말 못한다니까…… 지금은 이 왕자지 전용 보지가 되버렸으니까, 마음대로 싸도 괜찮아…… 네 정액이라면 어디든 기쁠 테니까, 기분 좋게 븃븃 잔뜩 싸준다면 그걸로 좋으니까……"

"그럼 이대로 임신시키고 싶어"

"그렇게 나오는구나…… 좋아, 갸루였던 난 두말 안 하니까……"

 로보야마가 사정을 위한 잠깐의 휴식이라는듯이 왕복을 늦추자, 아키는 귀에 걸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당당하게 웃었다.

"……내 유부녀 보지로, 당신의 아기를 가져 줄게"

 로보야마의 손가락이 더욱 깊숙히 아키의 부드러운 살에 묻힌다.

"앗♡ 거짓말, 자지 또 발기했어…… 동급생 여자애를 임신시킬거라면서 딱딱하게 하지말라고……"

 아키의 등에는 굵은 땀방울이 드믄드믄 흩뿌려져 있었고, 김이 보일 정도로 두 사람의 체온은 상승하고 있었다.

 로보야마의 밀어 올림은 마치 분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앗♡ 앗♡ 앗♡ 앗♡ 앗♡ 앗♡"

 아키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황홀하다. 직감적으로, 아키를 빼앗겼다고 느꼈다. 온몸을 뒤덮는 절망감.

"와, 안쪽까지 쑥쑥하고, 아앙아앙아앙♡ 날 임신시키고 싶어 참을 수 없다고 불끈불끈 하는 자지로, 자궁구가 열려버렸어♡"

 두 사람의 절정과 타이밍을 맞추듯, 나의 아키에 대한 연모는 최고조에 달한다.

"저기, 츄 해줘…… 제대로 키스하면서, 아기 만들자……"

 아키, 사랑해.

"아키 쨩, 사랑해"

"아앗! 핫! 아이♡ 간다간다간닷♡ 얼마전에 혼인신고 햇는데, 타케시가 아닌 자지에 씨뿌려져서, 보지 가버렷, 앗앗앗♡ 간닷! 간닷! 간다아아!!!!!”

  딱 맞춰서 두 사람의 움직임이 멈춘다. 운석끼리 정면으로 충돌한 듯한 충격과 열량을 영상 너머로도 느낀다.

"앗…… 응……♡ 바보처럼 콸콸 쏟아지잖아…… 자궁에서 넘치고 있어…… 앗앗♡ 임신시키고 싶어서 필서적인 느낌…… 응, 하앗♡"

 아키의 두 팔이 부드럽게 로보야마의 목에 감긴다.

"……아이 만들거면, 츄~하면서 하라고 했잖아…… 응츄……츄우, 으흣……… 키스하면서 뷰릇뷰릇 싸지말라고, 진짜 웃겨…… 응긋, 츄우, 츄우, 쿠츄……… 혹시 아이 만들기 정액이 아직 부족한거야? 자지 빵빵한데"

 로보야마는 위에서 덮고 있는 아키를 일단 옆으로 밀어낸다. 아직 아무런 부피와 경도를 잃지 않은 남성기의 뿌리에는 고무줄처럼 된 콘돔이 남아있었다. 그것을 벗기자 이번에는 자신이 누워있는 아키의 위로 덮어씌운다.

 이번에야말로 전혀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은 육창의 끝을 질구에 붙인다.

"테스트는 이미 끝났지만"

"응"

"아키와 그냥 섹스를 하고 싶어"

 아키는 로보야마를 향해 두 손을 벌린다.

"와. 빵빵하게 차 있는 그거, 다 받아줄테니까"

"아키 쨩, 좋아해"

"응"

"사귀어 줘"

"……좋아요. 두번째지만"

"그래도 좋아"

"역시 타케시가 첫번째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아기는 네 정자로 갖고 싶어"

"왜?"

 아키가 미안한 듯 쓴웃음을 지었다.

"……타케시 것보다 훨씬 크고 기분 좋은 자지라서 그런 걸까? 모르겠어. 내 배가 네 아이를 낳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느낌이라"

 츄, 두 사람은 달콤한 키스를 했다. 정욕이 아닌 자애의 키스.

 아키가 속삭인다.

"……어서, 와줘"

 로보야마가 천천히 허리를 내밀자, 마치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아키에게 들어갔고, 그 결합만으로 아키는 음탕한 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었다.

 두 손을 꼭 맞잡는다.

 그때 아키의 결혼반지 감촉이 신경 쓰였는지, 로보야마의 시선이 아키의 왼손에 쏠린다.

"……반지, 신경쓰여?"

"그래. 하지만 이대로도 괜찮아. 언젠가 아키가 스스로 뺄 수 있도록 노력하겠어"

 로보야마의 두 팔이 아키의 무릎 뒤를 덥석 껴안자 아키의 허리가 말려 올라가 눌러 천장을 바라본다.

"……이거, 엄청 깊숙이 들어올 것 같아……"

"자궁에 정액을 넣기 좋을 것 같지?"

"그보다, 남친씨?"

"왜?"

"……벌써 자지 터질 것 같은데? 진짜 아이 만들기용 정액으로 빵빵하잖아"

"응. 미안. 조건 없이 아키와 번식 교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흥분했어. 아키를 기쁘게 해줄 여유가 없을 것 같아."

"바~보.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되니까. 아까도 말했잖아? 지금 내 보지는 네 자지 전용이니까 말야. 네가 원하는 대로 기분 좋게 뷰릇뷰릇 사정할 수 있으면 그걸로 좋아. 알았어?"

"알았어. 간다?"

"……응. 잔뜩 뿌어줘…… 네 씨앗"

 위아래로 움직이는 로보야마의 피스톤은 처음부터 톱기어였다.

"앗♡ 앗♡ 앗♡ 하앗앗♡"

 아키의 발끝이 흔들린다.

"더, 찔러줘, 앗앗앗♡ 거짓말, 자지, 깊어♡ 앗아앙, 엄청 안쪽까지 쑥쑥 들어와♡"

 미리 말한대로 로보야마 절정은 금세 찾아왔다.

"좋아해 아키 쨩…… 아 나온다!"

"나, 나도, 좋아, 좋아♡ 아잇, 히이♡ 남친의 노콘 자지로, 임신시켜줘♡"

 푹 하고 허리째 휘두르는 듯한 힘찬 허리놀림.

 아키의 허리 경련이 그대로 로보야마의 남근의 떨림으로 느껴졌다.

"아아 바보…… 애인 정액으로, 자궁이 부풀어버렸잖아……♡"

 콸콸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올 것 같은 강력한 사정에 아키의 목소리도 환희의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후의 전말을 말하자면, 나와 아키는 매우 양호한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

 금전적으로는 당초 제시된 금액보다 큰 보너스가 추가되었고, 게다가 로보야마의 주선으로 나는 로산제약의 직원이 되어 후원을 받아, 지금은 집 한 채를 대출을 받아 구입했다.

 두 사람의 생활은 순풍에 돛 단 배였다.

 아니, 셋인가.

"그럼, 다녀올게"

"오우"

"정말 혼자서 괜찮아? 어머님께 와달라 부탁할까?"

"자고 있으니까 괜찮다니까. 그리고 공부도 했다니까?"

"육아 세미나 열심히 하고 있잖아. 파파"

 우리 아이를 안고 현관 앞에서 키스를 하며 아키의 뒷모습을 배웅한다.

 자신과 전혀 닮지 않은 아기를 소중히 침대에 눕히고 나는 모니터를 켰다. 이제는 익숙한 로보야마의 침실이 비친다. 수십 분 뒤에는 여기에 아키의 모습이 비춰진다. 그게 기다려진다.

 아키는 로보야마와의 불륜을 자진신고하고 엎드려 빌었다. 로보야마가 그 옆에서 변함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던 것도 이제는 그리울 뿐이다.

 나는 아키를 용서했다. 그렇다기보다 더 깊이 사랑했다. 이 아이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여자가 배 아파서 낳은 아이를 어찌 미워할 수 있겠는가. 세상에서는 데려온 아이를 가진 여자와 결혼하는 일도 드믈지 않다. 그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제 아키와 로보야마의 관계는 공인이고, 때때로 아키는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한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상한 관계라고 스스로 웃음이 나오지만, 신기하게도 지금 상태야 말로 우리의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다는 것일까. 아키도 결국 로보야마와 데이트 중에도 결혼반지를 뺀 적이 없다. 그 외 이렇게 엿보는 언동에서도, 내가 제일이라는 것은 불변일 것이다.

 우리 아이의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며 행복을 곱씹는다.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이제부터 엄마가 남동생이나 여동생을 만들어 줄 거야. 어느 쪽이 좋아?" 라고 물었다.

 

 




어 음

아무튼 행복하면 좋은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