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good day to translate~

I do when I am in the mood.




치사토 side1 모놀로그-프롤로그


나는 경박한 남자가 싫었다.

~었다라고 하니까 오해를 살 거 같아서 정정하지만 지금도 물론 싫다.


입이 가볍고, 사람으로서도 얄팍하고, 분위기 잡기와 강요와 색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 사람이 세상에 넘치지만 나하고는 관계가 없었다.

내 쪽에서 다가갈 일도 없고 그 쪽에서 찾아올 일도 없다.

매일 성실하게 살아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생활권이 나뉜다고 할까, 대체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관심이라고 하면 적절하려나

나도 그런 사람한테 관심이 없고 저 쪽도 나같은 유형은 관심밖이다.


태어나서 17년간 그런 식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거라 생각했다.

그 날, 히이라기 츠카사 선배가 말을 걸어올 때까지는... 나는 쭉 소꿉친구인 타카기 코스케랑 결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 ★ ☆ ★


'아'


그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역의 개찰구에서 코스케를 만났다.


그다지 특별한 일도 아니다.

똑같은 고교에 다니고 있고 이웃집이라 낯익은 광경이다.


이제 고등학생이니까

동갑의 남자애니까


그런 이유에서 내가 코스케를 피할 일은 없다.

우리들을 놀리던 초등학교, 중학교의 급우들도 다른 고교에 진학한 지금, 자연스럽게 우리는 나란히 걸어서 번지수 하나 틀린 각자의 집으로 들어가는게 당연하게 되었으니까


철이 들 무렵부터의 소꿉친구

집이 바로 옆인데다 부모님끼리의 사이도 좋고 지금와서는 없어졌지만 초등3,4학년까지는 서로의 집에 놀라가서 자기도 하고 그랬다. 


가족같이, 는 아니더래도 가족 다음 정도로는 틀림없이 함께 지내고 있다.

그 증거로 우리는 서로의 집 열쇠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서로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던 시기가 있어서 애들이 빈 집에 있느니 같이 봐주기로 하는게 어떠냐는 울엄마의 아이디어였다.


실제로 학교에서 돌아와서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지내는 것보다 코스케와 아줌마가 있는 다카기 가에서 지내는 것이 쓸쓸하지도 않고 반대로 코스케의 양친이 없을 때에는 아사히나 가에서 코스케가 저녁을 먹는 것이 일상다반사가 되었다.


여벌 열쇠는 그런 시대의 유물.

둘다 고2가 되어서도 여벌 열쇠를 가지고 있는 건 좀 그렇긴해도 과거에 그게 문제가 된 적도 없었고 나는 나대로 코스케가 우리집 열쇠를 가지고 있다해서 불쾌하지도 않았다.


 역시 집에 돌아와서 부모님도 없는데 코스케가 내 방에 있으면 놀라서 화를 낼거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받아들이기에 그건 불법침입에 해당되지도 않고 소꿉친구인 남자애가 하는 바보짓 정도로 끝나는 문제다. 


그런 거리감

코스케가 터덜터덜 들어와도 화나지 않는 영역

역으로 내가 간다고 하더라도 그가 거부하지 않을 거리


그런 이야기를 친구인 사야카에게 하니까 '얼렁 자빠뜨리면 되잖아'라고 핀잔을 듣는다.


중학교부터 그런 경험이 있는 사야카는 잘도 연인 이외의 남자하고도 관계를 가져서 내가 뭐라고 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한 인상이다.


제복을 교칙대로 입고 염색도 빼고 파마도 안한다.

그런 진지한 나와는 달리 사야카는 머리도 밝게 물들이고 단발에 고데기를 하고 있다.

치마는 짧고 브라우스에 브라가 비쳐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내가 주의를 줘도 여미새인 남자애들한테 서비스 해주는 거라고 흘린다.

더운 날은 브라우스 단추를 두개까지 풀어서 가슴골까지 보이기도 한다.


나와는 정반대인데도 신기하게도 친구로 남아있는 것은 사야카의 '분방함'이 불성실은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야카는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

왜냐면 누구랑 사귀지를 않으니까

여러 명의 남자애들이랑 호텔을 가더라도 연인이 아니면 누구도 배신한게 아니라는게 그녀의 지론이다. 불특정 다수의 남자들에게 페로몬을 뿌리는 것도 자기 아이덴티티의 일부라나 뭐라나



요약하면 심지가 굳다.

자기 주관이 확실한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사야카를 불쾌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방하지만 경박하지 않다. 적어도 사야카와 그런 관계를 가진 남자애가 사야카의 그 분방함을 불평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그렇게 살 수도 없거니와 아까말한 사야카의 유머도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에~ 간신히 어찌 봐도 상사상애인데 아까워. 남자 고추는 말이 안될 정도로 기분이 좋다니까?'

'아, 아직 그런거 무리라니까~'


사야카의 돌직구에 얼굴이 화끈해진다.


내 말은, 아직 고교생인데

사야카 생각은 이제 고교생도 되었는데


이것만큼은 가치관 차이라 어쩔수 없다. 

내 안에서 성교섭은 결혼한 남녀가, 백보 양보하더라도 약혼을 마친 남녀가 하는 것인데다 아무리 코스케가 상대라고 해도 서로 고백해서 연인이 된 것도 아닌 상태에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근데 아직이라고 말하는 거 보면 코스케라면 OK라는 거지? 옆집이라고 안일하게 있으면 누구한테 뺏길지 몰라?'

'아무도 안 데려갈거야. 그 녀석은'


매일 매일 가까이서 지내면서 그 녀석한테 여자가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없고 코스케 본인도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말한 적도 없다.

그래도 아무리 소꿉친구라고 해도 좋아하는 여자애 얘기는 하지 않을거고 사야카의 말처럼 코스케가 누군가랑 사귀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면 가슴 속이 찌릿하고 아파온다.


코스케가 특별히 여자애들한테 인기있는 타입은 아니다.

외모도 중상 정도

공부도, 운동도 지금 학교에서는 평균


지금까지 여친 있었던 적도 없고 나또한 다른 누군가와 사귄 적은 없다.

자연스럽게 서로 언젠가는 이녀석과 사귀겠거니 생각하고 있는 것뿐


안일하게... 라고 한다면 그러려나

서로를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부정하지 않겠다.



나같이 성실하고 가드가 단단한 여자는 인기없다. 그건 알고 있어

코스케처럼 어디에나 있을 법한 남자도 인기없다. 그것도 인정

인기없는 두 사람이 서로를 안전자산이라고 불러도 어쩔 수 없지만 나도 코스케도 그래도 좋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니 딴사람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도 마뜩찮다.


그러니까 느긋하냐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니다. 

왜냐면 코스케는 '한다면 하는 남자'이기 때문에


성적은 초등학교 때는 나보다 좋았다.

운동도 제법 했었고 운동부에 들어갔으면 지금이라도 꽤 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성적이 더 좋고 운동도 여자로만 따져보면 잘하는 편이다.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뭐든지 술술한다.

그것이 초등학교 때부터의 코스케에 대한 나의 평가다.

그런 코스케가 부러운 적이 없었냐고 하면 거짓말이다.

역으로 코스케를 라이벌이라고 봤기 때문에 나는 꾸준히 노력해서 운동도 공부도 수준급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코스케가 진심으로 나온다면 앗하는 사이에 역전이 될 거라는 불안이 있다.


불안

그 핵심은 아직도 조금 라이벌 의식이 남아있는 소꿉친구에게 실력으로 패배하는 것

그리고 또 하나, 코스케가 운동 공부 양면에서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다면 나같은 평범한 여자 말고 좀더 귀엽고 애교가 있는 여친을 사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코스케는 잘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시절 제법 인기가 있었다.

어찌 아냐면 반 여자애들이 나한테 '아사히나는 코스케랑 사귀고 있어'라고 물어본게 한두번이 아니라서


소꿉친구에다 옆집에 산다는 것을 놀리려고 그랬다면 코스케한테도 물어봤겠지. 남자애들이 물어보는 걸 코스케가 방파제가 되어 막아줬다 치더라도 그 질문이 대부분 발렌타인과 크리스마스 같은 이벤트 직전에 집중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소꿉친구인 코스케가 전력을 다해줬으면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반면에 그러지 말아줬으면 하는 심정도 있었다. 


그 생각이 제멋대로인 것은 알고 있지만 코스케가 아직은 진심 모드가 아니야 라는 생각과 이대로 코스케의 탁월함을 나만 알면 된다는 생각이 교차한다.


그래도 언제까지 이렇게 보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사정이 있다.


고교 2년의 여름

지금부터 1년반이 지나면 수능을 봐야하는 것이다


'근데 코스케 진로 결정했어? 이번 모의고사 이제 곧인데'


집까지 돌아가는 길에 나는 코스케에게 지나가는 것처럼 물어보았다.

이 소꿉친구는 결국 어느 대학에 지원하려나

나는 소꿉친구로서 그걸 알 권리가 있다.


'뭐 내가 들어갈 만한 곳은 정해져있으니 청신대 문학부가 무난하지 않을까? 거기라면 버스로 갈수 있고'


역시나랄까 지금의 코스케를 나타내는 선택지였다.

청신대라면 십중팔구 지금의 코스케라면 노력할 것도 없이 합격이다.


노력을 하지 않고도 뭐든지 하던 과거가 있으니 코스케는 노력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좀더 노력하면 더 좋은 곳도 갈수 있는데 이런 나의 바람은 알려고도 하지 않고 소꿉친구는 노력하지 않는 길로 가려고 한다.


'코스케라면 좀더 좋은 대학 갈수 있잖아? 중학교때도 나랑 성적도 비슷했었고. 적당히 진로 정하는 건 이제 슬슬 그만두지?'


그러니까 나는 독전을 해본다.

엄마같은 소리라고 퇴짜를 놓을지 모르겠지만 역시 나는 코스케가 힘을 내줬으면 한다.


나보다 공부도 운동도 잘하던 그 시절의 코스케를 나는 지금도 사랑하고 있으니까


물론 지금의 코스케가 결코 싫은건 아니지만 어차피 결혼할거라면 노력해서 빛나는 코스케와 함께 하는 편이 두 사람의 미래를 위해서 좋다고 생각한다.


'너는 그래서 어디 갈건데?'

'나는 성조대학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


코스케가 내 충고를 내치지 않아서 조용히 안도한다.

적어도 코스케한테는 아직 향상심이 남아있는 거니까


그래서 나는 최대한 양보해서 코스케가 실력을 발휘하면 합격할 것 같은 아슬아슬한 선을 제안한 것이다.


목표는 낮아서는 의미가 없지만 너무 높아도 마찬가지다.

성조대는 거기에 딱맞는 선택지다.

일년반이라고 하는 결코 길지 않는 기간에 코스케가 합격할 수 있는 대학중 최상위. 그것이 내가 보기엔 성조대인 것이다.


나혼자 노력한다면 아마도 좀더 상위 대학에 갈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쪽을 노려본다면 코스케가 필사적으로 노력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넌지시 너와 같은 대학에 가고 싶다는 의도는 둔감한 코스케도 알아차릴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 개인적으로는 집이 바로 옆이니 대학은 서로 딴 데를 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고교와 달리 대학은 전공에 따라 이수하는 수업도 다르고 대학시절의 태반을 보내는 세미나도 틀리다. 코스케와 같은 대학내에 있어도 만날수 없다면 무의미하다.


게다가 뜬금없이 사야카의 경고에 스위치가 들어가 버렸다.


만일 코스케가 같은 대학의 여친을 사귀기 시작한다면?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갑자기 사이가 멀어져서 얼굴도 못보게 된다면?


그렇게 생각하니 나에게 다른 대학에 가는 선택지는 없어졌다.


코스케와 내가 함께 갈수 있는 최상위 대학에 합격한다.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있어 지상과제였다.


'역시 나도 성조대 쓸까?'


그 말에 나 자신이 활짝 웃는 것을 느꼈다.


코스케가 나와 같은 대학에 가고 싶다고 말했어

좋아하는 남자에게 그런 소릴 듣고 기쁘지 않은 여자는 없다고


'아... 그거 좋지 않아?코스케라면 합격할거야. 지금부터 시작하더라도 늦지 않았어'


바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된 것이 보기 흉하지만 어쩔 수없다. 받아들이자.


나는 역시 코스케가 좋다.

그것을 깨달은 여자아이의 감정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이 세상에는 없으니까


'결정했으면 돌아가는 길에 성조대 과거 기출문제집 사러가자. 오늘부터 매일 3시간씩 나랑 공부할 거니까'

'에? 지금 바로 시작하자고?'

'바로는 무슨? 코스케는 잘해야 작심삼일이니까 공부하는 습관을 확실히 들여둬야돼'

'하다 못해 하루 1시간이면 안될까?

'안돼! 오늘부터 나도 같이 공부할거니까'


그래서 나는 코스케의 퇴로를 막는다.

게으름이 몸에 베인 소꿉친구를 팔짱끼고 역 앞의 서점에 간다.


'근데 너 뭔가 기뻐하는거 같은데?'


끌려가면서 코스케한테 한 방을 먹고 뜨끔한다. 보통은 둔탱이면서 어째서 이럴때는 날카로운거야?


'기, 기쁘지 않아. 너 가르치려니까 벌써부터 어깨가 무겁다고!'

'어깨가 무거운 것은 님의 가슴 탓이구요...'

'성희롱으로 고소한다?'

'그.. 아 아닙니다'


가슴이 큰 것이 콤플렉스인 것은 코스케도 알면서... 진짜 딴녀석이면 고소했다.

그래도 지금은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오늘부터 나는 코스케를 성조대에 합격시킨다는 원대한 목표가 생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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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꺼는 보다 말다 했는데 이 작가 필력이 좋다.

말이 간결하면서도 이야기는 확실히 술술 풀고 나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