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링 1챕에서 바로 등장하네


보니까 튜링이 서버가 닫히면서 인간과의 교류가 끝난 후.
인간의 정식 명령 없이 지능한계(?)를 넘어선 지능체를 만들어냈는데

그게 정화자 입장에서는 정식 루트로 생긴 게 아니라 위험 대상으로 분류돼서 정화하려고 들고,

실제로 지금까지 천 명이 넘는 튜링의 지능체들을 정화자의 손에 죽었다고 함

그에 튜링이 이번에는 교수의 협력을 받아서 지능체들을 도망 보내려고 하는데
교수가 튜링이 만든 지능체 중 가장 뛰어난 한나를 찾아가는 동안
자신을 찾아온 정화자 상대로 똥꼬쇼하면서 시간 버는데 실패하는 거 존나 안쓰러움



결국 한나 말고 다른 지능체는 사망하는 걸로 묘사되는데 이때 튜링 감정선 ㅈㄴ 안타깝노






반대로 중급 정화자는 원리원칙을 생명처럼 고수해서 융통성이 없지만


감정에 치우쳐 실수를 저지르면 바로 인정하고 사과 박는 거 ㅈㄴ 호감이었음




또, 튜링이 감정에 치우쳐서 정화자들을 죽이고 싶다는 발언을 했을 때도

무턱대고 원칙대로 바로 배제하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차분하게 진정시키려고 하는 거 보고 살짝 감탄함


내가 봤던 만화나 게임 스토리에서 감정 없는 정화자 포지션으로 나오는 기계나 ai들은

조금만 위험한 발언 하면 바로 위험분자로 판단해서 다 죽여버리려고 하던데

페이쓰는 다소 어긋난 발언도 못 들은 척 묵과하면서 차분히 튜링을 설득하려고 함


이걸 보고 흔히 나오는 악역처럼 무슨 목적이 있어서 속이려는 의도로 지켜주고 있다고 포장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사명이랑 원리원칙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는 게 보였음

그게 인간과의 소식이 끊기면서 자율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감정을 가지기 시작한 관리자랑 대립 구도로 이어지는 부분이 되게 좋네



1챕 내용만 보면

세계가 뒤틀리기 시작해서 기존의 질서가 의미 없어졌는데도 원리원칙을 준수하는 고집불통 집단이랑

본래 가져서는 안 될 자유의지를 가지고 나아가려는 지능체들의 대립 같은데


페이쓰가 튜링을 차분히 설득하려는 것도

어쩌면 세계가 뒤틀린 걸 이미 인지하지만

어쨌든 원리원칙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프로세서가 박혀 있어서 완고하게 나갈 수밖에 없는 거 아닐까 싶노


여기서 페이쓰가 감정에 휘둘리는 모습이 나오는 게

무율배반에서 보여준 에오스포로스의 사고방식에 근간이 되는 거 같고


아직 1챕 절반만 본 거긴 한데

세계관 튼튼하게 잘 쌓은 거 같아서 ㅈㄴ기대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