ジン

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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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雪融南春)
스킨 (22' 만우절)


클래스
기업

모델명
AS-B
생일
5월 13일
일러스트
pORAfree







문서1 - 호감도 Lv.2에 개방

사람은 응어리진 인생사 세상사를 털어놓을 곳이 필요하고, 술은 희로애락을 적절히 섞어 준다. 칵테일은 결코 기계적인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프로그램은 미뢰를 자극하는 음료를 만들어낼 수는 있어도, 영혼을 어루만지는 한 잔의 작품을 빚어내지는 못한다. 이것이 AS-B에 대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진은 조금 다른 듯했다. 그는 언제나 손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적절한 때에 손님에게 딱 맞는 칵테일을 내놓고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손님의 품평을 기다렸다.


"저 녀석은 내 머릿속을 들여다본다니까."

──바가 완전히 폐업하기까지 끊임없이 방문했던 손님의 평.


문서2 - 호감도 Lv.3에 개방

날이 밝으면 대기 모드로 휴식을 취하는 많은 AS-B들과 달리, 진은 새벽녘에 손님들이 돌아간 후에도 얼마간 혼자서 가게에 앉아 있는 습관이 있었다.


고요함과 소란스러움이 황혼을 사이에 두고 바를 낮과 밤의 두 세계로 갈라놓는다. 진은 그 광경이 굉장히 기묘하다고 느꼈다.


이론적으로 진의 싸구려 감정 시스템은 예술이나 깊은 정서를 느끼도록 지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진은 시간으로부터, 손님들의 시름을 알코올로 씻어내는 프로세스 하나하나로부터 느끼는 것이 있었다.


문서3 - 호감도 Lv.7에 개방

'Scarlet Chords' 라는 이름의 이 작은 바는 손님을 진정으로 만족시켰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듯했다. 술집의 외부 장식은 진이 손님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잔소리 대상이며, 바의 진열대부터 인테리어와 장식품, 음악 선곡에 메뉴까지 지적이 들어오지 않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주인은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술집은 상인들에겐 그저 돈벌이 수단에 불과했으니까. 진은 손님들의 인테리어 불평을 상대하는 데 익숙해졌고, 그 불평 뒤에 내온 칵테일을 마시고는 표정이 미소로 바뀌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언제부터일까, 진의 냉철한 사고 중추에 가끔씩 충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환경을 좀 더 시적으로 바꿔 보려는 충동이.


'시적' 이라는 단어 역시 손님에게서 배운 것이었다.


다만 이런 사소한 충동은 얼음이 글라스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일어났다가 다시 사그라들 뿐이었다.


문서4 - 호감도 Lv.10에 개방

삶의 부침(浮沈)은 인간에게만 허락된 체험이다. 진은 혼자 있을 때 가끔 자신이 보고 들었던 것들을 정리해 본다.


전날 밤 죽네 사네 난리를 쳤던 소녀가 오늘 밤은 새 애인의 품에 안겨 환하게 미소짓는다. 전날 밤 흥청망청 돈을 뿌려대던 부자가 오늘 밤은 돈에 쪼들려 주눅 든 표정을 짓는다.


마치 그가 던졌다 받았다 하는 셰이커처럼.


인형의 생활은 다르다. 오로지 일직선으로 뻗어 있고, 그 위는 조주(造酒)와 독서, 휴면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뜻밖의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문서5 - 호감도 Lv.13에 개방

"술잔에 찰랑이는 것은 술이 아니라 손님의 인생만사이다." 진과 함께 버려진 <조주 매뉴얼> 속표지에 쓰인 글귀이다.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수많은 밤 동안 진은 계속해서 이 글귀를 되새겼다. 그의 싸구려 감정 시스템에는 너무 복잡한 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그럼에도 어렴풋이나마 그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술잔에 거꾸로 비친 손님들의 가지각색의 실루엣들이 스쳐 지나갔다. 한 잔 술이 그들의 인생을 전부 담아낼 수 있다면, 인간의 일생이란 얼마나 싱거운 것이란 말인가?


그가 생산된 의의라는 것은 아마도 데이터베이스에서 레시피를 골라 술 한 잔을 만들어내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그에게는 결코 인생의 우여곡절을 이해하는 기능이 없었다. 그들의 손에 술잔을 들려서 가게에 잠시나마 머무르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가 오아시스에 도착할 때까지는. 그의 기억 데이터베이스에는 더 이상 칵테일 레시피와 손님들과 나눈 이야기들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수많은 동류들을 알게 되었고, 교수를 만났다.


진은 생각을 바꾸었다.


그는 이제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술을 만들려 한다.


처음으로 손에 든 술잔으로 인생의 다음 장을 기록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