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럴 클라우드 채널

가상서버 속에서 돌아가는 가상시뮬레이터는 따뜻하나 불쾌하진 않은 여름밤을 제공해 주었다.
남색의 가짜 하늘에는 마찬가지로 가짜 별이 반짝이고 있었고, 시뮬레이터의 음향기기에서 흘러나오는 연산량으로 된 풀벌레와 개구리 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은 그런 시시콜콜한 것에 신경 쓰는 대신 자신의 품에 안긴 여성을 바라보았다.
0과 1로 이뤄진 연산량의 결과물과 유기물로 된 인간이 서로 사랑을 한다라.
싸구려 로맨스 영화에서나 나올 거 같은 이야기였지만, 그게 진에겐 현실이 되어버렸다.

— 무슨 생각해?
— 아, 아닙니다.
— 진… 좋아해.
— 교수님, 술 깨시고 나면 후회하실지도 모릅니다.

그가 분명 경고를 했는데도 평소보다 과음해 취기가 오른 교수는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그에게 안겼다.
그녀는 그의 무릎에 앉아 까슬까슬하고 얇은 스타킹과 타이트한 치마로 싸인 엉덩이로 그의 하반신을 장난스럽게 눌러왔다.
그러고선 애교 섞인 목소리로 사랑을 속삭이면서 그의 인내심을 바닥내는 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교수는 계속 새카만 잉크 같은 기다란 머리카락이 그의 몸에 닿도록 가까이 붙었다.


— …곤란해 보이네…
— 아닙니다.
— 예전에 네가 했던 말 기억나…?
— 예?
— 곤란하게 만들려고 해 봤자 소용없단 말 말이야…

오아시스의 가짜 밤하늘 같은 남색 눈이 살짝 풀린 채로 진의 파란 눈을 바라보았다. 
그 색기 어린 눈빛에 압도당한 그는 할 말을 잊고 예전의 호언장담과 달리 진짜로 곤란해졌다.
교수는 그의 입술에 검지손가락을 올려두곤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 그 말, 아직도 유효해? 지금 너 되게 곤란해 보이는데…

— 아하하하…

확실히, 그는 곤란한 상태가 맞았다.

바텐더로서 일하며 온갖 진상을 다 봐왔지만, 이런 방식으로 진상을 부리는 사람은 그에게 처음이었다.
그래도 마그라세아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에 상대해 왔던 진상들에 비하면, 그녀가 부리는 진상은 귀엽게 느껴졌다.

—사랑해…넌?
— …

그를 움직이게 하는 “무의미한 열정에 대한 동경”은, 당연히 교수를 동경하게 했다-교수의 열정은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지만-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의 동경은 뭔가 다른 것으로 변했다.
그의 사고 회로에도 없는 무언가 다른 것으로.
그리고 그의 그런 감정은 술 취한 교수의 진상짓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대답해… 응? 빨리이…

감정 모듈이 저가형이라 그 대신인 걸까, 여성 고객들의 성욕 해소용으로도 사용하라고 만든 것일까? 
번식이 필요 없는 몸인데도 그의 몸은 자극에 충실히 반응하고 있었다.
그가 차분하고 침착한 진이었기에 그나마 오래 견뎠지, 아키나 옥토겐이 상대였다면 아마 교수는 진작 꼴사납게 매무새가 흐트러져서 쾌락에 울부짖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대답 대신, 교수의 입술에 가볍게 자신의 것을 겹쳤다.

—싫진 않은가 보네…이 김에 어울려주는 건 어때?

교수의 살짝 흐트러진 옷매무새 사이로 보이는 속옷차림, 그리고 부드러운 살결에서 풍겨 나오는 은은한 단내는 술과 궤가 다른 취기를 올라오게 했다.
그는 교수의 등을 가볍게 두들겨주며 나긋하게 대답했다


— 좋습니다. 교수님이 먼저 시작하신 거니 나중에 원망하셔도 몰라요. 자아,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으로 갈까요?


전에 쓴 거 뭐가 모자란 거 같아서 부족한 거 보충 좀 해서 추하게 재업함 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