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대학의 지성에게 모든 이슈를 묻고 <日本の 本音>을 듣다



코로나 사태라는 현대사 최대의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일본 지성들의 눈을 통해 보다 심층적으로 바라보고자 대담집을 기획했습니다. 일본은 늘 우리에게 부정의 아이콘이자 따라잡아야 할 롤모델의 두 얼굴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줄곧 일본의 궤적을 따라 걸어왔기에 이미 우리는 90년대 일본이 침몰했던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앞섭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 저성장 경제의 불투명한 미래, 파편화되고 무기력한 정치, 양극화된 미래 비전······ 일본이 겪었던 이 모든 것이 한국의 내일을 예고해주고 있다. 지금 한국인들, 장차 한국을 움직일 젊은이들이 냉정한 시선으로 오늘으이 일본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장 일본이 보는 중국의 미래

: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는 여전히 지속 중 :


"중국은 강대국을 매우 좋아한다. 제3세계 외교라고 말하면서 실제로 행동할 때는 강대국이나 선진국만 쳐다봐왔다."


Interviewee

게이오대학 법학부 졸업

미국 미시간대학교 유학

베이징대학교·타이완대학교 객원연구원

규슈대학 법학부 <현대중국론> 전임강사

일본국제정치학회·일본 아시아정경학회 이사

China Quaterly 편집위원



Q

민주주의는 모두 procedure의 문제이고, 절차를 존중하는 민주화 과정 없이는 민주주의도 의미가 없다. 따라서 먼저 중국인들에게 시민의식을 함양해 법치를 존중하도록 만들면서 이와 병행해 민주적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것이 가능하지 잘 모르겠다. 선생의 견해는 어떤가?


교수님

그것은 전에 말했듯이 한국이 1987년 민주화 이전에 민주주의를 어떻게 인식했는가 하는 문제와 유사하다. 적어도 한국에는 민주화를 요구한 학생운동의 역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다만 한국의 권력층이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구실로 민주화를 뒷전으로 미뤄온 것이다. 한국의 젊은이들 입장에서 민주주의는 꿈이며 희망이었다. 지금 중국에선 학생들을 비롯한 엘리트들이 오히려 기득권층이 되어, 보수화 경향이 일어나고 있다. 


민주주의가 도입돼 기존 체제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면 현재의 기득권층이 모든 것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대혁명 같은 혼란상황을 예로 들며 민주화를 뒤로 미루는 구실로 삼는다. 시민의식이 생기고 법치의식이 높아지기 전에 민주화에 착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은 현 체제를 지탱하는 엘리트 지식인의 오만으로 들리기도 한다.



Q

중국이 의미 있는 민주화를 달성하지 못하는 한 투명한 통치는 없을 것이며 중국공산당은 독점적 권력을 유지하게 된다. 그럼 우리 모두에게 중국은 '불확실한 위협'이 된다는 뜻 하닌가? 예측 가능한 미래뿐 아니라 더 먼 장래 역시 매우 불확실해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교수님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확신할 수가 없다. 변화의 시점이 좀 더 빠를지도 모른다. 이미 경제는 어느 정도 풍요로워졌고 사람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예측 가능한 미래라는 측면에서, 최소한 시진핑 체제하에서라면 그 어떤 조짐도 발견할 수 없다. 중국공산당과 이를 지탱하는 기득권 세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중국은 경제성장동력을 찾고 있고 그게 핵심적 문제지만, 코로나가 그들의 장래에 큰 문제를 야기한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많은 중국인들이 중국이 가야 할 길이나 지켜야 할 도리를 알고 있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민주화의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 국유기업에 기생하는 특수 이익집단의 자산을 공개하고 그들로부터 소득세와 상속세를 통해 공정한 소득배분을 하는 것이 민주화 이전의 정치개혁이다. 이에 저항하는 기득권 세력은 중국공산당의 정통성을 외치며 이를 필사적으로 불식시키려 한다. 그런 점이 오히려 공산당의 정통성을 갈수록 무너뜨리고 있다.



Q

중국은 G2나 신냉전 구도같은, 자국을 강대국으로 보이게 하는 발상을 아주 좋아한다. 중국인들 발상의 원점에는 근대 이후의 굴욕감이 크게 작용한다. 그렇기에 민주화나 정치개혁의 가능성 여부와 상관없이 중국 스스로 next US가 되기를 원하는 건 분명하다.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교수님

없다. 중국이 인권이나 인도(人道), 정치체제 등의 국제 문제에 건설적 입장에서 개입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중국인들도 중국이 국제공공재를 부담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이 국가의 장래에는 관심이 있지만 세계의 장래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Q

일본이나 한국의 중국 정책을 보면 대략 두 가지 노선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소 다로, 아베 신조 그리고 한국의 보수정당 등 미일동맹(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공조를 기반으로 민주주의 연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하토야마 이치로, 오자와 이치로, 데라시마 지츠로, 그리고 문재인처럼 중국을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후자는 미일동맹(한미동맹)이 다소 약화되더라도 중국과의 정치적 파이프를 부활시키고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어떤 전략이 현명한가? 선생은 어느 쪽을 지지하는가?


교수님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미한동맹이나 일미동맹이 실질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도왔다고 생각한다. 이것들이 없었더라면 장쩌민 시대와 후진타오 시대의 '화평굴기'도 없었을 것이다. 한국 또한 중국에 많은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 설명할 과정에는 1990년대 이후 일본의 ODA가 줄어들고 한국의 대중 투자가 성장하면서 한국의 공헌도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일본인이므로 일미동맹의 역할을 강조하려고 한다.


일본은 1980년대부터 중국 국가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ODA를 제공했고 미국도 이를 지지했다. 중국이 문화대혁명 시기로 되돌아가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을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의 현대화를 지원하기 위해 원조를 제공한다는 오히라 마사요시 총리의 언급이 있다. 미국은 1979년까지 중국과 수교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정책에서는 오히려 일본이 빨랐다. 그때 덩샤오핑은 일본을 중국의 발전모델로 설정했다. 이것이 1972년과 1980년 사이의 일이다.


천안문 당시에도 일본이 맨 먼저 ODA 공여를 재개해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를 이끌어냈다. 미국은 뒤에서 일본이 하는 일을 지지했다. 그 후 1992년 중국은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를 거쳐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게 됐다. 이 두가지는 서로 연결된다.


다시 말하면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 걸쳐 일본과 미국은 실질적으로 중국의 internationalization, 즉 중국을 국제사회의 이해 당사자로 바꾸는 데 공헌했다. 1996년 양안위기 당시 중국이 군사력을 사용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미국은 항공모함을 급파해 중국에 압력을 가했다. 그 사이 일미안보, 미한안보는 재정의를 거쳐 한층 더 강화됐다. 1996년 이후 중국은 타이완 문제와 관련해 한 번도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았다. 한국의 예를 들자면 미한동맹은 중국이 북핵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과 북한의 도발을 지원하는 것을 강력하게 억제하고 있다. 이는 미한동맹이나 일미동맹이 중국의 국제화나 평화적 대두에 어느 정도 의미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한국도 그렇겠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담당해 왔다. 중국을 자본주의 진영쪽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따라 서 나는 이런 관계가 결과적으로 중국의 국제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WTO 가입 당시에도 일본은 중국의 가입을 누구보다 강력히 지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도 미국도 그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그에 비해 중국의 주장은 강해졌다.


일본 내에서는 일본이 중국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잊어버린 채 중국이 일본 때리기를 한다며 탄식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일미동맹이나 미한동맹만 있으면 된다는 식이 아니라 아시아와의 관계도 동시에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Q

https://arca.live/b/society/6751164 한국에는 학생들의 민주주의 열망보다는 경제적 성장에 국민적으로 인식이 변화한 것이 민주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견해를 가닌 사람도 있다. 너무 정치적인 원인만 강조한 것 아닌가?


교수님

일본어와 한국어의 의미 차이라고 할까. 네가 나의 말을 잘못 이해한 것 아닌가? 경제 성장이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촉진한다는 것은 여러번 강조했다. 1987년 당시 한국 엘리트들은 시위를 주도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명 '넥타이 부대'로 불리는 중산층이 있었다. 이들이 '대통령 직선제' 같은 인식을 형성하지 않았다면 한국의 민주화도 없었을 것이다. 경제 성장이 인식 변화,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같은 것을 촉진한 것이 가장 크지만, 그것을 폭발시킨 것이 바로 한국의 학생들이었다는 이야기였다. '한국의 학생들이 민주화를 이끌어냈다'라는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문 정부가 촛불시위를 주최한 노동조합 때문에 성립되었다는 견해나 마찬가지다.


20여년 동안 중국 연구에 천착해온 내가 보기에 중국은 충분한 경제적 성장과 인식 변화를 거쳤지만 공산당은 개혁-개방 이후 붕괴한 소련이나 여러 나라의 민주화 사례를 참고해서 훨씬 더 치밀한 통제 체제를 만들어 냈다. 공산당의 통제 체제, '미국과 서방의 압박' 강조 등 위기 조성, 경제 성과를 통한 애국주의 선전... 이런 복합적인 요소가 중국의 민주화를 방해하고 있다.


또 중국경제의 성장과 함께 자라난 엘리트들이 공청단을 중심으로 한 학생으로 대표되고, 그 엘리트 계층이 태생적으로 체제 친화적인데다가 갈수록 보수화되고 있기 때문에 민주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하려고 했다. 오해가 없기 바란다.




2장 한국·일본과 동남아시아

: 일본의 대동남아 전략과 현실 :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소홀히 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미국을 배제한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추진한다면 이는 이 지역의 국제정치 구조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면 안된다."


Interviewee

도쿄대학 교양학부 졸업

미국 코넬대학교 유학

도쿄대학 교양학부 국제관계론 조교수

교토대학 동남아시아연구소 교수

규슈대학 한국연구센터 부소장



Q

일반적으로 '동아시아'라는 것은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로 이루어진다는 전제가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 측은 '동아시아공동체'를 언급할 때 호주, 뉴질랜드, 인도까지 포함한다. 그러한 확대해석의 의미를 무엇으로 보는가?


교수님

십여년 전에 문정인 씨가 거기에 대해 '한국이 의아해 한다'고 내게 이야기한 일이 있다. 왜 지리적 경계에 집착하는가? 왜 그런 선입견으로 정치적 상상력, 더 나아가 정책을 구속하는가? 앞서 말했듯이 동아시아라는 용어는 경제적 상호의존이 진행됐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투자와 통상 분야에서 일어난 현상을 보면 호주, 뉴질랜드, 인도가 동아시아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별로 기묘한 일이 아니다. 일본이 동아시아라는 개념을 넘어선 인도-태평양 전략을 논하는 것은 지역협력의 틀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만들 것인가와 관련이 있다고 보면 좋겠다.


과거 1997~1998년 아시아 경제위기 후에는 미국의 노골적 개입으로 인해 '미국'이라는 리스크를 어떻게 상쇄할 지가 이들 국가(ASEAN 국가를 의미하신 것 같습니다)들 사이에서 정치적으로 중요했기 때문에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이라는 이름 하에 일중한과의 협력이 진행됐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는 중국의 일방적 행동이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 이를 상쇄하려면 ASEAN+3가 아니라 ASEAN+6, ASEAN+8이라도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Q

바꿔 말하면 아시아만으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폐쇄적이라는 말인가?


교수님

그런 의미가 아니다. 공동체라 하더라도 현재의 지역주의는 매우 개방적이다. 과거의 블록 형성과는 전혀 다르다. 본래 '공동체'를 통해 무엇을 만들려 했는지, 왜 그런 것을 만들려 했는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FTA는 WTO의 무역자유화가 진전되지 않고 있으니 지역적으로 가능한 부분부터 자유화하자는 논의다. 따라서 동아시아공동체 구축이라고 해서 일중한 FTA, ASEAN+3의 FTA는 좋지만 호주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겠는가? 그것이 무역자유화에 적합하다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한국이 의아해 할 일이 아니다. 너도 알듯이 외교정책은 실용적 사고방식이 좋다.



Q

그렇다면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전략적 이해관계'란 대체 무엇인가? 해상교통로나 자원 같은 것인가? 강의 때 말한 '동남아시아가 세계를 향해 열린 형태로 안정되고 번영을 구가하는 것'의 의미를 설명해 줄 수 있나?


교수님

지금 동아시아(교수님이 동아시아라는 말을 쓰시면 호주, 뉴질랜드, 인도 포함입니다)를 보면 이 지역에선 지금 부와 힘의 분포가 급속히 변하고 있다. 1990년대 일본이 거인이던 시점 이후로 한국이 선진국이 되고, 중국과 인도가 대두하며,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성장하고 있다. ASEAN의 경제도, 인도의 경제도 일본보다 큰 경제규모를 갖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에 무엇이 전략적 이익인가?


부와 힘의 분포가 바뀌면 지역질서도 바뀐다. 하지만 그런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면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질서가 변화하되 서서히 안정적으로 변하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요소로서 미국이 주도하는 지역적 안전보장 시스템 유지가 결정적으로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일관되게 동남아시아와의 관계를 심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나 거기에 미국의 역할과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을 찾지 못한다. 그것이 문제다.



Q

'지역적 안전보장 시스템 유지'라면 안보질서의 안정적 이행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인가?


교수님

이 지역의 투자, 무역, 금융 통화 등의 rule-making이다. 그것도 있다.


중국이 뭔가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룰이 기존의 룰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 만들어온 룰 위에 새로운 룰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군사적 균형과 자유주의적 국제경제질서의 심화,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경제에서의 룰은 stake-holders에 의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사실상의 경제통합이 진전되고 있는 나라들이 다양한 형태로 참가하면서 룰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정책도 그런 사고에 입각해 이루어져야만 한다.



Q

선생이 언급했듯이 일본은 안정적 변화를 바라고 있는 게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이는 다소 보수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ancien regime 같은 느낌도 없지 않다.


교수님

물론 보수적이다. 그러나 보수적인가, 진보적인가 하는 가치 판단은 외교정책에서 전혀 의미가 없다. 앙시앙 레짐이라고 말하는 것은 일을 망치려는 논의일 뿐이다. 힘과 부의 균형이 바뀌면 질서도 바뀐다. 그것은 당연하다. 잘 알다시피 급격한 변화는 심각한 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야기다.



Q

하토야마 유키오 때처럼, 예를 들면, 급격하게 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교수님

나는 문 대통령이 가장 우려된다. 만약 변한다면 문 대통령 때문에 급격히 변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소홀히 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미국과 일본을 배제한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추진한다면 이느 이 지역의 국제정치 구조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면 안된다.


한국은 당사자다. 당사자로서의 전략이란 어떤 미래를 만들고 싶은가에 입각해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전략은 이 지역 안전보장의 지정학적 배치가 급격하게 변화하지 않도록 미한동맹을 중심으로 하면서 일본 등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들과도 연계를 강화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것이 안전보장에 대한 기본 생각이다. 그리고 무역이나 투자 분야에서는 동아시아/아시아-태평양 양쪽에서 '21세기형 룰'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Q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교수님

문 대통령은 일본 대통령과(??? 실언인 것 같습니다) 달리 5년의 임기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강력한 정책 추진이 가능하고 일본처럼 당과 협의하지 않고 청와대와 정부가 결정할 수 있다. 앞서 내가 말한 것은 청와대와 정부가 결단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방향을 바꿀 의지가 적어 보인다. 차기 정권에 대한 기대감은 있다. 너에게 설명했지만 내가 이낙연 씨의 대권에 대해 그가 일미한관계를 본궤도로 되돌릴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도 그런 의미이다. 또한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pivot to Asia'와 아시아에 대한 commitment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매우 희망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크게 봤을 때 나는 동아시아/아시아-태평양에서 네트워크형 통합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의 군사적 presence가 있다는 점도 늘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 지역의 네트워크형 통합을 전제로 한국이 통화, 무역, 안전보장 등의 분야에서 어떤 외교정책을 택할 것인가, 거기서 네트워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더 강력하게 일미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으로는 '일미한관계의 deepening'이 필요하다.



Q

ASEAN의 장래는 보다 더 견실한 것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현지 정부도 중국의 세력 팽창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미국이나 유럽과의 관계를 강화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게 되면 ASEAN의 미래는 밝다고 보는가?


교수님

세계경제에 통합되는 것 외에 동남아시아 국가들, 나아가 ASEAN의 지역기구의 장래는 없다. 베트남의 무역의존도는 이미 100%가 넘지만 미얀마나 캄보디아가 성장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베트남처럼 될 것이다. 그리되면 이 지역이 중국의 세력권에 편입되리란 걱정은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ASEAN의 미래가 밝을 지 그렇지 않을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일본이나 한국 입장에서 보면 이 지역을 열린 지역으로 지켜내는 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런 다음 ASEAN 각국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일례로 인도네시아에서는 소비가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위기를 맞을 위험은 있지만 앞으로도 당분간 순조롭게 성장할 것이라 예측된다. 타이의 성장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당분간 정치적 표류가 계속될 테니까. 베트남의 1인당 GDP는 3,000달러까지 쉽게 늘어났다.


미얀마나 캄보디아 등에도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 기업도 많이 진출하고 있지만 이들 정부는 과거 수하르토 대통령 시기의 인도네시아처럼 경제성장 중시 정치로 이행할 것이다. 권위주의 플러스 개발, 영어로 말하면 Authoritarianism and Development이다. 개발독재와는 뉘앙스가 다르며, 당이나 군을 중심축으로 하는 정치체제를 가능한 한 지키면서 국민적 정통성을 조달하기 위해 경제성장을 국책과제로 설정할 것이다. 성공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중국 사례와 다르게 이 지역의 정치 그 자체가 변화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개혁, 개방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협조하는 일이 중요하다.



Q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마치 패권경합을 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으며, 중국 위협론이 부상하고 있다. 선생의 견해는 어떤가?


교수님

중국은 남중국해, 동중국해, 황해를 '마레 노스트룸'이라고 하고 싶을 테지만 사실 미중 양국의 힘의 관계에는 큰 차이가 있다. 2007년 무렵 이후 중국의 움직임을 보자면 중국은 남중국해나 동중국해의 해양정책에서 크게 실패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을 배제한 동아시아 협력보다 미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이미 항공모함을 직접 건조했으며, 앞으로는 해군굴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이 지역의 군사적 균형이 크게 변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예컨대 중국은 하이난섬에 상당한 규모의 해군기지가 있다. 그러나 베트남은 이를 노려보는 형태로 캄란만의 군항을 정비하고 러시아에서 잠수함 6대를 도입해 잠수함대를 편성하고 있다. 미국, 인도와 군사훈련도 함께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필리핀과 일본의 남서 방면은 물론 베트남에서도 해군기지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얼핏 보면 군사적으로 강력해지는 듯 보여도 실제로는 외통수에 걸린 게 아닌가 생각된다.



Q

예전에 덩샤오핑이 말한 '韜光養晦'의 교훈을 잊은 것은 아닌가?


교수님

잊은 게 아니라 자신감이 너무 넘쳐 도광양회를 그만둬버린 것이라 생각한다.



Q

ASEAN과 미국의 안보관계를 강화하는 첫 번째 원인 제공자가 결국 중국이라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에 동의하는가?


교수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중국 정부만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다. 중국의 국영기업이나 어민들도 문제가 있다. 중국의 국영기업이나 어민들도 문제가 있다. 그들은 매우 거칠다. 한국도 경험하고 있겠지만 황해나 동중국해 주변의 불법조업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관여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푸젠성 어민들이 일으킨 문제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전에는 그다지 보도되지 않았지만 남중국해에서도 인도네시아 해군함정과 중국의 어업감시선이 충돌 직전까지 간 적이 많다. 이 또한 남중국해에서 활발하게 어업활동을 하던 중국 밀렵선이 원인이었다. 인도네시아 해군함정이 이를 나포하려 하자 중국 어업감시선이 끼어들어 밀렵선을 보호한 것이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발생한 사건과 유사하다. 이는 중국이 국가로서 가진 통제능력이 저하되었고, 그것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Q

중국이 국가로서 가진 통제능력이 저하되었다는 이야기는 이해하기 어렵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교수님

그 이유 중 하나는 후진타오 시대 당국가의 결정중추에 덩샤오핑이나 장쩌민 같은 압도적 실력자가 없어진 탓이라 본다. 후진타오 시대에는 후진타오가 무슨 결정을 해도 리장춘이나 저우융캉 등이 그와 다른 사항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렇게 지도부 인사들 사이에 합의가 없었으니 중견 간부들은 보스의 의향을 마음대로 해석해 여러가지 일을 벌인다. 게다가 그것이 시진핑 시대에 와서는 애국주의라며 박수갈채를 받는다. 이렇게 되면 시진핑이 압도적 실력을 행사하고 싶어도 결국 억제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최근 수년간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능력이 저하됐다. 정치체제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치구조의 문제이지만, 매우 우려스럽다.



Q

귀중한 시간 내주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일본과 동남아시아의 관계, 일본의 정책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였으며, 한국의 독자들에게도(사회 채널의 독자들에게도) 매우 유익했으리라 확신한다.




3장 일본이 보는 국제경제질서의 미래

: 한국경제의 '반등'은 가능한가? :


"한국이나 일본 모두 현재 상황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한국은 위기에 대한 건강한 감각이 있다는 점을 나는 강조하고 싶다."


Interviewee

히토쓰바시대학 경제학과 졸업

오사카대학 객원교수

규슈대학 경제학부 교수

고이즈미 내각 총무성 경제전략회의 연구원

동일본대재해부흥구상회의·부흥추진위원회 위원



Q

아베 총리가 사임했다. 일본경제, 특히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 대해 한마디 부탁한다. 


교수님

고이즈미 정권 때의 '성역없는 구조개혁'과 이른바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일련의 정책으로 일본경제는 본궤도에 돌아왔다. 고이즈미 때는 정부지출에 한도를 두고 규제완화와 불량채권 처리로 경제를 활성화해 세출을 줄이고 세입을 늘리는 묘안으로 돌파해야 했다. 장기불황을 겪은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증세 없는 성장이 현실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소비세를 올리고도 과감한 통화정책(양적완화-엔저)과 재정정책으로 불황을 타개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나는 고이즈미 씨에게도 자문했고 간 씨와 노다 씨에게도 자문했지만 솔직히 말해, 아베 씨나 스가 수상에게 실례가 될 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고무적인 경제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일 실질GDP 성장률이 2%이고 물가상승률이 2%라면 명목GDP 성장률은 4%가 된다. 그 정도라면 세출과 세입의 격차를 줄이기가 한결 쉬워져 추후의 재정건전화에 도움이 된다. 고이즈미 때부터 일본이 이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코로나 역풍을 계기로 인위적인 경기부양의 한계가 돌출되었다. 아베노믹스로 기업 실적 회복은 성공했지만 임금 인상과 소비-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지 못했다. 재정의 절반을 국채로 메우면서까지 많은 돈을 뿌려 성장을 촉진한 대규모 정책이었지만 지표는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다. 코로나 역풍으로 인한 주가 하락, 올림픽 취소, 긴급사태 등 단기적인 수요 하락이 미칠 영향이 너무 크다.


또 아베 씨가 '마지막 화살'으로 내세운 성장전략은 관광업이나 농업까지 성장동력으로 삼았고, 도시를 재생했다는 등 실현되어서 좋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 같은 것은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그쳤다. 실패 또는 미완성이라고 평하고 싶다. 아베노믹스의 실패는 결국 구조개혁의 실패이다. 단기적으로 수요가 부족할 때 썼어야 할 정책인 양적완화와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에 매몰되어 종신고용 등 경직된 노동시스템을 바꾸지 못했고, 디지털화를 서두르지 않았다. 생산성은 G7 최악이다.


스가 수상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의존하지 말고 구조개혁을 통해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 초장기간 이어진 관저 정치로 인해 의회 무력화, 자민당 의원들의 침묵, 관료의 정치 종속 등이 굳어졌는데 스가 수상은 그 한가운데 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구조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할 동력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 지 매우 우려스럽다.



Q

한국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사실상 좌초됐다. 국내외 상황이 극도로 나빠지는 가운데 과감한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을 쓰기도 힘들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일본에서 보았다. 다음 정권은 이 위기를 돌파할 의지와 능력을 가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교수님

일본은 규제 철폐와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성장동력을 만든다. 성장이 최우선이고 성장을 통해서만 국가부채와 고용의 문제 등이 해결될 수 있다는 관점은 변하지 않았다. 복지와 사회안전망 문제에 관해서는 '자조'라는 기본 철학으로 일관하며, 정부가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나는 일본인이고 한국을 완벽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한국경제는 한국인이 평가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인의 관점에서 한국경제를 평가해도 괜찮겠나?


Q

좋다.


교수님

문 대통령은 복지와 사회안전망 문제에 지극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나는, 그동안은 한국의 소득격차 문제나 빈곤 문제가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본다. 그러나 성장전략 부재 문제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임기 내내 성장동력 육성에 진력해도 모자랄 심각한 위기라고 보았다. 미국경제는 꾸준히 성장동력을 기르고 있고 시장을 중심으로 혁신이 잘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10년 전 정부의 정책이 정치 문제로 현재의 경제성장을 약화시키지는 않는다. 박근혜 씨가 '디지털 경제'를 비롯한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구조개혁을 이루었어야 했지만 솔직히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2020년 이후 중기적 성장에 기여할 만한 요소를 찾아내야 했다.


내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것은 일관된 근거에 기초한 강력한 정책추진이었다. 정치 문제로 여러 대립이 생기더라고 경제가 위험해지기 전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부동산 규제와 일본 문제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등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책추진 능력을 소모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바보같은 정치게임이고, 치명적인 것이다. 


20년간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회 전체의 무기력증이었다. 아베노믹스는 국민의 디플레 심리부터 바꾸고 나섰다. 아베노믹스는 경제학이 아니라 심리학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일관된 근거'는 고사하고 강력한 정책추진 능력부터 잃었다. 수십 번이나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도 번번이 실패하면서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밑의 장관들도 도덕성 논란이나 스캔들에 휘말렸는데 그때마다 대통령은 정책실현의 연속성과 실천력을 보장하는 대신 청와대 궁궐에 숨거나 편가르기로 일관했다.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이나 '포용국가' 같은 '정치주도' 정책이 상식적인 경제정책이라고 생각했으면 과감한 돌파력으로 시장이 정부의 실천력에 대한 신뢰를 보이도록 해야 했다. 정책에 문제가 생기거나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때 대중과 마주하지도 못하면서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던 것인가? 일본이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복지와 사회안전망에 대해 집착하면서 규제완화가 사회안정성을 파괴한다는 비현실적인 인식에 기초한 포퓰리즘은 구조개혁은 물론 거시경제 관리 전반을 망쳤다. 단기적으로 거시경제의 수요관리가 안될 때는 케인스주의적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장기적 제구력과 성장전략을 위해서는 시장원리와 규제 해결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건 상식의 문제다. 혁신을 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 방향도 잘못 잡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선의로 그랬다면 정신이 나간(원문은 脳がない......。) 것이고, 악의로 그랬다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싶다.


고이즈미나 아베 같은 과감한 정책추진이나 새로운 성장전략은 찾아볼 수 없다. 경제는 결국 기대가 중요한 것이다. 곧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10여년 전에 한국 사람들은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기대를 가질 수 있는가? 기업 실적이 반등하지 않고 세율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런 기대를 가질 수 없다. 실제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고이즈미는 "고통이 따른다 하더라도 그것을 뛰어넘어 개혁하자"고 명확히 말했다. 포퓰리즘을 배척하는 것은 리더의 스타일이다.


한국이나 일본은 중국과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는 상황이다. 중국경제 침체가 동아시아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매우 부정적이지만 중국과 거리를 두기보다 중국에 밀착했다.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이 당분간 지속된다면 괜찮지만 일단 경제성장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이제껏 성장에 감추어졌던 모든 사회적 문제들과 모순들이 돌출되고 있다. 불량채권이나 부동산 버블 등 은행 및 금융 분야에 문제가 많으므로 성장률이 저하되고 정치사회적 불안정이 심화될 수 있다.


정세를 고려했을 때 2025~2030년까지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사회적 불안정은 지역 내의 안정성에 다른 종류의 충격을 가할 것이고, 그런 불안정한 상황, 통치의 공백이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나는 이 점을 심히 우려한다. 예컨대 경제의 나쁜 부부을 감추기 위해 중국 정부가 역내 국가들, 특히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대해 강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든다면 영토분쟁과 관련한 압력이나 북한 문제에 대한 태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아주 상대하기 어려운 나라다. 그래서 중국에 밀착하는 것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중국경제가 비관적인 반면 미국경제는 우려스럽지 않다. 미국경제가 여전히 강력하며 건전한 경제기반을 갖췄기 때문에 코로나 국면을 극복한 뒤에는 안정적으로 회복될 것이다. 건강하고 유연한 기업지배구조와 사회적 혁신의 방향이 있고, 이미 올바른 정책방향성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미국경제의 동향에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하지만 유럽경제에 대해서는 매우 비관적이다. 유럽은 유로화와 관련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유로화는 매우 모순적인 시스템이다. 통화는 통합됐지만 재정정책은 통합되지 않았다. 이는 큰 문제이며 영국을 제외하면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EU의 정치적 전망도 좋지 않다.


사실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혁신에 대해 아이디어를 가진 것은 관료들이나 전문가들이다. 안타깝게도 정치지도층이 이들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정치지도층이 혁신의 지혜를 갖고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치주도'란 정치인이 머리가 좋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앞서 말한 것 같이 한국 정부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고 이를 개선할 의지도 능력도 찾아볼 수 없다. 저출산 문제도 매우 심각하지만 정책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 광풍 이후에 한국경제의 전망은 매우 불안하다.


하지만 한국은 위기에 대한 건강한 감각이 있다는 점을 나는 강조하고 싶다. 일단 방향을 잡으면 일본에 비해 빠르고 효율적인 개혁 진행이 가능하다. 기업개혁과 투명한 기업지배 구조를 만들기 위한 금융개혁을 1998년 단 3개월 만에 단행한 것이 나에게는 인상적이었다. 일단 한국의 다음 정권이라도 새로운 성장전략을 찾고,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개혁에 나서기로 한다면 한국에 그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수두룩하다. 단 지금은 그런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Q

이런 전망( https://arca.live/b/society/6759688 )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교수님

새롭지는 않다고 할까... 그런 전망이 앞서 말한 한국의 새로운 성장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중의 완전한 디커플링이 현실화된다면 그런 전망이 설득력이 있다. 나는 일본과 한국이 거기까지 가는 데에는 코로나도 있고 해서 시간이 꽤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중국 중심의 공급망이 동남아시아로 옮겨간다는 전망은 부정할 수 없다.


사실 나와 친분이 있는 한국 여당 인사(교수님이 게이오대학 출신이신데, 교수님의 은사님이 만든 동창회에는 100여명의 한국 인사와 지인들이 있습니다. 한국의 학계, 관계, 정계, 언론계 등에 폭넓은 인맥을 가지신 분입니다.)에게는 늘 하던 이야기고, 이낙연 씨나 김부겸 씨 같은 거물급 인사가 이런 이니셔티브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다.


'BRICS'라는 말이 등장한 이후 인구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긍정적 힘이 주목받게 됐다. 이를 계기로 최근에는 ASEAN도 주목받고 있다. ASEAN 10개국의 인구 6억 명은 EU의 5억 명을 상회한다. 하지만 이런 나라들이 더욱 발전하려면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일본과 한국에 대한 기대가 크다. 거꾸로 말하면 그것이 일본과 한국의 활로이기도 하다. 글로벌 환경에서 변화를 비관하지 말고 거기에 적극 관여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너의 전망을 받아들이는 것은 일본과 한국으로서는 매우 유익한 제안이다. 일본은 미국과의 협조가 잘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무얼 하든 준비가 되어 있다. 한국 정부가 그런 제안을 받아들여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