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방주 지하의 중환자실)


???1:방주 내에 무단으로 침입한 대상을 확인. 저 뿐이므로 소거 작전에 돌입합니다.


해파리 소녀:관짝의 관리자가 왜 여기 있지...?


에닉:제 이름은 '방주의 관리자'가 아닙니다. '에닉'입니다. 정확하게 지칭하여..


해파리 소녀:닥쳐... 네 이름 알려고 홀로 여기에 온 줄 알아...? 내가 데리고 가려고 했던 건.. 이 가여운 소년 한 명일 뿐인데..


에닉:초면이지만 제 계획을 설명하겠습니다. 뇌사 직전의 혼수상태에 빠진 지 70일차에 접어드는 이 환자분은 제가 직접 '수리 및 개조'한 후 관리자 대행으로 이용하기 위해 각종 재료를 준비 중이었으며, 계획에 따라 지금 시간(오후 11:20)으로부터 정확히 48시간 25분 15초 후에 수술실로 옮겨 대대적인 개조를 거치고자 하였으나 침입자 당신의 방해로 정확히 34분 45초가 연기되었음을 알립니다. 추가로..


(콰드드드득!!!)

(해파리 소녀가 보조 도구 없이 자신의 양손으로 직접 에닉의 목을 쥐어짠다)


에닉:!!!


해파리 소녀:닥치라는 말 못 들었어..? 두뇌 시스템이 마비된 게 아니라면 '닥쳐...' 를 이해하지도 못 하는 게 말이 안 되는데... 말이 안 통하니 직접 이러는 거니까... 그럼 나도 대놓고 직접 말해줄게... 이 소년을 나에게 넘기지 않는다면... 관짝 전체를 고깃덩이가 많이 섞인 돌가루 사막으로 만들어 버릴 거야. 그렇게 만들고 나면 너를 5살배기 아가야로 변형시킨 후 모든 기억을 뒤집어 엎어버리고 '언니야! 오빠야! 오늘도 에닉이랑 안 놀아줬으니까 또 삐질 꺼야. 뿌우우욱!!' 을 수천 년이고, 수백만 번이고 시전하는 아주아주 귀여운 아가야로...


에닉:(완전한 패닉과 함께 엄청난 초 고음역대(소프라노 이상)의 비명을 지르며)싫.. 싫...! 싫어어어어어!!! 그런 꼴이 되느니 차라리 내가 직접 분쇄기에 들어가는게 더 낫겠... 아, 아니.. 조금 전에 제가 나불거렸던 모든 이야기는 없던 것으로 간주해 주십시오. 이제 이 환자분은 손님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것만큼은... 저의 존재 의의가 영구히...


해파리 소녀:으윽... 귀 아퍼..! 어쨌든 예상보다 빨리 알아 처먹어서 다행이네.. 그럼 빨리 내 시야에서 꺼져.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던데... 너 찾으려고 인간 수천, 유사인간 수백이 관짝을 뒤엎을 기세로 찾아다니고 있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고... 귀 아퍼 죽겠으니까... 당장 나가.


에닉:알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에닉이 중환자실에서 빠른 걸음으로 나갔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들..)


양산형 니케 1:에닉 님.. 어디 가셨길래..

버닝엄:괜, 괜찮은 건가?! 온몸이 벌벌 떠, 떠는 것 같은데..

에닉:기, 기분 탓일 겁니다.. 죄송합니다만 비켜 주시겠습니까?

버닝엄:이, 이, 이런! 실례했군. 그럼 다음에 뵙지.

에닉:예. 안녕히.

엔더슨:(방주의 관리자 역할을 맡던 에닉이 패닉을 일으키다니..! 광폭화의 조짐인 걸까, 아니면... 이런, 나 답지않게 망상에 취할 줄이야..)


해파리 소녀:(후후.. 꼴이 아주 보기 좋네.. 그러면... 꽉 껴안고 가기 전에 여기서 마개조를 해야 살아 있는 상태로 같이 갈 수 있으니까..)


(5시간 후)

(다음날 오전 4:40)


해파리 소녀:(휴우... 끝났다.. 졸음을 견뎌내면서 마개조를 하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네.. 호수 근처(해파리 소녀의 집)에서도 할 수 있지만.. 여긴 재료가 미리 준비되어 있었으니까 시간을 예상(10시간 이상)보다 많이 단축할 수 있었어.. 그러면 이제.. 집으로 가 볼까.. 리버렐리오의 소중한 남동생과 함께...!)


(해파리 소녀는 마개조를 막 끝낸 후 곤히 잠든 소년을 품에 꼭 안은 채로 방주를 나갔다..)


(지적 대환영. 프롤로그를 낸 지 2주를 훌쩍 넘겨서야 겨우 1화를 내다니.. 다음 화는 언제 낼 지 나도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