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https://novelpia.com/novel/247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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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뒤]


쿠콰콰콰콰콰콰콰-----!!!


황야를 가로지르는 한 줄기의 붉은 빛.

가로막는 그 어떤 것이라도 꿰뚫어버리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그것은, 멀리서 보면 하나의 총알같기도 하리요.

허나 실상은, 미친 황소처럼 웃통을 벗은 채 전력질주를 하는 중인 중년의 남자였다.

그 양 어깨를 잡은 채 휘날릴듯 매달린 한 명의 분홍머리 천사는 덤으로.


"큭...! 당신, 조금 더 빨리 갈 수는 없는 것인가요? 한 시가 급한 문제인데!!"

"나라고 굼벵이마냥 가는 줄 아는가 도로시?! 이래보여도 전속력이란 말일세!"


자고로 니케란, 뇌를 제외한 전신이 강철로 된 사이보그 병기.

당연히 그 무게란 늪이나 얼음판 같은 환경은 꿈도 못 꿀 정도로 엄청나게 무거우니, 1세대 니케인 도로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 무게를 등에 달고도 어지간한 전차는 뛰어넘을 속도로 달리는 암스트롱이 대단한 것이겠지.

허나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을 정도의 긴급상황이었다.


'...빌어먹을, 제발. 늦지 않았으면 좋겠군!'


에덴을 떠나오고 3일이 채 되지 않았거늘, 벌써부터 긴급 속보라니.

속으로 이를 갈면서 상황을 저주하는 그지만, 몸은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해서 움직일 뿐인 그였다.

부디, 이 이상 일이 나빠지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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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에덴 인근 평야]


뚝---!


"짧고 간결하게 오라고만 하다니, 어지간히 급한가 보구나 넌?"

"..."


낙원의 창시자 도로시가 자리를 비운 지금, 사실상 에덴의 실경영자 및 최고권위자나 다름없는 지휘관 요한.

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고 훤칠한 그의 외모는, 마치 흉신악살이 강림한 듯 분노로 일그러진 채.



눈 앞의 해파리를 연상시키는, 소녀의 모습을 한 노괴만을 맹렬히 노려볼 뿐이다.

그 밑에 널브러진 자신의 두 부하마저 똑똑히 그 눈에 담으며.


"쿨...럭! 지...휘관...!"

"으으...이런 거...반칙이잖아!! 대체 왜, 이 곳에 헬레틱이!!"


꽈아악


"!!!"

"인질인 너희가 시끄러우면, 협상에 차질이 생기잖아...조용히 해줘."


도대체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그저 평소대로, 조를 짜서 순번대로 근처를 돌아보던 순찰.

기동형인 이사벨과 방어형인 노아. 그 조합은 서로를 어느 정도 보완해 주는 좋은 콤비였다.

리더에겐 못 미칠지라도, 그 강함은 랩쳐밭인 지상을 살아남을 정도로 노련한 필그림이거늘.

정작 촉수로 단단히 자신들을 얽맨 이 헬레틱은, 기습도 일절 없이 소풍 나온 듯 단신으로 그 둘을 쳐부순 것이었다.


"...원하는 게 뭐냐, 헬레틱."

"흐아암...아까 말하지 않았어?"


"니힐리스타...너희가 붙잡아 놓은 우리측 바보의 석방. 이 둘의 몸값이면, 그래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겠어?"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순식간에, 허나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갈리는 요한의 이빨.

빠져나갈 틈새도 안 주겠다는 건가.

아니, 저 정도는 빙산의 일각. 통신기를 눈치 못 챘을 리가 없다.

조금 전에 남긴 코멘트...그리고 조금의 조급함도 없는, 오히려 귀찮음만 뿜어져 나오는 모습.

아주 죽여달라 할 정도로 빈틈투성이이거나...혹은, 뭐가 와도 받아칠 수 있다는 자신감.

애석하게도 지금 요한의 감은, 절대 전자일 리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거절한다면?"

"..."

"우리더러, 이 에덴을 몇 번이고 위협해온 강대한 적을 아무렇지도 않게 풀어 달라는 건가? 나중에 복수하러 올 게 뻔한 고대의 유물을?"

"요한."


경악하면서도, 허나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는 듯.

주변에서 무장을 꺼내든 채 그를 지켜보는 하란과 에덴의 훈련받은 정예들.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시대를 불변한 진리이니.

설령 이 곳의 최중요 전력이라 할지라도, 간신히 무승부를 이어온 강적을 외부의 도움으로 간신히 잡은 것도 수치스러운데.

이제 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풀어준다?

현재 인질인 이사벨과 노아조차도, 있는 힘을 쥐어짜낸 채 발악한다.


"큭...지휘관! 잡힌 저희 잘못이에요! 저흰 신경 쓰지 말고---"

"맞아! 이딴 로리 할망구는 신경쓰지 말고---"


파지지지지직직----!!!


"꺄,아아...아아아아!!!"

"...조용히 해."


순간 그들을 휘감은 촉수에서 번쩍이는 보랏빛 전류.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그들만이 아닌데.

상관의 명령만 아니었다면.

나가 죽거나 말거나 관심도 없는, 특히나 머릿속에 싸움밖에 없는 머저리들을 위해 내 휴식을 방해받아야 하지?

슬슬, 여유조차 사라져가며. 그 자리를 짜증이 스멀스멀 채우기 시작하는 리버렐리오였다.


"정말 묻는 건데...넌, 지금 너한테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

"동료를 판다고? 아니, 넌 못 해. 정확히는...안 하겠다는 게 뻔히 보이지."

"그 눈빛. 살짝 떨리는 턱. 어떻게든 숨기려고 힘 좀 쓰는 것 같은데...아직 멀었어."

"인간은,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없애고 싶어도...본능적으로 감정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딱하고도 슬픈 짐승들이거든."


그야말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니힐리스타처럼 몇 번 격전한 것도 아니요, 문자 그대로 처음 보는 사이일 텐데.

도대체 어떻게, 눈 앞의 존재는 마치 꿰뚫어보듯 자신을 이렇게 농락한단 말인가.

고민할 틈새도 없이, 귀에 낀 통신기에 비명이 내질러진다.


[요한, 무언가가 옵니다! 위치는...에덴 바로, 심해 속으로 파악!]

"...!"

[코어 출력 파악, 총 세 개체로 확인! 코드 네임 '크라켄'...타이런트 급 랩쳐입니다!]


푸솨아아아---!!!




순식간에 해수면을 뚫고 치솟아 오르는, 몇 줄기의 거대한 촉수들.

말이 안 된다.

해상형 랩처들은 그 환경상, 코어를 지속시킬 동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거기다가 덩치는 거대한 것들이 많아, 시간이 흐르고 대다수가 폐기 처분되거나 휴면 상태에 들어간 상황.

당장 크라켄만 할지라도, 공식적인 포착 및 전투 기록이 100년 전일 터.

...설마?


"자아...빨리, 결정해주지 않겠어 인간? 나도 이 이상 이 악취나는 곳에 발을 딛고 싶지는 않다고."

"네 놈...!"

"선택해. 니힐리스타를 넘겨주고 목숨과 동료를 지키던지...그것도 아니면, 거절하고 이 자리에서 모조리 저 깊은 바다로 가라앉을지."

"그럴 필요 없다!!!"


쾅----!!!


뭐라고 말을 채 하기도 전, 대포처럼 쏘아져 나온 무언가. 

졸린 눈빛과 귀찮은 몸짓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음속으로 세워지며 합쳐지는 몇 가닥의 촉수.

일순 두꺼운 방벽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대기를 찢는 충격파와 굉음이 사방에 울려퍼지고...

이내, 흙먼지의 구름이 주변을 에워싼다.


"---이, 내가 왔으니까!"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왔구나. 이계의 인간."


머리를 제외한 상체를 검게 물든 채, 분노에 찬 표정으로 장벽을 친 암스트롱.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무심한 표정으로 촉수를 휘두른 채 짤막한 평을 내뱉는 리버렐리오.


그에게 있어서는 또 하나의 고철.

그녀에게 있어선 또 하나의 인간.

무투파와 지략파.

열정과 나태.

그야말로 상극에 가까운 두 존재라 할 수 있으니.


한동안 오래 갈 두 사람의 악연이,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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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쓰던 소설 모처럼 시간이 좀 남아서 최신화 좀 올려봤어.


니힐리스타나 인디빌리아나 최근 헬레틱 애들 이미지가 너무 병신이라 리버렐리오밖에 건질 게 없었네...;;


얘도 진짜 밝혀진 게 없어서 쓰기가 좀 애매했는데 어떤지 모르겠다.


소설 좀 많이 읽었다 싶은 니붕이들 평가 좀 ㄱㄱ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