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나온 친구를 보러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는 길,

문득 버스안에 샌드위치 냄새가 은은히 퍼졌다.

허기진 나는 부러우면서도 어느 누가 공중도덕을 무시하고 버스안에서 취식행위를 하는지

도저히 분을 이기지 못하고 직접 한마디를 하려 뒤를 돌아보았다.


샌드위치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 있던 그는, 머리가 다 벗겨진 50대 직장인으로 보였다.

문득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존재하지않는 기억.

비가 오는 주말에도 직장의 압박으로 회사에 출근하여 변변한 차조차 없어

버스를 타고 일을하다가 4시가 되어서야 서울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 일과 중 식사를 할 시간조차 없어 버스안에서 샌드위치로 끼니를 떼우고 있는 그.


그의 처량한 모습을 보자 나는 한마디 하려는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과제를 팽겨치고 친구를 보러가는 서울행 버스를 타고 있던 나이던

애인과 함께 버스를 타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 누구이던

감히 어느 누가 그 아저씨를 비난할 수 있을까


나는 어느새 마음만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강의를 듣기 위해 노트북을 키며

부끄러운 마음을 입안에 감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