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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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https://arca.live/b/nikketgv/6669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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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메티스 스쿼드는 슈엔에게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모두가 한 번 쯤은 가졌을 의문이다.

대부분의 니케를 고철, 깡통이라 무시하고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쥐어 패는 슈엔이 왜 예외적으로 메티스만 아낄까.

성능이 좋아서?

물론 그것도 있겠지. 메티스는 미실리스의 자랑이자 광고탑이며, 회사의 니케 제작 기술의 총아이기도 하니까. 그야말로 작은 미실리스나 다름없다.

그게 끝일까?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나?


"왜.. 왜 유니랑 미하라는 고철, 깡통이고, 메티스는 뱃속의 새끼마냥 아낄까. 유니는 있지, 궁금했어."

"버러디들이! 앙 나!?! 옿으아거!! 이 앙통 쌔이드리!!!!"

"히, 그런데 유니는, 이제 상관없어. 슈엔. 왜 그런지 보여줄게...!"


유니는 자꾸만 고개를 돌리려는 슈엔의 양 뺨을 찢어져라 쥐고 앞을 보게 했다.

모여든 인파 사이에서, 메티스를 향해 수십 쌍의 손들이 다가온다.

얼굴이 한껏 일그러진, 눈물을 뿜기 직전의 슈엔에 비해 적진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그녀들은 일견 덤덤해보이는 모습이었다.

증오어린 손길이 두려워 떨지도, 앞으로의 고통을 예견하여 울지도 않는다.

그저 올 게 왔다는 듯.


-카득, 바즈드그크드드드득......

-까더득, 콰득, 브득, 아쟉.


한 줌씩 쥐어간다.

깃발이 꽃아진 언덕을 이루는 모래를 훔치듯.

슈엔이라는 높고 화려한 인생깃을 받치던 모래가 그녀가 고철이라 칭하던 니케들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 땅에 떨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머리 밖에 남지 않았을 때.


"그만!!!"


이 이상은 정말, 정말로 돌이킬 수 없다.

슈엔은 속을 까뒤집듯 거칠게 절규했다.


"협상하자... 응? 쟤네, 우리가 키운다고 얼마나 많은 기술을 쑤셔박았는지 알아? 쟤네 머리만 온전해도 그 안에 든 정보 가치가 어마무시하다고. 내가 알고있는 보안키만 해제하면, 여태 쌓아온 모든 데이터가 너희꺼야. 이득 보는 장사 아냐? 대신에 나랑 메티스 좀 숨겨주라. 응응? 지휘과안.. 보고있지? 보고있잖아...?"


슈엔의 예상대로, 지휘관은 아까부터 슈엔의 뒤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야.. 너 착하잖아. 아니, 착하잖아요. 솔직히 메티스는 내 명령만 들었을 뿐이지 무슨 죄가 있어...서...요? 죗값 정도는 치르고도 남을텐데 이쯤에서 협상하는게 안 났겠어ㅇ... 꺄아아아앗!!!!!!"


-철써어어억!!!!


슈엔은 필사적으로 말을 잇다 말고 비명을 내질렀다.

듣다못한 유니가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손을 휘둘러, 때리기 좋은 각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던 슈엔의 하얀 민궁뎅이를 후려갈겼기 때문이었다.

어찌나 강하게 갈겼는지 휘둘러진 손에서 나온 풍압에 지휘관의 앞머리가 살랑거렸다. 그러나 슈엔의 하얀 피부는 그대로였다.

저정도면 피부라도 터질만한데.

어째서일까.

답은 간단하다.

그 누구도 랩처를 이용한 사기극으로 방주를 전복 직전까지 몰고 간 죄인을 동정하지 않도록.

3배 이상 증폭된 통증에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비명 또한 결국 엄살로 귀결되도록.

방주의 기술로써 정제된 집단의 증오, 그 액기스가 바로 최초의 징벌용 니케, 슈엔이었기에.

지휘관은 손자국조차 안 남은 슈엔의 둔부를 한 손으로 슥슥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빌어봐."

"으그긋.... 어, 뭐라고...?"

"아양부려보라고. 애교든 섹스 어필이든 뭐든 좋아. 한 번 재주껏 재롱을 떨어봐."


지휘관의 손이 닿는 곳이 너무나 쓰라려 신음하던 슈엔은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팽팽 돌아가던 머리가 오함마로 내려찍은듯 작동을 멈췄다.

어째서?

지휘관은 답을 알고있었다.


"모르겠지? 뭘 해야 내 비위를 맞출 수 있을지. 방금까지만 해도 여기 있는 니케들의 명령권자는 나이며, 나와 협상을 통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고, 협상에 쓸 패들까지 떠올렸겠지만... 어떻게 해야 내가 웃을지는 모르겠지."


멍한 얼굴의 슈엔을 바라보며 지휘관은 활짝 웃었다.


"넌 타인의 웃음을 위해 움직여본 적이 단 한번도 없잖아. 안 그래? 인류를 위한답시고 이것저것 발명해서 크게 끌고오다보니 힘들었어? 응, 아니야. 발명가로서의 너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을지 모르겠지만... 방주의 반역자, 전 미실리스의 전 CEO님으로선 니케보다 못한 폐기물이 되었거든."

"저, 전 미실리스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씨발, 내, 내, 내 미실리스. 어떻게 한 거야!!!?"

"아. 그러고보니 그걸 못 봤구나?"


지휘관이 머리만 남은 메티스 쪽으로 손짓하자 슈엔은 다시 앞을 보았다.

그녀에게 있어 끔찍한 광경이 거기 있었다.


"미실리스는 이제 없어."

"어째서...? 그럴리가, 그럴리가 없는데? 중앙정부가 그냥 보고있을 리가...?"

"머스탱은 왜 죽였어."


메티스 스쿼드의 상징물인 가면. 그 한 가운데에는 커다랗게 찍힌 엘리시온의 상징이 있었다.


"그 머저리 하나 죽인게 뭐.. 뭐 어쨌다고! 네임드도 아니고 고철도 못될 양산형 쪼가리 좀 랩처 밥으로 주겠다니까 그걸 못참고 뛰쳐나온 병신은 죽어도 싸...악!!!!"


악을 쓰느라 커다랗게 벌려져있던 슈엔의 입에 아니스의 신발이 쑤셔박혔다.


"내가 뺨 한 대만 때리고 끝났던 건... 사장님의 유언 때문이지 네가 곱게 보여서가 아니야... 알아들어? 난 지금, 우아고 나발이고 이대로 널 짓이겨버리고 싶다고!!"

"아니스."

"왜? 이대로 조금만 더 밀어넣으면... 아, 아.. 미카."

"입 안은, 제가 하기로 했잖아요?"

"...미안."

"아니에요. 이해해요. 저도 벨로타가 자주 쓰던 폭죽을 가지고왔는걸요. 그래도..."


벨로타는 머스탱과 함께 죽었다.

양산형 니케들을 위해 제 몸까지 터뜨려가며 활로를 열던 그녀의 활약상은 머스탱의 유언과 함께 전해졌다.


'아조씨.. 배곪지 말고 잘 먹고 다녀, 약속이야? 전 세계의 음식들.. 나 대신 먹어주라, 헤헤. 그리고 미카, 내 친구. 사랑해. 나중에, 아아아주 나중에 만나기다? 이건 유언이니까 들어줘야 되는거야. 알았지?'

'언제나 En~~tertainment와! 우아함을 잃지 마세YO!'

'사장님. 이제 정말정말 마지막인데에, 나중에 가서 후회하지 말고 제대로 한 마디 하는게 어때요?'

'..........테트라의 니케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자랑스러웠고, 지금도 너무나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자랑스러울겁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겨주세요. 누구보다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러분의 사장이라서 그간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그럼 커~다란거 터뜨리러 가볼, 까☆'

'En~~~~~tertainment!!!!'


"저는 우아할 필요 없으니까요."


폭죽용 특수 화약 같이 아름답게 빛나던 친구를 잃어 텅 빈 폭죽이 되어버린 미카.

그녀는 오늘만을 위해 죽지 못하고 살아있었다.

슈엔은 입을 가득 채우던 신발이 빠져나갔음에도 자신을 내려다보는 미카의 죽은 눈 앞에서 도무지 입을 열지 못했다.

저 미치도록 소름끼치는, 폭죽가지고 하는 손짓거리가 언제 어디에 휘둘러져 화약을 가득 담은 흉흉한 막대기를 꽂을지 모르니.

하지만 슈엔의 불안과 달리,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머스탱의 죽음이 알려지고, 테트라의 모든 니케는 전부 널 죽이려 달려들었어. 연예계에서 자신이 니케임을 숨기고 활동하던 니케들까지 전부."

"고철 년들답네!"

"...태반이 죽었고, 테트라라는 기업 자체가 유명무실해졌지. 아, 기업 이름이 그렇다는거야. 머스탱은 지금 테트라 그 자체이자 방주 최고의 위인이거든."

"....."

"중앙정부? 군부? 네가 높으신 분들 쥐약을 위아래 골고루 넘치도록 처먹여놔서 숙청만 근 한 달을 해야했어."

"....!"

"남은 게 뭐 있어? 엘리시온이지. 지금은 엘리시온, 중앙 정부, 군부의 삼두정이나 마찬가지야. 아, 네가 궁금한 건 따로 있겠구나?"


보라색 눈동자는 지휘관의 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빠르게 흔들렸다.


"몇 세대 정도 지나면 미실리스라는 기업은 완전히 사라질거야. 남아있던 미실리스제 니케는 네가 모두 갈아넣은 탓에 저기 있는 메티스가 전부인데다, 인식 말살 정책이 시행 중이니까."

"뭐....?"

"슈엔. 사상 최악의 학살자. 랩처와 붙어먹은 인류의 배신자. 세살배기 애도 알만한 얄팍한 수를 쓰다가 막다른 길에 몰려 자폭한 희대의 머저리년."

"거짓말..."

"그게 네 평가야. 그런데, 자. 저기 봐."


지휘관이 슈엔의 턱을 움켜쥐고 메티스 방향으로 비틀자, 힘없이 따라왔다.


"저 머리들은 유일하게 남은 인간 슈엔의 빛나는 과거이자 되돌릴 수 없는 니케화 전의 흔적이야. 아직 뇌세척도 안 해놨다?"


자아. 네가 날 웃기려면 뭘 해야 할 것 같아?

지휘관의 목소리가 교수대의 밧줄처럼 슈엔을 졸라오고 있었다.

앙상하게 남은 모래 언덕이 밧줄에 잡혀 깃발까지 통째로 빼앗겨버리는 순간이었다.


"구두를.. 구두를...... 으득! 핥게 해주세, 요."

"나 말고."


지휘관은 손을 들어 유니를 가리켰다.


"이쪽이야."

"히히. 유니는, 지휘관님이 너무 좋아."

".....!"


혀를 빼물던 슈엔은 고개를 숙이다 말고 멈칫했다.

저 고철의 신발을 핥아야 한다고?

내가?


"실험체들. 가져가도 좋아."


슈엔이 멈칫한 순간, 지휘관의 허락이 떨어졌다.


"이, 이봐 베이비! 난......"


고개를 돌리자 맥스웰의 머리가 사라지고 없었다.

한 손에 주사기를 든, 온갖 임상 실험의 대상이 되었던 니케들의 틈바구니 사이로 언뜻 맥스웰의 눈동자가 보인듯 싶었다.

슈엔은 비명을 내지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최대한 빠르게 유니의 신발을 핥아야 했으니까.


"유니는, 거기 말고 여기."


유니의 발이 움직인 탓에 신발 앞코를 핥던 슈엔의 새빨간 혀가 흙먼지 뭍은 신발 밑면에 문질러졌다.

거기에.


"으그읏!!!?!"


갈고닦은 숙련자의 발솜씨로 신발에 비하면 상당히 작은 크기의 혀 끝만을 즈려밟았다. 아까만 해도 빨갛고 촉촉하던 혀는 길게 잡아당겨져 흙먼지에 범벅이 되어 더러워져 있었다.


"아!! 아!!!!!!"

"아아... 슈엔이 혀를 빼면 유니는, 너무 슬플 것 같아. 드레이크, 밟아서 뭉개버릴 정도로."

"...! .....그으으....!!"


어떻게든 자신의 혀를 신발 밑에서 빼내려던 슈엔은 움직임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유니의 활활 타는 듯한 눈동자가 드레이크 쪽을 보고 있었으므로.


"...."


드레이크는 무표정한 그대로였다.

울지도 찡그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평소의 헛소리도 하지 않는다.

그저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 없이 지휘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드레이크."

"지휘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말 없이 지휘관만을 응시하다 마침내 부름을 받은 드레이크는 입을 열었다.


"....할머니는, 잘 있나?"

"...."


지휘관은 드레이크가 안부를 물은 '할머니'에 대해 생각했다.

아들을 잃고, 침울해하던 할머니를 위해 매주 그 할머니가 운영하는 분식집에 들리던 그녀다. 궁금해 할만 하지.


"1차 공세에서 무차별 발포한 미사일에 분식집이 직격당했다. 시체조차 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지."

"하, 거짓말이군."


드레이크는 비웃음을 지으며 단정했다.


"그 분식집은, 내가 끝까지 지켰다. 연행되어오는 와중에도 건물이 멀쩡한걸 봤고... 그런, 데."


말끝이 떨리기 시작한다.


"아까운 계란을 맞는 와중에도, 빌런을 위한 야유를 만끽하는 중에도 할머니는 없었다."

"..."

"그렇군, 알았다. 그래... 이몸은 분명 빌런이었지. 아주 흉악한. 할머니는.. 그런 빌런을 아끼던, 화풀이 하기 좋은 표적이었을 테고."


순식간에 추론을 끝내고 튀어나오는 답. 이제는 현기마저 엿보이는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한없이 고요했다.


"드레이크."

"이해한다. 막을 수 없었겠지. 지휘관은 히어로가 아니니까."

"뭘 말하고 싶은 거야?"


맥스웰, 라플라스와 정반대로, 드레이크의 근처에는 니케들이 증오어린 손길이 없었다. 그게 실수였다.


"하하하하하! 당연한 거 아닌가. 자살할거다. 슈엔! 휘둘리지 마라. 빌런으로서 죽겠다! ..님...말..."

"뭐... 막아!!"


비정상적일 정도로 밝게 빛나기 시작한 안광에 기겁한 지휘관이 지시를 내렸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희미한 단말마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머리만 남았어도 어마무시하게 뿜어져나오던 그녀의 존재감은 몇 초 만에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공허해졌다.

그 모든 것들을 혀를 짓밟힌채 지켜봐야했던 슈엔은 조용히 몸을 떨었다.

그녀가 딛은 바닥에는, 더운 김을 내는 액체가 고여 있었다.

유니는 점점 커져가는 물웅덩이를 바라보며 새빨갛게 미소지었다.


.....



"유니는, 이 머리 버리고 지휘관님 따라갈게!"

"천천히 와."


지휘관과 니케들은 텅 비어버린 드레이크의 머리만을 버려둔 채, 네 발로 기어가는 슈엔을 희롱하고 조롱하며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일행이 모두 떠나간 이후,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던 유니가 드레이크의 머리를 내려다보다 입을 열었다.


"드레이크, 이제 일어나."

"나는 자살했다! 그래서 못 일어난다!"

"그럼 버려야겠네."

"사실 아니다!"

"연기, 잘 하네?"

"빌런의 기본 소양이다!"

"그래도, 복수는 할 거지?"


순간, 밝게 빛나던 붉은 눈이 시꺼멓게 죽는다.


"물론이다."


새빨간 두 쌍의 눈동자는 같은 색의 복수를 그리고 있었다.


"유니의, 주인이신 슈엔 님을 욕보인 이들에게 새빨간 복수를."

"복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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