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실에서 업무를 보던 중, 휴대폰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슈엔으로부터 블라가 와 있었다.


[야.]

[야야.]

[이게, 씹냐?]

-무슨 일이지?

[그건 네가 알 거 없고, 이리로 와.]

-일이 남아있어서 못 가.

[아 보수 챙겨줄테니까 오기나 하라고! 어차피 니가 하는 일이라고 해봐야 장부 구멍 메꾸기 밖에 더 돼?]

-선제시.

[허? 정장 고철이랑 놀아나더니 이상한 걸 배워왔네. 뭐, 좋아.]


구체적인 금액이 날아왔다.

어디서 끌어와야하나 골머리를 썩던 적자를 메우고도 남을 정도의 금액.

당장 슈엔을 만나러 가야겠다.

....

미실리스 본사.


"왜 이렇게 늦어!?"

"빨리 온 거야."

"웃기고 있네. 됐고, 아이디어 좀 내봐."

"무슨 아이디어?"

"멍청하기는. 내가 누구야? 미실리스의 CEO 슈엔이잖아. 그럼 내보라는 아이디어는 뭐겠어?"

A"미실리스를 위한 발명품?"
B"폭락하는 주가를 붙잡을 방법?"

a"그렇지~! 자, 내놔봐. 뭐 없어?"
b"야.. 폭락 아니거든!? ...그래도 뭐, 틀리진 않았어."

"정확히 뭘 원하는거야?"

"꼴에 지휘관이시니까, 군부의 높~으신 분들이 껌뻑 죽어서 그 아줌마를 내버리고 미실리스에 목매게 할 수 있는 그런거~ 생각해내보라고."

"....."

"없어? 그럼 방주 시민들이 미실리스를 다시 보게 할 만한 것도 좋아."

"없는데."


-우우웅!


때마침 슈엔의 휴대폰이 울렸다.


"어? 뭐?! 야이....! 관리 똑바로 안 해?!! 일을 어떤 식으로 했길래 이따위 일이 벌어져?! 머리에 구멍나기 싫으면 당장 수습해. 목격자 입부터 막으라고!!!"


전화를 끊은 슈엔은 휴대폰을 두들겨 무언가를 찾아보는가 싶더니, 이내 안색이 파래졌다.


"무슨 일이야?"

"...떨어졌어."

"뭐가...?"

"주가가악..!! 기어코 바닥을 찍었다고!! 굴욕이야... 미실리스가, 내 미실리스가 하한가라니!!!"

"....난 일이 있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사람이라기보단 짐승에 가까운 속도로 몸을 일으킨 슈엔이 뛰쳐와 양 손을 뻗어 어깨를 내리눌렀다.

어찌나 절박한지 앞으로 내민 얼굴은 이제 하얗게 질려있었다.


"협조해."

"놔."

"그래? 놔줄게. 야, 리안. 잠궈."

"넵. 알겠습니다. 좋은 시간들 되시길."


-끼이익, 달칵. 띠리릭~


문이 닫히고, 벨소리와 함께 퇴로가 사라졌다.


"무슨 짓이야?"

"못 나가."

"애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래, 애새끼라도 된 기분이야. 아무것도 되는 게 없다고... 소리지르고 짜증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겠어!"

"뭐...?"

"야, 그 돈. 달라는대로 줄게. 그러니까, 뭣 좀 내놔봐. 아니면 뭐라도 내 머리에 넣어봐. 생각나는게 없어서 머리가 텅 빈 것 같다고!!"

"..."

"내가 이렇게까지 매달려주잖아. 뭐라도, 뭐라도 좋아. 너 말고는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없어. 응? 좀 도와줘보라고."


이건, 기회였다.

그 슈엔을 털어먹을 기회.


"그러니까, 슬럼프라는거지?"

"....그래, 뭐. 비슷해."

"나한테 방법이 있어."

"?! ...그래~ 속아줄테니까 뭔지나 말해봐."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뭐?"

"내가 널 도우려면, 일단 네 과거를 알아야 해."

 "...좋아. 대신, 이 보안유지서약서에 사인해."


내용을 흝어보고 사인하자, 그제서야 슈엔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