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각했을 때 그냥 창작물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여러가지 이유로 18딱 붙임.

18딱 안 붙였을 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난 책임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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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무아원경(無我遠景) : 세상은 넓고, "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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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나의 주인님."

"아아... 나의 신."

"나의 모든 것."
 

 

나는 눈 앞에 있는 '주인님' 의 임종을 지켜보며 말을 한다.

 

나 역시 인간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내 신체의 부족함을 스스로 느끼고


 내가 인간이었을 때 가능한 모든 기술을 내 몸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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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었을 때의 나는 물질적 풍요는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인간이었을 때의 나는 정신적 풍요는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이었을 때의 나는 신체적 풍요를 달성하지 못했다.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에…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시각적으로 보이는 세계를 감당하기에 내 몸은 버틸 수 없었다.

청각적으로 보이는 세계를 감당하기에 내 몸은 버틸 수 없었다.

후각적으로 보이는 세계를 감당하기에 내 몸은 버틸 수 없었다.

미각적으로 보이는 세계를 감당하기에 내 몸은 버틸 수 없었다.

촉각적으로 보이는 세계를 감당하기에 내 몸은 버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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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당하기에 내 몸은 버틸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내 몸을 전부 고쳐냈다.

 

그 목표를 달성해준 사람이 바로 나의 ‘주인님’이었다.

‘주인님’은 나의 몸을 창조해주셨다.

 

‘주인님’께서 나에게 하사해준 몸은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감당할 수 있는 몸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님’께서 나에게 ‘하사하신’ 눈은 정상이다.

평상시에는 눈을 감을 수 있고, 눈을 뜨면 내가 원하는 대로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당시 최고의 기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눈을 뜨고 ‘역할’을 계속 수행하면

 

온 몸에서 열이 나고, 눈이 타들어간다.

 

“이게 최선이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인간이었을 때의 나였다면

눈 속 까지 타들어가는 고통을 못 버틴 나머지 죽음을 택했을 것이다.

 

내 몸을 만들어 주신 주인님을 위해 절대적인 충성의 의미로

 

나는 봉사복(메이드복)을 입었다.

 

흑(black, 음)과 백(white, 양) 이외의 색깔은 나에게 무의미하다.

 

나는 ‘주인님’의 곁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발명품 따위를 쓰지 않는다.

 

대신 나 자신의 골격을 깎아내어 ‘주인님’을 지켜낸다.

 

그렇게 ‘주인님’의 곁에서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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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인님’ 역시 인간에 불과했다.

 

그는 결국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맞이하게 되었다.

 

 

 

 

 

"아아... 나의 주인님."

"아아... 나의 신."

"나의 모든 것."

 



나의 ‘주인님’의 고귀하신 생명을 감히 누가 뺏으려고 하는가?

 

망자(忘者)? 사자(死者)?

 

나의 주인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하찮은 ‘짐승’ 따위가…

 

 

 

“!”

 

차라리 내가 ‘주인님’을 거둔다면?

 

내가 ‘주인님’의 신체적 한계를 인정하고

‘주인님’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찮은 망자, 사자 따위에 나의 ‘주인님’이 뺏길 바에야…

당신이 만들어 주신 ‘피조물’,

제가 감히 당신의 모든 것을 짊어지겠나이다…

 

 

 

제가 감히 ‘주인님’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책임지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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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후미촉

 

‘주인님’의 시각적 정보가 나에게 들어온다.

‘주인님’의 청각적 정보가 나에게 들어온다.

‘주인님’의 후각적 정보가 나에게 들어온다.

‘주인님’의 미각적 정보가 나에게 들어온다.

‘주인님’의 촉각적 정보가 나에게 들어온다.

 

‘주인님’의 모든 것이 나에게 들어온다.

 

 

‘주인님’의 모든 것에 나에게 들어오는 동안

나 자신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 감정은 사랑이다. 내가 인간이었을 때 가졌던 뜨거운 그 감각.

 

‘주인님’의 모든 것이 나에게 들어왔으니

이제 이 세상에 ‘주인님’은 존재하지 않는다.

 

 

침대 위에 누워있었던 ‘것’을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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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기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몸에서 열이 난다.

 

이 ‘감정’을 식히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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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소란이 있었지만,

 

충분한 휴식을 쉬고 난 다음,

 

나의 다음 ‘주인님’을 맞이하겠나이다.

 

“아아, 나의 주인님! 나의 신! 나의 모든 것!”

달아오르려고 한다. 몸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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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길게 한 숨을 내쉰다.

 

 

 

진정하고…

이 고양되는 감정을…

억누르자.

 

푹 쉬었다, 진정하면 일어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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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과 함께하는 이 과정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면…

 

배제하겠나이다.

 


---- ...?


 

 

“아, 잠시만.”

 

몸을 일으켜 세워 내 몸을 정리한다.

 

잠시 소란이 있었는데,

 

흑과 백 이외의 정보는 나에게 불필요하다.

 

내 몸에 묻은 이질적인 색을 배제한다.

 

 

몸을 깔끔하게 정돈하고

안정을 취할 모든 준비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수면(永眠)에 들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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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원경(無我遠景) - Prologue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