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풀의 절반 이상이 양산형로 뒤덮여 병신처럼 길로틴을 쓴 나는


뉴비 때 채널에서 유기되 악으로 깡으로 자랐다.


모더때문에 살면서 한 번도  파투력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고,


할배가 되서도 나를 반기는 곳은 운없찐이 이끄는 분탕판뿐이었다.


결국, 꼬움수치가 쌓이고 꼬접이 마려워지는 신세가 되었다.


접는게 낫겠다는 심정으로 설정에 들어가서 계정삭제 버튼을 보고 있었다.


그때, 그곳에서 형태를 만났다.


무고밴을 때리다 날 발견한 형태는 탐욕스런 눈빛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러더니 캐시상점으로 나를 데려가 패키지 상품들을 소개해 주었다.


구경을 마친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구경하고 나서 이런 말 하긴 좀 뭣하지만, 돈욕심 때문이더라도 사람을 캐시상점에 데리고 가는건 나쁘다 생각해요."


"별로 나쁠 것도 없어요. 캐시상점엔 혜자상품들 뿐이고."

"단지 오랜만에 유저의 등골을 빼먹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날 이후로 몇 차례 캐시상점에 들락날락 거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는 패키지의 효율 순서에 대해 알게됐다.


수년전 김형태는 데차를 말아먹고, 남은 유저들을 뽑아 먹고있었다.


그런데 얼마 안되는 유저들 마저 머리가 봉합되어 빠져나갔다.


곧바로 빠져나간 유저들은 다른 게임으로 향했고,

형태는 분노와 회한으로 가득찬 삶을 살고 있었다.


내 처지까지 알게된 형태는 내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데차를 빠져나간 사람들이 나중에 니케로 돌아오면 그들의 머리를 깨트려 주세요"

"약속만 해주면 모더니아를 뽑게 해줄게요."

"내 손으로 깨고 싶지만, 이미 유저들은 내가 머리 깨는 방식을 알고 있어요"

"난 그들이 돌아와도 머리를 깨지 못할거에요. 부디 나 대신 그들의 머리를 깨주세요."


형태가 제안한 모더니아는 내 좆같던 니케 생활을 바꾸고도 남을 캐릭이였지만,

나를 위해 다른 사람의 머리를 깰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형태는 수많은 유저들 중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더라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었다.


결국, 나는 형태에게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형태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했고, 약속대로 모더니아를 주었다.


그 이후 형태와는 연락이 끊어졌다.


나는 형태가 준 모더니아로 스쿼드를 다시 짜고, 하드를 밀어 금테를 얻어 새 사람이 되었다.

이후 몇 달동안 난 썩 괜찮은 라이벌을 만나 루레나 정공짓을 하며 행복하게 지냈고,

한 2등의 라이벌이자 한 서버의 촌장이 되었다.


그렇게 모없찐의 흔적을 모두 지운 후 새 사람이 되어 살아가던 어느 날,

내 앞으로 시프트업의 주소가 적힌 메일이 하나 날라왔다.


"그들이 니케에 찍먹 하러 왔습니다"


형태가 보낸 메일이였다.

메일을 본 순간 심장박동 소리가 요란해지고,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말도 안돼... 멍청한 형태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리가 없었다."


게다가 겨우 완성된 평범하고 행복한 챈럼의 생활을 절대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 복잡한 마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일주일이 정도가 흐르자,

또 다시 메일이 도착했다.


메일에는 전 데차유저의 아카챈 닉네임과 uid가 적혀있었다.

봉투 안엔 몇가지 사진도 들어있었다.


첫번째 사진은 데차에 돈을 때려박고 리세계를 사서 시작하는 유저의 사진이었다.

또 다른 한장은 막 13지에서 텐트를 치고 있는 유저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장은...


루레나에 새벽 4시 50분에 깨어나 있는 정공 2등놈의 사진이었다.

그때, 2달 전 형태와 약속하던 날 형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약속을 지켜요.  만약 약속을 깬다면... 언젠가 당신은 경쟁의 의미를 잃게 될거에요.."


그리고 얼마 후 도착한 세번째 편지엔, 2등놈의 폐사소식이 적혀있었다.







                                                                                                                                                                                                              소설 돌이킬수 없는 약속.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