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유머 채널

  우선 저는 유머 채널의 한 이용자로써 그 운영의 방향 등과는 관계없이 유머 채널을 위하여 항상 봉사하시는 운영자님께 존경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말씀드리며,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운영자님 개인에 대한 비판도 아니고, 유머 채널 그 자체에 대한 불만 또한 아니며, 단지 제 짧은 식견이나마 한 마디 목소리를 내고 싶었기 때문임을 알아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기를, 인간은 본래 정치적 동물이라 하였습니다. 당시와 지금의 사회 사이에는 수천년에 달하는 시대의 간극이 존재하고, 동양과 서양이라는 공간의 차이가 존재하며, 사회를 살아가는 개개인이 배우고 익히는 지식, 상식, 가치관 면에서도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살아가는 사회라는 개념 하에서 개인 간에 충돌이 생긴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며, 이런 충돌을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한 행위를 정치라 부른다면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짧은 문장은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발을 디디며 살아가는 인류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정치의 정의가 위와 같다면 사람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가 점차 발전하여 고도화할수록 이 정치라는 것에 휘둘려 오히려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고 혐오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입니다. 멀리는 프랑스 제3공화국 당시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던 드레퓌스 사건부터, 가까이는 대한민국의 한 가정 안에서까지 수많은 사례들이 증거하듯이, 정치는 서로 친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미워하게 하고 멀리 떨어트리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유머,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에 따른다면 남을 웃기는 말이나 행동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짤막한 단어는 제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유머 채널이라는 이 채널의 이름임과 동시에 그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두 글자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고 웃고 즐길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유머 채널에 어울리는 게시글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그렇다면 유머 채널을 이용하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입꼬리를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는 것을 찾아 인터넷을 헤매이다 이곳에 들어온다고 보아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서 이야기하였듯이 정치는 사람을 화나게 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이지만, 저는 그 반대로 사람을 웃길 수도 있는 가장 훌륭한 요소 중의 하나에 포함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두 가지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깊이 생각해본다면 저는 정치에 이입해서 게시글을 올리거나 혹은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거나, 혹은 정치라는 행위 그 자체에, 그리고 그 행위에 깊이 빠져들어 몰두하는 사람들의 집단 그 자체에 비웃음을 던지느냐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에서 비웃음당하고 냉소받고 비판받고 찬양받는 세계의 정치인 중에서 그 인지도나 중요성 면에서 높다고 말할 수 있는 인물에 러시아 연방의 제2대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포함된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는 분명한 독재자이며, 수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탄압하였고, 그와 동시에 옐친 대통령의 실책으로 파국을 향해 치닫던 러시아를 되살린 유능한 정치가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지할 것이고, 그에 뒤지지 않는 수의 사람들이 그를 미워할 것입니다. 그러나 국내의 인터넷에서 그런 것은 별로 고려되지 않습니다. 왕관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 홍차를 마시고 죽어간 그의 비판자들, 심지어는 그의 손가락을 이리저리 구부려서 유쾌한 사진을 만들고는 그런 것들을 바라보며 깔깔거리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태도를 국내의 정치인들에게도 가지는 것이, 지금의 우리에게는 정녕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쓰다보니 피곤해요. 이제 그만 잘래요. 정떡 안 굴릴테니까 노짱콘 풀어주세요 완장님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