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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팅하다가 SCP 연성한 골자가 마음에 들어서 조금 다듬어 봤음

연성은 오랜만이고 장소챈도 처음이라 부족한 부분 댓글로 적어주면 확인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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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재단 ■■■■ 청사의 센트럴 홀 중앙, 수 갈래의 스팟라이트가 광활한 강단 위를 집중적으로 비춘다.


신임 국장 ■■■■■ 의 취임식이 진행 중이었다.


국장의 표식을 지급 받고 흰 국화 다발을 한아름 떠안은 그의 눈빛에는 이채가 돌았다.


정갈하면서도 경쾌한 박수 갈채로 호응하는 청중 한가운데, 채 다림질되지 않은 가운을 걸친 ■■■ 박사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박사가 고개를 짓궂게 주억거릴 때마다 그의 무테 안경은 강단을 비추던 조명 빛을 어렴풋이 반사하며 반짝거렸다.


조문객과 함께 오가는 꽃을 취임 기념이랍시고 잔뜩 선물하는 고약한 장난이라니.


이 또한 그의 짓이었다.


" ⋯ 그럼 지금부터 ⋯ "


박사에게 눈길을 주다 국화 꽃망울을 내려다보는 사이, 사회자가 취임사의 시작을 알리는 간단한 진행을 마치고 뒤로 물러났다.






홀은 고요했다.


이 순간, 이 곳에 모인 인원 모두가 전도유망한 인류의 인재들이었다.


그저 인류 사회에 나서지 않았을 뿐.


이들 전원이 인류, 그 자체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자들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 은 왠지 모를 경외감과 살갗이 저려오는 감각마저 느꼈다.


재단의 모든 이들과 한 번씩 눈을 맞춘 뒤, 그는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


지구 상 인류가 세계의 무대 위에서 약동한 시간은 근 4천 년에 불과하나,



현생 인류의 존속 기간은 도합 25만 년입니다





지난 250,000년 간 우리는 무엇을 했습니까?





헤아릴 수조차 없는 영겁의 세월 동안



우리는 그저 동굴 속에 옹송그리어 자그마한 모닥불에 둘러앉고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부터의 공포에 떨며 몸서리 칠 뿐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태양은 어째서 떠오르는가?” 와 같은



단순한 자연이치의 탐구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의 두상이 달린, 거대한 식인새



살아 움직이는 기괴한 거석



밤낮으로 비명을 질러대는 오크나무 따위의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었지요





우리는 기도했습니다



그러한 것들을 ‘ 신 ’이나 ‘ 악마 ’라 칭하고는



인류를 긍휼히 여겨 주십사 빌었고



구원을 바라며 신실히 묵상했습니다





이윽고 문명이 태동했으며



그들은 쇠하였고



우리는 불어났습니다





인류는 자연에 대한 이해와 통찰에 깊이를 더하기 시작했고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것들은 서서히 사라져만 갔습니다 허나,

 


우리의 잣대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 그 모두가 영영 소멸하지는 않았습니다



마치 온 세계가 불합리와 부조리를 요구하는 것처럼⋯


"




■■■■■ 은 잠시 침묵했다.


단정한 제복에, 눈을 감고, 순백색 국화를 든 그 모습은 자못 경건하기까지 했다.


몇몇이 고개를 떨구었다.


몇몇은 고양감에 휩싸였다.


재단 구성원은 그 계기가 비극적인 이들도 차고 넘칠 정도였다.


센트럴 홀의 자동 배기 밸브에서 환풍음만이 고요히 울려 퍼졌다.





"


하지만 인류는 더 이상 달아날 수 없습니다


"





국장은 결의와 함께 눈을 떴다.


손에 들린 국화 다발을 단상에 내려놓고 청중을 응시했다.





"


두려움에 떨며 그늘 속을 전전하던, 암흑의 시대로 회귀해서도 안 됩니다



그 어떠한 것도 우리를 굽어 살피지 않기에



우리, 인류는 스스로 떨쳐 일어서 버티어야 합니다






어느 누군가 인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삶을 영위할 때



우리는 맞서고, 격리하여, 감춤으로써 세간의 시선이 닿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온당한 이치의 세계에서 눈 감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확보하십시오



이에 필요로 하는 모든 첨단 장비와 물적 자원은 재단에서 지원하겠습니다




또 격리하십시오



우리의 동포들이 이룩한 세상에 불요하고, 무질서를 야기하는 규격 외의 것들을 영구히 배제해야만 합니다




더 나아가 보호하십시오



일련의 과정이 지속 가능하여 우리가 오래도록 찬연히 빛날 수 있게끔


"





어느샌가 박사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런 낯간지러운 일련의 것들을 곧잘 싫어라 했다.


아마도 취임사의 시작과 함께 자리를 비웠으리라.


하지만 귀 기울여 듣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 재단은, 인류에 헌신하는 당신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