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책 속으로 빨려들어갔는데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의 최애캐로 빙의되어 있었다고?"
"네. 청사랑 작가님의 '철가면 여왕의 기사' 작품의 나오는 여왕에 빙의된 상태였죠. 그런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거 있죠?"
"그래? 혹시 한 번 말해줄 수 있나?"
"네. 술도 안 마셨는데 기분이 몽롱해지고, 벽난로가 꺼진 지 반나절이나 지났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따뜻했어요. 분명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는데."
"그래서 책 밖으로 나오려고 했니?"
"맞아요. 뭔가 불길한 느낌도 들었어요. 그런데 책 밖으로 나오려고 하니까 카멜레온의 혀처럼 길면서도 두꺼운 혀가 나타나 절 붙잡으려고 하더라고요."
"그거 잘 말했다. 사실 네가 빨려 들어갔던 책이 살아있는 생명체란다."
"네? 살아있는 생명체라고요?"
"그래. 사람 잡아먹는 책인데 먹잇감이 자기를 펼치면 곧바로 자기 뱃속으로 끌고 간단다. 지금 네가 책 속에서 겪었던 일들은 전부 괴물 뱃속에서 일어난 일이지."
"어우, 썅. 하마터면 그대로 잡아먹힐 뻔했네요. 그런데 대체 어떻게 책 속에 빙의되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걸까요?"
"아무래도 소화액에 환각 성분이 섞여있었던 게 크지 않을까 싶지만... 아직 좀 더 조사가 필요해. 일단 집으로 돌아가렴. 필요하면 다시 부를 테니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