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약혼녀, 이사벨이 어딘가 이상하다


그냥 내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처음엔 나도 내가 잘못 생각했다고 생각했다


아니,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었다가 맞는 거 같다.


"이사벨"

"왜 그러시죠?"

"고기를 썰 땐 바깥쪽부터 썰어야지?"

"...아, 미안해요"

"아까 인사할 때도 인사법이 이상했었지. 갑자기 허리를 반으로 꺾었을 때 정말 당혹스러웠다."

"아...그게 워낙 오랜만이라서....알잖아요. 이든. 제가 거의 집에만 있다보니"

"후....그래도 예의범절은 익혀놓도록"

"그럴게요"


그녀의 예의범절은 많이 잘못되어 있었고


"이사벨"

"왜..그러시죠?"

"너...요즘 에반 발트하임 공작이랑 자주 어울린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아, 그거라면 제가 저번 무도회에서 어쩌다보니 연줄이 생겨서요.

헤헤...저희 가문이랑 발트하임 공작이랑 최근에 같이 사업을 시작해서 공적으로 만나는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


에반이라는 남자와 급격히 가까워졌으며


"이사벨 이 자는?"

"이쪽은 제 호위기사인 해리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전 해리라고 합니다."


해리라고 하는 범상치 않은 실력을 가진 기사가 그녀의 호위를 자쳐했다


"음...이사벨? 운동을 싫어하지 않았어?"

"아, 이든! 최근에 운동에 관심이 생겼거든요."

"...뭐? 계단 오르는 것도 귀찮아하던 너가?"

"그...그게...그러니까"

"....."


무엇보다 갑자기 안하던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좋아하는 음식이 바뀌었다던지, 잠꼬대가 심해졌다던지 갑작스레 생긴 변화들이 너무 많았다.


나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약혼녀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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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이 대체 어쩌다가 변한거지?


당장 짐작가는 것은 많았다.


정신 마법을 통한 정신 개조라던지, 사령술을 통한 유령 빙의라던지, 악마에게 몸을 빼앗겼다던지


하지만 일개 남작가의 영애에게 이런 짓을 해서 얻을 수 있는게 뭐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난 우선 해주마법을 이사벨의 머리에 걸어보았지만 실패했다.


내 인맥과 돈을 이용해서 고위 사제를 데려와 이사벨을 검진해봤지만 결과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성수를 사서 몰래 음식과 식수에 넣기도 했지만 별반 달라진 건 없었다.


신성력이 듬뿍 담긴 로자리오를 선물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소용없었다.


내가 해볼 만한 건 다 시도해봤지만 결국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가 이사벨을 고치기 위해 정신 마법, 환영 마법, 연금술, 그리고 흑마법까지


다양한 마법을 연구했지만 실패만을 반복한 1년이였다


결국 쥐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방에서 도사라 불리던 이들을 고용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도사들은 오지 못했다


유목민들이 동방 제국의 대국, 중원 제국을 멸망시켰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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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동쪽의 유목민들이 동방의 나라들을 하나둘 멸망시키기 시작했고 이윽고 중원 제국마저 그들에게 정복당했다.


덕분에 사교회에서도 온통 그 이야기 뿐이였다.


"오, 이든, 그 소문 들었는가?"

이쪽은 내 친구 필립 다이너스다.

"아 최근 실크로드가 막혔다던 거 말인가"

"그거 때문에 요즘 우울하다네. 동방의 도자기를 모으는 것이 내 취미였는데"

"뭐 그냥 운이 좋지 않았다 생각하게나. 그래도 한 10년쯤 지나면 진정될테니 하하!"

"하...망할 것들..."


뭐...동방에서 유목민들이 나라를 만들고 주변국을 침공하는 일은 한 세기에 한번은 있는 일이였으니까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동방과 인접한 지역의 변경백 가문으로서 방비는 단단히 해두어야겠지.


"아 그러고보니 자네 약혼녀가 최근에 에반 공작과의 염문설이 돌고 있는 건 아는가?"

"하...그걸 내가 모를 일이 없지. 하지만 그녀의 가문이 공작과 사업을 하고 있는 거 알지 않는가"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 대화할 필요는 있어 보이네만"

"후....아무래도 그래야 할 거 같군."


나는 업무를 다 마친 채 이사벨의 저택에 찾아갔다.

하녀들과 집사들이 정중하게 나를 맞이해주었다.

물론 이사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사벨은?"

"아가씨께서는 지금 서재에 계십니다."

"서재라..."


역시 최근에 운동에 취미를 붙였다고 하지만 이사벨은 여전히 책을 좋아했다.

나는 그렇게 계단을 올라 3층에 도달했다. 그리고 서재의 문을 열었다.


서재에서 이사벨은 열심히 무언가를 정리하고 있느라 여념이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사벨은 무언가에 열중하면 주변을 살피질 못한다

땀을 피질피질 흘려가면서 정리하는 모습을 보니 순간 실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나는 소음감소 마법을 사용하여 기척을 죽이며 이사벨의 근처까지 도달했다.


어렸을 때 가끔 놀래켜줄려고 했던 장난이였는데


오랜만에 옛 생각도 나고 좋았다.


근데 가까이 도착하니 이사벨의 혼잣말이 어딘가 이상했다.


"이게 대체 왜 기억이 안나는 거지..?"


....?

"아니 보통 빙의 같은 거 하면 소설 내용은 안까먹는게 당연한 거 아니야?"


빙의?

소설?


"하 씨...발....?"


이사벨이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고개를 뒤로 젖혔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다 들었어?"


나는 그 즉시 마법 지팡이를 소환해 이사벨의 머리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