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전체에 힘을 9할까지 숨기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객잔의 점소이는 별 시답잖은 소문이라 생각하고 식탁을 마저 닦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명의 남성이 들어와 점소이를 불렀다.


"이보게 점소이! 여기 만두와 차좀 주시게."


"네!"


점소이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사내가 몸을 숙이며 말했다.


"왜 많은 객잔중 멀리있는 이곳까지 온 겐가?"


"자네 여기 객잔을 와본 적이 없나 보구만."


사내는 그 말에 주변을 둘러봤으나 특별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다를 것은 없어보이네만?"


"저기 음식이 나오는 군. 바로 알 수 있을 걸 세."


점소이가 쟁반에서 만두와 차 세 잔을 내려놓았다.


"맛있게 드십쇼."


사내는 여전히 이 객잔의 다른 점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사내가 별 생각 없이 찻잔을 잡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 객잔 도자기를! 아주 두꺼운 도자기를 사용하는 군!"


사내의 말에 두명이 흐뭇하게 웃었다.


"여기 객잔은 나뭇잔을 쓰는 다른 객잔과 달리 매우 무겁지."


사내가 찻잔을 힘겹게 두 손으로 들어올렸다.


하지만 찻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과거 힘을 3할까지 숨길 때는 이런 찻잔은 문제가 없었지."


그 말을 한 검객이 찻잔을 한 손으로 잡더니 바들바들 떨며 들어올렸다.


"하지만 9할까지 숨기는 지금, 이 찻잔은 한 손으로 들 수 있느냐가 삼류와 이류를 구분해준다네."


검객은 힙겹게 차를 마시고는 보란 듯이 식탁에 찻잔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자네 대단하구만!"


"어떻게 그렇게 힘이!"


세 명의 사내가 찻잔으로 떠들석해진 사이 몇몇 손님이 더 들어왔고,


그들 역시 찻잔으로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객잔이 차력쇼의 현장이 되는 동안 한 여인이 객잔의 문을 열고 들어왔고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 여인을 향했다.


시끄럽던 객잔은 여인이 식탁에 홀로 앉는 것으로 조용해졌고 점소이는 여인에게 소면과 차를 내놓았다.


여인이 두 손으로 차를 마시는 것을 보고 사내가 몸을 숙여 속삭였다.


"저 청아하게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게. 얼마나 아름다운가."


검객은 사내의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자네가 그러니 삼류인걸세. 저 여인이 차를 마시는 것을 보게."


사내는 다시 봐도 그저 예쁘다는 생각만 들었다.


"찻잔을 두 손으로 드는 것 처럼 보이지만 한 손은 찻잔을 받치기만 하고 힘이 안 들어가고 있네."


그 말을 들은 사내는 여인이 세 손가락의 힘으로만 찻잔을 들어올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맙소사 저게 가능한 일인가?"


사내의 말에 검객은 침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저 정도면 일류를 넘어선 게 분명하네. 함부로 다가가지 말게나."


검객의 당부에 사내는 두손으로 찻잔을 들어올려 바들바들 떨며 차를 마셨다.


"오라버니, 잘 먹었습니다."


"그래, 내일도 다시 오거라. 얼굴도 자주 보니 좋구나."


점소이가 여인을 향해 웃으며 식탁을 치워주었다.


그 말에 객잔의 모두가 긴장하며 점소이를 쳐다보았다.


"저 점소이 아까 만두와 찻잔 세 개가 올려진 쟁반을 한 손으로 들고 오지 않았나?"


사내의 말에 검객이 침을 삼켰다.


"절정 그 이상이라고?"


모두가 숨을 죽이며 식사를 할 때 점소이는 소문을 떠올렸다.


힘을 9할까지 숨긴다.


자신의 여동생도 무림인이기에 그 말을 지켰다.


하지만 자신은 무림인도 아니었다.


9할까지 숨긴다는 멍청한 발상에 점소이는 속으로 병신들이라며 욕하고 다시 식탁을 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