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소설이란 소설의 탄생부터 언제나 저희와 함께 해온, 인류의 친구와 다름없는 부류라 할 수 있습니다.


저 먼 옛날 공주와 왕자가 사랑에 빠지는 옛이야기, 안개가 깔린 도시에서 의사 친구와 함께 진실을 밝히는 탐정의 이야기, 마법을 배우는 학교에서 코없는 집착광공에게 시달리는 소년의 이야기까지


어쩌면 다른 그 어떤 문학보다 우리에게 가까운 건 장르소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허나 옛 성현들이 언제나 말씀하시길 글에는 힘이 있는 법, 장르소설은 우리에게 가까운 만큼 저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저희 장르소설 여행사에서는 여행객분들이 안전한 여행을 즐기실 수 있도록 간단한 안내책자를 배부하고 있습니다.


부디 주의깊게 읽으시고 안전한 여행이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후술할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모든 위해는 본 여행사의 책임이 아닌 고객님의 책임임을 미리 명시드립니다.



1. '트럭'을 조심하십시오

저희는 해당 존재를 편의상 가장 많이 나타나는 형태인 '트럭'으로 부르고 있으나 그 존재는 철근, 트랙터, 인간 등 여러 형상을 띌 수 있습니다.


아직 그 기원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만약 해당 존재에 의해 생명활동이 정지되었을 시 피해자의 영혼이 외부차원으로 유출되는 현상이 관측되었습니다.


유출된 영혼이 어떻게 되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 없으니 각별한 주의 부탁드립니다.


1-1. '트럭'은 더이상 관측되지 않아요. 그러니 마음껏 도로에 나가서 뛰노세요!



2. 되도록 커뮤니티 사용을 지양하십시오

장르소설을 여행하실 때 접속되는 커뮤니티는 여러분이 익히 아시는 커뮤니티가 아니며, 그곳에서 활동하는 인물들 역시 그러합니다.


설령 이전에 본 적 있는 커뮤니티나 인물이라도, 그것은 먹이인 척 낚시바늘에 매달려 흔들리고 있는 미끼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낚싯대를 드리운 자들은 여러분이 이해하실 수도 없으며, 이해해서도 안되는 존재들이고 그 미끼를 물어버린 피해자의 귀한율은 0에 한없이 가깝다는 점을 미리 주지시켜 드립니다.


2-1. 최근 피해자들 전원이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관측했어요. 그러니 마음껏 커뮤니티에서 키배를 즐기는 거 어때요?



3. 게임은 금지입니다

정확히는 '업적', '최초', '유일' 등의 타이틀이 붙을 수 있는 모든 행위가 금지됩니다.


이곳을 들여다보고 있는 자들은 그런 타이틀에 아주 관심이 많지만, 불행히도 여행객 여러분의 인권이나 생명에는 그닥 관심이 없습니다.


더욱 불행히도 그들은 여러분께 충분히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3-1. 심심하잖아요? 마음껏 즐기세요! 당신은 그럴 자격 있어요!


4. 어떤 매체이든 창조자와 댓글 등 상호작용을 하지 마십시오

장르소설 내에서 다른 매체를 보고 댓글을 남긴다는 것이 언뜻 넌센스로 느껴질 수 있으나 이는 현재 여행객 실종률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특히 창작자를 비방하는 댓글은 여행객 본인 뿐만 아니라 그 외 불특정다수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엄격히 금지되며


댓글이 특정 글자수(평균 5700자 전후) 이상인 경우 법적 제재가 가해질 수 있음을 명시드립니다.



4-1. 창작자에게 비평은 필수죠! 건전한 비평이 더 나은 작품을 만드는 거니까요. 마음껏 당신의 느낀 점을 댓글이 쏟아내세요.



5. 장기간 특정 활동을 하지 마십시오

취미가 있으시다면 여행하는 동안 잠시 쉬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3번 항목과 마찬가지로 외부 존재들은 그러한 특이성에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


몇 안되는 실종 여행객 중 발견자가 발견당시 평소 자신이 즐겨하고, 장르소설 내에서도 100시간 이상 즐겼던 양궁 화살에 안구, 심장, 간 등을 포함해 온 몸이 꿰뚫린채 생존 상태로 발견된 것을 명심하십시오.



5-1. 3-1 항목과 같아요. 지루하잖아요? 즐기자구요!



6. 스스로를 작가라 칭하는 인물을 피하십시오.

이 장르소설 내에서 작가란 미지의 존재들이 자신을 칭하는 가장 흔한 칭호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장르소설의 주민들은 섣불리 작가를 자칭하지 않으며 직업이 정녕 작가라 하더라도 문학가, 웹소설 작가 등 다른 방식으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설령 작가라 자칭하는 인물을 만났다면 즉시 도망치십시오.


운이 좋다면 그는 정신병자이니 위험하고, 운이 나쁘다면 그 존재들은 여러분을 장난감 이상으로 취급하지 않으니 극히 위험합니다.



7. 본 안내서에 기울임체, 1-1 등 형식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7번 항목은 거짓이에요.




"자, 주의사항은 모두 읽으셨나요? 아, 전에는 말로 설명을 들었는데 왜 지금은 직접 읽어야 하는지 궁금하셨군요.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글에는 힘이 있습니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이 글에 의해 만들어진 만큼 그 힘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죠. 더군다나 그 글이 특정한 형식에 맞추어 완성된 글이라면 더더욱.


그에 비하면 인간은 나약합니다. 애초에 인간 몇천억이 쌓아온 인류 역사의 총아인 글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그렇기에 저 너머의 존재들에게는 저 같은 안내자의 정신을 완전히 부숴서 꼭두각시로 만드는 것보다 그 안내서의 글자 하나를 바꾸는 것이 더 어렵답니다.


그러니 거짓 함정과 요상한 문체의 괴담 형식 안내문이 탄생한거죠.


자, 사담은 여기까지! 이제 슬슬 교대 시간이네요. 여기는 블랙중에 블랙 직장이라 따로 식사시간을 안 챙겨준다고요. 저도 사람이니까 밥은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당신의 안전하고 쾌적한 여행을 기원하며, 지금까지 장르소설 여행사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여행사는 네이버, 카카오, 탑코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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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물=나폴리탄 글 보다 퍼뜩 생각나서 써봄


정작 쓰니까 사담이 더 많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