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건너다, 눈을 떠보니, 새로운 세상이어서, 그녀는 눈물 흘렸다.


*


"엘레나, 이번 생일날에는 무엇을 주면 좋니?"


"아버지, 당연히 제 마법으로 만든 조랑말 인형이 최고지 않겠습니까. 보세요, 소리도 난다고요!"


"켈, 닥쳐라, 내가 구해온 드래곤의 검이야말로 엘레나에게 걸맞는..."


"..진짜...! 다들 조용히 좀 하시라고요!"


내 이름은 엘레나 아퀼레. 아쿠스 제국의 명망깊은 대공가, 아퀼레 대공가의 3녀다.


처음에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 박하늘로 살아가던 나는, 놀랍게도 내가 그토록 원하던, '환생'을 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순탄치 않았다. 처음 환생했을 때의 공작가는 정말 어두웠으니까. 공작위 계승과 혹독한 훈련, 3년인 나는 무시받고 차별받고, 학대받았지만...



짜자자잔! 이제는 그렇지 않다! 나의 매력 덕분에, 오빠, 아빠, 하녀들과 기사들까지 전부 나에게 홀라당 넘어왔다는 말씀. 나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녀로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최근에는, 아카데미에 위장전입한 황태자와, 왠 도적단 대장까지, 훤칠한 남자들이 들이대서 곤란하다. 으아아아. 귀찮지만, 꿈꾸던 로판 속 여주인공이 된거 같아서 너무 좋아!


나는 폴짝 아빠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녀석, 그렇게 좋으냐."


나를 품에 안고 있는 아빠의 이름은 헤루스 아퀼레, 아쿠스 제국 태양의 신의 가호를 받아 제국을 수호하는 가문의 주인. 제국의 적과 남쪽 대륙의 '아카니아 제국'에게는 불같고, 나에게는 천사같은 아빠다.


"아버지! 치사합니다!"


"엘레나, 이쪽으로 오거라...흥."


저기서 질투하고 있는 두 오빠는 각각 아르헬과 이안, 각각 제국 기사단장이자, 마탑주인 능력자이다.


"아르헨, 기사단장의 의무를 해야하지 않겠느냐, 폐하께서 이번에 일을 맡기셨다는데, 이안, 너는 마탑에서 최근 이상한 마력이 남대륙을 감싸는 걸 조사해야 한다면서? 다들 방해하지 말고 저리 가거라,"


아빠가 따끔하게 말하자, 오빠들은 뒤로 물러섰다.


"엘레나야, 너도 이제 2년 뒤면 아카데미에 입학하는데, 그 전부터 국제 정세에 대해 눈을 길러둬야 한단다. 이 아퀼레 가문의 후계자로서, 많은 것들을 접해야 하지..."


아빠가 종이를 펄럭였다.


"이 종이가 뭔지 아느냐? 이 종이는 남대륙과 동대륙에 심어둔 우리 가문의 사람들이 조사한 첩보와 여러 소문들이 적혀있단다. 제국의 안정을 위해 불철주야 일하는 우리 가문의 생명줄이지."


"아빠, 아카니아 제국에 대한 정보도 있나요?"


나는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던 아빠의 사이 끼어들어 질문했다.


아카니아 제국은 악마를 다루고. 사람들을 착취하고 세계를 종말로 몰아넣으려 하는 사악한 제국이다, 로판에 흔히 나오는 주인공들을 방해하는 이들 말이다. 당연히 이 세상에도 그런 제국이 있었고, 나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아카니아에게 납치도 당했었고-황태자가 날 구해주었지만!-

그래서인지 아카니아 제국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게 되는 건 당연한 일 이었다.


"그래, 잠시만 찾아보마...오. 아카니아 제국의 켄버 항구 인근에서 반란 비스무리한 것이 일어났다고 하는구나, 그들은 3일만에 아카니아 제국군을 몰아내고, 결국 공식적인 독립을 인정받았다는데."


"정말요? 아빠, 아카니아가 무너지려는 전조일 수도 있겠어요."


"그렇지. 이건 우리 제국과 가문에 희소식이야. 너를 납치하려 했었던 저놈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생각이 항상 치솟았지."


"아빠, 농담도, 그래서 그 반란군의 이름이나, 목적 같은건 없나요?"


"잠시만...아. 여기 있군, 반란군의 영토로 정보원이 가지는 못해서 그들의 자세한 목적은 알 수 없으나, 그들은 자신을 이렇게 지칭했다고 하는군."


아빠는 잠시 글자를 알아듣지 못한 듯 망설이더니,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해주었다.





"'그로스도이체스 라이히'(Großdeutsches Reich)"



뭔가 너무 멋들어지게 지은 이름같이 들렸다. 촌스러워, 이 세상의 사람들은 너무 허세를 많이 부려, 나는 생각을 멈추고 아빠의 품에서 내려와 디저트를 먹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



아돌프 히틀러는 지켜보고 있었다.


끝났다. 모든 것이 끝났다. 한때 유럽을 지배했던 천년제국을 만드리라 하며 시작한 일정은, 단 천주조차 버티지 못하고 끝이 났다.


그는 총을 든채 벌벌 떨고 있었다. 이제 끝이야. 정말. 그는 생각햇다. 베를린 밖으로는 소련군이 몰려오고 있었다. 저열한 볼세비키 놈들. 빨갱이 놈들. 아니. 아니야. 빨갱이들과 유대인, 프랑스인과 영국인들은 충분히 칭찬받을 자격이 있지...승리했으니까. 내가 진정으로 원망해야 할 대상은, 나 자신의 기대를 무너뜨린 저열한 게르만인들이다. 역겨운 놈들! 모든 면에서 역겨운 놈들이지, 아리아인이니 뭐니 하는 소리는 집어치워. 힘러 그 돼지 녀석은 아직도 그 헛소리를 믿겠지만. 나는 아니야. 왜냐하면 나는 유일한 선지자니까.


-쿵! 쿵!-


그렇지만 이 모든 이들 중에서 칭송받아야 할 대상은 따로 있지. 미국인들. 영국에게서 벗어나 자유주의라는 타락한 사상을 받아들였음에도 빛같이 일어난 이들. 아리아인들이 미국인의 절반만 따라갔어도, 이 아돌프 히틀러라는 위대한 선지자 아래 천년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 테야...


-쿵! 쿵!-


아돌프 히틀러는 총을 내려놓았다. 국민돌격대는 붉은 군대를 막을 수 없어. 그러니, 저 빨갱이들에게 선지자인 내 시체가 더렵히지는 꼴을 볼 바에는 죽는 게 나아. 머리에 총알을 박고, 내 시체를 불태우는 거야...


그는 자신의 아내, 에바 히틀러를 생각했다. 아름다운 아내, 그 너무나도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쾅!-


"초...총통 각하!"


괴벨스가 잠긴 방문을 망치로 억지로 부순 채 달려들었다.


히틀러는 분노하려고 했다. 이게 무엇인가! 지금 내 순결한 죽음을 방해하려는 건가! 하지만 곧 이어, 괴벨스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그의 분노를 차갑게 식게 했다.


"붉은 군대가 사라졌습니다! 감쪽같이 말입니다! 저들의 병사도, 비행기도, 전차도 모조리! 감쪽같이 말입니다!"


"괴벨스...뭐라고 했나!"


"총통 각하. 어서, 밖으로 나오십시오...어서..."


자살하려고 했던 작은 방을 벗어나 괴벨스와 기타 관료, 장군들이 있는 회의실로 향한 그는 관료들과 장군들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붉은 군대가 없어졌고, 고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이.


"보어만, 상황을 보고하게."


"예, 총통 각하. 바로 이십오분 전, 갑자기 베를린 외부 저항부대와의 연락이 끊기고, 베를린으로 들아닥치던 붉은 군대가 갑자기 소멸했습니다. 이외에도 베를린 밖에 존재하던 건물들도 갑자기 귀신이라도 들린 듯 사라지고, 초원과 마을, 고성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부대 상황은 어떤가."


"우선 국민돌격대와 베를린 사수를 위해 집결된 보병 사단 15, ss 사단 6, 중형전차 사단 3와 경전차 사단 2개, 총 26사단은 무사히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기타 베를린 외부에서 격전을 벌이던 사단들과는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해군의 경우 되니츠 제독이 이끄는 4 함대와 연락이 닿았고. 공군의 경우 베를린에 배치되었던 300대의 항공기 전부 정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좋아, 그렇다면...이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을 찾아보세. 5시간 주겠네. 이게 뭔 일인지 조사를 해오라는 말이야. 당장!"


히틀러가 책상을 쾅 치자, 관료들과 장교들은 마치 썰물처럼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히틀러는 홀로 남은 회의실에서 생각에 잠겼다. 신이 자신과 독일 민족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것인가?


*


"우선은 탐색이 먼저요."


리벤트로프가 책상을 가볍게 치며 말했다.


"전방 사단들로부터 일제히 같은 보고가 들어오고 있소. 맑은 하늘, 초원, 그리고 중세시대에나 보일 법한 고성들과 마을, 이 전대미문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시작은 탐색이오. 힘러!"


리벤트로프가 의자에 앉아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힘러에게 소리쳤다.


"SS 사단 일부를 탐색에 내보내면 안전을 도모할 수 있고, 혹시 모를 위협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겠지."


"그 정도야 가능하지 않겠소. 우리의 '다스 라이히' 친위사단을 보내드리죠. 그들은 당신의 머리털도 몰래 밀 수 있을 정도로 교활하고 악독하거든!" 힘러가 깔깔 웃었다.


"힘러! 자만하지 말게!" 리벤트로프가 소리쳤다. "내가 고작 외무장관이고, 자네는 친위대 사령관이라곤 하지만. 이건 엄연한 태도의 문제야!"


"글쎄다! 총통께서 이 힘러를 총애하시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소? 외무장관!" 힘러가 으르렁거렸다.


"힘러! 더 이상 추한 모습 보이지 말게나! 총통의 마음은 그렇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야!"


하지만 힘러는 그를 비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뒤를 이어 다른 관료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벤트로프만이 주먹을 쥐며 부들거릴 뿐이었다.



"끼얏호우 나의 력작, 베를린이 살아남았다!"


그 옆에서는 알-베르트 슈페어가 자신의 역작들이 가득한 베를린이 파괴되지 않은 것에 대해 신나하며 베를린의 설계도와 게르마니아의 설계도를 바라보며 낄낄거리고 있었지만 그 무엇이 중하랴.




**


엔드지크 독일의 로판 세계관 트립

역사가 다르게 흘러가서 룸멜을 포함한 앵간한 장군과 관료들이 멀쩡히 살아 베를린에 있음.

베를린은 섬마냥 제국 옆에 뚝 붙었고, 되니츠의 함대도 같이 해안으로 트립해 옴.


1화는 로판처럼 쓰다가 갑자기 통수치면서 2화부터 히틀러 나오면 5700자 가능?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