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에서 혼자 골렘학을 전공한 건, 전혀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었다.


내가 이렇게 후회하는 이유는, 분명히 이 골렘학 자체가 쓸모가 없다는 걸 깨달아서겠지.


힘 쓰는 일엔 역시 골렘이 최고다, 라는 말이 신참들이나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곤 하지만….

이게 현실처럼 호락호락하면 이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걸 어쩐담….”


애시당초, 골렘은 다른 마법에 인기도 인지도도 밀려서 수업을 듣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


그래도 젊은 교수는 수강생이라도 있어서 기쁜 건지 열심히 가르쳐주기는 하다만….


“무슨 고민있어?”


때때로 교수란 신분을 잊는 모양인지, 그녀는 학생인 나에게 편한 말투로 말을 걸곤 했다.


교수와 친해지면 얻는 이득이 없다. 나는 설렁설렁 입을 열었다.


“골렘은 되게 인기가 없네요. 사람도 저 뿐이고.”

“후회 돼? 날 봐서라도 참아줘.”


교수님은 그렇게 말하며 꺄아아 웃었다.

이를 찌뿌둥하게 바라보니, 교수님이 진지한 표정을 짓곤 날 바라봤다.


“너는 무슨 이유로 골렘을 전공한 건지 들어봐도 될까?”

“이유라….”


나는 곰곰이 그날의 기억을 되짚었다.


어릴 적이었다. 스스로 판단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지한 어린 아이.

부모의 손도 잡지 않고 밤의 숲 속을 걷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면 걷고 있는 게 아니라 혼란스러워 한 걸지도 모른다.


그제야 나는 깨닫는다.


나, 길을 잃었구나.

혼란은 가중화되고, 부모의 얼굴도 보고 싶고, 집도 가고 싶다.

그렇게 울면서 걷던 도중, 짐승 소리가 들렸다. 앞을 보니 새하얀 털을 지닌 늑대가 날 노려봤다.


분명 날 사냥감으로 인식한 것이리라.

야생동물에 대해 무지했던 어릴 적의 나 역시, 자신이 죽음에 직면했다는 걸 알지 못했을 리는 없었다.


도망친다. 울면서 도망친다. 늑대가 이를 쫓지 못 했을 리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를 바로 뒤쫓지는 않는다.


답은 간단하다. 싱거우니까. 재미가 없으니까. 이보다 더 쉬운 사냥감은 없으니까.

천천히 유린하고, 사냥감의 절망을 맛보면서 농락하고 유희를 즐긴다.

조금 과몰입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를 떠올려보면 마냥 아닌 것 같지도 않다.


그렇게 도망쳐봤자, 애는 애다.

나는 당연히 무리들에게 추격 당했고, 막다른 길에 몰렸다.

놈들에게 남은 건 송곳니로 내 목을 물어뜯어 확실하게 숨을 끊는 것 뿐.


그렇게 어린 나이에 죽음을 직감하고, 눈을 감았다.

울었나? 잘 모르겠다. 비명은 질렀던 거 같은데.


그런데 어디선가, 커다란 땅울림과 함게 그것이 나타났다.


“…돌의 갑주를 입은 거대한 존재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골렘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오, 그래서 그 골렘이 늑대들을 물리쳐줬다는 거구나? 그래서, 너는 그런 것들과 더 가까이 하고 싶어서 골렘학을 지원한 거야?”

“네, 하지만…, 골렘은 자율 의식을 가지는 게 불가능하잖아요. 그저 명령한 대로만 따를 뿐…, 그 최선이란 경우도 입력한 명령을 그대로 수행하는 것밖에 없고요.”


그래서 적잖은 실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골렘에 대한 호기심도 점점 희박해지고. 


그때, 교수님이 씨익 웃으면서 옷고리를 풀어 헤쳤다.


“잠깐잠깐잠깐, 교수님?!”

“기다려봐.”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지듯 물러나는 나에게, 교수님이 씨익 웃으면서 셔츠를 풀어제치더니….


가슴팍에서 마나 핵이 비쳤다.


나는 저 구조를 알고 있다.

잘 알 수밖에 없었다.


“골렘의 핵?”


그 소리는 즉, 교수님이 골렘이었다는 소리가 된다.

믿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이 전부 깨지는 것 같았다.


“보라고? 내가 지금까지 네가 가르친 지식은 아직 새발의 피야.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움직이는데다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도 있는 골렘. 어때, 보니까?”

“…추녀라고 생각되는데요.”

“어머, 수치스러워라.”


그렇게 말하며 교수님이 웃으면서 단추를 잠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나는 바보가 아니다.


“교수님.”

“궁금한 게 많겠지만, 하나만 들어줄게.”

“제작자가 누구죠?”

“호오, 역시 그걸 물어볼 줄 알았어.”


내 가슴 속에 식은 무언가가 깊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호기심, 열망, 흥분. 벌겋게 달아오르며, 나는 묘하게 상기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인간과 완전히 똑같은 골렘이다. 어떤 골렘 제작자도 인간과 완전히 닮은 골렘을 만들지는 못했다.


내 질문에 교수님은 뜻밖의 대답을 꺼냈다.


“나야.”

“네?”

“나라고. 이 골렘을 제작한 거. 아, 정확힌 몸체라고 해야하나?”


그렇게 말하며 교수님이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골렘의 활용도를 생각해봤거든. 이렇게 절단 당한 신체에 골렘의 부위를 의식하면, 과연 원래의 신체처럼 기능할까?”


고혹적으로 미소 지으며 나에게 다가온다.


“처음엔 팔이었어. 쉽진 않았지. 그때는 내겐 학생이 없었으니까. 도와줄 사람이 없었거든. 진짜 아팠다? 그거?”


그리곤 나를 똑바로 응시한다. 입꼬리는 여전히 위다.


“그런데 놀랍게 짜잔! 성공했네? 그럼 다리를 해볼까? 어? 또 성공했어. 그렇게 몸 전부를 하나하나 바꿨지.”

“잠깐….”

“여기서 문제. 몸의 모든 신체 부위를 전부다 갈아끼면 그건 정말로 내가 맞는 걸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교수님은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줄기차게 이어갔다.


“그건 나도 몰라. 이렇게 의식은 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골렘인 인간 마법사 하나가 완성되는 거지. 안 그래?”


그렇게 말하며 표정을 싹 바꾸고는.


“그러니까.”


누구보다 냉혹하게.


“이제 인간 행세는 그만하지 그래?”


나를 산산조각 냈다.


#2


소리를 듣고 현장에 도착했을 땐, 그 현장은 말그대로 피투성이였다.


사람들을 지키라며 만들어준 거대한 손아귀가 늑대들을 잡아 터뜨린다.

이윽고 늑대들의 수가 반으로 줄어들자, 앓는 소리와 함께 그들이 물러간다.


허나 외양간을 고쳐봐야 떠나간 소들이 다시 찾아오겠는가.


나는 손을 바라봤다.

피투성이에다가, 흠집이 새겨진 못생기고 투박한 손이었다.


나는 손을 긁었다. 긁어서 긁어서 아예 흔적도 남지 않을 때까지 긁어댔다.


이윽고 몸전체가 떨어져나가, 작아지고 작아져서.


아이의 몸을 취했다.


그날 밤, 아이는 부모를 무사히 찾을 수 있었다.


#3


역겨움에 구토했다. 속안에 내용물을 비워냈다.


방금 그 기억은 뭐지?


“핫하. 존재하지 않은 기억…, 은 아니고. 원래대로 떠올렸나봐?”


교수님이 웃으면서 나를 일으켜 세웠다.


“골렘은 사고할 수 없는 존재가 아냐. 사고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거지. 마법사들이 바보도 아니고, 꼴랑 마법, 그거 하나에 매달리는 놈들인데.”

“그렇다면….”

“모든 골렘은 예외 없이 의도적으로 인간을 공격해. 이유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그렇지. 난 빼고.”


꺄르륵 웃으며 교수님이 말을 잇는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게 본능인 걸까? 난 잘 모르겠단 말이지.”


나는 숨이 턱막히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함께해온 육체에게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 피부가, 뼈가, 혈관이, 근육이, 장기들이 모두.


그러거나 말거나 교수님은 마이페이스대로 행동한다.


“다섯 명.”

“네?”

“이 아카데미에 숨어든 골렘의 수. 다섯 명. 너랑 나를 제외해서.”


다섯 명이 더 있단 말야?

이 아카데미에?


“인간의 몸을 뺏는 골렘. 신체능력도 골렘과 똑같을테고, 마법 술식이 걸려있다면 마법도 쓸 수 있을 거야. 무슨 목적인진 몰라도, 처리해야해.”

“….”

“무슨 목적인진 몰라도, 누가 만든 걸까? 그런 골렘은.”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어 머리를 숙이니, 그녀가 이제는 내 턱을 들어올려 나를 응시한다.


“뭐, 박살나기 싫으면 교수님이랑 같이 동행좀 해야겠어. 동정심으로 살려주는 건 아니고, 해야할 일이 있어서. 사제끼리 데이트한다고 생각해.”


킥킥 웃는 교수는 골렘이었던 나보다 인간적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동안의 보여준 살가운 모습들이 전부 거짓인 것처럼.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건 과연 뭘까.


그것은 죄책감.

그리고 혐오, 또 충동.


…그리고 의문이다.


나는 손을 바라봤다.


깨끗한 손바닥이 오늘따라 유난히 거칠어보였다.


아카데미에서 혼자 골렘학을 전공한 건, 전혀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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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스릴러

광기에 온몸을 골렘으로 바꾼 교수와 육신을 취한 대학원생 골렘.

사고를 지닌 골렘은 인간의 몸을 빼앗고 그 생활을 얻음.

목적 불명, 이유 불명, 아카데미에 골렘이 숨아있단 걸 발견함

그 후 아카데미의 실체가 밝혀지고 어쩌구저쩌구, 주인공이 후피집되고 어쩌구저쩌구

그 뒤 이야긴 생각 안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