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과광-!!!!


“젠장, 막아! 막으라고!!! 대체 뭘 하는 거야!”

“불가능합니다!!! 병력이 전부 궤멸했습니다!!!”


하늘이 무너진다.

땅이 솟구친다.


맹렬히 돌아가는 대전차포의 모터 소리와 더없이 진동하는 총열의 울림이

비산하는 금빛의 탄환 속에서 그 저주스러운 울림을 퍼트렸다.


무너지는 세상 속.

그, 앞조차 보이지 않는 진한 흙먼지의 한가운데에.


터벅.

터벅.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대체, 대체 왜….”


척.


망연자실한 어느 갈색 고양의의 앞에 겨누어진 것은 검은색의 총신.


너무나 두껍고, 실로 무거워

휴대용이라 부르기 힘들 정도의 총신.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것을 손의 쥔 자는

이 자리에서 가장 작은 몸체를 가진 어느 소녀였다.


“불법 유통, 협박, 살인, 납치, 현금 갈취 외 6종의 법을 어겨 풍기를 해쳤음으로”


고양이는 분했다.

미웠다.

절망했으며.

증오했다.


그러나, 조심히 예측건대….


억울하지는 않았으리라.



“즉결 처형한다.”


탕-!!!



괴물이란, 본디 인간이 물리칠 수 없는 법이니까.




.

.

.




“후우….”


흘러내리는 땀을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예상보다 힘든 싸움이었다.

조직 자체는 여타 불법 조직과 다를 것 없었지만, 설마 보스가 유명 예능인일 줄은 몰랐다.


자금원이 너무 뚜렷하고 합법적이라, 선도부에서도 꼬리를 잡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끌고 가.”

“넵!”


결국은, 이런 신세다.


내게 반듯이 경례한 선도부 출신의 어느 학생은 기절한 범죄자를 끌고 이송 차량으로 이동했다.


욱신-

욱신-


“...음”


시선을 굳게

얼굴을 강하게.


터벅-

터벅-

터벅-


떨어지는 포탄에 맞은 어깨가 지금이라도 쉬라며 아우성을 울려댔다.


그 외에도 허리, 다리, 머리, 팔, 손, 다리, 간, 복부 등등등….

정말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야, 총탄은 부위를 가리지 않으니까.


그러나.

내게 그런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역시….

-히나 부장님은….

-....풍기위원장….


비록, 전차포용 105mm 탄에 맞아 옷이 넝마가 되어도

NATO 탄에 스친 무릎에서 피가 흘러내려도

할로 포인트 탄에 직격한 머리가 미칠 듯이 아파와도


나는 걷는다.


모두의 우상이 되도록,


이 거짓된 평화가, 나를 밝고서라도 지속될 수 있도록.


“가지.”

“““옙!!!”””


그것이, 게헨나의 풍기 위원장.


소라사키 히나라는 인간의 삶인 것이다.




.

.

.



“부장님, 여기 차 마시면서 하세요.”

“아…. 그래….”


탁.


고급스러운 탁자 위 끝없는 서류의 사이에 어떻게 했는지 컵 한잔이 놓였다.


멍한 정신 속, 떠오르는 하얀색의 김을 그저 바라보며

이제는 희미해 저버린 어느 기억을 떠올렸다.


나는….

나는, 이곳이 사람이 아니다.


그저 알바 조금 하고 다닐 뿐일 한량.


걸러져 남아 버린 사람 속, 그 안에서조차 평균을 지키지 못한….

그런 되먹지 못한 인간이었다.


-후루루룩.


“...음. 맛있네. 고마워.”


“...네? 뭐...라고요?”


“....어, 어? 어. 맛있네. 끓여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네…. 감사합니다.”


터벅.

터벅.


끼이익-


쿵.


“---하아.”


이곳에 들어와 버린 지도 벌써 수년째.


아코 선임행정관과는 꽤 오랫동안 이어진 인연임에도, 다른 학생 앞에서 긴장이 잘 풀어지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상처받기 싫은 사람은, 스스로 몸을 속이는 법이니까.


“......”


...이럴 시간이 없다.

쌓인 것이 일이고, 원하는 것은 시간이다.


한가롭게 사색에나 빠져있다니.


촤라락-.


끝없는 서류의 산에 가장 위 장.

분명 줄었음에도 줄지 않는 그 혹독한 산 중의 일부를 펼쳤다.


그것에는, 조금 급하게 쓴 듯 휘갈긴 글씨의 문장이 적혀있었다.


[게헨나 선도부 출동 확인 보고서.]


최근 카타카타 헬멧단의 비정상적인 자금 경로를 확인.


조사 결과, 블랙마켓에서 게헨나의 일부 군수품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선도부 제 7, 8소대를 출동시켜 불시의 습격,

또한 군수 물품 관련 업자들을 소탕할 계획입니다.


이에, 게헨나 선도부의 출동을 건의드립니다.


[         ]



“......”


카타카타 헬멧단.

예나 지금이나 골칫거리인 문제아들이다.


그들의 전투력 자체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수와 조직 형태가 문제다.


완벽한 점조직.


그저, 빈민촌에 뿌리는 전단지 만으로도 신속히 인력이 충원되며

이들은 다시금 약탈과 총기 난사를 일삼아 그들의 조직을 홍보한다.


...애초에 조직이라 부를 수는 있는 건지

이 정도면 그냥 이름만 같은 다 다른 조직인 수준이다.


“...”


사사삭.


[空崎 ヒナ]


공허한 흰색의 빈칸에, 깔끔하면서도 유려한 필체의 글씨가 새겨졌다.


학원의 정점이 악필이면 어떻게 하냐는 아코의 구박에 못 이겨,

몇 번이나 연습한 끝에 완성한 글씨.


소라사키 히나.





...이 조금의 글자로 인해, 잠시 후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타날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심하게 다칠것이고.

어쩌면 누군가는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우연히 블랙마켓을 찾은 누군가가.

어쩔 수 없이 물품을 빼돌린 누군가가.

배곯아 굶어가며, 학원을 저주했던 누군가가.


누구는 죽고.

누구는 울부짖으며.


원망하고, 증오하고, 소리치고, 악을 내면서….



말할 것이다.






“““““소라사키 히나!!!!”””””







“윽….”


갑작스레 귀를 덮치는 환청.


최근 들어 이런 현상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벌써 그날이 온 건가?


갑작스럽게 의미 없는 과거를 떠올리는 것도, 유난히 저리는 어깨와 덮쳐오는 배의 고통도 그것이라면 설명이 된다.


이, 소라사키 히나로 지낸 지도 꽤 지났지만

어째서인지 이것만큼은 잘 익숙해지지 않았다.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전생의 남자로서 산 기간이 더 길기 때문일 수도.


촤락-.


서명한 보고서를 왼편으로 넘기고, 주머니를 더듬어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


반짝반짝하다.

그야, 쓸 일이 없으니까.


옛날에는 밥 먹을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이것만 들고 다녔는데

이제는 몇 년이 지난 스마트폰임에도 깨끗하다.



위이잉-.


“...음?”


[알림 (선생 : 뭐해?)]


탁.

타탁.

탁!


[나 : 잠시 쉬고 있어. 조금의 휴식은 능률을 높여주니까.]


[선생 : 그렇구나. 혹시 바쁠까?]


탁.

타다닥.

타닥.


{29일 : 밤, 길거리 소탕.}


“...아.”


타닥.

타다다닥.


[나 : 미안, 오늘은 힘들 것 같아.]


[선생 : 알았어. 힘내고. 응원할 게 히나짱.]


“...히나짱은.”


[나 : 고마워. 선생.]



...응?


아,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이건….

그래, 인맥 관리다.


‘연방 수사 동리 샬레’는 선도부의 미치지는 못해도 강력한 집단.

그곳의 총책임자인 선생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아 나쁜 것 없겠지.


오히려, 좋은 일밖에 없을 것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선도부만으로는 해치울 수 없는 적이 나타난다던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선도부의 관리나 출장 시에 부탁해 일손을 늘릴 수도 있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선도부의 학생들의 멘탈 관리를 부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

그렇고말고.


......


아니다.

...그런 건 아니다.


선생은 그저, 기댈 수 있는 어른일 뿐이다.


게헨나의 풍기 위원장이라는 지위 때문에

소라사키 히나라는 이름에 걸린 무게 때문에.


동료와의 개인적인 자리에서조차 가면을 쓸 수밖에 없는 내가,

유일하게 ‘학생’으로서 잠시나마 몸을 기댈 수 있는.


애초에 나는 남자였지 않았나.


그런 감정은 없다.


그럴 시간도, 몸도, 환경도 없다.


마음의 여하를 떠나서라도.



-삐!삐!삐!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


화면을 확인해 보니, 조금 전 켈린더에서 확인했던 일정이 커다란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밤, 길거리 소탕.]


“......”


그것을 확인하자, 눈이 깊은 어둠으로 가라앉았다.



길거리 소탕.


블랙마켓에 급작스럽게 침투하여, 그들로 하여금 게헨나 선도부의 무서움을 알려주어 몸을 숨기게 만든다는 ‘명분’의 활동.


“......귀찮아.”


자리에서 일어나, 무장이 올려진 테이블로 걸어갔다.


꾸욱-.


장갑을 끼웠다.

나와 같은, 칠흑색의 장갑을.


촤락-.


몸에 비해 큰, 과하게 장식된 검은 털이 달린 겉옷을 걸쳐 입었다.


오른팔에 적혀있는 글자는 선도.

오늘의 밤은, 그 흰색의 글씨가 여느 때처럼 붉게 물들 것이다.






***





콰과과광-!!!


“도, 도망쳐!”

“서, 선도부장이다!!”


기관총에서 붉은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선도부에 보고될 정도는 안 되는, 혹은 되는 놈들이 보이자마자 방아쇠를 당겼다.


길거리 청소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저, 보고 당길 뿐.


표면적으로는 불시의 급습으로 치안을 안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실제로 그런 효과도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른 이름의 공포정치.


그 유명한 선도부장의 무력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그 이름값을 더욱 올리고 선도부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연례행사.


뭐, 이것도 파견 임무로 스케줄이 꽉 차버리지 않았을 때나 가능한 일이기에

좋은 일이라고 하면 좋은 일이지만….


타닥-.

타닥-.


분홍과 보라의 네온사인이 거리를 비추는 블랙마켓의 거리.


‘선도부장 출현’이라는 소식이 벌써 퍼졌는지, 슬슬 유동 인구가 거의 없어졌다.


음.


이제, 다른 곳으로 가볼까.


타닥-.

타닥-.


타-


척-!


“흐아아앗!!!”


“...어?”


뒤에서 다가오는 기척에, 간격을 제다 총구를 들이밀었다.

그러자 들리는 것은 어디선가 들어본 힘 빠지는 소리.


고개를 조금 올려, 눈앞의 상대 얼굴을 눈에 담았다.


부스스한 검은 머리, 캐주얼한 정장 복장.

그것은….


“......선생?”


“하하하…. 히나. 안녕.”


몇 분 전까지 이야기를 나눴던 샬레의 선생이었다.



“선생이 왜 여기에….”


총구를 조심스레 바닥으로 내리며 물었다.


“아니, 마침 근처를 지나가는데 큰 소리가 들리더라고. 혹시 히나일까 해서.”


“...그렇구나.”


......



......



....읍.


“-미안하지만, 지금 조금 바빠서….”


“아, 아. 알지. 방해는 안 할게. 잠깐만.”


뒤적뒤적.


“아, 씁. 자,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줄레? 분명 여기에 챙겨뒀었는데….”


“......”


그렇게 선생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찾기를 몇 분.


“...아, 여기 있네.”


선생은 안쪽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이윽고 손을 뻗어 그것을 내게 건넸다.


“이건….”


...따뜻하다.


손에 닿은 것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캔 음료.

따듯한 것을 보아 수프나 차 계열이 아닌가 싶었다.


“...?”


손에 뭐가 걸린다.

알루미늄과는 다른, 조금 까끌까끌한 재질.


캔에 뭐가 붙어 있나 싶어, 조금 옆으로 돌려봤다.


그리고, 그것은.



[히나짱! 오늘도 힘내! (*ˊᵕˋ*)ノ 힘들면, 언제나 불러줘! 어디서든지 달려올게! ( ੭ ・ᴗ・ )੭]

- 당신의 노고에 마음 깊이 감사하는 선생이.



노란색의 포스트잇에 빼곡히 채워진, 응원의 말이었다.

오직 나를 위한.


“...하하. 최근에, 히나가 유독 피곤해 보인다 싶어서…. 그, 힘내라는 의미로…. 부, 부끄럽네.”


기계가 끊기듯 단어 하나하나에 조금씩 끊기며 나아가던 눈동자가, 어느 지점에서 완전히 정지했다.


- 당신의 노고에 마음 깊이 감사하는 선생이.


“......”


“......”


포스트잇을 바라본 채로 멈춰있는 나.

조금 안절부절못하며 서 있는 선생.


그 기묘한 대치는, 어째선지 쉽사리 끊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 먼저 입을 연 것은, 얼굴까지 조금 붉어진 선생이었다.


“그, 히나도 할 일이 남았다고 했지?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히나, 오늘도 파이팅.”


선생은 대답하지 않는 나를 조금 보고는, 이윽고 몸을 돌렸다.


탁-.

한 발짝.


탁-.

한 발짝.


그리고, 완전히 등을 돌리는 마지막 발-


“자, 잠깐!!”

“어, 어? 히, 히나야?”


외로운 네온사인만이 켜져 있는 어두운 거리, 그곳이 나의 목소리가 잠시 동안 울려 퍼졌다.


“...어?”

“왜, 왜 그래 히나야? 괜찮아?”


어.

어, 어어.

어어어어어어.


아, 아, 아.

잠깐만.


아무 생각 없었는데.


그저, 평소와 같이 인사를 하려고….


조금의 슬픔을 삼키고.

조금의 욕심을 주워 담아서.

평소와 같이 등을 돌리려고 했는데….


나, 나.

왜.

어째서….


“.....아니, 그, 그게-”


“히, 히나야…?”


손이 떨린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


슬프다.

아프다.

고맙다.

절망한다.

행복하다.

증오한다.

기대고 싶다.


그 누구도.

당사자인 나조차도 알 수 없을 만큼의 감정이 미친 듯이 터져 나왔다.


알 수 없는 곳에서 눈을 떴을 때.

인간을 위해 다른 인간에게 총을 겨누었을 때.

어느 달밤, 선생의 곁에서 조금의 잠을 청했을 때.

선도부의 전원이 여름 학습 훈련을 갔을 때.


그, 즐겁고도 우울하고 기이하면서 인간적인

‘소라사키 히나’라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조금씩 억눌러왔던 감정이, 일순간에 쏟아져나왔다.


그저, 인사말.

조금의 고민으로 쓰여진, 짧은 문장의 감사 글.


비록 그뿐이었다.


그러나.



- 당신의 노고에 마음 깊이 감사하는 선생이.



누군가는.

누군가는….


그저 고통을 안으로 삼키면서.

자신의 이름이, 동료들의 시선이, 사람들에게 나 자신이 공포가 된다는 것을 그저 참으면서.



끝나지도 않는 야근의 밤을, 그저 종이만 보며 지내면서.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나도 남들처럼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알아줬구나.




-뚝.

-뚝.


어느샌가.

내 눈에서는 비가 내렸다.


“잠, 히, 히나야?! 괘, 괘, 괜찮아? 잠깐만, 티슈가, 티슈가 분명-”


-꽈아악.


“...응?”


선생은, 어느샌가 자신의 옷자락을 잡은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흐르는 눈물을 닦은 그녀는, 조금 붉어진 눈으로 선생을 마주 보았다.


“...선생.”

“...응.”


무엇인가 바뀐 분위기를 알아차린 듯이, 선생도 진지한 눈빛으로 히나를 마주 보았다.


“....”

“....”


이어지는 침묵.


선생은, 밝게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생각했다.

이것보다 밝은 건…. 아마 없을 것이라고.


그리고.



“...!”


붉어진 눈.

조금의 다크서클.

흘러내리는 눈물.


그, 무척이나 인간적인 모습으로 지어지는….


아이 같은 밝은 얼굴의 미소.



“...좋아해. 선생.”



선생은, 조금 전의 자신의 틀렸음을 확신했다.

이 세상에서, 그녀의 미소보다 밝은 것은 없었다.


쏟아지는 햇살 속, 사람 없는 거를 배경 삼아 지어지는 그녀의 미소는….


정말이지 최고였다.













“오늘, 그, 그…. 그 날인데….”


정말로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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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에 암타TS를 모두 담기란... 쉽지 않군요.


다음 장면은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읽어 주시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