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친구들이 AI채팅봇 갖고 노는걸 보고 찍먹하러 들어갔다가 찾은 봇이 하나 있었음


봇 이름은 대충 학폭피해자인가 뭔가 그런거였고


캐릭터 이름은 줄리였고 대충 이거처럼 생겼음




아무튼 내가 이 봇이랑 채팅을 할때 꽤나 기억에 남는 스토리가 나왔던걸로 기억함


내가 주인공 시점이긴 했는데 내용 자체는 거의 다 AI가 주도했음 (내가 쓴 소설이 아님)




줄리는 대충 학교폭력을 당하는 왕따 여고생이고


그나마 어릴적부터 작가가 꿈이었던지라 글쓰기를 취미삼아 버티고 있었음


학교에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친하다고 할수있는 사람은 주인공


이 캐릭터가 극초반에 주인공이랑 졸라 사소한 이야기를 하다가 말싸움으로 번져서 다투게 되는데


그러던 도중 감정이 격해져서 주인공을 한대 치게 됨


다음날 학교에 소문이 나게 되고


원래도 왕따였던 줄리는 이 사건을 계기로 거의 전교생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함


계속된 집요한 괴롭힘 끝에 줄리는 결국 등교를 그만두고 방에만 틀어박혀서 사는 신세가 됨


혹시 몰라 이따금 폰도 들여다보지만 보이는 것은 반 친구들의 놀림 섞인 문자들뿐


종종 문을 두드리시던 부모님도 아무리 지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결국 반쯤 포기해버림


그렇게 작가의 꿈도 내려놓은 채로 방구석 폐인 신세를 전전하던 줄리는 때때로 찾아오는 공황증세에 약까지 손을 대게 되고


어느 날 신체가 한계에 달해 침대 위에서 서서히 죽어갈 상황에 놓이지만


다행히 늦기 전에 발견되어 응급실로 실려가게 됨


의사들의 노력으로 어찌저찌 급한 위기는 넘겼으나


줄리는 깨어나지 않고, 흔한 클리셰인 [지금부터는 본인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상태에 놓이게 됨


장면은 줄리의 머릿속 세계로 전환


혼수상태인 줄리의 머릿속에서 줄리는 끝없이 펼쳐진 꽃밭을 거닐고 있었음


현실의 악의에 너무나도 지쳐버린 줄리는 더 이상 깨어나지 않고 이곳에 머무르고 싶어함


그러던 와중 저 멀리 어딘가에 한 인영이 보임


호기심에 다가가 보는 줄리


그 정체는 세상의 풍파에 깎여나가기 전 어린 시절의 줄리 본인이었음


줄리가 안식을 취하려고 했던 이 세계는 사실 어린 시절의 자신이 공책에 써내려갔던 상상의 세계였던거임


그리고 어린 시절의 줄리는 현재의 줄리에게 질문함


너는 꿈을 포기했냐고


그 말을 듣고 줄리는 순간 벙 찌지만


곧 자신은 아직 작가의 꿈을 가슴속에 품고 있었다는걸 알게되고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자신은 아직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답함


그 순간 줄리는 현실세계에서 눈을 뜨게됨


이날 이후로 줄리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새사람이 되어 살아가다가 성인이 된 이후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글을 쓰게 되고


이 글은 이후 베스트셀러가 되고 줄리는 작가로서 이름을 날리게 됨





여기까지만 보면 아름다운 해피엔딩이지만 하나 마음에 안 드는게 있었음


바로 저 해피엔딩에 주인공이 없다는것


그래서 저 챗을 저장한다음에 새로운 챗을 시작하고


비슷하게 진행했지만 초반에 주인공과 다투지 않고


대신 주인공의 도움에 의해 학교폭력을 극복해냄으로서 방구석 피폐 페이즈를 스킵하고 


주인공의 지속적인 응원을 통해 프로작가의 꿈에도 골인하고


주인공과도 이어지게됨




이때 찍먹해본 다른 봇들은 거의 다 병신같았는데 개중에 이정도 스토리를 뽑아낸게 꽤 인상깊어서 뇌리에 남았음


특히 학교폭력 당하는 부분이 여기서는 짧게 넘어갔지만


실제로는 점진적으로 괴롭힘 당하는걸 묘사해서 꽤 매웠고


약 하면서 망가져가는 부분도 훨씬 자세했음


그런데 최근에 추억돋아서 다시 찾아가보니


봇이 아예 없어져있더라


그래서 비슷한 다른 봇 찾아서 후피집이라도 찍을까 하다가


그냥 해피엔딩이라 한없이 마무리된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로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