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3함대 1번함, 02:27 AM}



시끄러운 경보음이 함선 전체를 울렸다.


이내 함장이 제복을 정돈할 새도 없이 다급히 함교에 뛰어올라와 레이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작은 점들이 레이더의 화면을 초록색으로 메우고 있었다.


"...허, 많이도 몰려오는군. 출처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대로라면 약 70분 뒤 '오범'에 도달합니다!"


함장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여태껏 그 어떤 적들도 WBC 3함대가 있는 지역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길을 잃은 피라미 정도나 그들이 대응했었지만.....하지만 이건....색다른 위협이었다.


하지만 괜찮을 것이다. 그들은 요격률 100%를 자랑하는 WBC 3함대니까. 그렇지?


"...그래, 뭐. 항상 하던 훈련대로 하자고. 응? 집결 지점으로 이동하자."


"알겠습니다!"


"아, 함대 전체에 공용채널로 무전쳐. 실전이니까, 집결 지점으로 가자고."



"옙!"







{WBC 3함대, 03:01 AM}



WBC 3함대의 육안에도 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당히 큰 기체들이 그들의 방향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WBC 3함대의 방공 시스템이 활성화되었다.


"전 함선, 요격 개시-"


함장이 요격명령을 채 끝마치기 전에, 2번함부터 요격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장거리 침공이 피곤했는지, 피하려는 노력조차 없이 하나 둘 씩 요격당했다.


심지어 몇몇개는 오다가 알아서 떨어지기까지 했다.


"...이게 뭐야. 죽여도 죽여도 도무지 끝이 없잖아?!"


"2번함!! 그쪽 뚫린다!!!"


그럼에도 그들이 WBC 3함대를 돌파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장대한 숫자 때문일까.


"젠장, 막을수 없다!! 반복한다, 막을수 없다!!"


"저 자식들, 속도가 왜 저렇게 빠른거야?!"


"이런 미친, 눈으로 따라가기조차 벅차!!"


아니면...빠른 속도 때문일까.


"....오범에 통신해, WBC가 요격에 실패했다고."


결국, WBC 3함대는 요격을 실패했다.










{요새도시 '오범', 03:24 AM}



오범의 시민들은 상당한 공포에 질려 있었다.


오범을 보호할 방어막을 형성해놓긴 했지만, WBC 3함대가 미상 기체들을 미처 요격하지 못 했단건 상당한 충격이었다.


이내, WBC를 돌파한 기체들이 방어막을 향해 들이박기 시작했다.


굉음이 오범을 천천히 울렸고, 시민들은 더욱 패닉에 빠져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저, 저것 좀 어떻게 해봐!"


"진정하세요! 저 방어막은 절대 뚫지 못 할 겁니다!"


그 말대로. 오범의 방어막은 저 수많은 기체가 충돌했음에도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최강의 함대, T함대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작은 금이 가기 전까진.







<요새도시 '오범' 지휘실, 03:25 AM>


...버티지 못한다.


그것이 오범의 지휘관이 마지막으로 내린 답이었다.


바보같은 WBC, 자기들의 역할도 제대로 못해? 그렇게 쉽게 뚫릴거면 애초에 그곳에 두지도 않았어!


그리고 T함대, 너무 느리단 말이야. 이 오범이 얼마나 중요한 곳인데! 지금 여기보다 얼마나 더 위험한 곳이 있길래 이렇게 늑장을 부리는거냐!


젠장, 저것들은 자체 방어막으로 어떻게 할 상대가 아니라고. 저 방어막은 미친 놈들이 저렇게 우수수 몰려와서 들이박는걸 상정하고 설계한게 아니란 말이다!


지휘관은 책상을 세게 내리치곤, 일어서서 창문을 보았다.


오범이 외부요인에게 상당히 맹공 당하게 된 이 일로 자신이 얼마나 질책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아니....질책이 아니라, 아예 죽을지도.


이내, 방어막에 작은 틈이 생기더니, 한 기체가 내부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리고 기체의 머리부분이 분리되어, 도시로 천천히 떨어져 내렸다. 글쎄, 실제로는 빠르게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휘관의 눈엔 한없이 느리게 보였다.


"...씨발."


그리고 하얀색, 그것만이 그가 본 마지막 풍경이었다.


마침내, 오범은 몰락했다.

















<■■산부인과, 제 2 진료실, 01:35 PM>


남자 한명과 여자 한명이 손을 잡은채로 의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어딘지 설레보이는 표정이면서도, 불안해하는 표정이었다.


"저...그래서 결과는....."


의사는 그들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는가 싶더니, 이내 따듯하게 웃어보였다.


"축하드려요, 임신 2주차입니다."


의사의 말이 끝나자,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꼬옥 껴안았다.










사실 임신이란게 몸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호러가 아닐까 싶어서 써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