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봐봐."


왕년에 오컬트 모임에서 이름 좀 날렸다던 누나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쪽을 돌아보자 보인 것은, 한 폐교된 낡은 초등학교였다.


그리고 그 초등학교에서는 붉은 홍염이 치솟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턱이 없었기에, 누님에게 그것을 물었다.


"누님, 저게 대체 뭡니까?"


"뭐긴 뭐야. 어중이떠중이 오컬트 동호회 정모지."


좀 더 눈을 찌푸리고 자세히 보니, 운동장 가운데에 붉은색으로 그려진 도형을 둘러싼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검은 천을 뒤집어쓰고 팔을 높이 치켜들며 무언가의 말을 읊조리고 있었다.


"보니까 진성 오컬티스트 집단은 아닌 거 같고. 대충 애니나 영화에 나오는 거 보고 따라하는 멍청이들이네."


"내려가 봐야 돼요?"


그 말을 들은 누님은 손을 내저었다.


"아냐, 우리가 내려갈 필요는 없고... 내려가면 안 돼."


"그럼요?"


"가만히 봐봐."


그렇게 몇 분 정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보니, 초등학교 밖의 담장을 따라 검은색 밴들이 줄지어 주차하기 시작했다.


"아니, 저기다 주차하면 불법 아녜요?"


"여기 지나가는 차도 없는데 무슨. 그보다 더 불법 같은 게 그 뒤에 있지 않아?"


하긴, 하고 생각할 무렵 밴들의 문이 열렸다.


한 눈에 보기에도 이상하게 생긴, 검은색 역병 의사 옷들의 무리가 밴의 문 밖으로 스멀스멀 기어오듯 걸어나왔다.


"저건-"


"가만히 있어."


누님은 좀 더 앞으로 나가서 보려던 나의 팔을 붙잡으면서 만류했다.


"예에."


밴에서 나온 검은색 무리는, 초등학교의 각 문을 둘러싸고선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 때였다.


콰앙-! 하는 폭음과 함께, 폭발에 문들이 차례로 튕겨 나갔다.


내부의 인원들이 당황할 새도 없이, 무리가 그들을 에워쌌다.


"저흰 네크로맨서들입니다. 재료 수급하러 왔습니다."


네크로맨서들은 품속에 숨겨 뒀던 검을 꺼냈다.


"순순히 죽어 주시면 영혼으로 장난은 안 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