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가 긴 머리를 뒤로 대충 묶으시며 아침으로 보리밥이나 먹고 가라고 하셨다.


이상하다. 우리 엄마는 단발이고, 보리를 너무 싫어하셔서 보리는 집에서는 입도 못 대봤는데 말이야.


아빠는, 정장을 입고 출근하셨다.


...우리 아빠는 고깃집 사장님인데.


등교했더니, 성적표를 돌려받았다. 딱히 열심히 공부한 시험은 아니라, 평소대로 봤다고 생각했는데.


"...뭐야? 내 수학 성적 왜 이래?"


"왜? 올, 이번엔 좀 잘 봤네?"


"뭔 개소리야?"


"뭐래, 니 원래 수학 존나 못 하잖아. 국어 영어는 항상 1등급인데 수학은 어떻게 그렇게까지 못 하는지도 신기하다."


"......"


난 이과고, 제일 못하는 과목이 영어였다.


분명 학교 이름이나, 동네 이름같은 것들은 똑같다. 하지만 단발이었던 사람이 장발이 되거나, 체육 선생님이 국어 선생님이 되어 있다거나, 시험 결과가 바뀐다거나. 모든 게, 조금씩 엇나갔다.


여긴, 대체 어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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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평행세계에서 깨어났는데, 세상이 완전히 바뀐 게 아니라 조금씩 미묘하게 바뀐 비슷한 세상에 떨어진다면 무슨 느낌일까 싶어서 써봄.


아예 판타지 세상이면 모를까, 모든 게 거의 비슷하지만 중요한 디테일이 하나둘 달라진다면 그거야말로 정말 무섭고 기괴한 기분이지 않을까?


왜 이런 곳에 떨어졌는지, 뭐가 바뀌었는지, 원래대로 돌아갈 수는 있는지가 전부 소재임.


그러니까 이런 평행세계 미스터리물 "써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