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에 떨어진 지도 어느덧 3년이 흘렀다.


이때의 '떨어졌다'라는 건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무언가 검은 우물 같은 것을 필사적으로 헤집고 나섰더니, 어느샌가 이곳의 하늘에서 추락하고 있었으니까.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몸 상태는 처참했다.

우연히 만난 일족의 도움이 아니면 그대로 죽었겠지.

치료를 받은 지금도 왼쪽 다리는 여전히 절뚝거린다.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나쁜 일만 있던 건 아니었다.


피아.


쓰러진 날 치료하고, 지켜주고, 안아준 그녀.


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부부의 연을 맺었다.


'신혼 생활은 행복하지만... 그래도 아직도 안 생기는 건 걱정이네.'


이제 남은 걱정은 하나뿐이었다.

모성애가 깊은 그녀에게 아이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

떨어질 때의 충격 탓일까. 피임따위 하지 않았음에도 사랑의 결실은 기별이 없었다.


그런 미안함과 부끄러움 탓에.

거사를 마친 어느 밤, 나는 피아의 귓가에 속삭였다.


"...미안해. 넌 아이가 빨리 가지고 싶을 텐데."


이에 그녀는 순수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이요? 네, 물론 바라 마지않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죠. 우리가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응?"


"몰랐어요? 아이는 황새가 물어다 주는 거잖아요?"


그녀가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날 바라보았다.

이건 위로의 표현일까.

아니면 순수의 증명일까.


어느 쪽이든 내게는 기꺼워서, 나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서로를 부등켜 안고 따뜻한 밤을 보냈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


"모두 기상! 놈들이 온다!"


추장의 가쁜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숙련된 전사인 피아는 이미 준비를 마친 채 숙소를 나서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그녀가 사냥용 의복을 입고 있음에도 어딘가 기쁜 얼굴이었다는 점이었다.


'먹거리를 사냥할 때도 목숨을 받아간다며 경건하던 피아였는데... 이번엔 왜지?'


나는 비몽사몽한 와중에도 호기심이 들어 몸을 일으켰다.

저는 왼발을 목발에 의존하여 숙소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보았다.


저 멀리. 

푸른 하늘을 희고 검게 물들이며 날아오는 그것을.


형태는 언뜻 새를 닮았으나, 등에 돋은 네 쌍의 날개는 각각이 구름만큼 거대했다.

빼곡한 깃털은 흔들리는 갈대밭을 연상시켰고, 굳게 닫힌 검은 부리는 맥동하는 산봉우리와 같았다.


그들을 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잊고 싶은 기억이 자동적으로 재생되었다.

이세계에 '떨어지던' 때. 깊고 검으며 딱딱한 벽을 타고 오르던 때.


...그 딱딱한 벽이. 숨을 들이마쉬는 것처럼 위아래로 열렸을 때.


'내가 떨어진 곳은-'


뒤늦은 깨달음이 스쳤다.

굳어버린 내 귓가로 추장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준비! 황새가 왔다!!"


이 세상의 아이들은 황새가 물어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