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음......"


모르겠다.


"흐으으으으음....."


도저히 모르겠단 말이다.


"히마리는 대체 왜 휠체어를 타고다니는 거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캐릭터, [아케보시 히마리].


그녀는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해킹 동아리 [베리타스]의 부장을 맡고 있는 캐릭터이자, 코스트 회복기 밎 강력한 버프기를 가진 소위 말하는 [인권 캐릭터]이다.


단정한 흰색 머리카락에, 뾰족한 귀, 그리고 창백한 백색 피부와 단정한 옷차림.


머리 위에 있는 헤일로가 아니었다면, 평범한 사람은 그녀를 엘프로 착각할 수준의 고귀한 분위기를 가진 그런 캐릭터이다.


그런 그녀의 개성이 풍부한 만큼, 역시나 팬들은 흥미를 가지고 그녀의 캐릭터성을 찾아본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큰 캐릭터성을 꼽으라 하면, 모두가 똑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휠 체어.


그녀는 스스로를 [초천재병약미소녀해커]라고 부르며 항상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는 특징이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블루 아카이브]의 학생들은, 선생같은 평범한 인간과는 달리 총알 몇 방 정도로는 끄떡없을 정도로 강하다.


그런데, 그런 초월적인 신체능력을 가진 학생인 히마리가 대체 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걸까?


"........역시, 모르겠다."


컨셉? 아니면 자신만의 개성?


".......이런 스토리도 좀 풀어주지."


김용하, 이 망할 대머리 빡빡이 자식.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도 컨텐츠라고는 1도 없는 이 코딩뭉치를 키고는 카페에서 학생들을 쓰다듬고는 잠에 들었다.



.

.

.



띠링-


[아케보시 히마리- 호감도 랭크 $#@&#$!# 달성!]


[아케보시 히마리의 #@$% 스토리를 보시겠습니까?]



.

.

.



"으음........."


콩닥- 콩닥-


".....으윽........"


두근- 두근-


심장이 가쁘다.


"끄윽....흐으으윽......."


쿵- 쿵- 쿵- 쿵-


심장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다.



"-허윽?!"


갑작스레 밀려오는 통증에 눈을 뜨자, 작열감에 호흡이 가빠져왔다.


"커, 커흑....."


쌔액- 쌔액-


숨이, 막한다.


"끄....끄으으윽......"


뇌에 산소가 부족하다는 것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커, 커흐으윽....!"


죽, 는다.


털썩-


상체가 기울어지자, 몸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끅, 끄윽."


이대로, 이 나이에 죽는 걸까.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과거들을 회상하며 의식이 부상하던 그때.


[....배! 빨리! 입 벌려!]


누군가가 입이 강제로 벌리더니, 나에게 물과 함께 무언가를 먹였다.


"----케흑?!"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물로 인해 들린 사레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때쯤.


"......게흑, 에흑, 케흐윽-!"


"선배! 괜찮아?! 약효가 든 거야?"


"콜록, 콜록....."


호흡이 돌아오며 의식에 불을 지폈다.


"지금 구호기사단을 부를게! 조금만 더 버텨-"


".......어?"


그리고 조금 정신을 차린 나는, 그제서야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카가미 치히로.


그녀는 베리타스의 부부장으로, 히마리와는 선후배 관계인 [블루 아카이브]의 캐릭터들 중 하나이다.


그런데, 그런 가상의 인물이 나를 부장이라고 부르며, 내 앞에 있다는 것은.


"........아니지?"


"........부장?"


머릿속에 떠오른 하나의 결론을 부정하며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려자, 그제서야 나의 몸이 눈에 들어왔다.


여성스럽다 못해 소녀스러운 잠옷. 그리고 평퍼진 가슴과 넓어진 골반이 말하고 있었다.


나는- 아니, 나였던 것은.


".........아, 아아."


".........선배?"


이젠, [아케보시 히마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

.

.



"히익.....히이이익.....싫어....."


"부장......."


한숨을 내쉬며 선배에게 또다시 약을 투여했다.


"흐윽....흐으으윽......."


며칠간 선배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선배는, 갑작스레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리더니 급격히 상태가 나빠졌다.


천식, 결핵, 심장질환, 난치병, 그 외 기타 등등.


원래도 좋지 않았던 선배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우선은 계속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선배를 제압한 뒤, 진통제와 약물을 주기적으로 투여하고 있다.


다만,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분명 선배가 위험할 거다.


정신 건강 역시, 좋지 않아 보인다.


선배는 자주 이상한 말들을 내뱉고는 했다.


자신의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라거나.


히마리는 매 순간 이런 고통을 참고 있던 거야? 라던가.


이렇게 고통스러울 바에, 차라리 죽고 싶다는 자살기도를 하기도 하였다.


".........."


.......솔직히, 상황이 좋지 않다.


환자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아닌 환자의 '의지'이다.


심리적인 요인이 실제로도 신체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선배는 어떠한가.


살고자하는 의지는 커녕, 죽고자하는 의지가 더 큰 수준이다.


".......선생님......."


선생님이 필요하다.


지금 상태의 선배를 안정시켜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선생님 뿐이었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휴대전화를 킨 뒤,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치히로? 무슨 일이야?]


".......본론부터 말할게. 부장의 상태가 많이 나빠졌어.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해."


[.........히마리가 위독하다는 거야?]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응."


[-지금 갈게.]


뚝-




.

.

.




"흐윽....싫어....싫어......"


아프다.


심장이 뜨겁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폐가 타들어가는것만 같다.


고통스럽다.


"히익, 히이이익....."


살고 싶지 않다.


이런 고통을 매 순간 느낄 바에, 차라리 죽는 것이 몇 배는 더 나을 것이다.


"살려....살려주세요....."


무서웠다.


이렇게 변해버린 나의 모습이 무서웠고, 히마리와는 너무나 다른 행동을 보는 나를 의심하고 싫어할까봐 무서웠다.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다.


"흐윽....흐으으윽....잘못했어요....."


제발, 신이시여.


"잘못, 했어요....."


지금 저를 보고 있으시다면,


"살려....주세요....."


부디, 제발, 구원자를 내려주세요.




[.....마리!]


"........어?"


[.....히마리!]


"........누구-"


"히마리!!!!!!"


꼬옥-


전신에 온기가 느껴지며 신체가 자유를 되찾았다.


"......당, 신은?"


"....다행, 이다."


"고마워, 히마리."


"........어, 네?"


"살아있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그때.


나는, 아케보시 히마리는 느낄 수 있었다.


"........정말로, 고마워."


이것은,


"......네, 선생님."



-순수한 사랑이다.



.

.

.



그날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아, 히마리!"


"응? 아, 선생님이시군요. 이 초천재병약미소녀해커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을까요?"


선생님은 나를 여전히 '아케보시 히마리'로 보고 있었다.


"요즘 몸은 좀 어때?"


"후훗, 청초한 절벽위의 꽃은 늘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자라는 법이랍니다."


"다행이네."


그는 전과 다름없이 나를 사랑하고, 소중히 대해주고 있었다.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바로 내게 말해줘."


"......."


역시나, 선생님은 '아케보시 히마리'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어디든지, 바로 달려갈 테니까."


그리고 그렇기에 나 역시, 




".......네❤"


전력으로, '아케보시 히마리'를 연기하기로 했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볼게."


"후훗, 즐거웠습니다, 선생님."


그렇게 선생님을 떠나보낸뒤, 나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오늘도 [준비]를 했다.


진통제와 항상제를 챙겨먹고, 전력을 다해 여유로운 표정을 연기했다.


"후훗, 이 정도면 되겠죠?"


마지막으로 휠체어에 앉게 되면.


나의- 아니, [아케보시 히마리]의 연기가 시작된다.


"자, 그럼-"


나의 삶의 의미.


나의 구원자.


[선생님].


"-오늘도, 연기를 시작해 볼까요?"


그가 바로, [아케보시 히마리]가 휠체어에 앉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