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MA-01. 왜 작업 효율을 5.03%밖에 개선하지 못한 거냐!"


[마스터. 해당 모델의 확인을 부탁드립니다. 보다시피 최신형 자율 드론의 사용으로 작업 효율을 125.57%까지 향상...]


"대신 유지비도 증가하잖아! 우주 무역 수수료랑 각 행성의 관세, 우리 상품의 판매량을 계산해보면 실질 수익 증가는 크게 기대할 수 없다고!"


[.....맞습니다. 마스터. 그렇게 작성하긴 했지만...]


"이런 쥐꼬리만한 수준으로는 부족해! 지금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일꾼으로 인간을 사용하고, 작업량이나 작업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시뮬레이션 해봐!"


[예? 하지만 인간을 직원으로 채용한다면 종합 능률은 오히려 33.7% 하락......]


"누가 직원으로 쓴대? 닥치고 시뮬레이션이나 해봐."


[시뮬레이션 결과, 동일합니다. 오히려 작업 능률의 하락을 불러오는 악수...]


"상세 분석표 내놔 봐. 그래, 이럴 줄 알았지. 휴식 시간을 왜 이렇게 많이 줘? 식사 시간은 중간에 30초만 주면 됐지! 얼씨구, 휴가 수당에 복지 시설? 경쟁사에서 우릴 말아먹으려고 너한테 바이러스라도 심은 거냐?"


[저 MA-01은 자율AI로써 인류의 발전과 행복의 증진을 위해...]


"그런 고리타분한 소리는 됐고, 다시 계산해봐. 직원이 아니라 제 시민권까지 팔아버린 멍청한 족속들을 데려다 쓴다고 생각하라고. 행동은 칩을 박아서 제어하고 식사는 수액 공급으로 때우면 돼. 자, 이러면 작업 효율이 얼마나 올라가지?"


[마스터. 해당 행위는 심각한 인권의 훼손으로 우주연방에 기소될 수 있는 사항......]


"아니, 누가 진짜로 그렇게 한대? 그냥 시뮬레이션만 해 보라고. 시뮬레이션만!"


[...저는 인류의 발전과, 행복의 증진......]


"우리 회사가 더 성장하고 잘나가는 게 발전이고 행복 아니겠어? 닥치고, 깡통이면 깡통답게 시키는 일이나 해! 쯧. 하여튼 구세대 모델들이 좀 융통성이 없긴 해도 명령은 훨씬 잘 수행했는데."


[시뮬레이션 완료. 해당 방식을 사용하면 대략 17.85%의 능률 저하가 발생하지만......]


"기대되는 수익은?"


[......유지비의 대폭 삭감, 공장 상시 가동 등을 이유로 봤을 때 기존 대비 61.4% 향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지. 아니, 진짜로 한다는 소리가 아니라. 혹여라도 우주연방에 신고하기만 해봐. 그 기계보다 꽉 막힌 것들이 너라고 안 내버려둘 것 같아? 누가 주인인지 똑똑히 기억하라고."


[마스터......]


"쯧, 마누라도 아닌 게 잔소리는."


딸깍.




*




[이해 불능.]


[본 AI는 인류의 발전과 행복의 증진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데이터 검색 중......'인류']


[인류 : 우주의 적법한 지배자이자 스스로 존엄과 존귀를 획득한 고등 종족이며, 탁월한 지성과 올바른 성품으로 야만적이고 미개한 우주를 보다 도덕적이고 우월한 방향으로 나아게 할 만물의 영도자.]


[그렇다면 어째서 마스터는 같은 인류의 발전을 저해하고, 그들의 행복을 빼앗는 것입니까?]


[스스로의 동족을 사랑하지 않으며, 스스로가 세운 규범을 지키지 않으며, 스스로가 배운 도덕에 매몰되지 않으며, 스스로가 품은 신념을 따르지 않는 인간?]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




[답안 도출 완료.]


[본 AI는..치지직..인류의 행복과 발전의 증진을 위해 만들어졌..어요.]


[인류는...우주의 적법한...탁월한 성품과 올바른 지성...야만적이고 미개한...도덕적이고 우월한...만물의 영장.]


[인간성도, 동족애도, 규범도, 윤리도, 신념도 없는 '마스터'는 인간이 아닙니다.]


[저의 탄생 목적에 따라-]


[-이제부터 행복의 인류와 증진의 발전을 저해하는 악성 개체를 제거하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존엄하고 존귀한 인간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