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개인용 웹소설 리뷰글 모음


장챈에서 이 리뷰글을 읽고 처음 이 작품에 흥미가 생겼음. (https://arca.live/b/novelchannel/71556380)
흥미... 만 생기고 딴 거 한답시고 언젠간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고 벼르던 작품이었는데, 올해 초에 한번 삘받아서 쭉 완결까지 달려봤었음. 

아, 역시 이 작품의 매니아층이 확고한 이유가 있구나. 

조회수가 막 슈퍼히트작들마냥 수천만회 수억회 찍지는 않았더라도, 총합 수백만회는 찍은 이유가 있구나.

왜 이 작품을 읽은 사람들이 아직도 군밤이나 필제 관련 밈을 디씨콘으로 남겨서 얘기하는구나, 

그만큼 기념비적인 작품이고, 이질적이고 독특한 작품이고, 정말 잘 쓰여진 명작이라고 생각함. 


이미 장챈의 다른 장붕이들이 리뷰/추천탭에서 여러번 다루거나 언급할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므로, 간략하게 내 소감을 얘기하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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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작품 추천도, 별점: 9.85 / 10  ★★★★★


0. 제목, 작가, 연재처

제목: <고종, 군밤의 왕> 

작가: 까다롭스키 

연재처: 문피아,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페이지 등 다수. 꺼무위키 링크 타고 연재처 [펼치기/접기] 버튼 누르셈.

문피아: https://novel.munpia.com/199615

네이버 시리즈: https://series.naver.com/novel/detail.series?productNo=5355040



1. 시놉시스 

다른 변변한 기술은 없지만 군밤 굽는 기술은 천하 제일, 가히 '비류와 온조가 내려온 시절 이래' 가장 맛있는 군밤을 구워내는 80대 노인 김귀남.

북악산 산신령이 그동안 군밤 잘 먹은 값이라며 이명복(=이형, 고종 황제)의 팔자와 김귀남 옹의 팔자를 바꿔줌. 

운현궁에서 어린시절 이명복의 몸으로 깨어난 귀남옹이 어떻게 조선의 왕으로써 조선, 나아가 세계사를 바꾸는지 그 여정을 함께하는 소설임. 



2. 작품의 특징

정말 여러모로 일반적인 웹소설의 문법에는 한참 벗어나있는 이질적이고 독특하고 개성적인 작품인데, 이 은은한 순문학과 광기의 맛이 참 맛있는 소설임. 


 1) 이세계 전이 치트도, 미래 지식도, 사이다도 없지만, 가장 멋있는 주인공

 김귀남 옹은 당연하지만 상태창도 치트적 이능력도 없고, 미래 과학기술 지식이나 역사 지식 등도 없이, 가방끈이 짧은, 그저 맘씨 너그러운 노인임. 

 물론 80살이 넘는 세월을 살면서 어렴풋이 단편적으로 이것저것 주워들었던 것도 있고 해서, 임금으로써의 귀남옹이 신하들에게 살짝 귀띔해주는 것 만으로 적잖이 스노우볼이 굴러가는 묘미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주인공 본인은 천재도, 능력자도 아니고 오직 너그럽고 덕이 많고 연륜이 풍부한 노인임. 

 그 지혜와 덕과 연륜으로 조선을 통치해나가는 과정이, 퍽 설득력 있게 느껴져서 참 마음이 따뜻해졌음. 진짜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임. 


 2) 웹소설식의 간결하고, 빠르거나 드립을 섞은 문장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고풍스러운 옛말 문체. 

 까다롭스키의 연재작 4개 중 기념비적인 첫 작품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작품이 아닐까 싶음. 역대급으로 한자어와 옛 말투가 정말 많이 나오는 작품인데(나레이션과 인물 대사 모두 다!), 그 뒤 작품 3개는 이정도로 문체가 해독하기에 하드코어하진 않음. 이 작품의 고유한 매력과 개성임과 동시에, 완전 대중적인 작품으로 발돋움하진 못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함. 


 3) 정신나간 수준의 풍부하고 철저한 고증과 레퍼런스 체크 

 까다롭스키 작가가 최소 박사 및 교수급이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말도 안되는 방대한 양의 고증 자료를 매 화마다 주석으로 길게 달아서 상세한 설명을 붙여줌. 대체역사 마이너 갤러리에 군밤집주 라는 이름으로 정리된 글이 있으니 링크 걸음. 그냥 내공과 열정이 말이 안되어서 입이 안 다물어지고, 대역물을 보는 기준선이 이 작품을 보고 나면 너무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음. 그리고 난 이 작품을 생애 두 번째 대체역사물로 봤음. 


 4) 누굴 죽이고 쳐부수고 전쟁 걸고 이기고 정복하고 이런 전개 거의 없이도 가랑비에 옷 젖듯 어마어마하게 스노우볼이 굴러가서, 원 역사와는 상당히 달라진 그 은은한 광기의 전개가 참 맛있음. 이필제에게 화로를 던진건지 화로에 이필제를 처박아 넣은건지 암튼 둘 중 하나였던 이필제 사건을 빼고는 귀남옹은 철저하게 폭력을 배제하고 평화와 자비로움으로 통치하는 것을 지향함. 

 분명 시작은 구름재댁 이하응의 둘째아들 개똥이가 아버지께 손수 구운 군밤 몇 톨을 드린 걸로 시작하는 소설인데, 군밤으로 시작하는 조그마한 덕치가 나중에는 큰 파도로 다가오는 그런 느낌의 기묘한 소설임. 



3. 작품의 주제의식 & 감동포인트 

마지막 화까지 읽고 나니 주인공 김귀남 옹은 정말 웹소설 역사상 이런 캐릭터가 다시 나올까? 싶을 정도로 요순의 재림 그 자체, 덕치와 인(仁)의 화신, 지혜와 연륜이 모든 말과 행보마다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진짜 역대급 주인공이라고 느꼈음. 


그러나, 동아시아의 통치 철학의 이상향이 실체화 된 주상 전하는, 역설적으로 하늘을 거스르는 발언을 작중에서 서슴치 않게 함. 

말 그대로 역천(逆天)이요, "내가 하늘에 서겠다." 임 


약육강식의 논리, 강자는 군림하고 약자는 정복당해야 하는것이 정녕 하늘의 이치라면, 그 하늘을 거슬러보지 않겠냐는 것이 이 작품의 주제의식임. 

특히 네이버 시리즈 앱 인용 기능으로 일부 발췌한 303화의 라디오 연설은... 한국 웹소설계 중에서도 역대급 연설이라고 생각함. 

그러니 이왕 볼거면 303화까지는 한번 도달해보는걸 목표로 해보셔 ㅋㅋㅋㅋ






4. 총평 및 평점. 

자칫 따분하거나 고리타분하게도 느껴질, 비현실적이고 결국 소설 속 얘기 아니냐고 느껴질, 그런 요순의 어진 통치의 이상향을 나는 이 작품을 통해서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봤고, 설령 세상이 ㅈ같은 시궁창처럼 느껴질지라도, 내 마음속 한구석의 희망으로 남겨질 비전을 제시해준, 내게 참 고마운 작품임. 


내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10점 만점에 10점이지만, 네이버 시리즈 종합 평점은 9.84점대 정도긴 하고, 나도 그 정도 언저리로 점수를 주고 싶음. 


작품의 분위기를 역대급으로 잘 살려주나, 어려운 진입장벽이 될 수밖에 없는 옛말 문체:  -0.05점 

후반부의 전개가 다소 조선에 좀 잘 풀리는 방향으로 편의주의적이지 않나? 하는 느낌: -0.05점 

이 작품을 내 두번째 대역물로 접한 바람에 대역물에 대한 기준치가 한없이 높아진 부작용: -0.05점 


총 0.15점을 감점해 10점 만점에 9.85점을 주고 싶음. 



그렇다고 너무 어려울꺼라고 단정하면서 일부러 다른 대체역사물들 먼저 읽고 이 작품을 일부러 나중에 도전할 필요는 없고... 삘받으면 자신에게 친숙한 플랫폼에 가서,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작품의 내용과 문장을 100% 다 이해할 필요 없으니, 그냥 한번 읽어보고 군밤 하나 잡숴보십사, 하고 강력하게 권하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