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의 딸과 용사의 딸



용사의 딸은 마왕을 죽인 부모님과

그들이 가진 명예와 부 속에서 순수하고 해맑게 자라나며

교육도 잘 받고

식사도 잘 하고

친구도 잘 사귀고

잠도 잘 자는데





마왕의 딸은

전쟁 끝나고 포로로 잡혀와서

노예로 팔리는데

그게 또 부모님을 죽인 원수 용사의 집인거지


지하실 깊은 곳 어딘가에 갇혀서

매일매일 고문당하고 강간도 당하고


밥 한번 먹는 것도 고문의 과정인데

그렇게 먹는 밥도 개사료보다 못함


잠도 못 자게 감방 안이 극한의 추위와 더위를 만들어논다던지

묶어놓고 이마에 물방울을 떨군다던지


하지만 마족 특유의 회복력은 이 모든 걸 견디고 몸을 멀쩡하게 만들어줌

고통에 대한 내성이나 마음의 상처는 치유 안 해주지만



굶기거나 줘패는건 일상이고

자존심을 꺾고 개목줄을 차고 벌레처럼 기며 자비를 애원하게 만들고

같은 마족의 수급을 던져주며 식사라고 하거나

자신을 구출할 계획을 짜고 있던 마왕군 잔당을 몰살시키는 걸 실시간으로 보여주거나

궁금하다며 마취도 안 하고 해부한 다음에 알아서 나으라고 대충 던져놓고

당연히 고통을 호소할 사람도 없고 같이 이야기를 나눌 친구도 없으니 그녀는 고독함에 점점 미쳐감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중에는 환각과 환청을 보고 혼잣말이 는 데다

배고픔에 자기 팔을 스스로 물어뜯어서 골수까지 빨아먹거나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두려움에 덜덜 떨 정도로 절망 속에서 망가지는데


그런 그녀를 본 용사는 재미가 없어져서 그녀를 죽여버리고

마댓자루에 묶여 한밤중 아무도 모르는 어딘가에 묻힌 그녀를 보여준 다음에

같은 하늘 아래에서 아무 근심걱정 없이 내일을 꿈꾸며 희망찬 미래를 그리는 용사의 딸이 나오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