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대륙 한 구석에. 너무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공화국이 하나 있었다.


그 공화국은 '예의지국' 이라고 불렸는데,


그 이유는 이 국가의 행보가 국제사회에 크게 거슬리지 않았고, 국민들이 대부분 예의 바른 성격이라 그리 이름이 붙여진 것 이었다.


역사를 들여다보아도, 그들에 대한 나쁜 기록이라곤 도통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영원한 친구' 라고 기록된걸 찾는게 더 빠를정도로. 이상하게도 험담보다 미담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들은 적을 두지 않았고, 모두를 굉장히 친근하게 대했다. 자신들에게 해를 끼친 국가들까지.


2년 전에 자신의 국경 인근으로 군사를 배치해 위협했던 이웃 왕국이 마수를 막지 못하고 국토가 짓밟히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그 어떤 우방국보다 먼저 우월한 화력의 군사를 파병해 그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자신들에게 무역 제제를 걸던 제국이 자국의 쿠데타를 잡지 못하고 쩔쩔매자,


그들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그들에게 먼저 손길을 내밀어 쿠데타를 진압하는걸 도와주고 사라졌다.


이런 그들의 이타적인 행보에, 처음엔 그들을 적대하거나 깔보았던 국제사회의 여론이 점점 호의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여러 나라 곳곳에 이 공화국과 관련된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대사관에서, 경제협력과 관련된 기관이 신설되거나, 거대한 조각상 등이 생겨났다.


각 나라의 국민들은 이 '예의지국'의 언어나 문화에 호감을 갖고 대하는 빈도수가 늘었다.


이 예의지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던 마왕국에게 국권 침범을 사유로 침공 당했을땐,


대륙의 모든 국가가 예의지국을 도와 마왕국을 멸망시켰다.


언제부터였을까.


점점 대륙의 나라들이 이 예의지국에게 지나치게 높은 호감을 가지게 되고 의지하기 시작한건.


언제부터였을까.


대륙의 국가들의 지휘수반이 점점 예의지국 출신, 혹은 친 예의지국 인사로 변해가기 시작한건.


언제부터였을까.


예의지국에 불만을 갖고 경계하던 사람들이 간밤사이 의문스럽게 실종 되었던건.


우리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걸 깨달았을땐,


이미 예의지국은 하나의 거대한 '제국'이 되어버린 채였다.


그것도, 다른 국가들을 모두 해체하고 대륙을 통일한 '대제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