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마. 쏜다."

"죽기 싫으면 어디서 왔는지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잠깐, 인간?"


"엘프 녀석들한테서 도망쳤다고.... 노예로 잡혀온 모양이네. 어디 출신이야? 북쪽? 아니면 동쪽?"

"걱정하지 마. 나도 엘프지만, 굳이 널 해치는 수고를 들이지는 않아. 널 잡아온 놈들과는.... 뭐, 증오하는 관계라고 해 둘까."


"뭘 그리 멀뚱히 쳐다보고 있어? 그림자늑대한테 물려죽고 싶은 거라면 그렇게 있어도 되고. 살고 싶으면 잠자코 따라와."

"제국 녀석들은 대삼림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해... 널 찾아내는 일은 없을 거야."




"엘프는 원래 채식만 하는 거 아니었냐고? 오래된 편견이야.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엘프는 육식을 할 수 없거든... 이제는 잊혀진 풍습이지만."

"사냥을 하고, 육식을 한다는 건 형제인 자연의 영혼을 거둔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그 생명을 책임질 힘이 있는 사람에게만 육식이 허락되는 거야."


"엘프는 진 빛을 반드시 갚아야 해. 나무에서 따먹은 열매 하나든, 오늘 살기 위해 잡아먹은 이 사슴이든, 내가 살려준 너의 목숨이든."

"너도 나랑 같이 다니게 됐으니까, 네 목숨 빛을 값을 수 있게 노력해 보라고."


"엘프 제국 녀석들은 자신들의 본분을 잊었어... 자신들이 자연과 가장 가까이 이어졌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다스릴 수 있다고 착각하지."

"정작 자신들의 시조로 여기는 그 정령들은 수백 년 전에 자신들에게서 실망하고 떠나버렸는데도."

"이건 처음 보지? 원조 엘프식 연초랍니다~ 대륙에서 팔리는 그런 저질과는 비교할 생각 마. 산의 향기가 담기지 않은 연초는 그냥 그을음 덩어리니까."


"왜 나머지 엘프들과 다르냐고? 당연하잖아. 난 붉은 산의 새벽별을 이어받은 추장이고, 마지막 남은 바위 숲의 엘프야."

"녀석들은 교리라는 이름 아래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모두를 죽였어.... 그런 타락한 녀석들 밑에 엎드릴 바엔 차라리 불타 죽는 게 나을걸."





"그 녀석들에게 복수하고 싶으니 나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인간이 엘프의 길을 받아들이는 건 힘든 일이야. 죽을 수도 있고, 반쯤 미쳐서 폐인이 되버릴 수도 있지. 너만 괜찮다면, 난 길을 보여줄 수 있어."

"나한테 진 빛을 값는 데는 그것도 싸다고....? 좋은 자세네. 방금은 진짜 엘프 같았어."




"네 몸을 완벽하게 알고서 통제해야 해. 근육 하나, 신경 하나까지. 네 몸이 만들어내는 모든 신호들을 느끼고, 반대로 만들어낼 수도 있어야 하지."


"사냥은 신성한 행위야. 네 형제와 나누는 몸과 영혼의 대화이고, 대적자이자 창조자인 자연과의 대결이지. 오로지 네 몸과 손에 드는 무기만 사용해야 해. 덫을 놓는 순간에는 숲의 모든 존재들이 널 죽이려 들 거야."


"꼭 숲에서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야. 흐르는 강, 바람이 몰아치는 바위산. 우리가 딛고 숨쉬는 모든 곳에 정령이 있고, 셀 수 없이 많은 진리들이 있지. 세상은 하나로 규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저 변할 뿐."

"불꽃은 숲은 태우고 생명을 앗아가지만 곧 새로운 풀이 돋아나게 해. 숲이 대지와 하늘에 진 빛을 갚는 거지."

"제국 녀석들도 언젠가 빛을 값게 만들어야 해. 맞아. 네 말에 동의해."


"별은 미래를 보여줄 수 있지만 너무 맹신하면 곤란해. 천상의 존재들은 지상을 이해할 수 없거든. 너와 너의 운명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건 너 자신뿐이야."


"꿈속에서 목소리를 들었다고? 어쩌면 정령이 다녀갔을지도. 네가 첫 사냥을 치를 날도 머지않았으니까."

"정령이 말을 걸 때는 너를 죽이려 달려들 거야. 그때 녀석의 눈을 똑바로 쳐다봐야 해."


"새벽 별이 떠올랐어. 시간이야. 네 심장이 이끄는 곳을 달려가서 네 그림자와 싸워. 그리고 그 녀석의 심장을 가져와."





"눈을 똑바로 쳐다보라고 말했지 않느냐? 보라, 너의 정령은 무어라 말하던가?"

"그대는 오늘 살기 위해 그대의 형제를 죽였다. 그대는 이제 전사. '빛진 자'일지니. 이제 그대의 영혼은 쉬지 못하리라."

"그대는 피 흘리고 죽게 되리라. 크게 빛질수록, 크게 갚을지니. 이 심장을 받아 먹고 이 영혼을 마셔라."

"그렇다면 형제의 숨결이 그대가 숨을 멈출 때까지, 그대의 등 뒤에 있을 것이다."




"정령이 그대의 숨결을 마셨다. 자연은 그대를 받아들였고. 그대는 자연에게 그대가 누울 자리를 허락받았으니."

"나. 붉은 산의 추장 엘리사가 말한다. 이 시간부터, 나는 당신의 누이이고, 그대는 나의 형제다."





오래 전에.

아주 오래 전에.

용사도 없었고,

마왕도 없었을 적에.

정령의 자손들이 땅을 가득 채우고

대지를 탐하여 마시고 취할 적에.

일곱 개의 산과

일곱 개의 강 너머에

아직 그들에게 물들지 않았던

한 요정과 인간이 있었노라.

-엘리사 제국 찬가, 제 1장-


대충 엘프 제국이 번성하여 오만한 깐프들이 타 종족을 노예로 부릴 시점

제국의 인간사냥으로 노예로 잡혀온 주인공이 도망쳐 대삼림으로 들어가게 됨

그곳에서 만난 진짜 엘프 부족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마지막 추장을 만나고

엘프 제국에게 복수하기 위해 엘프 전사가 되는 길을 걸음

혹독한 수련 끝에 정령에게 인정받고 비록 인간이지만 엘프의 자격을 인정받는 주인공이

추장과 힘을 합쳐 제국과 싸우는 그런 이야기가 보고 싶다.

많은 이들에게 그들의 믿음을 전파하고

차별받던 인간, 드워프, 수인과 연대하고

그런 작은 물결들이 온 제국에 퍼져

마침내 수백 년간 이어진 제국은 재로 사라지고

새롭게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인간 하나와 엘프 하나가 보고 싶다.



마침내 모든 종족이 어울려 살아가는 시대가 도래하고

이후 수백 년간 작은 마을의 여관에서 불려진

용사파티가 마왕을 잡기 수백 년 전, 그들의 왕국이 세워진 이야기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