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피아 - 웹소설로 꿈꾸는 세상! - 사이버펑크 게임 속 서브 히로인이 되었다. (novelpia.com)

첫 리뷰라서 조금 어설플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재밌으니 관심이 간다면 읽어주셈.


각설하고,


일단 이 소설은...아예 심해 쪽은 아니다. 그래도 최신 조회수가 500대는 나오는 대충 랭킹 100대 중후반 정도에 위치함. 기본적인 설정은 '네오 헤이븐'이라는 게임을 미친듯이 파고들어서 결국 최후의 도전과제를 깨려고 차원 이동장치를 게임 내에서 만든 주인공이 그거에 그대로 빨려들어가서 게임 속으로 들어가는 빙의물에 가까운 소설임. 정확하게 빙의물이 아닌 이유는 스포일러라 여기서는 안 적겠음.


그리고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자기가 '사이버펑크 게임 속 서브 히로인'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됨. 문제는 자기가 빙의한 이 '아나스타샤'라는 캐릭터가 자기가 했던 게임에는 없던 캐릭터라는 거임. 그리고 머지않아 꿈 속에서 일종의 현실?로 돌아가 자기가 하던 게임과 비슷하지만 다른 '네오 헤이븐 프라임'이라는 게임의 커뮤니티를 보게 됨. 이 캐릭터는 그 게임의 최고 인기 캐릭터라는 것도 알게 되고, 작중 시점이 본인이 하던 게임의 시점보다 꽤나 이전이라는 것도 알아차림. 일단 다시 한 번 그 차원 이동장치를 만들어서 집으로 돌아가려는게 주인공의 기본적인 목표임.


이 소설의 특징:


1. 사이버펑크 치고 너무 무거운 분위기는 아님. 주연급 등장인물들이 팍팍 죽어나가고 그런 소설은 아니라서 조금 가볍게 볼 만한 소설이다. 물론 이건 사이버펑크 특유의 음울하고 개인에게 무자비한 폭력이 가해지는 전통적인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불호일 수 있음.


2. TS라는 현상과 주인공의 경험을 꽤나 자세하게 설명한다. 일단 표지에 나온 애가 주인공인데, 이 소설은 왜 주인공이 TS되었는지, 어째서 정확히 이런 미형의 여자가 된 건지, 그리고 주인공이 자기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상당히 잘 나온다. 그래서 TS물을 별로 찾아보지는 않는 나도 '갑자기 몸이 바뀌어버린 상황'에 대한 묘사는 만족스럽게 보는 중임.


반대로 처음부터 노맨스/백합/암타같이 성향을 명백하게 정하는 사람에겐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음.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의 상황과 사이버펑크라는 장르에 걸맞게 그...19씬이 남자/여자 상대 둘 다 나온다. 외전격이라 안 봐도 그만이긴 하지만, 정사에서도 남녀를 불문하고 주인공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보이는 캐릭터들이 있다.


3.  작품의 분위기를 사이버펑크치고 밝은 편으로 만들어주는 핵심은, 바로 주인공이 요즘 웹소설 주인공답지 않게 명백한 '선인'에 가깝다는 점임. 지 꼴리는데로 다 쳐죽이고 다녔는데 결과가 좋았다는 거 아니다. 나는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 '보편적으로 좋은 사람'을 제법 매력적으로 묘사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함. 어쨌든 기본적으로 게임빙의물에 가깝다보니 주인공도 결국엔 게임의 핵심 조연들과 엮이게 되는데, 이들이 주인공에게 호의를 베푸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주인공이 존나 강해서가 아니라 먼저 대가없는 선의를 베풀었기 때문임.


일단 주인공은 TS되는 과정에서, 마치 뭔가를 조립하는 느낌으로 프로그래밍이나 해킹을 하고, 접속조차도 신체에서 전류를 방출해서 말 그대로 도체에 몸이 닿으면 해킹이 가능한 초능력자가 되었음. 그래서 해킹이란 범위 내에서는 거의 먼치킨에 가까운 위엄을 보여주지만, 단점이 존재함. 첫째는 초능력의 특성상 임플란트 이식이 안 되서 신체강화가 불가능한, 고로 근접전은 그냥 일반인이나 다름없다는 거고 둘째는 이 초능력 자체를 주인공이 완벽히 이해하질 못했다는 거임. 게임에서 그딴 거 안 나왔거든.


그래서 주인공 대신 맞다이를 담당하는 본명 깡통 통칭 제로라고 불리는 드로이드 겸 인공지능이 항상 붙어다니긴 하지만, 주인공이 근접전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건 사실이라 실제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도 많음. 이건 고구마 싫어하는 사람한테는 마이너스일 수 있음. 하지만 본인이 전투에 자신이 없음에도, 기본적으로 본인이 가능한 선에선 최대한 호의를 베풀어 주려고 노력함. 농담이 아니라 아예 모르는 지나가던 사람도 기본적으로 친절하게 대하고, 조금이라도 일면식이 있으면 본인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도와주려고 하는 쪽임.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게 아님. 감수하는 거임. 이거 중요하다. 주인공은 기본적으로 선역이지만, 절대 마냥 멍청한 쪽은 아님. 가끔 얼빵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기가 타인을 돕기 위해서 하는 일이 타인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음. 정확히 어느 정도의 위험인지까지는 몰라도, 불이익이나 신체적 상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정도는 분명하게 인지를 한 상태에서 타인을 구하기 위해 그걸 감내하는 게 소설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이 캐릭터의 매력이라고 봄. 세계관 특성상 주인공이 분명 해커들이 경악할 수준의 초능력자긴 하지만, 그런 주인공을 아무렇지 않게 밟아버릴 수 있는 초거대기업의 임원들도 등장하기 때문에 주인공은 무적이 아니고 본인도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타인을 외면하진 않음.


물론 마냥 고구마인건 아니고 앞서 말했던 제로라는 드로이드나 주변에 모인 원작 주연들이 정 안되는 건 무력으로 처분하기도 하고 주인공도 자신이나 타인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입히려 하거나 강간같이 윤리에 심각하게 어긋나는 일을 하는 인간들 상대로는 살인을 딱히 망설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타인에게는 호의를 먼저 보이고 본인이 모욕을 당해도 쌍욕을 박거나 해킹해서 집에 착불식 배달음식 테러를 보내는 선에서 멈추지 자기 욕했다고 팔다리 분질러버리고 시작하는 일은 없음. 오히려 주변인이 폭력행사 하려는 걸 어지간해선 제지하는 쪽이고.


여하튼 요약해서 이 소설을 추천하는 부류는:


1. 자기가 사이다패스에 질려서 그래도 좀 선한 주인공을 보고싶다.

2. SF의 배경이지만 너무 무거운 소설은 별로다.

3. TS물에 커다란 거부감이 없다.


반대로 이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사람들:


1. 자기는 사이다패스라 일단 주인공을 대적하는 놈들은 다 죽여야 직성이 풀린다.

2. 전통적인,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의 사이버펑크물이 보고싶다.

3. TS는 거른다/암타나 백합같이 로맨스가 팍팍 진행되야지 양쪽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은 싫다.


이 정도임. 아 그리고 로맨스로 엮이는 인물들이 2명 이상인데, 작가의 말로는 주인공은 삼처사첩 차리기엔 너무 올곧은 편이라 아마 하렘을 차릴 확률은 낮을 듯 함. 참고하면 좋을 듯. 그리고 #약피폐 태그는...중간중간 좀 섬뜩한 장면이 나오긴 하는데 주연이 진짜 나락으로 처박히는 그런 건 없는 말 그대로 '약한' 피폐니까 안심해도 됨. 솔직히 저 태그 없어도 된다고 봐.


그래도 재미는 있으니까 관심이 간다면 한번쯤 '읽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