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꺼먼 재로 뒤덮인 한 중년의 남자가 소방대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아, 아무리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불 속으로 뛰어들어서 사람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그래. 그렇지. 쉬운 일이 아니지. 하지만 그거 하나 알게 되니까 아무것도 아니게 되더군."


 "뭡니까?"


 "사람들이 살면서 돈, 명예, 목숨 같은 것에 아득바득 달려들지 않나? 젊었을 적에 나도 그랬고."


 "예."


 "그런데 이것들이 결국 어떻게 될지는 뻔하지."


 "네?"


 "전부 바람에 흩날리는 잿더미처럼 우리 곁을 떠나가. 방금 불타버린 저 건물처럼."


 그러고는 남자는 뒤돌아서 어딘가로 향했다. 뒤늦게 아이 엄마가 그를 찾았지만 그는 이미 사람들 사이로 사라진 뒤였다. 



 이런 식으로 아무 망설임 없이 남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질 줄 알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손해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버린다.


 이게 진짜 멋있는 거지. 쪼잔하게 이게 내게 이득이 되나, 손실이 되나 이런 식으로 계산기 두들기는 좀생이와는 비교도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