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라는 말에 잠깐 몸이 멈췄지만 그것도 잠시, 여전히 초점이 없는 눈으로 사람이었던 존재를 찌르고 있는 그것에게 말을 걸었다.


 "용사님은 말씀하셨죠. 이 전쟁은 모두가 악인 전쟁이라고."


 이젠 형체를 알 수 없게 된 반죽의 모습에 만족했는지 온몸을 새빨갛게 물들인 그것은 칼을 들고 목소리의 근원으로 발을 움직였다.


 "다만 죄는 우리가 질테니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약만 만들어달라고 하셨었죠."


  그것의 몸에서 떨어지는 피 때문에 흙먼지조차 나지 않는다. 그저 한 발자국씩 움직일 때마다 갑옷의 마찰음만 날 뿐이다.


 "용사님이 생각하시대로 저는 키도 작고 힘도 약한 존재가 맞아요."


 그것은 목소리의 근원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고 천천히 칼을 든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다만, 저도 여신님께 받은 축복이 하나 정도는 있답니다?"


 그것은 목소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고 그 궤적에 있던 팔은 당연하다는듯 말끔하게 잘려있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괴로운 듯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를 악물며 신음 소리를 참아냈다. 대신 그만큼 남아있는 팔에 걸쳐놓은 가방에서 형형색색의 물약들을 꺼낼 뿐이었다.


 " 이게 뭔지 기억하시나요?"


 원통형의 유리병을 본 그것은 분노에 찬 듯 포효를 하며 마구잡이로 칼을 휘둘렀다.


 아까보다 더 빠르고 무거운 검이었지만 감정에 지배된 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검은 목소리의 주인에게 잔상처밖에 주지 못했다.


 "그래요. 용사님을 지금 이렇게 만들어버린 그 물약이죠."


 붉은색의 액체가 담겨있던 병의 뚜껑을 이로 열고 마시자 잘린 팔은 부글거리며 재생했고 그 기적을 본 그것은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분명 이것은 신의 축복일 거에요. 다친 몸을 치료해주고 부서진 정신을 되찾아주며 사라진 몸을 다시 만들어주죠."


.

.

.


 "하지만 많이 사용한 대가로 당신처럼 되겠지만요."


 이성을 잃은 채 소리를 지르는 저것은 어떻게든 죽이겠다는듯 목소리를 향해 칼을 휘둘렀지만 그 때마다 목소리의 주인은 물약을 마시며 몸을 재생시켰다.


 "궁금하지 않나요? 분명 물약은 마신 사람의 정신을 갉아먹는 극독일텐데, 어떻게 만드는 존재가 있으며 매번 더 강력한 극독이 만들어지는지?"


 말을 잠시 멈추고 초록색과 보라색, 분홍색의 물약을 한 번에 들이킨 목소리의 주인은 초조해진 그것에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


 "제가 받은 축복은 소화, 무엇이든 입에 넣었다면 영양분을 온전히 흡수하는 능력입니다."


.

.

.


 "하물며 그게 인간이라는 존재를 부숴버리는 극독이라 할지라도요."


 아무리 베어도 다시 복구되는 괴물 앞에서 그것은 겁을 먹은 듯 뒷걸음을 쳤지만 괴물은 보내주지 않겠다는 듯 그것을 향해 오히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는 분명 약하지만 이 물약들이 남아있는한 절대로 죽지 않아요. 사실 물약이 떨어지더라도 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겁을 먹은 그것을 본 괴물은 반대의 상황이었던 서로의 첫만남을 생각했지만 이젠 돌아갈 수 없는 꿈일 뿐이다.


 "저는 용사님을 공격하지 않을 거에요. 못한다는 말에 더 가깝긴 하겠지만... 용사님이 지쳐 쓰러지더라도 저는 옆에서 일어날 때까지 기다릴 거랍니다."


 발걸음을 돌려 도망치는 그것을 본 괴물은 눈물을 흘리며 그것을 향해 달렸다.


 '완전히 변모해버린 당신을 그 누구도 긍정해주지 않겠죠, 하지만 이 모든 걸 옆에서 보고, 당신을 이렇게 만든 저는...


당신이 더이상 죄를 짓지 않도록 항상 곁에 있겠습니다.'


 아무도 받아줄 사람이 없는 혼잣말이었지만 괴물은 그것을 향해 달리며 다짐을 할 뿐이었다.




.

.

.




 "아, 왜 매번 실패를 하는 거야!"


 새까맣게 타버린 솥 앞에서 연금술사는 울분에 찬 목소리로 화를 내었다.


 몇 번이나 실패를 했는지 방 안은 연기 때문에 눈을 뜨기도 힘들 정도였지만 그런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다는 듯 연금술사는 새로운 실험을 하기 위해 분주히 몸을 움직였다.

 

 "이 물약만 완성이 되면 용사님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야.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죽는 일은 없어지게 되겠지..."


.


 "그러니까 만들어야 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축복이지만 이런 나를 구하기 위해 희생한 모두를 위해..."


 연기 때문에 보이지 않지만 여신님의 동상이 있는 자리를 바라보며 굳은 의지를 다진 연금술사는 몇 번째인지 모를 실험을 이어나갈 뿐이었다.








.

.

.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지만 대충 언더테일 와! 샌즈랑 아실 분들은 아실만한 용사만화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하실 겁니다.


 특출난 장점이라고는 없는 연금술사이지만 여신에게 '소화'라는 축복을 받아 어떤 극독을 만들고 먹더라도 득이 되는 성분만 흡수하고 그 외의 모든 성분은 배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이걸 이용해서 전설속의 엘릭서, 혹은 그에 준하는 약을 만들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하다 결국 포션(귀찮으니까... 퉁치겠읍니다)을 만들게되죠.


 죽기 직전이던 민간인들에게 사용을 해봐도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자 최전선의 용사와 병사들에게 보급을 하게 되지만 이 물약은 사용자의 정신을 서서히 갉아먹는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게 됩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물약의 후유증으로 미쳐버린 용사와 병사들이 나라의 새로운 위협이 되고 마지막까지 남은 용사의 앞에 모든 일의 원흉인 연금술사가 용사의 앞에 서있는 상황 느낌입니다.


아무튼 누가 이런 느낌으로 써주시면 좋을 거 같으니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