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를 자칭하던 소녀, 유리아는 씁쓸한 미소와 함께 허리춤에서 주머니 세 개를 꺼내들었다.


"그동안 제 허황된 꿈에 어울려주셔서...감사하고 죄송해요. 약소하지만, 지금까지 모은 돈을 나눠서 담았어요. 퇴직금이라 생각하시고 받아주세요."


일행의 마법사, 자이렌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주머니를 받았다. 사제인 판과 총잡이 발렌은 주머니를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용사. 아 물론 연구비라면 고맙게 받겠지만..."


"용사, 가 아니에요."


유리아가 짓씹듯이 말했다. 숨길 수 없는 원망이 여실히 드러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그녀는 낡고 녹슨 "성검"을 노려보았다.


"전, 그냥 용사인 척 허세나 부리는 멍청한 여자일 뿐이에요. 용사를 자처하는 주제에 성검의 간택은 고사하고 몇 년 동안이나 검기조차 발현하지 못하는 둔재. 그런 주제에 위험한 곳에서 설치다 여러분을 몇 번이나 사지로 몰아넣을 뻔한 머저리."


"우리가 선택해서 한 일이다."


발렌이 대답했다.


"네, 그렇지만 여러분의 동료인 제가 억지를 부려서 한 일도 있죠. 아니, 많죠."


"......"


"자신감을 많이 잃으셨군요, 자매님. 하지만 자매님의 검술 실력은 분명 대단한 수준이 맞는걸요."


판이 반박했지만, 유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칼싸움 잘하는 사람은 널렸어요. 그때 그 기사님이 전해준 이 검은...5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도 없구요. 이정도면 됐어요."


"...실망이군."


완전히 자신감을 잃어버린 유리아를 보며, 발렌은 혀를 차더니 그대로 등을 돌려 걸어나갔다. 자이렌이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갔다.


"...그러면, 어쩌려고? 너는. 나야 마탑으로 돌아간다고 치고. 판은 뭐...근처 신전에 데려다준다고 하면, 너는?"


자이렌은 파티 내에서 유리아의 유일한 동성 친구였다. 사제인 판이 머뭇거리는 와중, 그녀는 유리아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하하. 아마 적당한 곳에서 용병 일이나 하지 않을까요. 돈 받고 칼 좀 휘두르고, 의뢰가 있는 곳으로 흘러가듯이 살겠죠."


끝없는 좌절감에 물들어 마음이 꺾인 유리아의 눈동자는, 용사가 되어 세상을 구하겠다는 허황되었지만 원대한 목표를 설파하던 시절의 빛이 사라져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 이제 그만 서로 헤어지죠. 여기. 발렌 씨 몫이에요. 가지셔도 되고, 마주치면 넘겨주셔도 되요. 그럼, 이만."


그렇게 도망치듯 떠나는 유리아를 보며, 자이렌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 포기한다고 한 주제에 낡고 녹슨 데다가 검집과 손잡이에도 흠집과 먼지가 쌓여 볼품없기까지 한, 말 그대로 짐덩이일 뿐인 아무런 가치도 없는 성검을 유리아는 버리지 못했으니까.


"...성검, 버리지도 못하면서. 멍청이가."


"잠시만요."


"...?! 누구?"


자이렌이 돌아본 곳에는,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 세 명이 서 있었다. 나름대로 험한 여정을 겪은 그녀가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에 긴장하며, 그녀는 몰래 전투 준비를 했다.


"하하, 별 건 아니고요. 그 성검...자세히 이야기 좀 해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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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아는, 당연하지만 용병 일을 할 생각은 없었다. 검기를 익히기 위해 이름 좀 있는 강자들은 전부 찾아가서 배우려 노력했지만...그들이 아무리 그녀에게 재능은 있다, 마력량도 대단한 수준이라 치켜세운들 정작 검기를 전혀 발현하지 못하는 그녀에겐 사탕발림일 뿐이었다. 그런 그녀도, 이 검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네가, 우리의 후계자란다.'


아무리 성검이 무기로서도 실격이고 장식품으로도 가치가 없다 한들, 이건 여전히 길바닥에서 굶어 죽어가던 자신을 구해준 기사이자 양부와 다름없는 페터 경의 유품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가 자신에게 용사가 되어달라고 했으니까.


마물이 들끓고 하루가 멀다 하고 길어지는 이 밤으로 인해 온 대륙이 점점 더 춥고 긴 겨울에 삼켜지는, 느리면서도 확실한 멸망으로 치닫는 이 세계를 구해야 하니까.


"푸흐. 꿈은 크네."


물론, 유리아는 더 이상 자신이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거라는 기대를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남은 목표는, 이..."성검"을 자신보다 위대한 누군가에게 넘기는 것 뿐이었다. 넘기고 나면? 글쎄. 잘 모르겠다.


"후우..."


자정이 가까워지자 입에서 김이 흘러나왔다. 원래라면 한여름이었을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밤은 점점 길어졌고 날씨는 가을과 비슷해졌다. 만약, 아무도 이것을 바꾸지 못한다면.


"아냐, 잊자 잊어. 마탑의 후계자, 신전의 천재 사제, 그리고 알카 산맥의 총잡이 인생까지 낭비해놓고 무슨."


자조하며 황폐한 들판을 걷던 그녀의 귀에, 비명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마수에게 공격받고 있었다. 그녀는 빠르게 달려가, 가장 앞에 있던 늑대 형태의 마수의 머리를 단숨에 베어냈다.


"괜찮으신가요?"


"다, 당신은 누구..."


"저는..."


'저는 유리아, 용사에요!'


"...그냥, 용병입니다. 얼른 도망치세요. 제가 시간을 벌 테니."


"아, 네!"


유리아는, 성검을 고쳐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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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하하...초대 용사님과 72대 용사님은 일격에 산을 갈라 버렸다던데. 나란 년은...고작 이 정도도 안 되는구나."


그녀는, 물어뜯긴 옆구리를 대충 지혈하며 쓴웃음을 흘렸다. 마수 무리는 시간이 지나며 점점 몰려들었고, 그녀는 이 머릿수를 일격에 쓸어버릴 검기를 발현할 수 없었다. 지금까진 자이렌이 준 마도구와 주문서를 쓰며 어찌저찌 버텼지만, 이제 한계였다.


"...파티 해체하고 하루도 안 가서 죽다니, 꼴이 참 우습네."


'용사? 뭐라는 거야. 검기도 못 쓰는데?'


'그런 허황된 망상은 접어둬라. 넌 그냥 평범한 아이일 뿐이야.'


'현실에 네가 맞춰야지, 현실이 너한테 맞추겠어?'


"...하, 진짜. 갑자기 존나 억울하네. 개 같은 거."


검을 물려받은 이후로 단 한 번도 내뱉은 적 없는 욕설을 내뱉는 그녀의 뺨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진짜, 진짜 부정하고 싶었는데. 난, 아무래도 정말 그냥 널린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인가 봐..."


하루도 빠짐없이 수련에 매진하고, 곤경에 처한 이를 돕고, 마수를 물리치고 오염된 곳을 정화한들 그 무엇도 바뀌지 않았다. 검기는 나타나지 않았고, 성검은 침묵했다.


"성검이 맞긴 한 건지. 이 빌어먹을 고철덩어리."


그녀는 허탈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도약하는 마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챙그랑-


그리고 마수에 몸에 꽂힌 검은 결국 힘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부러지고 말았다. 유리아는 허망한 눈으로 부러진 검을 보다가,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눈물이 흘렀다.


"푸핫, 푸흐흐흐...아하하하하! 마수 좀 베다가 부러지는 성검이라니. 그게 말이 되나. 아하하...하핫...진짜...거지 같아..."


다리에 힘이 풀린 그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무릎을 끌어당기고는 얼굴을 묻었다. 마수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화륵-


이빨이 살점에 틀어박히는 순간을 기다리던 그녀 주위를, 열기가 감쌌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그녀의 주변에 이글거리는 화염의 벽이 둘러쳐져 있었다.


"아주 궁상이란 궁상은 다 떨고 앉았네, 으휴. 내 이럴 줄 알았다."


"자매님?! 옆구리가..."


신성력의 따스한 온기와 함께 사라지는 통증을 느끼며, 그녀는 자이렌과 판을 바라보았다.


탕! 타당! 탕!


총성이 울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발렌이 고개를 까딱했다. 그의 뒤에는, 처음 보는 사람 세 명이 서 있었다.


"여긴 어떻게..."


"우리가 네가 가라 하면 그냥 갈 줄 알았냐?"


"이야, 이거 결국 부러졌네요. 하긴, 워낙 오래 썼으니 그럴 만 하네요."


자이렌이 그녀를 구박하던 중, 로브를 입은 남자 하나가 다가와 부러진 성검 조각들을 들어올렸다. 유리아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으려다가, 다시 거둬들였다.


"그건...아니에요."


남자는 빙긋 웃더니, 뒤돌아 성검 조각들을 어떤 남자에게 넘겼다. 굉장히 이질적인 옷을 입은 사람이었다.


"이거, 고칠 수 있나?"


"고치는 건 좀 그렇고, 이 보석만 유지되면 된다며. 아까 만들어 둔 검에 그냥 갈아끼우자."


남자는 망치로 성검을 내리쳐 부숴버렸다. 깜짝 놀란 유리아가 벌떡 일어났지만, 로브를 입은 남자에게 제지당했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잠깐만 기다려줘요 아가씨. 진짜 금방 끝나니까."


 남자는 부서진 성검 잔해에서, 손잡이에 달렸던 푸른 보석을 들어올리고는, 이상한 상자에서 꺼낸 세련된 검의 손잡이에 달린 홈에 끼워넣었다. 그러자, 미약한 빛이 검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마리."


"그래, 줘 봐. 마력이 거의 동나긴 했네. 보자...농축액 한 병이면 뭐."


남자에게서 검을 받아든 고깔모자를 쓴 여자는, 주머니에서 푸른 빛으로 일렁이는 액체를 꺼내 손잡이에 부었다. 보석은 게걸스럽게 액체에 담긴 마력을 빨아들이고는, 빛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주문을 중얼거리자, 빛은 점점 밝아졌다.


"...진짜, 성검?"


"네, 진짜긴 진짜에요. 하도 낡아빠져서 고장난 상태였지만."


파직-!


"으끼약?!"


검이 치직거리며 전기를 방출하자, 고깔모자 여성은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검을 놓쳤다. 성검은 그대로 바닥에 꽂혀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이고, 저런. 주인이 아니라서 그런가 봐."


"미리 말을 하라고!"


"자, 가져가세요."


로브를 입은 남자가 가리켰지만...유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쪽이 가져가세요. 전...어차피 사용하지 못할 거에요."


남자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짓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요? 그럼, 한번 볼까요?"


투웅-


아까보단 거부반응이 덜했지만, 검은 남자가 손을 가져다대자 부드럽게 튕겨냈다. 온화했지만, 명백한 거절이었다. 검은, 아까보다 더욱 큰 소음을 내기 시작했다.


"야 저거 뭐냐?! 왜 너한텐 그냥 튕겨내고 끝이야?! 저 싸가지 없는...!"


열받은 고깔모자 여자의 말을 무시하며, 로브를 입은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런, 저는 더 이상 주인이 아니라네요. 그러니까 한번 뽑아봐요.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네. 그럼."


너무나도 오랜 시간동안 실망만 한 유리아는 별 기대 없이 손잡이에 손을 뻗었다. 어차피 그녀의 손도 튕겨내거나 감전되면, 저 남자도 권유하지 않겠지. 하지만 그녀의 손이 닿기 직전,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더 이상' 주인이 아니라고?


"잠깐만요, 더 이상 주인이 아니라니 그게 대체 무슨..."


섬광이, 번쩍였다.


"...드디어 깨어났다!!! 썩을 72대놈, 올 거면 빨리 좀 쳐 오지. 하마터면 애가 검 포기할 뻔 했잖아!"


"이야~ 하는 건 하나도 없이 검 안에만 쳐박혀 계시던 초대 님이 하실 말씀인가요? 전 그래도 친구들 데려와서 고치기라도 했지, 우리 후배님이 이렇게 울상지을 동안 뭐 한것도 없으면서?"


"이 싸가지 없는 놈이?!"


"...72대요? 초대?"


유리아는, 멍한 얼굴로 검에서 튀어나온...영혼? 귀신? 을 바라보았다. 검은 단발. 푸른 눈. 뺨의 십자 모양 흉터.


초대 용사, 아르칼라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과 똑같았다. 그리고 72대라면.


"반가워요, 후배님. 72대 용사, 칼라일입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영광이에요. 제 187대 용사님."


72대이자 초대 용사를 뛰어넘은, 한밤중조차 대낮처럼 밝게 만들 정도로 눈부신 순백의 검기를 따 백야의 용사라 불린 칼라일. 그녀가 꿈꾸던, 말 그대로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영웅들이 눈앞에 있었다.


"187대요?"


초대 용사는, 빙긋 웃었다.


"그래, 너 말이야. 나부터 시작해서 저 뺀질거리는 72대놈을 거쳐서, 185대 사라, 186대 페터 코르, 그리고 너, 유리아가 187대 용사다."


"하지만 전..."


"성검이 고장나서 그동안 알려주지 못했지만, 주인은 너야."


"아뇨. 그렇다 한들, 전 검기조차 발현 못하는 둔재인걸요. 저보단 칼라일 님이 검을 돌려받으시는 게..."


"검기, 검기라...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네."


"유리아 양은 검기를 배우려 한 적이 많다고 친구분께 들었는데. 유리아 양이 검기를 배운 사람들 중에...유리아 양이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나요?"


"......"


"그럴 리가요. 쟤 은근히 황소고집이라, 용병이든 검투사든 하여간 돈 때문에 칼질하는 인간은 죽어도 안 되겠다고 땡깡부리는게 일상인데. 용병이 되기는 개뿔, 그러니까 여기서 마수랑 드잡이질이나 하다가 저 꼴이지."


옆에서 자이렌이 거들었다.


"검기는 검사의 마음에서 구체화되는 기술이죠. 아무리 기술을 따라해도, 원 주인의 모습에 대해 근본적인 거부감이 든다면 그 사람의 검기는 절대로 따라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칼라일이 검을 꺼내들었다.


"시범을 보여 볼까요? 유리아 양은, 저처럼 되고 싶은가요?"


당연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는 기쁘게 웃었다. 반대로 아르칼라는 분하다는 듯 이를 갈았다.


"내가 몸만 있었어도 저런 뺀질이 놈 말고 내 검기를 따라하라고 했을 텐데...!"


"거 좀, 조용히 하세요. 유리아 양 같은 사람의 우상이 저라니, 기쁘네요. 자, 그럼."


칼라일의 검에서, 새하얀 검기가 터져나왔다. 마치 태양같이 빛나는 검기에, 유리아는 멍하니 검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순수하고도 찬란한 빛은, 동화와 서사시에서 묘사된 모습보다도 더욱 아름다웠다.


"자, 유리아 양도 성검을 쥐세요."


"네?! 아니..."


"아뇨. 분명 따라할 수 있을겁니다."


"전, 그냥 평범한..."


"검기를 사용하지 못해도. 주변의 모두가 조롱하고 멸시해도. 언뜻 망상으로 보일 만큼의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은 결코 평범하지 않아요. 제가 단연코 말하건데, 당신은 특별합니다. 그리고 유리아 양의 동료만큼 특별한 이들을 끌어들이는 건, 오직 그런 사람만의 특권이죠."


유리아는, 자이렌과 판, 발렌을 바라보았다.


"네가 떠나고 나서, 생각했어. 정말 난 그냥 친구의 정 때문에 네 꿈에 어울렸나 하고."


자이렌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넌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용사를 꿈꾸는 바보였어. 난 네가 친구라서 네 꿈을 따라간 게 아니라, 네 꿈을 따라가다 보니 친구가 됐었더라고."


"전, 정도를 올곧게 걸어나가는 자매님이 저보다 더 신께 가깝다고 생각해서, 자매님을 보고 배우기 위해 따라왔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리 생각합니다."


"언제나 말했듯이, 널 따라온 건 내 결정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내 고향을, 세계를 구하려면 너를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리아의 눈에 눈물이 맻혔다. 초대 용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우리 막내, 울보라서 어떡하냐...뭐, 그래도."


성검이, 빛나며 공중으로 떠올라 수평으로 누웠다. 아르칼라는, 마치 검을 받치듯 반투명한 손을 검 아래에 두고는 무릎을 꿇었다. 유리아는 당황했지만, 초대는 묵묵히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당신은 올곧은 이상을 행동으로 증명한, 틀림없는 우리의 정당한 계승자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187번째여, 부디 검을 받아주시길."


유리아는, 환한 미소와 함께 손잡이를 쥐었다.


백 여든 일곱번째 용사의 찬란한 푸른빛의 검기가 밤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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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검이 고장나서 원래라면 검이 절하면서 제발 주인이 되어달라고 싹싹 빌 정도의 사람이 고장난 걸 알아보지 못하고 자기는 선택받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실의에 빠지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해서 써봄. 거대한 힘이 없어도,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함에도 꿋꿋이 정의를 추구하다 마침내 동경하던 동화와 전설 속 인물들에게 너는 명백한 우리의 후계자라고 인정받는것...캬 이게 용사지.


정확히 무슨 재앙이 닥친 건지, 72대와 그 '친구들'이 도대체 어떻게 온 건지...쓸만한 이야깃거리가 많음.


그러니까 빨리 이어서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