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탑의 목전에 도달한 날의 밤.

용사의 제의를 받은 젊은 검사는 앉은 자세 그대로 얼어붙었다.

사이클롭스가 명치를 내리쳤을 때의 충격은 지금 느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돌아...가라는 뜻은...무슨...?"

차마 진의를 스스로 말하기가 두려워, 젊은 검사는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질문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용사의 답은 망설임도, 미안함도 없었다.

"마왕탑은 네 실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야."

"...!"

가차 없는 통보.

젊은 검사는 아랫 입술을 터질 기세로 깨물고, 무릎 위에 얹은 손을 주먹으로 말아쥐었다.

분한 감정이 뜨거운 마그마처럼 끓어올랐다.

그런 그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아니면 신경 쓰지 않는지, 용사는 말을 술술 이어나갔다.

"솔직히 말해서 검사는 나랑 아리아 둘이서 충분해.

 게다가 너는 백호천처럼 결투에 일가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사벨라처럼 다수의 적을 상대로 능숙하지도 않아.

 세밀라나 나히미처럼 동료를 보조할 수도 없지."

"저는 쓸모가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응."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용사.

마치 사람의 마음이 없는 듯한 냉혹한 태도에, 젊은 검사는 끓어오르던 감정을...




"...알겠습니다."





...터뜨리지 못했다.

"그래. 그게 맞는거야. 너도 알고 있었잖아, 그치?"

용사의 비수 같은 말따마다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아무리 주변에서 《신성》이나 《검성》따위의 이명들로 띄워준다 한들, 진정으로 강한 이들에 비하면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끓어올랐던 분한 마음은 그 사실을 꼬집은 용사를 향한 것이 아닌, 이미 자각하고 있었던—그러면서도 뻔뻔히 파티에 자리를 차지해왔던 자신을 향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다른 누구도 아닌 용사에게, 마왕의 근거지에 처들어가기 직전에 지적당한 사실이 젊은 검사에게는 힘겨웠다.

"..."

용사는 할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앉아만 있는 젊은 검사를 오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 무겁디 무거운 침묵을 깨뜨린 것은 결국 젊은 검사였다.

"용사님께서 결정하신 일이니 꾸물대지 않겠습니다.
마왕탑에서 무운을 빌겠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

마치 시장가에서 잠깐 마주쳤다 헤어지는 것만 같은 가벼운 작별인사였다.

그래도 장황한 연설이나 어중간한 위로보다는 속편한 배웅이라는 생각이 들어, 젊은 검사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챙길 짐은 약간의 식량과 지금까지 수많은 목숨을 지키고, 또 베는데 썼던 검 한자루.

'...더 이상 쓸 일은 없겠지만.'

젊은 검사는 그대로 서쪽을 등지고, 마왕으로부터 도망쳤다.

다른 파티원들에게 차마 사유를 설명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이 전부 떠나가는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닫지 못했다.

"베르겔..."
"그 꼬맹이, 결국 마음이 꺾여버렸구만."

안타까움.

"...나는 안 믿어요. 절대, 이럴 녀석이 아닌데..."
"그러게. 우리 중에 가장 악착같이 따라오려고 했었는데."

실망.

"결국 그 자의 그릇이 가장 작았다고 볼 수 밖에."

체념, 그리고 수긍.

각기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동료들과 달리, 용사는 묵묵히 멀어지는 젊은 검사를 지켜보았다.

점점 저물어가는 노을 햇빛으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비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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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총 6명의 영웅들은 마왕탑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들의 사투 끝에 마왕은 모습을 감추고,

6명의 영웅들 또한 돌아오지 못했다.


약 10년 가량이 흘러, 마왕이 활동을 재개하자 그 자를 막을 인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단 한 명.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

용사 파티에서 미숙함을 꼬집혀서 추방당했던 주인공이

자격지심을 털어내고 용사 2세들 모아서 도전하지 못했던 마왕에게 도전하는 이야기

고리타분하지만 맛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