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에서 싸움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

객잔


객잔에 들른 손님과 점소이, 객잔주는 오늘도 난장판이 된 1층을 뒤로하고 서둘러 2층에 자리잡아 무림인들이 한바탕 날뛰는 꼴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인다.

손님들은 누구 무공이 더 고강하다느니, 누구 초식이 매끄럽지 못하다느니 하면서 무공을 보는 안목만은 미친듯이 높아졌으며,
점소이와 객잔주는 무림인들이 먹다 남긴 거의 새 음식을 나눠먹으며 오늘은 더 이상 장사하기 글러먹었다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다.


다행히 오늘 싸움은 지역 세가와 최근 어디서 잡스러운 무공 좀 익혔다고 목에 힘이 빳빳하게 들어간 양아치들과의 싸움.
싸움은 순식간에 정리될 터고, 세가의 사람들은 객잔이 관에 신고 때려서 호되게 당하기 전에 수리비와 위로금을 줄 터.

그럴 터였는데...
갑작스레 양아치들의 뒷배로 보이는 고수 하나의 등장에 상황이 역전된다.
마당에 흩날리는 가을날의 낙엽처럼 세가의 무사들이 쓰러져간다.

객잔주와 점소이들이 '좆됐다'하며 중얼거린다.
양아치 놈들이 이기면, 세가가 객잔에 화풀이를 한다거나 갑작스레 양아치 놈들이 자릿세라면서 돈을 뜯어가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관한테 잡혀서 곤장 맞고 평생 바닥에 못 앉게 될 일 있나.


점소이 두 명이 주먹을 꽉 쥐며 웃음을 흘린다.
역배는 성공한다.
일급을 모두 털어넣길 잘했다면서 킬킬 얄밉게 웃는다.
짤리기 싫으면 닥치라는 객잔주의 말에 입은 닫았으나 세어나오는 웃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두 사람이 눈빛을 교환하며 징그럽게 웃는다.


"제발 누가 대오각성해서 이겨봐 좀... 깨달음은 이럴 때 얻어야지 언제 얻어...!"


지금까지 정배에만 걸어 안정적인 수익을 벌었던 주방장이 한스럽게 중얼거렸다.
늘 입버릇처럼 정배란 모름지기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으니깐 정배라며 말하던게 원망스럽다.
왜 하필 돈을 가장 많이 건 오늘이 역배의 날이야...!
이거 오늘 고기 사가지고 갈 돈이었는데, 염병.


모두가 숨 죽이면서 1층의 상황을 살필 때,
다 쓰러져가는 세가의 무사들의 시체(아님)너머에 유유자적 국수와 만두를 집어먹으며 술잔을 기울이던 무사가 한 명 눈에 들어온다.


의기양양해진 양아치 놈이 턱- 턱- 무사에게 걸어가 목검(진검 쓰면 관이 잡아감)을 휘적이며 위협한다.


"거기 너! 상황파악 안 돼? 당장 안 일어나?"

갓을 쓴 무사가 절래절래 고개르 저으며 허리춤에 찬 목검(진검 쓰면 관이 잡아감)을 뽑아들었다.
순식간에 양아치들이 쓰러지고, 고수도 무사의 검을 힘겹게 받아넘긴다.
그 때, 2층에서 숨죽이며 그 모습을 보던 점소이 한 명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좋았어...! 그래! 그거야! 하하! 역시 저런 놈 함부로 건들이면 안 된다니깐! 하하하! 니들은 무협소설도 안 읽어봤냐!!"


그는 양아치도, 세가 무사도 아닌 제 3 세력에 돈을 건 이였다.

역배는.
성공한다.

아니.
승리한다.


그리고.
오늘도 객잔은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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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무협소설 읽다가
생각나서 끄적여 봄.